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133)
133
털썩-
‘지금 무슨 일이 생긴 거지?’
생각할 틈이 없었다. 눈앞에 축축한 것이 사정없이 날름거렸다. 나는 팔을 휘두르며 저항하려고 했다. 하지만 눈앞에 보이는 건 털밖에 없었다.
인식은 본능보다 느렸다. 뒤늦게야 날 덮친 것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강아지?’
푹신한 무언가가 내 어깨를 계속 쳐댔다. 나는 신음도 낼 수 없었다. 입을 열면 털들이 입안으로 들어올 거 같았다.
나는 손을 뻗어서 털을 쓸었다. 보드라운 털의 감촉이 손가락 사이로 느껴졌다. 어깨를 계속 치는 건, 강아지의 꼬리였다.
“푸! 푸!”
강아지 꼬리가 자꾸 입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도무지 저항할 수 없었다.
‘왜냐면, 개니까.’
귀가 큰 강아지가 정신없이 내 얼굴을 핥았다. 아예 세수를 시켜주고 있었다. 나는 손을 뻗어서 강아지를 토닥였다.
‘아니, 얘가 왜 이렇게 흥분했지.’
서 사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공, 공자를 너무 좋아하네.”
“초코야! 진정해! 아니, 우리 초코가 사람을 좋아하긴 하지만, 이 정도는 아닌데요.”
이름이 초코구나.
강아지가 끙끙거렸다. 나는 초코를 껴안고 달랬다.
“초코야, 진정해. 어푸푸!”
하지만 초코는 풍성한 꼬리로 계속 내 얼굴을 때리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나는 웃으면서 강아지를 쓰다듬었다.
‘분명히 울타리 안에 있었는데…….’
얘, 날아올랐었어.
초코는 흥분했는지, 도무지 수습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보다 못한 관계자가 초코를 끌어내렸다.
“초코야. 공자 놔주라. 아이고.”
초코는 끌려 내려온 후에도 계속 꼬리를 흔들었다. 서 사장은 나를 일으켜 주며 말했다.
“공자야, 괜찮니?”
개가 덮치고 핥은 것뿐이었다. 왠지 웃음이 나왔다. 나는 어깨를 떨면서 웃었다.
“하하하하! 네!”
털털 나고, 네발 달린 것들은 왜 이렇게 귀엽지.
나는 사육사에게 몸을 잡힌 초코의 목 아래를 만져줬다. 강아지는 그것만으로도 너무 좋은지, 이리저리 다리와 몸을 움직였다.
‘음, 다시 내 얼굴을 핥고 싶은 건가.’
우리 처음 보잖아. 초코야.
‘왜 이렇게 전생에 헤어진 형제처럼 좋아하지?’
나는 웃으면서 초코의 얼굴을 껴안았다. 초코는 그 와중에도 몸을 뒤틀면서 내 얼굴을 핥았다.
“어이구야. 공자를 진짜 좋아하네?”
“강아지도 귀여운 걸 아나?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한데?”
“그러게요. 초코, 점잖은데?”
나는 강아지 턱을 긁어주며 웃었다. 얘 지금 자기가 내 메이크업 다 먹은 건 알까?
나는 스탭에게 물었다.
“얘 몇 살이에여?”
“음, 잘 모르지만 한 살도 안 됐을 거야.”
“아직 아가네여.”
나는 초코를 안아줬다. 나보다 체온이 높은 녀석이라 그런지 따뜻해서 기분이 좋았다. 녀석도 나처럼 좋은지 몸을 흔들었다.
하지만 주위 반응이 이상했다.
“음…….”
“엄…….”
“흡!”
나는 초코의 등을 쓸어주며 고개를 돌렸다. 서 사장과 스탭들이 다 입을 막고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뭐지?’
서 사장은 헛기침을 했다.
“어휴, 우리 애지만 진짜 귀엽네.”
“말로만 들었지만, 진짜네요.”
“귀여운 거랑 더 귀여운 게 같이 있으니, 혼자 보기 아깝네.”
저기요.
“마공자 온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진짜 굿 캐스팅이네요.”
“당연하죠. 에휴, 안녕하세요. 우리 공자 소속사인, 탑 라인 사장 서준구입니다.”
서 사장은 그 와중에도 명함을 돌렸다.
“아니, 사장님이 매니저 역할도 하세요?”
“흐하하하! 우리 공자가 그만큼 중요한 아이 아니겠습니까?”
“아니, 그래도 사장님께서 직접 케어하시다니요.”
