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132)
132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형, 어디 아파?”
“아, 아니…….”
한수윤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좋아서.”
뭐, 뭐가?
“잘 모르겠어. 서, 설명이 힘들어.”
아니, 네 마음을 네가 모르면 어떡해.
“음, 좋은 거지?”
“응. 좋아. 아니, 그러니까…….”
한수윤은 내 손을 꼭 잡았다.
“난 혼자가 아니구나.”
뭐지.
‘애가 외로웠나 보네.’
뭔가 높은 곳에서 고고하게 혼자 버티는 느낌이었나.
‘누가 보면 잘난 척한다고 느낄 수 있지만…….’
전생에서 얜 그렇게 버틴 놈이었다.
‘딱하다.’
솔직히 이거 학대잖아.
나는 한숨을 내쉬며 잡은 손을 흔들었다.
“형아. 솔직히 공자가 뭘 도와줄 수 있는지 모르겠어.”
한수윤의 환경을 달라지게 하는 게 베스트겠지만, 그건 힘들겠지.
‘그건 법의 영역이니까 말이야.’
솔직히 매우 딱했다. 한수윤은 그런 나를 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손잡아 주면 돼. 공자는 이미 나에게 많이 해줬어.”
내가 뭘 해줬다고. 아니, 그보다 말이다.
‘드라마 같은 대사를 하네.’
제일 많이 본 게 대본이어서 그런가.
한수윤은 조금 웃으며 말했다.
“안아주면 더 좋고.”
순간, 할 말이 없어졌다.
“형아.”
“응?”
“대본 말고, 다른 거 읽자.”
진심으로 소름 돋았어.
“으, 응?”
“애 앞에서는 찬물도 못 마신다더니…….”
앞으로 조심해야겠다. 뭘 조심해야 하는지 모르지만.
“어?”
“있지. 세상은 렌즈 밖에도 있으니까.”
나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정말이지 갈 길이 멀었다.
* * *
‘내가 마성의 정수리를 너무 쉽게 본 거 아닐까.’
코인을 쓴 뒤, 내 정수리에는 홀로 있는 법이 없었다.
“아이고, 공자야. 동글동글하니 귀엽기도 하지.”
서 사장은 내 뒤통수를 구슬처럼 만지면서 환하게 웃었다.
“우리 공자는 아예 뼈가 예쁘구나. 이리 봐도 귀엽고, 조리 봐도 귀엽고.”
나는 방긋 웃으며 말을 돌렸다.
“삼촌.”
“응?”
“오랜만이에여! 보고 싶었어여!”
안 본 지 몇 달은 됐었지.
내 말에 서 사장은 헛기침을 한번 했다.
“음, 좀 바빴어. 공자 일도 있고, 수정이 일도 있고, 광현이 일도 있고, 주리 일도 있고…….”
바빠 보이시는군.
“하지만 공자야. 기억하렴. 나는 격무를 사랑하는 남자야.”
음, 별로 알고 싶지 않은 정보였다.
“적당한 과로는 춤추면서 하지.”
저거 그냥 말이 저렇다는 거겠지?
“실제로 춤추다가 혼났어.”
어라.
“마마한테여?”
“어? 어떻게 알았냐! 수정이가 극혐이란 눈으로 쳐다봤는데!”
진짜 별로였나 보다.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한수윤한테 둘러댔던 게, 진짜였네.’
사장은 여전히 내 머리에 손을 얹고 있었다. 나는 데워지는 정수리를 느끼며 살짝 물었다.
“삼촌, 무슨 춤을 추셨어요?”
“싸, 쌈바?”
그만둔 게 다행이네.
“허리에 좋아.”
“녜.”
“내가 흥이 많아서…….”
“사람 없는 곳에서 하면 괜찮아여.”
“큽. 관객이 있어야, 신나지. 그런 건.”
음, 보는 사람 입장도 생각해 줘야지.
‘원종사 감독이 생각나네.’
스탭과 출연자들이 고통스럽다고 외쳐도, 꿋꿋이 추셨지.
“그럼, 집에서 추시면 되잖아요.”
“우리 집 마님께 걸리면…….”
서 사장은 손날로 목을 그었다.
아하.
“시각적으로 문제가 많은 동시에, 아이 교육에 좋지 않대.”
그렇구나.
“세상에는 가끔 하지 말아야 할 게 있는 법이져.”
“큽! 나도 알아!”
“그래도 공자는 그럭저럭 괜찮아여.”
뭐, 원종사 감독의 씰룩거림 때문에 어느 정도 적응은 되어 있었다.
‘둘러댄 거에 대한 제 나름의 속죄입니다.’
나는 방긋 웃으면서 말했다.
“공자랑 단둘이 있을 때는 추셔도 돼여!”
정 그렇게 관객이 필요하다면 말이야.
서 사장은 눈동자가 떨렸다.
