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131)
131
나는 이런 거 그냥 넘길 수 없다고.
‘뭐, 코인이 없다면 나도 한계가 있었겠지만 말이야.’
나에게는 경 단위의 소원이 있다고.
‘물론 대가 때문에 쓰기가 애매하긴 하지.’
코인은 과속 방지턱이 잔뜩 설치되어 있었다. 그래서일까. 도무지 남용할 수 없었다.
‘그래도 난 뭐든 사용하는 사람이야.’
아니, 애가 굶는데 그걸 어떻게 두고 봅니까. 어떤 성인군자가 와도 이건 내버려 둘 수 없을걸.
‘일단 치통부터 시작하자.’
나는 눈을 딱 감고 중얼거렸다.
‘코인 사용! 한수윤 굶게 하면, 한수윤 부모가 치통을 느끼게 해줘. 그에 대가에 따른 코인 양도!’
[대가를 알기 위해 코인 10개가 소모됩니다.> [천재 아역 배우: 한수윤을 굶게 했을 때, 한수윤 부모가 치통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는 777코인이 필요합니다.> [대가로 5분 뒤, 한 달 동안 지금보다 더한 마성의 정수리를 가지게 됩니다>저, 저기 코인아?
‘이상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야!’
이, 일단 코인 양은 왜 이렇게 적은데?
‘저기요. 이거 사람에게 저주 거는 건데요.’
내 리듬감 하나 올리려면 있는 거 다 털어가면서, 왜 이런 건 저렴한데?
‘솔직히 말해 봐.’
러브 앤 피스 아니지? 리벤지 앤 킬링이 원래 이름 맞지? 이름 잘못된 거 맞지?
‘웃기네.’
나는 없는 머리를 쓸어올리다가, 휑한 손에 입술을 꽉 깨물었다. 벌써 이 손안에 가득 들어오던 머리카락이 그리웠다.
‘큽, 익숙해져야 해.’
울지 말자, 마공자.
‘그나저나, 대가가 마성의 정수리라고?’
무슨 정수리인데, 그건!
나는 내 머리에서 손을 못 뗐던 사람들을 떠올렸다. 마성까지는 아니지만, 누구나 머리에 손대고 싶어하긴 했다.
‘그런데 마성까지 걸리면 어떤데?’
그거 중독보다 강한 건가? 레몬그라스 향기 때문에 내 정수리에 항상 코를 박으시는 할머니 한 분이 계시긴 한데 말이야.
‘어느 정도지?’
영,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래도 뭐, 만지기밖에 더하겠어.’
나는 자막을 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실행!’
자막이 상큼하게 떠올랐다.
[실행되었습니다.>이제 한수윤은 굶지 않겠지.
‘뭐, 한수윤 부모가 애를 굶긴다면 치통이 온다는 걸 빨리 알아차리면 좋을 텐데.’
뭐, 그래도 개선이 안 되면 다른 것도 써야지.
‘사랑과 평화에 저주가 있을 수도 있지 뭐. 하긴, 뭐로 가도 서울로만 가자.’
나는 어깨를 폈다. 곧 촬영이었다. 주위의 스탭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조연출이 외쳤다.
“공자, 모자 써주세요!”
의상 담당자가 서둘러 달려왔다. 사실 미리 쓰고 있어야 했다.
“미안해, 공자야. 늦었지?”
“아니여! 지금 쓰면 돼여!”
“어휴, 공자는 왜 귀여운데 착하기까지 하니.”
의상 담당은 서둘러 모자를 씌워줬다. 병아리가 붙어 있는 노란 뜨개 모자였다.
‘노란 환자복에, 같은 색 모자라…….’
음, 머리가 없어도 좀 귀여우려나. 머리를 한번 흔드니 모자 꼬리가 달랑거렸다. 그때, 갑자기 낯선 손길이 느껴졌다.
‘어라?’
돌아보니 의상 담당자가 모자 쓴 내 뒤통수를 쓰다듬고 있었다.
이상해서 빤히 바라보자 담당자는 화들짝 손을 뗐다.
“어, 미안. 갑자기 충동을 억누를 수 없더라. 노란 게 달랑거리는데, 막 만져달라고 유혹하는 거 같아.”
아니, 만질 수도 있는데. 좀 이상한데?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담당자는 다시 뒤통수에 손을 댔다.
“아, 미안. 아니 막 고개를 갸웃거리니까 내가 뜬 모자가 흔들리는데, 이건 시골 강아지 엉덩이 같아서 만지지 않고는 살 수가 없어!”
저, 저기요. 왜 이러세요.
