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125)
125
나는 작게 중얼거렸다.
“삼촌.”
“어, 어. 그래. 공자야.”
“누군가를 돕는다는 건 힘든 거네여.”
부주의함에, 내 머리카락이 없어지는구나.
실수를 탓해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귓가를 스치는 머리카락이 오늘따라 소중했다.
‘뭐, 자르면 다시 나긴 하지.’
그래도, 섭섭하다. 얼굴 천재에게 머리카락이 사라진다니, 이 무슨 테러야!
나는 원 감독에게 물었다.
“촬영 기간이 몇 개월이에여?”
“아, 아직 구체적인 건 안 나왔는데. 두 달?”
짧네. 하긴 긴 촬영은 아니지.
‘두 달 동안 내 머리카락은 안녕이네.’
나는 심호흡을 했다. 연기를 위한 외모 변신은 사실 배우로서는 흔한 거였다.
‘이왕 하기로 했으면, 잘해야지.’
그래도 아깝다. 매우 격렬하게 아깝다.
‘이 얼굴에 못 할 짓 아닌가, 이거.’
원 감독이 말했다.
“고, 공자야. 미안해. 그, 그렇지만 촬영 기간 내내 소녀는 머리카락이 없어.”
“알아여. 소녀는 가발도 안 쓰잖아여. 써도 되는데, 비싸서 그냥 모자 쓰고 다니잖아여.”
그만큼 털털한 역이었다.
“미안.”
“역할이 그런 거잖아요. 사과 안 하셔도 돼여.”
“아아, 미안해. 공자야. 그래도 네가 해주라. 진짜 사정이 복잡해.”
무슨 사정일까.
다행히 대답은 서 사장이 해줬다.
“감독님, 우리 공자 덕분에 투자는 해결되셨죠? 아, 캐스팅도 순항이십니까?”
“네. 사실 어른 역들은 별로 신경 안 썼는데, 무려 한우진이 공자 아빠 역으로 나오겠대요.”
아니, 그 양반은 또 왜.
“아이고야, 한우진이면 많이 들 텐데요.”
“대본이 좋다면서, 다행히 조절 가능했습니다.”
“이야. 많이 깎으셨겠네요. 한우진 씨면, 공자 때문인가요?”
“아무래도 그렇죠.”
하긴 한우진이 저 예산에 나올 급은 아니긴 하지.
‘[바람이 닿을 때>부터, 계속 이러시네.’
한우진 배우, 참 이상한 취미야. 투자 빵빵하게 받는 굵직한 거 나오기도 바쁠 텐데 말이야.
“소녀 역도 공자가 한다니까 장난 아니게 전화가 와요.”
“음, 이런 시기에 공자가 안 한다고 하면, 감독님 사기꾼 비슷한 게 되겠네요.”
설마요. 너무 나갔다.
“그, 서, 서 사장! 그렇게 잔인한 말을! 공자야. 부탁한다, 제발! 너 아니면 안 돼!”
여러 사람의 바람이 들려 있었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원 감독님.”
“그래. 공자야.”
“할게여. 하지만여.”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잊지 않을 거예여.”
“뭐, 뭐를.”
“감독님께 당한 모든 것을여.”
뭐, 농담이었다.
‘여자 역과 머리카락 때문에 슬프긴 하지만, 원 감독이 어떤 사람인지는 아니까.’
그래도 이 정도 농담은 해야 속이 시원했다.
“어, 어?”
“이야. 우리 공자 강하네.”
“삼촌. 공자 여자 역은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할 거예여.”
“그래, 알았어. 내가 체크할게.”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하기로 했으면 잘해야지.’
나는 이를 뿌드득 갈았다.
“소나기에서 완벽한 소녀가 될 거예여.”
이렇게 힘들게 찍은 영화가, 내 필모에 실패가 되면 억울하잖아.
‘기필코 성공한다.’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캐릭터 분석을 다시 해야 했다.
나는 바로 대본부터 다시 폈다. 소녀 역 대사를 보고 있는데, 서 사장이 말했다.
“와. 우리 공자 화났네.”
“저, 저거 저 때문이죠?”
“그렇죠?”
“공자야. 미안해!”
조금 시끄러웠다.
“자, 자. 원 감독님, 저 좀 뵙죠. 애는 집중하게 놔두죠.”
“아, 예.”
서 사장은 원 감독을 끌고 나갔다. 나는 이를 갈면서 대본을 봤다.