“아, 사실은 담당 매니저가 이따 옵니다. 게다가 우리가 좀 소규모라서요. 인력이 없어요.”
음, 아닌 거 같지만, 사장님 일하시는 거 같으니까 가만히 있는 게 낫겠지?
“탑 라인이면, 규모가 작지는 않잖아요.”
“요즘 소속 배우가 늘긴 했죠. 좀 더디지만 크고 있긴 합니다.”
정말 입에 침도 안 바르고 잘도 말씀하시네.
‘탑 라인 알차다는 거, 업계가 모르진 않을 텐데.’
일단 엄마인 마수정이 소속되어 있고, 지금은 나도 있었다.
‘음, 그러고 보면 소속 배우들을 본 적이 별로 없긴 하네.’
의외로 작품에서 만난 적이 드물었다.
“그러니 잘 부탁드립니다. 우리, 이미지가 좋~은 배우들이 많아요. 그, 아세요? 주세연이라고. 요즘 자알~ 나가는 드라마 [또각또각>에 나오는 여배우가 있는데요.”
“어유. 주세연 알죠. 그 여주인공 친구 역인데, 주연보다 연기 잘해서 유명해졌잖아요.”
“그 드라마가 어쩌다 보니 발연기가 날아다니긴 하죠. 우리 세연이 이미지랑 잘 맞아서 했는데, 이렇게 주목받을 줄 몰랐어요. 으하하하. 우리 세연이, 성실합니다.”
영업이었군.
‘사장님, 파이팅.’
열심히 하시는군.
‘그런데 주세연이라니.’
나는 눈을 깜박였다. 어째 기억 속에 없었다.
‘얼굴을 보면 알려나.’
아니면 이름을 바꿨나.
‘금방 배우를 관뒀을 수도 있겠지.’
서 사장은 열심히 홍보했다.
“우리 세연이도 고생하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렇군요. 아역은 마공자뿐인가요?”
“네. 사실 저희는 아역은 공자가 처음이자 마지막일 거 같습니다.”
“아, 전문적으로 육성하실 계획은 없으세요?”
“공자야 우리 수정이의 교육 방침이지만, 저는 애들은 뛰어놀았으면 하거든요. 게다가 아시지 않습니까. 이 바닥이 애들한테 좋진 않죠.”
스탭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아무래도 한수윤만 해도 말이죠.”
어라, 여기서 왜 한수윤이 나오지.
“어휴. 그렇죠. 한수윤 고생시키는 거 다 알지 않습니까.”
“그렇죠. 불쌍하죠.”
“어른 욕심에, 애만 힘들죠.”
음, 역시나. 업계는 다 아는구나.
“한수윤, 그래서 광고 쪽에서는 별로 안 쓰려고 하잖아요. 언젠간 터지니까요.”
“그래요? 거기까지는 저도 몰랐네요.”
“에이, 아시면서. 그쪽 부모, 문제가 좀 많아요?”
“결국, 애만 불쌍하죠.”
나는 초코 뒷덜미를 긁어주며 씁쓸하게 웃었다.
‘역시 다 알고 있구나.’
불쌍한 놈.
서 사장은 내 정수리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아역 대우가 좋아진 것도 최근이잖아요.”
“그렇죠. 아, 그런데 그거, 공자 덕분에 나아졌다고 하던데요.”
“네. 우리 공자, 아니 수정이가 당당하게 요구했죠. 아, 솔직히 애한테 힘든 거 찍게 해놓고, 나 몰라라 하면 됩니까.”
스탭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긴 하죠.”
“옛날엔 아이에게 윽박만 질렀잖아요.”
저것도 사실이었다.
“업계는 아역에게 좀 더 신경 써야 해요.”
매우 맞는 말이라서 할 말이 없었다.
‘폭력이 폭력인 걸 몰랐던 시대가 있긴 했지.’
지금은 과도기지만 말이다.
‘음, 이제부터 나 조건 좀 따져야겠다.’
업계 탑은 후배를 위해서 솔선수범해야 하니까.
초코가 자꾸 얼굴을 핥았다. 다행히 오랫동안 만져주자 좀 진정한 거 같았다.
서 사장은 나를 보며 웃었다.
“우리 공자는 개랑 노는 것도 화보구나.”
“귀여워여!”
스탭이 말했다.
“한 마리 키워도 될 거 같은데…….”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안 돼여.”
“응? 왜?”
“일단 공자는 산책시켜 줄 시간이 부족해여. 그거 고스란히 이모 몫이 돼여.”
물론 정원이 있어서 풀어놓아도 됐다.
