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130)
130
나는 거울 속의 나를 이리저리 보았다.
‘뒤통수 예쁘다.’
동글동글 한 게, 일그러진 구석이 없었다. 엄청난 골격이네. 나는 그제야 내가 사진이 잘 나오는 이유를 알았다.
‘조형 자체가 좋았구나.’
잘생김은 그냥 나오는 게 아니었다.
‘나는 내가 그냥 잘생긴 줄 알았는데…….’
얼굴 천재는 달랐다. 나는 살짝 웃었다. 머리카락이 있을 때는 마냥 귀여웠는데, 지금은 약간 분위기가 달랐다.
‘숭고해’
그렇게 얼굴을 감상하고 있을 때였다. 안산댁이 슬그머니 등 뒤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갑자기 합장한 채 고개를 숙였다.
“버리면 얻는 것들이 있다더니, 나무아미타불.”
저, 안산댁. 무슨 말이십니까. 영문을 알 수 없습니다.
“네 얼굴만 봐도 마음이 깨끗해지는구나, 공자야. 아난다 님이 왜 외모 때문에 해탈이 힘드셨는지 알 거 같구나.”
그, 그분이 누구신데요.
“공자가 스님이면, 그 절에 시주가 넘치겠어. 아미타불.”
안산댁은 그렇게 합장하며 지나치셨다. 너무 자연스러워 뭐라 할 말도 없었다.
‘동자승처럼 보이나?’
나는 거울을 보며 결심했다.
‘음, 당분간 한복 같은 옷은 입지 말자.’
회색 옷도 멀리하고 말이야.
나는 거울을 보며 다시 웃었다. 머리카락이 없으니 묘하게 성스러워 보이긴 했다.
그때였다. 갑자기 덕수 씨가 스르륵 다가왔다.
“실례합니다.”
뭘 하려고 저러지?
살짝 올려다보자, 덕수 씨는 내 뒤통수에 손바닥을 가져다 댔다.
“선생님?”
“아, 죄송합니다. 아까부터 참으려고 했는데, 충동을 억제 못 하겠습니다.”
아니, 그러니까 뭐가?
덕수 씨는 그렇게 말하고 계속 내 뒤통수를 쓰다듬었다.
“동글동글한 게 매우 귀엽습니다.”
그, 그거야 그렇다만.
황당함에 눈만 깜박이고 있을 때였다. 엄마가 천천히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 또 슬퍼하시겠네.’
의연하게 달래드려야지. 엄마 슬프게 만들지 말자, 마공자! 너는 효도해!
엄마는 심호흡했다. 그러더니 억지로 웃으셨다.
“우리 공자, 어디 보자. 어머? ”
엄마는 바로 달려와서 나를 요리조리 살펴봤다.
“이건 얼굴의 승리네요.”
“맞습니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이상하지 않아여?”
“아니야, 공자야. 세상에 내 천사가, 보살이 됐네.”
“안 그래도 아까 아주머니께서 합장하고 가셨습니다.”
“그럴 만해요. 사실 종교계가 외모 엄청나게 따지거든요.”
어, 어머니. 방금 엄청난 걸 디스한 거 같은데요.
덕수 씨의 손이 슬그머니 내려갔다. 그런데 바로 뒤를 이어서 엄마의 손이 올라왔다.
엄마는 내 머리를 만지작거렸다.
“마마?”
“뭔가 알밤 같기도 하고. 동그랗고 반들반들해서인가, 충동을 억제하기가 힘드네요”
영문을 알 수 없었다.
‘뭔가, 만지고 싶은 동글동글함인 건 알겠지만…….’
덕수 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동의합니다.”
“이거 큰일이네요. 이 뒤통수를 보면, 누구나 손대고 싶을 거예요.”
“위험하군요.”
저, 저기요?
“선생님, 공자 정수리요. 꼭 가리고 다녀야 할 거 같아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당장에 저부터가 충동을 자제하기 힘들었습니다. 조처하겠습니다.”
“맞아요. 뭔가 살아 숨을 쉰다면 정수리 한 번쯤은 만져야 할 거 같아요. 뭐 이렇지?”
대화가 굉장히 이상했다. 나는 누가 들을까 봐 주위를 둘러봤다. 이거 녹음해서 신고하면 마약인 줄 알고 경찰 출동하지 않을까.
나는 내 맨머리를 만지는 엄마를 바라보았다. 솔직히 다행이었다.
‘엄마가 안 울어서 말이야.’
나는 엄마 다리를 껴안았다.
“마마! 공자는 강하게 살게여!”
“응?”
“그러니 울지 마세요.”
