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128)
128
아니 저건 또 무슨 말이야.
‘사람한테 어떻게 작품이란 말을 해.’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부모님이 만들어낸 작품이지. 뭐, 형 보면 내가 좀 나은 작품이었나 싶기도 하고…….”
아니, 젠장.
“뭐, 이 말 하면 주변 사람들 다 나를 딱하게 보더라.”
야, 너 실제로도 불쌍해.
“동정하더라고. 다른 사람은 안 그런가 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다른 아역들 보면 비슷하던데.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말이야.”
아이고.
나는 이마를 짚었다. 얘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있었다.
‘아역 중에 부모 욕심이 아닌 경우가 드물긴 하지.’
아이가 원해서 하는 때도 있었다. 하지만 부모가 못 이룬 꿈이라면서 들이대는 경우가 더 많았다.
‘동서양 불문하고, 계속 반복되는 일이지.’
뭐, 내 경우만 다르지만 말이다.
‘한수윤, 얘 이대로 두면 안 되겠다.’
아동학대 비슷하지만, 이거로 처벌받을 리는 없겠지.
‘마적 녀석도 안 되는데, 한수윤이 될 리가.’
그나마 그 녀석은 축구 유학보낸다는 핑계로 해외로 빼돌릴 수나 있지, 얜 아예 빨대 꼽힌 거 같았다.
착잡했다. 아니, 내 주위 애들은 다들 왜 이럴까.
‘어쩔 수 없지.’
아예 눈에 안 보이면 모를까, 벌써 눈에 띄어 버렸다. 그러면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했다.
‘어떤 방법이 좋은지는 영 알 수 없지만 말이야.’
뭐, 변호사의 조언이라도 받아야 할까.
열심히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한우진이 한수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힘들게 산다, 너.”
한우진 눈빛에는 안타까움이 가득했다.
“아, 좀 그렇죠.”
“뭐, 방법은 모르겠고. 증인이나 서줄게.”
한수윤이 눈을 깜박였다.
“네? 증인요?
“필요하면 말해라. 불쌍해서 못 봐주겠네. 아, 일단 이거 먹어.”
한수윤은 재킷에서 단백질 바를 꺼냈다.
“그거, 원료를 엄선한 거라서 비싸다. 맛은 구리지만 영양과 허기는 채워질걸? 적어도 곤약 젤리보단 나을 거야.”
“이런 게 있어요?”
“내 주식이야. 이 나이스한 몸이 어떻게 이루어졌을 거 같냐. 다 좋은 걸 먹어서지.”
한우진은 갑자기 가슴을 불쑥 내밀었다.
“사실 샐러드가 좋지만, 그걸 매번 가지고 다닐 수는 없으니까.”
“그렇군요.”
“내가 정기적으로 네 손에 쥐여주마. 어디 비밀 장소에 숨겨놔.”
와. 한우진.
‘다시 봤는걸?’
저런 방법이 있을 줄 몰랐다.
“먹을 때 물도 충분히 마셔야 하는 거 잊지 마라. 물 안 먹고 넘기면 신장 결석 온다더라.”
“감사합니다.”
“체중 조절이 필요한 운동하는 사람들이 추천하더라. 수윤아, 잊지 마라. 증인 필요하면 내가 서줄게.”
나는 눈을 깜박였다.
‘한우진 대단하네.’
좀 나이를 먹긴 했지만, 아직 톱이란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사람이었다. 구설수가 좋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한수윤을 위해서 당당하게 말했다.
‘좀 철딱서니 없긴 하지만, 한 입 가지고 두말하는 사람은 아니야.’
그래서 윤정현 선생님이 이분을 좋아했구나.
“감사합니다.”
“뭘. 너도 참 힘들게 산다.”
나는 두 사람을 보며 활짝 웃었다. 한우진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 잡지 촬영할 때처럼 포즈를 잡았다.
“어때, 형 멋지지?”
음, 이런 것만 없으면 더 멋질 텐데.
‘하지만, 솔직히 대단한 거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검지를 치켜 올렸다.
“네! 형이 그렇게 멋있는지 몰랐어여!”
“그래? 으하하하하. 아니, 잠깐만. 왜 몰라. 나 평소에는 별로야? 후져?”
음, 별로는 아니지만 그냥 평범하지.
“공자야. 형은 몸과 마음, 그리고 육체까지 멋진 놈이란다.”
네, 그렇군요.
“아니, 공자 눈빛이 냉정해! 따라 해봐. 한우진은 멋진 형이다!”
