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126)
126
덕수 씨는 선글라스를 올려 쓰며 말했다.
-공자의 도전은 값지지만, 이런 일은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순간, 수저를 놓쳤다. 나는 일단 일어났다.
-어딜 못 쓰게 하지는 않습니다.
이 사람 보게. 나는 덕수 씨 옷을 잡았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공자가 힘든 만큼, 똑같이 만들어줄 겁니다.
옷을 잡아당기다가 알았다. 덕수 씨 윗주머니에는 바리깡이 보였다. 순간, 이 사람이 뭘 하려는지 깨달았다.
‘원 감독님 머리카락은 뭘 해도 없어질 운명인가?’
그래도 일단 말렸다.
-아직은 안 돼여! 머리 없어지면 상심해서 영화 이상해질 수 있잖아여!
다행히 덕수 씨가 멈췄다.
-그렇군요. 하긴, 시간은 많으니까요. 영화가 끝나고 해도 충분하죠.
아하하하.
나는 고개를 숙였다.
‘나는 다치면 안 되겠다.’
악의에 피가 나든 실수로 넘어지든, 엄마랑 덕수 씨가 감방 갈 거 같았다.
나는 심호흡을 했다.
예전에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사랑에는 책임이 따르는 법이라더니!’
이 한 몸 기필코 지켜야겠다.
‘그래도 어머니께서 빠따 들고 가지 않은 게 어디야.’
어제 일을 생각하며 나는 다시 고개를 들고 창문을 바라보았다. 열린 틈에서 바람이 불었다. 덕분에 아직 멀쩡한 내 머리카락이 이마에 살랑거렸다.
덕수 씨가 운전하면서 물었다.
“긴장되십니까?”
음, 그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야겠지?
“조금여! 하지만 설레여. 저 누가 캐스팅됐는지, 다 못 들었어여!”
한우진이 소녀 역의 아빠를 맡았다는 건 들었다.
‘내 아버지 역 따라다닌다는 거 진짜인가.’
아버지는 확실히 조연이었고, 비중이 크지는 않았다. 한우진 같은 거물이 하기에는 너무 작았다.
‘그렇다고 원종사 감독이랑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닐 텐데 말이야.’
그러고 보면 한우진, 정말 작품 많이 안 하는 배우였다.
‘삼 년에 한 번 할까 말까였는데…….’
어째 내가 아는 미래랑은 좀 달랐다.
‘생각해 보면 내가 많이 바꿔놓긴 했지.’
라이락 감독이 치료받은 것만 봐도 뭐.
‘음, 생각해 보면 이제 내가 아는 미래가 아닐 수도 있겠다.’
창밖에 보이는 하늘은 유독 파랬다. 나는 창문에 이마를 댔다. 차가워서 기분이 좋았다.
‘이왕이면 다들 좋은 쪽으로 변했으면 좋겠다.’
물론, 문제 있는 사람 빼고.
나는 눈을 감았다. 차는 부드럽게 나아갔다. 곧 도착한다는 덕수 씨의 말을 들으며, 나는 다리를 살짝 흔들었다.
* * *
이른 시간이라서, 내가 제일 먼저 도착한 줄 알았다. 하지만 문을 열자마자 그게 아니란 걸 알았다.
‘어라?’
나는 눈을 깜박였다. 긴 테이블 위에 어떤 아이가 엎드려 있었다.
‘아역이겠지?’
길쭉한 팔다리가 눈에 띄었다. 나는 의자를 빼고 옆에 앉았다.
누굴까.
‘소나기’에는 아역이 많긴 했다.
‘그래도 궁금하네. 무슨 역이지?’
나는 옆에 있는 애를 찬찬히 관찰했다.
‘남자아이, 나보다 두세 살 정도 많아 보이고…….’
거기까지는 평범했다. 하지만 하나가 유독 눈에 띄었다.
‘뭘 쥐고 있는데?’
마른 손이 뭔가를 쥐고 있었다. 슬쩍 보니, 젤리 파우치였다.
‘왜 이걸 잡고 자는 걸까.’
간식인가? 어린 애가 먹을 거 들고 조는 거랑 비슷한 건가?
‘그런데 얘, 나보다 나이 많아 보이는데…….’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엎드려 있던 애가 고개를 들었다.
탁-
놀라서 어깨가 저절로 움찔했다. 덕수 씨는 그런 내 뒤에 섰다.
‘어라?’
아이는 나를 바라보며 눈을 깜박였다.
‘음, 이거 자기 소개할 타이밍이지?’
나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안뇽! 난 공자야!”
네 이름은 뭐니?
아이는 계속 눈을 깜박이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희미하게 웃었다.
“알아. 너 마공자인지.”
음, 그런가. 알 수도 있지.
‘하긴 나 제법 유명하지.’