저렇게 기쁜가.
“박수도 쳐드릴게요.”
서비스입니다.
나는 솔직히 서 사장이 활짝 웃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는 미동도 없었다.
보다 못한 내가 소매를 잡아당겼다.
“삼촌?”
“어, 잠시……. 조금만 기다려, 공자야.”
서 사장은 양 볼을 손바닥으로 때렸다. 짝- 아파 보이는 소리가 벽에 부딪혔다.
“어우. 이거 꿈은 아니겠지?”
어라. 무슨 반응이 저렇지.
‘이게 뭐라고.’
여태 그 삼바 춤을 봐주는 사람이 없었나?
고개를 갸웃거리니까 서 사장은 빨개진 얼굴로 말했다.
“고, 공자야. 삼촌은 기쁘다.”
“녜.”
“지, 진짜 수정이가 천사를 만났어. 공자야. 기쁜데 말이야.”
서 사장은 다리를 굽혀서 나와 눈을 맞췄다.
“삼촌이 진지하게 말할게. 사람이 너무 착하면 안 돼.”
무슨 말이지?
“그, 있잖아. 남들이 피한다면, 피하는 이유가 있는 법이거든? 네가 굳이 할 이유는 없어요.”
아니, 춤이 어떻길래?
“삼촌이 걱정되어서 하는 말이야. 우리 공자가 착해서 다치면 안 되잖아?”
이쯤 되면 오히려 호기심이 생겼다. 얼마나 이상하길래 저래.
‘아니 그보다, 진짜 좋은 사람이네.’
그냥 눈 딱 감고 본능대로 신나게 춤추면 될 텐데, 날 걱정하다니.
‘별거 아닌 거처럼 보여도, 이런 사람은 만나기 힘들지.’
서 사장은 진지하게 말했다.
“공자야, 세상은 눈 뜨고도 코 베여 간단다. 함부로 이러면 안 돼.”
나는 서 사장을 보며 생긋 웃었다.
“괜찮아여.”
“응?”
“지켜주실 거잖아여.”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서 사장님.
서 사장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러다가 갑자기 나를 꽉 껴안았다.
“그래! 지켜줄게! 우리 공자 내가 지켜준다! 이 험난한 연예계에서, 천사 지켜! 공자야, 나와 수정이의 빠따와 덕수 씨의 전기 충격기가 있으면, 너는 안전할 거야.”
아니, 연예계가 그렇게 위험합니까? 당신은 그렇다 쳐도, 엄마의 빠따와 덕수 씨의 전기 충격기라니, 누구 골로 보낼 일 있어요?
‘미리미리 변호사라도 알아봐야 하나?’
그것도 형사 전문으로? 아니다. 이런 건 엄마가 이미 잘 알 거 같은데?
쓸데없는 고민을 할 때였다. 서 사장은 내 등을 두들기며 말했다.
“이런 공자라서 천사 CF가 들어오나.”
아하.
‘오늘 찍는 거였지.’
뭐, 그렇다고 진짜 천사는 아니었다.
‘천사 날개 달 나이는 아니지, 이제.’
솔직히 머리가 밀린 탓에 요즘 하는 건 잡지 촬영이 다였다.
‘그래도 이건 안 찍을 수가 없으니까.’
서 사장은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유기견 공익광고인데, 공자가 해달라고 신신당부하더라.”
음, 정부 쪽인가.
“높으신 양반이 와서 직접 부탁해서 얼마나 당황했다고.”
“누구였는데요?”
“음, 쪼금 높은 사람.”
밉보여서 좋은 거 없는 사람이구나.
나는 서 사장을 위로했다.
“괜찮아여.”
“으, 응?”
“사는 건 원래 복잡해여. 좋은 일하는 거면 하면 되지여, 뭐.”
고생이 많았나 보네.
‘뭐, 공익광고란 게 좀 까다롭긴 하지.’
돈도 그렇고, 여러 가지로 말이야.
‘그래도 좀 의외네. 성진 그룹 일이 있어서 꺼릴 거 같았는데…….’
자선재단 세운 것 때문에 이미지 엄청나게 좋아졌나 보다.
‘좋아, 좋아. 잘하고 있어.’
이대로라면 성진 그룹 쪽이 아무리 흔들려도, 내 일에 지장이 가지 않겠지.
‘이대로 성인 될 때까지 쭉 간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공익 CF는 열심히 해야지.
‘뭐, 일이면 당연히 열심히 하지만 말이야.’
게다가 유기견 광고라니.
‘잘해야지.’
뭐, 휴가철만 되면 해마다 버려지는 애완동물 얘기는 매번 나오니까 말이야.
‘내가 한다고 크게 숫자가 줄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유기견을 입양하는 건 좀 늘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애초에 버리지 말라고.’
아예 키우지 말든가.