뭡니까. 세뇌합니까.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한우진이 나를 안아 들었다.
“아, 공자가 크니까 순진하지 않아! 예전 같으면 따라 했을 텐데!”
“음, 형…….”
나는 한우진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는 진지하게 말했다.
“순진하지 않은 공자는 싫어여?”
한우진은 말을 못 했다. 입만 뻐끔거리는 놈을 보며 나는 배시시 웃었다.
“사랑이 식었어!”
나는 살짝 발버둥을 쳤다.
“놔줘여. 공자 내려갈 거예여!”
“아니, 공자야. 나는 너밖에 없어. 형이 널 얼마나 좋아하는데.”
뭔 말이야, 진짜.
그때였다. 등 뒤에서 누군가가 말했다.
“저기, 대본 리딩 시작해도 되겠습니까?”
한우진이 나를 안은 채 돌아섰다.
‘아, 감독님.’
나는 원 감독을 향해 고개를 꾸벅 숙였다. 아직 머리숱이 풍성한 원 감독은 애처롭게 말했다.
“나 아까 들어왔는데, 공자랑 수윤이랑 한우진 씨는 모르다니…….”
아, 저런.
“나, 그래도 감독인데…….”
아니, 누가 감독 아니랍니까.
“에이, 감독님. 그게 아니라요.”
한우진은 급히 원 감독을 달랬다. 그 장면을 남자 품에 안겨서 들으면서,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기분 탓일까.’
왠지 주변이 범상치 않은 거 같아. 왜 이렇게 다들 애 같지?
‘여기서 애는 나랑 한수윤밖에 없는데?’
나는 한수윤을 힐끗 바라보았다. 곤약 젤리가 주식인 불쌍한 놈은, 나를 보자 싱긋 웃었다.
‘저 녀석은 오히려 조숙하고…….’
나는 고개를 저었다. 결국, 애 같은 어른들이 문제였다.
* * *
성진 그룹 차남의 아들 마적은 요즘 행복했다.
‘몸이 가뿐해!’
몸에 멍은 없지, 밥 잘 먹지. 잠 달게 자지.
‘날개 달린 거 같아!’
축구 할 때마다 칭찬받았다. 그리고 왠지 모르지만, 팀워크도 좋아졌다.
‘내가 요즘 불만이 없어서 그런가.’
예전에는 마음대로 안 되면 화부터 났었다. 하지만 밥을 잘 먹게 된 후로는 그런 게 사라졌다.
‘도시락의 힘일지도?’
별채에서는 항상 자신을 위해서 뭔가를 싸줬다. 특히 그 무서운 사람은, 근육에 좋은 것이라고 바리바리 챙겨줬다.
‘처음에는 먹어도 될까 싶었는데…….’
지금은 없어서 못 먹었다.
‘뭐, 그게 아니더라도 공자가 말했지.’
인형 같은 아이가 팔짱을 끼고 당부했다.
-적아, 너 성질 좀 죽여라.
그게 무슨 말이냐고 하니까, 한숨을 내쉬며 어깨를 토닥였다.
-화난다고 주위 사람 괴롭히면 안 돼.
-왜 안 되는데?
돌아온 대답이 단호했다.
-음, 네 어머니께서 그러니까? 닮고 싶지는 않지?
순간 반성이 저절로 됐다.
-네 어머니 같은 게 싫으면, 그렇게 행동하지 말아야 해.
마적은 그때부터 자신의 행동을 돌아봤다. 생각해 보면, 엄마를 따라 했었다.
‘그게 싫으면서 왜 그랬지.’
마적은 고개를 푹 숙였다. 지난날을 돌이키면, 부끄러웠다.
‘왜 아무도 이런 말을 나에게 안 해준 걸까.’
진작 알았더라면 안 했을 텐데.
‘후회해 봤자, 시간을 돌릴 수 없다고 했지.’
공자 그 녀석은,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라며 어깨를 토닥였다.
‘그래. 한다, 해.’
마적은 한숨을 내쉬며 수학 문제를 풀었다. 재미가 없어서인지 다른 생각을 잔뜩 했지만, 그래도 예전보다 진도는 빨랐다.
“공자가 축구 잘하려면 수학 잘하는 게 좋다고 했어.”
하긴 포메이션과 공격의 경우의 수를 세려면 수학 능력이 필요한 거 같기도 했다.
‘여태 본능대로 했었는데 말이야.’
축구를 잘하게 된 게, 부쩍 좋아진 몸뿐만이 아닌가 봐.