마적 녀석이 어린애들 사이에서 인기 많다고 하던데.
‘일반인도 알 정도면, 아역들은 더 잘 알겠지.’
나는 아이를 계속 바라보았다.
‘그나저나 너는 누구냐.’
왜 인사를 안 해.
“나도 반가워. 우리 처음 보네. 하긴, 작품이 겹치지 않았으니까.”
그러니까 누구냐고.
“네 연기 잘 봤어. 특히 [인연>이 좋았어. 거기서 아버지 찾았을 때 뭉클하더라.”
“음, 칭찬 고마워!”
“사실 뮤직비디오도 봤고, [지하실>도 봤어. 네가 나온 예능까지 다 봤어.”
뭘 이렇게 다 보고 그래.
“하긴 안 볼 수가 없었어. 너 이기라고 부모님이 스마트폰을 억지로 눈앞에 가져다 댔거든.”
엥?
아이는 방긋 웃었다. 그 모습이 꽤 귀엽긴 했다.
‘그러고 보니 눈에 익는데…….’
나는 아이를 찬찬히 훑어봤다.
몇 분 봤는데도, 유독 잘 웃는 애였다. 피부는 하얗고 머리카락은 까맸다.
‘아!’
나는 손뼉을 한번 쳤다.
짝-
“한수영?”
“아니. 한수윤.”
아, 맞아. 천재 아역!
‘얘가 한때 엄청나게 유명했지.’
TV와 영화를 넘나들며, 어디서든 활약했다. 굉장히 인기 있었고 연기도 그만큼 잘했다.
‘그런데 성인 된 후에 다 그만뒀지.’
그 뒤에 밝혀진 건 충격적이었다.
‘한수윤의 부모님이 노름에 빠졌다고 했어.’
그렇게 많은 작품에 나왔어도, 집은 빚더미였다.
‘이 애, 소송했었어.’
매스컴은 한동안 시끄럽다가 곧 가라앉았다. 하지만 나는 꾸준히 한수윤의 기사를 찾았다.
‘마지막에는 이겼다고 들었어.’
하지만 대서특필 되던 때와 달리, 아주 자그마한 정보성 기사가 다였다.
‘그때 질렸는지, 한수윤은 다시는 충무로로 돌아오지 않았어.’
감독들은 다 아깝다고 했다. 특히 원 감독은 입버릇처럼 말했다. 한수윤은 외모도 준수했고, 연기를 잘해서 좋은 배우가 됐을 거라고.
‘그런 한수윤이랑 같은 작품을 할 줄이야.’
생각해 보면 당연한가.
‘이때 제일 유명했던 아역 배우니까 말이야.’
한수윤은 나를 보며 생긋 웃었다. 나는 마주 보고 웃었다.
‘그러니까 저 조그만 아이가, 노름꾼 집안을 지탱하고 있다는 거지?’
에라이. 젠장.
갑자기 열이 치솟았다. 아니 도대체가 말이야.
‘한수윤이 이런 신세라는 걸 관계자들이 몰랐을까?’
어른이 되어서 말이지, 애를 그냥 손 놓고 있으면 어떡해.
한수윤은 쥐고 있던 젤리를 먹으면서 말했다.
“너도 먹을래? 맛은 별로야.”
“맛없는 걸 왜 먹어?”
“아하하하. 그러네. 그런데 이게 내 주식이라서. 이거 한 5칼로리는 되나? 배만 채워져.”
이런 미친.
나는 한수윤이 먹는 젤리 봉지를 다시 봤다. 아이용 젤리인 줄 알았는데, 다시 보니까 알았다.
‘저거 곤약 젤리잖아.’
배우 생활하다 보면 알 수밖에 없었다.
‘체중 조절할 때 많이들 먹지.’
그래도 보조제지, 저게 주식일 수는 없잖아.
‘한수윤은 아직 애라고.’
나는 아이의 앙상한 손목을 바라보았다.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있지. 수윤이 형?”
“응.”
“맛없는 거 억지로 먹지 마.”
한수윤이 눈을 깜박였다. 덕수 씨를 돌아보며 말했다.
“선생님! 이 형, 배고픈 거 같아여!”
“영양 상태가 안 좋아 보이긴 하는군요.”
음, 뭐 먹을 거 있나? 영양가 높은 거를 먹어야 할 텐데.
“선생님! 공자 저녁 도시락, 지금 형에게 주면 안 돼여?”
덕수 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리딩 때까지 시간이 있으니까, 바로 먹는 게 낫겠군요. 공자의 저녁 도시락은 지금 연락하면 아주머니께서 만들어주실 겁니다. 리딩할 때, 제가 집에 들렀다 오면 됩니다.”
한수윤은 서둘러 말했다.
“번거로우실 텐데요! 괜찮아요!”
덕수 씨는 고개를 저었다.