‘그런데 그 정원이 우리 집은 아니지.’
별채의 몇 층은 우리 집이지만 말이다.
‘그냥 아파트 공원이 차라리 편하다니까.’
개가 거기서 산책하다가 배변이라도 하면, 뭔가 큰일 나지 않을까.
‘더부살이라는 걸 잊으면 안 되지.’
그런 거치고는 벌써 건물주지만 말이다. 괜히 저택 쪽이랑 문제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
서 사장이 말했다.
“그, 일하는 분 많잖아.”
“그렇져. 하지만 그분들 일 늘리기 싫어여. 별채 관리도 힘들어여.”
서 사장이 감탄했다.
“캬. 우리 공자. 보세요. 우리 공자가 이렇습니다. 진짜 천사 아닐까요?”
“아, 놀랐어요. 아이가 생각이 깊네요.”
“너무 착해서 걱정이라니까요. 에휴. 누가 널 싫어하겠니?”
음, 그런 사람 의외로 많을 텐데.
“자선 재단도 세웠다면서요.”
“그렇죠. 또 이 조그만 애가 누굴 돕겠다고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음, 칭찬 타임이네.
나는 서 사장을 빤히 바라보았다. 도대체 아까부터 왜 이렇게 수다 삼매경이신 걸까. 원래 말이 많긴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연기 천재 같은 건 사실이 아니니까, 이건 말려야 하는데 말이야.’
자선은 좀 다르지.
‘이건 널리 알려야 되는 거잖아.’
왼손이 한 일을 온몸이 다 알아야 한다고.
나는 서 사장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말했다.
“공자 같은 아이여.”
“응?”
“저 같은 아이들을 돕고 싶어요. 다 공자 같은 행운이 있는 거 아니잖아여.”
뭐, 모성원에 있더라도 나름대로 행복했을 거 같긴 하지만요.
‘그래도 거기서는 연기에 대한 지원은 힘드니까.’
서 사장이 눈을 깜박였다. 나는 배시시 웃었다.
“도울 수 있어서, 행복해여.”
“고, 공자야! 이렇게 장한 생각을 하다니! 수정이가 진짜 천사를 데려왔어!”
서 사장은 나를 안고 오열했다.
“너, 방금 내 심금을 울렸다, 공자야!”
그, 그랬군.
“어쩜 애가 이렇냐!”
반응 한번 격하네.
음, 그냥 늘 했던 말을 또 한 것뿐인데 말이야.
스탭이 옆에서 중얼거렸다.
“와… 장난 아니다. 무슨 전설을 본 거 같다.”
엥? 왜 갑자기 그쪽으로 가요.
하지만 서 사장은 그 말을 받았다.
“그렇죠! 전설의 천사, 이런 거요!”
“아, 아니요. 위인전이요!”
엥?
‘아, 좀 오버다.’
세상에 남 돕는데 진심이신 분이 얼마나 많은데요. 위에는 위가 있는 법입니다.
‘저는 겸사겸사라서요.’
위인전이 화내겠어.
나는 방긋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 정도는 아니에여!”
“아이고, 우리 공자는 겸손하기까지 하다니까요.”
겸손하면 자선 재단 세운 거 신문으로 발표하지 않습니다, 사장님.
계속 주거니 받거니 했던 스탭이 사라졌다. 나는 사장을 보며 작게 말했다.
“삼촌, 비행기가 심했어여.”
“으하하하. 티 났냐?”
“네.”
“이 자리에는 티를 내야 해. 공자야, 너 저 스탭 누군지 모르지?”
당연히 몰랐다.
“대통령 친척이야.”
엥?
‘아니, 뭐. 친척이 스탭 할 수도 있긴 한데…….’
그래도 좀 뜬금없긴 했다.
“그것도 친한 친척. 몇 년 대통령 집에서 하숙했다고 하더라. 연락도 자주 한대.”
아, 친분이 있다는 거구나.
나는 고개를 저었다.
“삼촌.”
“응?”
“대통령 임기는 5년이에여.”
나는 다크서클 지긋한 할아버지를 떠올렸다.
‘그러고 보면 청와대 초대한다고 했는데…….’
설마 진짜 하진 않겠지?
“아. 그, 그렇긴 하지. 5년이지.”
뭐, 연예인도 정치 쪽에 줄 서는 건 다반사이긴 했다.
‘그러다가 정권 바뀌면 어쩌려고 그러는지…….’
수혜는 달콤하지만, 그 뒤는 어쩌려고?
‘그쪽과는 담쌓는 게 낫습니다.’
부작용이 너무 강해.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