엄마의 눈동자가 떨렸다. 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공자는 할 수 있어여! 공자를 믿으세여!”
그래. 당분간 머리카락 없는 게 대수냐. 내가 얼굴 천재인 게 중요하지?
‘영화 촬영만 끝나면, 다시 기를 거니까.’
엄마는 나를 보다가 갑자기 주저앉았다. 그러더니 다시 어깨를 떠셨다.
“마마?”
“큽. 흡. 크읍.”
어라.
‘또 우시네.’
도대체 자식이란 뭐길래, 엄마를 이렇게 울리는 걸까.
엄마는 또 한참을 일어나지 않으셨다. 나는 조용히 천장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높았지만, 이제는 눈물이 나지는 않았다.
* * *
“이야.”
“와.”
“장난 아닌데?”
세 사람의 감탄사가 주옥같았다.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러자 원종사 감독부터 말했다.
“아, 이건 예상 못 했는데.”
“뭐가여?”
“아니, 나는 소녀 역의 공자가 예쁜 것만 생각했어. 하지만, 이거 대본 좀 고쳐야겠는데? 어떠니, 수윤아?”
“음, 소년 역의 감정선이 달라질 거 같아요.”
엥? 그 정도야?
‘별거 아닌데…….’
그냥 머리 밀고 환자복을 입은 거뿐이었다.
‘아, 환자복이 노란색이긴 하지.’
나는 헐렁거리는 소매를 바라보았다. 실제 환자복이 아니고 의상이라서일까. 색감이 좀 예뻤다.
한우진은 나를 보며 말했다.
“병든 병아리 같네. 그런데…….”
한우진의 손이 이마 위로 다가왔다. 손 그늘이 정수리를 덮치는 걸 보며, 나는 그냥 체념했다.
‘한우진도 이러네.’
큰 손이 내 머리를 매만졌다. 그리고는 덤덤하게 고백했다.
“아까부터 만지고 싶었어.”
그러십니까.
“아, 우진 씨도요?”
또 다른 손이 내 머리로 왔다. 이번에는 원종사 감독이었다.
“네. 동글동글한 게, 만지지 않으면 안 될 거 같아서요.”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한수윤과 눈이 마주쳤다.
“형도 만지고 싶어?”
“음……. 그렇긴 한데, 공자야.”
“응. 왜?”
한수윤은 진지하게 말했다.
“그, 대본에…… 소녀의 모습에 소년이 한눈에 반한다고 되어 있잖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덕분에 손 두 개가 흔들렸다.
“이거 메소드 연기를 해야 하나 싶었거든. 공자 네가 아무리 귀여워도, 이건 반하는 거니까.”
하긴 어려운 연기이긴 했다.
그런데 한수윤은 방긋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가능할 거 같아.”
나는 순간, 중심을 잃고 비틀거렸다. 덕분에 정수리에 놓인 두 손이 요란하게 움직였다.
“형, 그게 무슨 말이야.”
“너 정말 보통 귀여운 게 아니구나.”
그야 당연하지. 보통으로 귀여웠으면, 이 자리까지 왔을 리가.
“얼굴이 열 일을 하네. 이 정도면 반하고도 남죠.”
원종사 감독이 등 뒤에서 말했다.
“와, 수윤이 예리하네. 나도 그래서 대본 고칠까 싶더라. 소녀가 귀엽다는 설정인데, 공자는 청순하잖아.”
한우진은 내 정수리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신기하네. 날 닮아서 그런가. 머리카락이 없으니까, 청초해.”
한우진, 거저 아직도 우기는 건가. 아니 그보다 대머리가 청순하다니, 말이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렇죠? 라이락, 이 자식이 공자 외모 살려야 한다고 했는데. 이게 이런 말일 줄이야.”
원종사 감독은 윙크하며 말했다.
“좋았어. 바꾼다. 조명 좀 더 때려야지. 색감을 예술로 만든다. 이 감독! 좀 와봐! 카메라 좀 의논하자!”
원종사 감독은 카메라를 향해 달려갔다. 뒷모습이 신나 보여서, 나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어째 작품 들어갈 때마다 이런 일이 생기는 거 같다?’
뭐, 나쁜 일은 아니니까.
‘외모란 건, 설득력이 있으니까.’
좋은 게 좋은 거겠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자.
나는 한수윤을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얘는 벌써 역할 분석 완벽하게 끝냈구나.’
정말 드물게 성실한 애였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며 한수윤의 엄마를 찾았다. 다행히 보이지 않았다.
슬쩍 다가가서 속삭였다.
“형, 오늘 밥 잘 먹었어?”
