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127)
127
야. 이건 반칙이지.
‘왜 웃어.’
나름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한 위로였다고.
한수윤은 손이 잡힌 채 고개만 겨우 돌렸다. 그리고는 미친 듯이 웃었다.
“푸하하하하하! 아하하하하! 배 아파!”
나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눈을 깜박였다.
‘도대체 뭐가 웃긴 거지?’
요즘 애들은 이런가. 진지한 거에 폭소를 터트리네.
하지만 한수윤만 이상한 게 아니었다. 갑자기 빈 도시락통 하나가 바닥으로 굴렀다.
탕-
뭐지. 나는 도시락통을 줍는 팔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뭔가 이상했다.
‘더, 덕수 씨? 팔이 떨리는데?’
왜지? 오한?
이유는 곧 나왔다. 덕수 씨는 부들부들 떨다가, 결국 터트렸다.
“크흡. 크합. 크헙.”
난리 났군.
덕수 씨는 시뻘건 얼굴로 부들부들 떨었다. 저러다가 큰일 날 거 같았다.
“선생님, 그냥 웃으세여.”
말이 끝나자마자 덕수 씨는 시원하게 터트렸다.
“크하하하하하하하!”
저기요. 다들 너무하네.
‘도대체 어디가 웃긴 거지.’
두 사람은 눈물을 뚝뚝 흘려가며 웃었다. 나는 심드렁하게 보며 숨을 길게 내쉬었다.
“아, 너무 웃겨.”
“뭐가.”
“크읍. 진지한 게?”
한수윤은 한참을 그렇게 웃었다. 그건 덕수 씨도 마찬가지여서, 나는 한수윤 손을 놓았다.
툭.
애가 웃을 게 없었나 보네. 그럼 덕수 씨는 왜 웃는 거지? 아니, 생각하지 말자. 나는 덕수 씨 가방을 뒤져서 휴지를 찾았다. 그리고는 눈물을 흘리는 둘에게 나눠줬다.
“하아, 하아.”
“큽. 크읍.”
두 사람은 진정하는 듯하면서도, 내 얼굴을 보자 다시 터졌다.
“아하하하하!”
“크캅. 큽.”
와.
나는 그냥 자리에 앉았다. 이 사람들이 진정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얼마나 그렇게 있었을까.
한수윤이 눈가를 휴지로 문지르며 말했다.
“하악. 하아. 너 의외구나.”
뭐가.
“아학. 착하다고 듣기는 했어. 하지만 재벌 3세 엄마가 있으니까 예의 없을 거로 생각했거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긴 했다.
“물론 네 평판은 좋아. 그냥 내가 건방지길 바랐던 거 같아.”
배가 불러서일까. 한수윤은 굉장히 솔직했다.
“그런데, 아니네.”
뭐, 그렇지. 좀 드물긴 하지만.
“정말 착한 애네. 공자야, 너…….”
슬슬 감사 인사가 나올 타이밍이었다. 나는 손사래를 치며 괜찮다고 하려고 했다.
하지만, 한수윤은 굉장히 의외였다.
갑자기 눈앞이 가려졌다. 녀석이 나를 안았다는 것을 그제야 알았다.
“윽!”
“너 진짜 귀엽다.”
애라도 힘이 강했다. 나는 팔을 버둥거렸다.
“아니 어떻게 귀여운 애가 착하지? 그게 가능한가?”
뭐야, 이 편견은.
“아씨. 이런 동생 가지고 싶어.”
아니, 왜 갑자기 동생이야!
“그런데 막상 내 동생은 이렇게 귀엽진 않겠지. 음. 그럴 거 같다. 오히려 싫을 거 같아.”
저기. 별로 궁금하지 않아.
“그냥 공자가 좋은 거 같아.”
와. 도시락 하나에 애가 넘어가네.
‘밥 주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긴 한데…….’
얘 되게 심하네. 얼마나 못 얻어먹었으면 이래.
나는 놈의 품 안에서 중얼거렸다.
“형, 괜찮아.”
“응?”
“밥 자주 줄게.”
그러니까 날 놔라. 갑갑하다.
하지만 이놈은 내 말을 듣지 않았다. 오히려 팔에 힘을 줬다.
“으하하하!”
게다가 웃기까지 했다. 나는 답답함에 고개를 살짝 빼며 말했다.
“형, 밥 사준다고 어디 따라가면 안 돼.”
“응?”
“세상이 험해. 밥 하나에, 간이고 쓸개고 다 주면 안 돼.”
괜히 엎어지면 코 베어 간다고 할까.
나는 신신당부 했다.
“조심해. 가뜩이나 예쁜데 말이야.”