‘내가 성공 못 하면 마공자가 아니라, 귀공자다.’
성을 갈 거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성공시킨다.’
나는 심호흡을 하며 대본을 넘겼다. 너무 힘을 줘서일까. 손끝이 떨렸다.
* * *
서 사장은 팔짱을 끼고 히죽 웃었다. 원 감독은 조용히 시선을 피했다.
“감독님, 고의시죠?”
원 감독의 눈동자가 사정없이 떨렸다.
“아, 저 그런 사람 아닙니다.”
“곤란합니다, 감독님. 우리 애한테 너무하잖아요.”
서 사장은 화를 꾹 참았다.
‘원종사는 평이 안 좋은 감독은 아니지.’
라이락 같은 감독들에게 존경받으며, 스탭들에게도 호평밖에 없었다. 하지만 좋은 사람이라고 좋은 행동만 하라는 법은 없었다.
서 사장은 쓰게 웃었다.
“우리 공자, 착하죠?”
죄인은 말이 없었다. 원종사는 입을 다물었다.
“얼마나 착해요. 억지로 들이 밀어졌는데도, 잘하겠다고 벌써 대본부터 보잖아요.”
수정이는 자기 아들을 항상 천사라고 하지만, 서 사장은 솔직히 그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천사보단 부처지.’
이렇게 통 크게 용서하다니, 부처님의 자비가 느껴졌다.
‘아니다. 천사 쪽도 용서는 하나?’
잘 모르겠는데, 검색이라도 해볼까?
서 사장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 나중에 알긴 했습니다.”
“그러셨습니까.”
“아니, 그런데 그게…….”
서 사장은 눈을 가늘게 떴다.
‘차라리 이쯤에서 내가 투자를 위해서 그랬다. 뭐 어떠냐 식으로 나오면, 나도 공자 빼는데 말이야.’
솔직히 삭발이랑 소녀 역, 둘 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역들은 성별에 구애받지 않는 걸 알아도 말이지.’
원종사는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간절합니다. 정말, 원했던 영화입니다.”
“죄송합니다만, 실례되는 말 좀 하겠습니다. 원 감독님의 간절함이야 이해는 하지만 우리 애랑은 상관없잖아요.”
솔직히 부르는 곳이 많았다.
“주판 두들기기 싫지만, 계산 좀 해봅시다. 우리 공자가 삭발 때문에 못 나가는 CF가 몇 개일 거 같습니까?”
쳐내는 게 일인 아이에게 시련을 줬다.
“성인도 삭발 힘들어하는 거 아시지 않습니까. 아이니까 더 충격을 받을 수도 있어요.”
괜찮아 보이긴 했다. 하지만 공자는 티를 안 내는 아이였다. 그게 다가 아니란 것을 서 사장은 알았다.
“죄, 죄송합니다.”
“너무하셨습니다, 원 감독님.”
사람은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는 법이었다.
‘원 감독은 공자가 착한 걸 알고 이랬던 거겠지.’
솔직히 역할을 빼고 싶었다.
‘하지만 공자가 하겠다고 했으니까.’
한다고 하면 끝까지 하는 애였다. 착하고 귀여운 것에 가려져 있지만, 마공자는 굳센 아이였다.
‘노력파이기도 하고.’
아역 배우가 아니라, 그냥 배우로서도 그렇게 노력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아직은 아는 사람이 별로 없지만 말이야.’
외모 탓일까. 아니면 재벌 3세의 아들이라는 환경 탓일까.
‘사람들은 천재인 것조차 인정하지 않으려고 해.’
그렇게 빛나는 성과를 세웠는데도 말이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서 사장님. 그 연극을 보고, 참을 수 없었습니다.”
원종사는 눈을 질끈 감으며 말했다.
“그렇게 천재적인 애를 어떻게 놓쳐요.”
“그렇긴 하지만, 야비하셨습니다.”
“압니다. 알아요. 욕먹어도 쌉니다.”
“공자가 착한 걸 이용하지 마세요. 어른이 아이가 선함을 이용하다니, 무슨 짓입니까.”
원종사는 고개를 푹 숙였다. 서 사장이 욕하는 것도 아주 당연했다.
“죄송합니다.”
“솔직히 정말 마음에 안 듭니다, 원 감독님.”
서 사장은 팔짱을 풀면서 말했다.
“두고 보겠습니다. 애를 그렇게 사지로 몰았는데, 잘못하면 바로 뺄 겁니다.”