“아이는 그런 거 생각하는 거 아닙니다. 얼굴색이 많이 안 좋습니다.”
덕수 씨는 가방에서 도시락을 꺼냈다. 보온 도시락과 반찬이 눈앞에 펼쳐졌다.
“아, 아니 진짜 괜찮은데요.”
“먹어. 형 배고파 보여.”
나는 손에 쥔 젤리 파우치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저런 거 먹지 말고.”
하여간 애한테 왜 이런 것만 줘.
‘저것도 아동학대지.’
이런 거로 신고해봤자, 씨알도 안 먹히겠지만.
‘이런 일이 잦네.’
마적 녀석도 그렇고. 왜 이렇게 불쌍하냐, 진짜.
나는 숟가락을 한수윤에게 쥐여줬다.
“골고루 먹어, 형.”
“어? 응.”
“이거 아주머니께서 만드셨는데, 음 불고기가 맛있어.”
보온 도시락에 있어서인지 아직 따끈했다. 한수윤은 첫 숟가락질은 어려웠지만, 한번 먹으니까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돈 많이 버는 애가 굶고 살았나 보네.’
보고 있기가 안쓰러웠다. 나는 예비 젓가락으로 반찬을 얻어줬다. 한수윤은 넙죽넙죽 잘 넘겼다.
“형, 천천히 먹어. 체해. 멸치도 먹고.”
다행히 가리는 반찬은 없는지, 열심히 먹었다. 덕수 씨는 차가운 매실 음료수까지 쥐여줬다. 한수윤은 그것마저 다 마셨다.
한수윤이 눈을 깜박였다.
“아, 다 먹어버렸다. 안 되는데…….”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안 돼?”
“살찐다고 엄마가, 아니 아빠 둘 다 젤리만 먹으라고 했어.”
아, 욕이 나오네. 에라이. 천벌 받을 것들.
“괜찮아.”
“아이는 잘 먹어야 합니다.”
“이, 이렇게 먹어도 되나?”
“돼!”
나는 이를 갈면서 말했다.
“나중에 혼내면 내가 억지로 먹였다고 해!”
“으, 응?”
“내가 성격이 더럽고 치사해서 형에게 숟가락을 들이밀었다고 하면 돼.”
한수윤은 눈을 깜박이다가, 입을 가리고 웃었다.
“아하하하하!”
“진짜야. 거짓말 아니야!”
“그러다 혼나면 어쩌려고.”
“혼내라고 해.”
“우리 엄마 무서운데?”
나는 덕수 씨를 힐끔 바라보았다.
“선생님보다 더?”
“아, 아니.”
“그럼 됐어. 그리고 나 건들면 큰일 나.”
나는 진지하게 말했다.
“나 때리면, 난리 날걸?”
진짜야. 사실이라고. 엄마의 빠따질은 바람을 가른단 말이야.
나는 진지했는데, 한수윤은 다시 웃었다.
“아하하하하! 성진 그룹이라서?”
“음, 그쪽은 상관없어.”
오히려 방해지.
성진 그룹 때문에 일 쉬었던 거 생각하면 착잡했다.
“그래도 이런 일에는 도움이 되려나?”
개똥도 약으로 쓸 때가 있으니까.
나는 한수윤의 손을 붙잡고 진지하게 말했다.
“그러니까, 형은 내 핑계 대. 공자가 못된 애라서 억지로 먹였다고 하면 그러려니 할걸.”
“평판 안 좋아질 텐데?”
“그 정도는 괜찮아. 밥 먹인 거로 욕하면, 감수할 거야!”
“감독님이 안 좋게 보고 역에서 잘릴 수도 있어.”
나는 방긋 웃었다.
“움, 나를?”
뭐, 캐스팅 바뀌는 거야 영화판에서는 빈번한 일이긴 했다. 그런데 나를?
‘뭐, 하라지.’
나는 가슴을 툭툭 쳤다.
“그렇게 잘릴 거면 공자가 미리 그만둘 거야.”
그래도 사람과 사람이 하는 일이었다. 내가 [소나기>에 출현한 게 전생에서의 정 때문이었다.
“오, 마공자. 자신감 넘치는데?”
“형. 이건 자신감이 아니라, 그냥 삶의 지혜야.”
뭐, 경험으로 아는 거지만 말이야.
나는 팔짱을 끼고 고개를 끄덕였다.
“가까이 보면 모르지만, 멀리 보면 보여. 형아.”
나는 두 손을 뻗어서 한수윤의 손을 꼭 잡았다.
“고통도, 기쁨도. 한순간이야. 이 또한 지나가리오.”
그러니 힘내라, 한수윤. 밥 정도야 얼마든지 줄게!
그때였다. 한수윤의 등이 심하게 꿈틀거렸다.
“풋!”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