그때였다. 갑자기 코를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큽. 착해.”
아 놔.
‘이런 일 너무 잦잖아.’
덕수 씨 바이러스라도 도는 걸까. 왜 이렇게 우는 사람이 많아.
‘이쯤 되면 이상하다고!’
나는 서둘러 휴지를 건넸다. 서 사장은 눈가를 찍으면서 말했다.
“이 조그마한 게 날 이해하다니! 아니, 이 어린 나이에 어른 사정을 알아주다니! 공자야. 네가 내 삼촌보다 낫다.”
아니, 갑자기 웬 삼촌?
“누가 내 돈 빌려 가서 안 갚았거든.”
나쁜 놈인데요, 그건.
“거의 뜯긴 거지.”
아니, 그런 사람에게 돈을 왜 빌려줘.
“삼촌.”
“응.”
“얼마 빌려줬는데요?”
“어렸을 때 이천 원? 초코빵 사 먹을 돈이었어. 그걸 가져갔고, 영원히 돌려받지 못했지.”
아.
“슬픈 일이네여.”
“그렇지? 다들 이 말 하면 그런 돈이면 좀 잊으라고 하더라.”
“무슨 소리예여. 땅을 파봐요! 이천 원이 나와요! 그리고 그런 거 안 갚는 사람은 큰돈도 안 갚아여!”
“맞아, 맞아. 그런데 공자야. 너 꼭 빌려줘 본 사람 같다?”
나는 순간, 어깨를 움찔했다.
‘아, 날카로운 호구의 추억.’
연극배우 시절, 선배한테 털린 적이 있지.
‘단칸 지하 방에 있던 돈 되는 물건들을 싹 다 가져갔었지.’
그래놓고 거하게 떴었다.
‘나중에 만났을 때 모르는 척했지.’
오랜만에 그놈을 생각하자 이가 갈렸다. 나는 이를 으드득 갈면서 말했다.
“삼촌! 세상에는 겪지 않아도 아는 일이 있어여! 그중의 하나가 돈 털린 거예여!”
“맞다, 맞아! 공자야! 그런 건 굳이 겪지 않아도 개 같아!”
어라.
나는 빤히 서 사장을 바라보았다. 내 눈빛의 의미를 알았는지, 그는 자신의 입술을 때렸다.
“아, 미안. 바르고 고운 말!”
“잊을게요. 뭐, 강아지 보러 가니까여.”
“아, 그렇지. 오늘 개판으로 가지.”
저기요.
내가 다시 쳐다보니, 서 사장은 다시 입술을 두 번 쳤다.
“미안하다.”
“괜찮아여.”
“그, 그럼 갈까? 공자야?”
“네!”
서 사장은 나를 바닥에 내려주고 손을 잡았다.
“덕수 씨는 이따 촬영장으로 온대. 몇 시간만 내가 매니저다!”
“네!”
익숙해진 일이긴 했지만, 조금 의문이긴 했다.
‘그냥 다른 매니저를 붙이면 될 텐데.’
왜 사장이 내 매니저를 하는 걸까. 뭔가 다른 이유라도 있는 걸까.
‘나중에 물어볼까?’
왠지 어른의 사정일 거 같은 느낌이 들지만 말이다.
* * *
촬영장을 가본 후, 내가 느낀 건 아까 사장님이 한 말이었다.
‘개판이네.’
킁킁거리는 소리와 개가 걷는 소리가 잔뜩 들렸다.
‘가, 강아지!’
의상을 입고 들어서자마자, 울타리에 어린 개들이 잔뜩 있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한걸음 물러섰다.
‘귀엽다.’
촬영을 위해 어린 강아지만 데려온 모양이었다. 강아지의 동글동글한 눈을 보는 순간, 심장이 두근거렸다.
‘이게 도대체 몇 마리야?’
나는 진지하게 세어봤다. 한 마리도, 두 마리도 아니었다. 무려 일곱 마리나 있었다.
‘오늘, 천국이겠다.’
나는 바로 강아지에게 손을 뻗으려다 황급히 회수했다.
‘깜박할 뻔했다.’
개 처음 봤을 때, 절대 만지려고 하면 안 된다고 했지.
‘이래 봬도 너튜브로 랜선 애완동물이 일곱 마리나 있었는데’
잊을 뻔했다!
나는 침착하게 울타리 옆에 섰다.
‘일단 냄새를 맡게 하랬어.’
그 뒤에 공격 성향이 없으면 친해져도 된다고 했지.
나는 개와 눈을 맞추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살짝 내려다보았다. 꼬물꼬물한 것들이 힘차게 꼬리를 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귀엽다!’
슬슬 턱 아래를 만져줘도 되려나.
그때였다. 갑자기 개 한 마리가 점프했다. 유난히 큰 귀가 펄럭이는데……. 그것이 내가 기억하는 마지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