“아, 아프신 거 아니죠?”
“아니! 나는 괜찮아! 건강해! 아니, 그런데 내가 이거 만들었지만, 너무 귀엽잖아! 공자야, 너는 뭘 먹고 이렇게 귀엽니?”
펴, 평범하게 밥 먹는데요.
“어우. 미친 듯이 귀엽다.”
그때, 등 뒤에서 원종사 감독이 끼어들었다.
“응, 우리 공자 장난 아니지. 내가 괜히 삼고초려 했겠어?”
세 번은 안 오지 않았나?
“감독님, 어때요. 제 의상이요.”
“그때도 말했지만, 좋아. 좋은데 말이야, 우리 이제 슛 들어가야 해.”
의상 담당자는 바로 사과했다.
“아, 죄송합니다!”
“나, 무서운 감독이다? 이러면 안 돼.”
담당자는 바로 사라졌다. 그때였다. 원종사 감독의 손이 정수리에 닿았다.
‘어라?’
원종사 감독은 나를 보며 씩 웃었다.
“어유. 두근두근하다. 슛 들어가는 게 기대되는 거 오랜만이네.”
“저도 기대돼여!”
“그치. 그, 연기 지시 들었니?”
“네. 아까 해주셨어여!”
“너무 긴장하지 말고, 자~ 가자.”
이런저런 말을 하면서도, 원종사는 손을 떼지 않았다.
‘마성이란 게 이런 건가.’
다행히 원종사 감독은 조연출이 부르자 떠났다. 나는 내 정수리를 살짝 쓸었다.
‘뭔가 한 달간 엄청난 걸 달고 다닐 것 같은 느낌인데…….’
벼, 별일 없겠지? 없어야 하는데? 있으면 안 되는데?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그때, 원종사 감독이 외쳤다.
“슛 들어간다!”
사람들이 움직였다. 나는 동선에 따라 섰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이 순간이 너무 좋아.’
간단한 장면이었다.
‘한수윤이 다가오면, 내가 고개를 돌리지.’
소녀와 소년이 만나는 씬이었다.
스탭이 외쳤다.
“레디, 액션!”
나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뜨개 모자가 정수리에서 달랑거리는 게 느껴졌다.
나는 눈을 살짝 찌푸렸다. 소녀가 소년을 봤을 때 느낀 감정은 ‘뭐야?’였다.
나는 카메라를 보며 말했다.
“뭘 봐?”
나는 고개를 옆으로 살짝 기울였다. 카메라가 소년의 시선이었다.
“암 환자 처음 봐?”
물론 작품 내에서 소년이 소녀를 쳐다본 건 다른 이유였다.
‘한눈에 반해서지.’
하지만 소녀가 그걸 몰라서 생긴, 작은 어긋남이었다.
이쯤 되면 컷 소리가 들려야 했다. 하지만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나는 카메라를 향해서 입술을 삐죽거리며 고개를 돌렸다.
‘소녀라면, 이렇게 행동하겠지.’
그때, 기다렸던 소리가 들렸다.
“오케이! 컷! 이야!”
신나셨군.
원종사 감독은 뻣뻣한 웨이브를 하면서 말했다.
“와! 대박, 대~ 박!”
아니, 뭐가 어땠길래.
‘그보다 그 웨이브 좀 어떻게 안 되나요. 여기 애도 있는데…….’
나는 한수윤을 힐끔 보며 고개를 저었다.
‘누가 얘 눈 좀 가려줬으면…….’
저런 거 보고 자라는 거 별로인데.
그때 덕수 씨가 혜성처럼 나타나서 손바닥으로 눈을 덮었다.
“저런 거 보면 못 씁니다.”
“선생님, 공자는 괜찮아여. 적응이 돼서여.”
미래의 원종사 감독도 촬영 잘 되면 계속 저랬지, 아마.
‘뭐, 그때는 저렇게 뻣뻣하지는 않았지.’
계속 하면서 부드러워진 줄 처음 알았네.
나는 덕수 씨 손을 내리면서 말했다.
“그리고 가려야 할 사람은 더 있어여.”
한수윤을 바라보자, 덕수 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한수윤에게 걸어가며 말했다.
“보지 마. 별로 좋은 거 아니야.”
천재 아역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방긋 웃었다.
“응? 뭐가?”
저런. 뭐가 추한지도 모를 정도로 이미 적응되었나 보다.
“감독님. 지금 보지 마.”
“아, 몸 꿈틀거리시는 거? 허리에 좋을 거 같다.”
이게 애가 할 말이냐.