한수윤의 행동이 멈췄다. 팔에 힘이 풀렸는지, 나는 자유가 됐다.
나는 고개를 들어서 한수윤을 바라보았다. 놈의 동공이 떨리다가 몸이 다시 휙 돌아섰다.
“엥?”
또 왜 이래?
“으하하하하하! 아하하하하하!”
한수윤은 또다시 폭소했다. 도대체 몇 번째야! 나는 이번에야말로 영문을 알 수 없었다.
“형?”
한수윤은 다시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애가 허파에 바람이 들렸나…….’
나는 한숨을 내쉬며 다시 휴지를 찾았다. 다행히 이번에는 덕수 씨가 건네줬다.
한수윤은 배를 잡고 한참을 웃었다. 숨이 넘어갈 듯 웃었지만, 몇 분 뒤 다행히 진정했다.
‘도대체 왜 웃는 걸까.’
나는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 * *
서서히 다른 출연자들이 왔다. 대부분은 모르는 사람이었다.
‘딱 한 사람 빼고 말이지.’
나는 배우들과 인사하는 한우진을 바라보았다. 펫로스 증후군이 나아졌는지, 인상은 한결 좋아져 있었다.
한우진은 나를 보자마자 윙크했다.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지?’
나는 웃으면서 고개를 숙였다가 들었다. 그러자 한우진은 한걸음에 달려왔다.
“공자야! 자, 보자. 많이 컸니?”
한우진은 의자에 앉은 나를 번쩍 들어 올렸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별로 안 컸어여.”
“아니야. 미묘하게 컸어. 공자는 모르지만, 나는 알거든. 아마 아무도 눈치 못 챘을걸?”
아니, 당신이 왜 아는데요.
그러자 등 뒤에 있던 덕수 씨가 말했다.
“2㎝ 정도 자랐습니다.”
그, 그래요?
“그런 눈치쯤은 있습니다.”
어, 어라.
‘덕수 씨 원래 이런 데 안 나서는 사람인데…….’
왜 한우진을 노려보시나요.
‘음, 엄마에게 언질이라도 받았나.’
팔짱을 낀 덕수 씨는 거대한 성벽 같았다. 한우진은 눈을 깜박이더니 활짝 웃었다.
“나는 또 없는 줄 알았죠.”
아니, 한우진은 또 왜 이래. 왜 시비를 걸어.
나는 서둘러 말했다.
“그, 어떻게 지내셨어요?”
“어? 나? 음, 잘 지냈지. 이제 잠도 잘 자. 공자만 만나면 항상 뭔가 좋아지는 거 같아.”
뭐, 코인 썼으니까요.
“건강하신 거 같아서 다행이에여!”
“그래? 흐흐흐.”
한우진은 이상하게 웃으면서 내 등을 두들겼다.
“아이구, 예쁜 것. 이번에는 아들이 아니라 딸이라며?”
아.
“네, 그렇게 됐어여.”
“아니, 무슨 대답이 그래. 으하하하하. 음, 딸이라.”
한우진은 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
아니, 뭐가?
“충분히 가능. 공자가 딸이라니. 흐흐흐흐. 좋네.”
왜 좋은데?
미간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공자는 고민이 많아여.”
“소녀 역이 힘들 거 같아?”
“움, 그것도 있지만요.”
나는 고개를 돌려 한수윤을 바라보았다.
“아마, 수윤이 형도 연기가 힘들 거예여. 어떻게 공자를 여자애로 봐여.”
한수윤은 바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 괜찮아.”
엥?
“진짜?”
“응. 내가 만났던 애 중에서 공자가 제일 귀여우니까.”
한수윤은 웃으면서 어깨를 으쓱했다.
“게다가 연기잖아.”
어라. 이 자식.
‘조금 멋있네.’
이래서 천재 아역이었구나.
씩 웃음이 나왔다. 나는 엄지를 치켜올렸다.
“형, 멋져!”
아무리 어린애라도, 배울 건 배워야지. 역시 진짜 천재는 달랐다.
‘하긴, 내가 괜히 걱정했을 수도 있어.’
소녀에 너무 초점을 맞췄어. 그냥 색다른 역이라고 하면 될 텐데 말이야.
“어, 어…….”
한수윤은 갑자기 볼을 살짝 긁었다.
“공자에게 칭찬을 들으니까, 살짝 부끄럽네.”
아니, 왜.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 거 같아.”
“움, 왜?”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연기 천재한테, 주름 자랑한 느낌이야.”
엥?
“형, 그게 무슨 말이야?”
“어? 몰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공자 너를 부를 때, 그러잖아.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연기 천재라고.”