그렇게 문제를 풀 때였다. 갑자기 목소리가 들렸다.
“네가 여기 웬일이냐?”
아, 깜짝이야.
마적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들었다. 지팡이를 짚은 할머니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여기 온 건 아무도 없어서요. 죄송해요! 수학 문제 푸느라 인사가 늦었어요.”
“집중했나 보구나.”
할머니는 예리한 눈으로 자신의 수학 문제집을 봤다.
“적이 네가 집중도 하는구나.”
저거 바보 취급하는 거겠지.
예전 같으면 화가 났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마적은 웃으면서 말했다.
“공자가 시켰어요. 수학 잘해야 한대요.”
“그 잡종이?”
“덕분에 축구 전술 이해가 잘 돼요. 공자 대단해요!”
할머니는 아무 말 없었다. 마적은 필사적으로 말을 이었다.
“연기 되게 잘해요! 막 혼자 연극도 했어요! 게다가 이번에는 영화 들어간대요.”
“수정이 아들이면 당연하지.”
“저 그 연극 너튜브로 봤는데요, 솔직히 놀랐어요. 공자는 연기 천재인 거 같아요.”
마적은 솔직히 아찔했다.
많은 사람이 자신만 보는데 홀로 나와서 연기를 하다니. 축구는 그나마 여럿이서 하기에 괜찮지만, 혼자서 하라면 죽어도 못 했다.
“연기는 잘하더구나. 연극은 훌륭했어.”
어라.
마적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할머니, 보셨어요?”
순간, 할머니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마적은 입을 다물었다.
‘할머니, 공자 좋아하나?’
애초에 남에게 별로 관심이 없으신 분이었다. 그런데 그 연극을 일부러 찾아봤다고?
‘영상도 금방 내렸는데…….’
어떻게?
마적은 눈을 깜박였다. 할머니는 안경을 치켜올렸다.
“그런데 너는 왜 여기서 공부를 하는 거냐.”
마적은 어색하게 웃었다. 사실 공부방은 따로 있었다. 이곳은 할머니의 서재였다. 물론 일이 바쁘셔서 여기에 자주 오시진 않았다.
‘그래서 왔는데, 오늘 오셨네.’
마적은 자신의 운 없음을 한탄했다.
‘거짓말하면 들키겠지.’
공자가 그랬다.
‘죄가 없으면, 솔직함도 무기야.’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이럴 때 쓰라고 한 거구나. 마적은 침착하게 설명했다.
“공부방에는 엄마가 자주 와요.”
“그래서?”
“집중도 안 되고, 요즘 화가 많아서 때려요. 음, 엄마는 안 보는 게 제일 나아요.”
할머니의 미간이 사정없이 찌푸려졌다.
“아직도? 내가 하지 말라고 했는데도?”
“네. 그래도 감사합니다. 덕분에 심각하게 맞진 않아요. 엄마가 발은 안 써요.”
“뭐?”
“자주 걷어차거든요. 엄마 다리 힘이 강해요. 제가 그걸 닮아서 축구를 잘하나 봐요.”
할머니의 미간이 무지막지하게 일그러졌다. 마적은 머리를 긁적였다. 진짜 솔직하게 말한 거였다.
‘얼굴 안 보니까, 솔직히 좋은데…….’
언제부터인가, 엄마 인기척이 들리면 이리저리 도망갔다.
할머니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알았다. 얌전히 공부만 할 거면, 여기 자주 와도 된다.”
“감사합니다! 여기 엄마가 잘 안 와서 좋아요!”
“혹시 뭔가가 필요하면, 나에게 말해라.”
어라.
마적은 눈을 깜박였다. 할머니는 신이 형 외에는 아무것도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마적의 생을 탈탈 털어봐도, 이렇게 상냥한 할머니는 처음이었다.
‘가, 감사 인사 해야 해. 공자가 고마운 일 있으면 무조건 인사하랬어.’
마적은 벌떡 일어나서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할머니! 덕분에 살 거 같아요!”
“뭐?”
“별채에서 밥 먹지, 엄마 안 오는 곳에 있지! 솔직히 너무 좋아요. 행복합니다!”
뭔가 망했다는 게 느껴졌지만, 마적은 용기를 내어 말했다.
“신경 써주시기 귀찮으실 텐데, 그래도 방치 안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솔직히 맞는 건 아팠어요!”
마적은 고개를 들었다. 할머니의 눈동자가 떨렸다.
“저에게는 아무도 관심 없는 줄 알았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할머니를 찾아갈 걸 그랬어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