나는 한수윤의 눈을 손으로 가렸다. 애 키가 나보다 더 커서인지, 발을 들어야 했다.
“형, 이왕이면 좋은 것만 봐.”
저건 너무하잖아. 시각 정서에 별로 좋지 않아.
열심히 눈을 가려주자, 한수윤은 피식 웃었다.
“와, 이런 보살핌 처음이야.”
“형아는 어리니까 이런 거 당연히 받아야지.”
“맞는 말인데, 공자야. 일단 내가 형이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공자가 나보다 어리지?”
“응.”
뻣뻣한 웨이브가 멈췄다. 나는 손을 내렸다. 한수윤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 공자 네가 안 봐야 하지 않을까?”
“공자는 괜찮아. 익숙해서.”
“뭐? 누가 자주 저래?”
아차.
‘전생에 많이 봐서 익숙하다 그러면 안 믿겠지.’
나는 방긋 웃으면서 제일 적당한 사람을 들이밀었다.
“응, 우리 사장님.”
한수윤은 눈동자가 떨렸다.
“이, 이상하신 분 아니지?”
“이상하다고 하니까, 금방 관두셨어.”
죄송합니다, 사장님. 나중에 사과할게요.
“다, 다행인가? 아. 탑 라인이었지. 거기 좋은 곳이잖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사장님 훌, 훌륭…….”
차마 그 다음 단어를 말할 수 없었다. 나는 고개를 숙이면서 속삭였다.
“그냥, 괜찮으셔.”
“그렇구나. 아, 부른다. 모니터링 하러 가자.”
한수윤은 내 정수리에 손을 얹고 꾹꾹 밀었다. 나는 힘에 몸을 맡긴 채 그냥 걸어갔다.
‘뭐, 뭔가 이상한데?’
보통 손을 잡지 않나?
한수윤은 자연스럽게 말했다.
“잘 찍혔어요?”
“화면 죽여. 수윤아 봐봐. 네가 반할 애다.”
맞는 말인데 좀 이상하긴 했다. 화면이 다시 재생됐다. 노란 뜨개 모자를 쓴 귀여운 애가, 눈살을 찌푸렸다.
나는 진지하게 내 모습을 분석했다.
‘내가 했지만, 완벽한 소녀 역이다.’
소녀의 고집스러운 성격이 잘 묻어나왔다.
‘괜찮긴 하지만, 더 잘하고 싶은데…….’
나는 한수윤에게 물었다.
“형, 어때?”
“좋아. 연기가 쉬워. 있잖아, 공자야.”
한수윤은 내 정수리를 문지르며 속삭였다.
“나, 연기가 술술 나온 적 처음이야.”
엥? 나는 눈을 깜박였다. 지금 뭐라 하셨습니까? 너 천재 소리 듣지 않았어?
“항상 코칭대로 했어.”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나는 슬쩍 물어봤다.
“형, 역할도 그냥 부모님이 주신 대로 맡은 거야?”
“응.”
그냥 연기하는 기계였네.
‘기계치고는 엄청난 고성능이었지만.’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래서 얘가 성인 되고 다 관뒀구나.’
이쯤 되면 연기 자체가 괴로웠겠네.
한수윤은 여전히 내 정수리에서 손을 빼지 않았다.
“이상해. 되게 든든해.”
“연기 잘하는 배우들과 했을 때도, 비슷했지?”
“응, 하지만 그건 어른이잖아. 아역이랑 합이 편한 적은 처음이야.”
한수윤은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나는 나만 잘하는 줄 알았어.”
와, 오만한 녀석.
‘그런데 이건 잘난 척이라기보다는…….’
녀석이 좀, 아니 많이 딱했다.
‘천재의 외로움에 가깝네.’
혼자 너무 뛰어나서 생기는 일이었다.
‘생각해 보니까, 나도 아역이랑 합 맞춘 건 처음이지.’
나야 뭐, 어른이건 애건 별 상관없지만 말이다.
‘그래도 위로와 격려를 하는 게, 어른인 내가 할 일이겠지.’
나는 방긋 웃으면서 말했다.
“나도 형이랑 해서 좋아. 그런데 형이 천재 아역 배우여서가 아니야. 그냥 배우 한수윤은 연기가 좋아.”
뭐, 계속 아역일 수는 없잖아. 언젠간 자라서 아역이 아니라 아역 출신이 된다고.
툭-
정수리에 놓인 손이 떨어졌다. 나는 물끄러미 한수윤을 바라보았다.
‘어라?’
애 얼굴이 굉장히 빨갰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