한수윤은 웃으면서 말했다.
“와서 단백질 바랑 네 매니저님이 준 도시락 먹었어.”
결국 집에서는 피죽도 못 얻어먹었다는 말이었다.
“또 밥 안 줘?”
“곤약 젤리 주던데.”
심하다. 진짜.
“그거 버려.”
“그래도 비타민이랑 콜라겐 같은 건 챙겨줘. 피부 좋게 나와야 하니까.”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형, 고생이 많아.”
“그러게. 내가 고생이 많지.”
진짜 착잡했다.
‘저게 어린애가 할 말인가.’
애가 얼마나 괴로웠으면, 저렇게 포기하냐고.
나는 한수윤의 손을 꼭 잡았다.
“힘내, 형. 그런데 형아, 하나만 물어볼게.”
“음, 뭔데?”
“만약 형 부모님께 천벌이 내린다고 하면 말이야, 어떤 걸 겪었으면 좋겠어?”
한수윤이 눈을 깜박였다. 나는 순간 아차 싶었다.
‘벌주고 싶다는 생각을 아예 안 하나?’
아직 남은 정이 많을지도 몰랐다.
한수윤이 웃으면서 말했다.
“아, 깜짝이야. 그런 걸 물을 줄 몰랐어.”
“미안, 형. 안 들은 셈 쳐.”
“아니야. 이렇게 내가 대답하고 싶은 질문을 한 사람이 여태 없었거든.”
저, 저런. 한수윤, 많이 힘들었구나.
“공자야. 세상에는 가지면 매우 힘든 고통이 많아.”
그, 그렇긴 하지.
“치통, 통풍, 요로결석.”
와. 생각만 해도 얼굴이 일그러졌다. 진짜 아파 보이는 통증이었다.
‘아니, 그런데 저 세 개가 고통스러운 걸 어떻게 알지.’
치통이야 그렇다 쳐도, 한수윤 아직 어려서 통풍이랑 요로결석은 모를 텐데.
한수윤은 생긋 웃으면서 말했다.
“들은 게 많아.”
그, 그렇구나.
“저 세 개가 진짜 힘들다고 했어. 공자야, 나는 아버지가 노름할 때마다 통풍 통증이 왔으면 좋겠어.”
누, 눈물겹다.
“엄마가 나를 굶길 때마다 치통을 느꼈으면 좋겠고 말이야.”
한이 서린 말이었다. 나는 조용히 한수윤을 안아줬다.
“형이 고생이 많아.”
“그러게. 내가 고생이 많지.”
생각해 보면 더 큰 고통도 많겠지.
‘그런데도 저 정도로 멈춘 건, 그만큼 한수윤이 여리다는 뜻이겠지.’
그런 여린 마음은 중년쯤 돼서 가져도 괜찮을 텐데.
‘참고는 됐다.’
솔직히 한수윤의 아동학대를 어떻게 멈출 수 있을지 영, 감이 안 잡혔다.
‘이런 거로 신고하면 그냥 가정 내의 일로 치부하니까 말이야.’
외국처럼 바로 부모와 아이를 분리하면 얼마나 좋을까.
‘예산이 부족한 거야, 신경을 안 쓰는 거야.’
나는 한수윤의 등을 토닥이며 물었다.
“형, 기적을 믿어?”
“응?”
“나는 믿거든. 기적이 있으니까, 나는 내가 엄마랑 만났다고 생각해.”
“아, 마수정 배우님?”
“응. 우리 엄마. 삶이 아무리 팍팍해도, 좋은 일이 생길 수도 있어. 그러니까 기적이 닥쳐도 놀라지 마.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는 거지 뭐.”
나는 조용히 아이의 몸을 놔줬다. 내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는지, 한수윤은 눈만 깜박였다.
나는 간곡히 당부했다.
“형, 기억해. 좋은 게 좋은 거야.”
“어? 어. 응.”
“가끔은 아~무 이유 없이 좋은 일이 생길 수도 있는 거야.”
코인 쓸 테지만 말이야.
한수윤은 영, 감을 못 잡는 모양이었다. 나는 다시 한번 놈을 끌어안았다 놔줬다.
“공자 말 꼭 기억하는 거다?”
“그, 그래.”
“형. 혹시 좋은 일 생겨서 세상 모든 것에 감사하고 싶으면, 착한 일 한번 해. 쓰레기 줍기, 이런 거라도 좋아.”
뒤에서 스탭이 불렀다. 나는 한번 웃어주고 돌아섰다.
‘뭐, 내가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지.’
당연했다.
‘하지만 내 눈에 띄었잖아.’
그게 문제야, 형.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