어라.
“그런 말을 해?”
“응. 못 들었어? 인터넷에 쫙 깔렸잖아.”
그, 그랬구나.
“공자 인터넷 못 해!”
“엥? 왜? 아. 아직 어려서?”
“마마가 못 하게 해.”
한수윤은 잠시 눈을 깜박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별로 좋진 않겠다. 인터넷에는 이상한 사람도 많으니까. 교육에 별로 좋지 않지.”
순간, 웃음이 나왔다.
“어, 왜 웃어?”
“형이 교육이라고 하니까 이상해!”
한수윤은 턱을 살짝 긁었다.
“그런가. 하긴 나도 그런 말 하기에는 어리지.”
와, 이 자식. 점잖게 말하니까 말이야.
“형아, 귀엽다.”
“으, 응? 내가 귀여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멋있는 게 아니라?”
아.
‘한참 멋있는 거 좋아할 나이긴 하지.’
의젓해도 애는 애구나. 이 자식, 좀 귀엽군.
그때였다. 한우진이 우릴 보면서 말했다.
“음, 훈훈한 현장이야. 이게 바로 순수의 힘인가. 마음이 깨끗해지는 거 같아.”
한우진은 나를 고쳐 안으며 말했다.
“얘들아, 형이 아이스크림 사줄까?”
아니, 이 양반. 아직도 형이라고 하네.
“아, 그, 감사합니다만…….”
그때였다. 날카로운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수윤이는 아이스크림 같은 거 먹으면 안 돼요!”
한우진은 살짝 돌아섰다.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아주머니 한 분이 탱크처럼 밀고 들어왔다.
누구인지 알 거 같았다.
‘한수윤 엄마인가…….’
나는 한수윤을 힐끗 바라보았다. 아이의 표정이 서서히 사라졌다. 하지만 분명히 보였다.
한수윤의 손이 살짝 떨렸다.
‘이런 빌어먹을.’
한수윤의 엄마는 히죽 웃으며 말했다.
“우리 수윤이는 관리해야 하거든요. 애가 슬림해야 화면발을 잘 받아서요.”
젠장. 뭔 놈에 관리야.
‘꼬챙이처럼 말랐는데 말이야.’
한우진은 싱긋 웃었다.
“그렇군요. 수윤이 이른 나이에 관리하는구나. 아직 어린데도 대단하네.”
“당연하죠. 애가 조금만 먹어도 얼굴이 붓게 나와요.”
그럴 리가 있나.
“수윤이한테 그런 거 먹일 생각하지 마세요.”
아주머니는 한수윤에게 젤리 파우치를 몇 개 줬다.
“저녁이다. 끝나면 데리러 올게.”
“네.”
“이상한 거 주워 먹지 마라. 잊지 않았지?”
한수윤은 방긋 웃었다.
“네. 알아요.”
“그래. 나 간다.”
아주머니는 주위를 둘러보다 내게 시선이 멈췄다. 그러더니, 바로 노려봤다.
‘음, 나를 싫어하네.’
왜일까.
‘이유가 많아서 모르겠네.’
그러고 보면 한때 매스컴에서 나와 한수윤을 비교 많이 했었다.
‘인연이 이기고서는 끝났지만 말이야.’
그 뒤에는 필모가 겹치지 않았다.
‘뭐, 그렇다기보다는 지하실 성공이 확 도드라져서 말이야.’
무려 천만이나 돌파해서 그런가. 솔직히 지금 상황에서는 급이 달라진 거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그 역 원래 한수윤 역이었지.’
아, 이런.
‘내가 죄가 깊네.’
별로 신경 쓰지 않았는데, 막상 한수윤을 보니까 씁쓸했다.
‘진짜 잘해줘야겠다.’
아주머니는 한참을 나를 노려보다가 나갔다. 한수윤은 바로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미안해. 엄마가 좀 예민해.”
“괜찮아.”
“음, 그래도 이제 안 올 거야. 밤늦게나 올걸.”
어라.
“대본 리딩 저녁에 끝나지 않아?”
“음, 그렇지만 워낙 바빠서 말이야.”
뭐야, 한수윤.
‘굶기다가 방치까지 하잖아.’
나는 바로 물었다.
“형은 매니저 없어?”
“아, 엄마가 매니저야.”
젠장. 이거 생각보다 사태가 심각했다.
‘얘가 성인 되고 괜히 소송을 건 게 아니었어.’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나는 나도 모르게 물었다.
“형, 괜찮아?”
한수윤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냥 조금 웃을 뿐이었다.
“뭐, 나는 부모님의 작품이니까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