“저, 절대 그런 일 없게 하겠습니다.”
“귀한 애입니다. 우리 공자.”
서 사장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솔직히 이걸 알면, 수정이도 난리일 것이다.
‘그건 내가 설득해야겠지.’
아, 난리 날 텐데.
“우리 공자에게 생채기 하나 나면, 저 수정이 안 말릴 거예요.”
원종사가 눈을 깜박였다.
“수정이라면 샷건이라도 들고 갈걸요.”
“초, 총이요?”
“수정이가 사는 곳이 성진 그룹 본가입니다. 애가 넌지시 말한 적 있어요. 지하에 불법 무기가 참 많다고요.”
물론 마수정은 그런 말 한 적 없었다.
“수정이도 참 착해요. 그 무기를 두고 빠따 정도로 참고 있잖아요.”
이 말을 한 서 사장은 조금 후회했다.
‘너무 간 거 같은데?’
거짓말은 그럴듯하게 해야 하는데, 너무 벌린 느낌이었다.
“그, 그렇군요. 무기. 성진 그룹. 하긴 거기 크긴 했어요. 지하실에 충분히 가능하죠.”
어라? 믿는다?
“마수정 씨는 빠따를 휘두르시는군요. 그런데 수정 씨, 총 잘 쏘잖아요.”
그건 사실이었다. 잘 쏘긴 했다.
‘하도 여전사 캐릭터를 맡아서 말이야.’
옛날에 예능에서 솜씨를 뽐낸 적도 있었다.
‘태릉 갈 인재가 배우를 하고 있다고 했지.’
아니, 그건 그렇다 쳐도 말이야. 진짜 무기 있다고 믿는 건가?
원종사의 말끝이 살짝 떨렸다.
“제가 잘하겠습니다.”
“아, 네. 그, 아시죠? 우리 수정이. 아들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해요.”
“가, 감옥에 가도요?”
“수정이 정도면 외국으로 튀지 않을까요?”
원종사가 눈을 깜박였다. 서 사장은 이왕 이렇게 된 김에, 더 큰 거짓말을 했다.
“돈만 있으면 국적 주는 곳이 한두 곳이어야죠.”
“요, 요즘은 인터폴도 있습니다!”
“수정이 재벌가잖아요.”
“그, 그렇죠. 워낙 털털해서 깜박하지만, 맞죠. 마수정 씨, 재벌 3세였죠.”
“아무튼, 전 말리러 가겠습니다. 원 감독님, 그럼 지켜보겠습니다.”
서 사장은 히죽 웃으면서 말했다.
“끝까지 말입니다.”
원종사의 어깨가 움찔 떨렸다. 서 사장은 멋있게 걸어갔다. 살짝 콧노래를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음, 저거 진짜 믿는 거 같은데?’
원 감독이 완전히 멀어지자, 서 사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답지 않게 연기를 해서일까. 팔에 닭살이 돋아 있었다.
“어휴. 할 짓 아니네.”
배우들은 이 짓을 어떻게 하고 사나 몰라.
서 사장은 어깨에 힘을 빼며 벽에 기댔다.
“아, 진짜. 수정이 어떻게 말리지.”
공자를 위해서라면 없던 샷건도 가져올 애인데.
서 사장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왜일까. 오늘따라 집에 가고 싶었다.
‘아내님과 애들이 그립다.’
서 사장은 고개를 푹 떨구었다. 어깨가 무거웠다.
* * *
의외로 엄마는 화를 내지 않았다.
아름다운 배우, 마수정은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 넘기며 말했다.
-공자가 원한다면, 엄마는 말리지 않아.
아, 어머니.
‘효도하겠습니다.’
엄청나게 화났을 텐데.
엄마는 어디서 빠따질 백번은 한 것처럼 침착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또 한 사람이 있었지.’
저녁을 챙겨주던 덕수 씨가, 갑자기 장갑을 꼈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일단 잡았다.
-자신의 한 일에 대가를 치르게 하겠습니다.
이, 이건 말려야 해.
나는 내가 하고 싶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선생님! 어차피 지금 이 시기 아니면, 성별 반전 역할은 못 해여!
물론 성인이라도 할 수 없는 건 아니었다.
‘영혼이 바뀌었다는 판타지 설정이면, 충분히 가능하지.’
그런 드라마도 유행했던 거 같지만, 어쨌든!
-공자는 도전하고 싶어여!
효과는 굉장했다. 덕수 씨는 갑자기 전기 충격기를 챙겼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