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134)
134
내 말에 서 사장은 머리를 긁적였다. 나는 옷자락을 흔들었다.
“뭐, 그래서 삼촌이 아역 얘기한 거 알지만여.”
왜 쓸데없이 아역 처우 이야기를 늘어놓나 했네.
‘뭐, 아무리 친한 친척이라도 대통령에게 전할 리는 도박이고. 이게 또 수면으로 떠오를 확률은 복권 수준이지.’
그런데도 그 얘기를 한 건, 서 사장답긴 했다.
서 사장은 한참 동안 말이 없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러더니 나를 안아 들었다.
“우리 공자, 나를 너무 잘 아네. 나 어려운 남자인데.”
음, 그렇진 않은데요.
“난 대체로 솔직한데, 가슴속에 비밀 하나 있는 고독한 중년이거든.”
이제 아무거나 다 가져다 붙이네. 고독이랑 거리가 먼 양반이.
“우리 공자가 이럴 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뭐 이런 애가 다 있지?”
“그냥…….”
나는 방긋 웃었다.
“삼촌다우시면 되져, 뭐.”
그러니 절 놔주세요. 나 초코랑 놀 거야. 저 뒤에서 초코가 헉헉거리는 소리가 들린단 말입니다.
하지만 서 사장은 날 꽉 안았다.
“큽. 이 귀여운 것.”
답답해라.
서 사장은 내 이마에 뽀뽀를 진하게 했다.
“어른이 애한테 많이 배우는 건 알지만, 이렇게 사무치다니! 이래서 우리 공주님들이 공자를 좋아하나?”
음, 그건 이유가 다를 텐데?
“공자야, 우리 집에 일주일에 한 시간만이라도 머물러 줄래? 우리 공주님들이 너의 이런 면을 닮으면, 아내님이 춤을 출 거 같은데 말이야.”
음, 진심일까.
“공자 너는 뭐 부순 적도 없다며. 우리 공주님은 TV도 가끔 부수거든.”
저런.
“세간살이가 남아나질 않아. 아내님이 자꾸 날 닮아서 그렇다는데, 억울하다니까.”
점점 한탄이 되어갔다.
“나는 그렇게 심하진 않았거든.”
부수긴 했다는 말이네.
“아, 그런데 우리 공자 시간 없지. 수정이 허락 먼저 받아야 하나?”
저기요. 제 의사는요?
“어쨌든 공자야. 함부로 감동시키지 마라. 이러다 나 울어.”
뭐, 이미 자주 울지 않았나?
“어이구, 예쁜 것. 그런데…….”
서 사장은 갑자기 코를 킁킁거리며 내 구석구석 냄새를 맡았다.
‘뭐, 뭐지?’
왜 이러세요.
서 사장은 나를 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공자야. 너 개 침 냄새난다.”
아. 초코.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씻어야겠네.”
그러게요.
나는 주위를 둘러봤다. 내게 오려는 초코 외에도, 유기견들이 많았다.
“그런데 계속 이럴 거 같지 않아여?”
“아, 그런가.”
“다행이에여. 사진에서는 냄새가 안 나니까여.”
서 사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초코가 사육사 손에서 벗어나서 내게 달려왔다. 나는 그냥 오늘을 즐기기로 했다.
* * *
“공자야. 들었니? 공자는 그냥 개랑 놀면서 사진 찍으면 돼.”
매우 간단한 지시였다.
“네! 그런데여.”
나는 케이지 너머에 있는 강아지들을 바라보았다. 날아온 초코 정도는 아니었지만, 애들의 초롱초롱한 눈이 날 보고 있었다.
“애들이 흥분한 거 같아여.”
왜지.
나는 니트 모자를 고쳐 썼다. 머리카락이 없어서인지, 자꾸 위로 올라갔다.
“그, 그러게.”
“애들 꼬리가 엄청 빠르게 움직이는데, 사진 괜찮을까여?”
“나, 나도 연사로 찍으면 되긴 해.”
그렇구나. 나는 사진작가의 카메라를 힐끔 바라보았다. 뭔가 좀 좋아 보이긴 했다.
“그냥 강아지들 예뻐하면 돼. 공자야.”
“네!”
“공자가 개를 좋아해서 다행이다.”
나는 방긋 웃었다.
“강아지 좋아해여!”
“그래? 나는 고양이가 더 좋은데.”
음, 매우 쓸모없는 정보군.
‘그렇게 따지면, 나는 고양이도 좋은데 말이야.’
사진사는 자기 팔뚝을 보여주며 말했다.
“어제도 목욕시키느라 이렇게 됐어.”
긁힌 자국이 꽤 많았다.
“아파 보여여.”
“어, 원래 이런 애가 아닌데. 사진 볼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사진작가는 바로 매정하게 일어서며 말했다.
“아, 안 되겠다. 다 준비됐네. 공자야, 사진 찍자!”
어라. 안 보여줬어.
‘기대했는데!’
이따 끝나면 보여주려나. 나는 푹신한 러그에 누웠다.
“자, 강아지들 준비해 주세요!”
철컹-
레버가 내려가는 소리와 함께, 스탭의 비명이 들렸다.
“꺅! 얘들아!”
나는 살짝 일어서려고 했다. 하지만 눈앞은 이미 개들의 혓바닥만 보였다.
킁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허우적거렸다. 이건 뭐랄까…….
‘습격이잖아.’
아까는 초코 한 마리였지, 지금은 대여섯 마리였다. 꼬리가 살결을 쳤고, 자그마한 발이 나를 밟았다.
‘와…….’
실눈을 뜨면 강아지들이 보였다.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진짜 귀여운 강아지들의 습격이었다.
사진작가가 나와 강아지들을 열심히 찍었다. 나는 하얀 강아지 턱 아래를 만져줬다. 그러자 개들이 몸을 더욱 들이밀었다.
‘귀엽다.’
나는 열심히 개들을 쓰다듬었다. 그때였다. 니트 모자가 훌러덩 뒤로 넘어갔다.
‘아앗!’
정신없는 가운데 돌아보니, 초코가 내 모자를 물어서 어디론가 휙 던져 버렸다.
아, 아니 왜 이러는데!
솔직히 이건 충격이었다.
‘개, 개가 내 모자를 버렸어!’
초코야, 뭐 하려고 이래!
곧 초코의 목적이 밝혀졌다. 초코는 내 머리에 코를 박고 정수리를 미친 듯이 핥았다.
‘아, 아니 저기…….’
그새 머리카락이 자라서, 어제 다시 한번 민 머리였다. 초코는 사탕처럼 내 민머리를 핥아먹었다.
어디선가 웃음소리가 들렸다.
“풋!”
“푸하하하하!”
“카카카칵!”
젠장.
하지만 사진작가는 그 와중에도 여전히 쉬지 않고 사진을 찍고 있었다.
‘어, 엄청난 프로 정신이다.’
그런데, 이를 어쩌지?
나는 내 머리를 핥는 초코의 머리를 잡았다. 하지만 개들은 무리를 지어 있었다. 초코를 잡아도 다른 강아지가 내 머리를 핥았다.
‘와…….’
나는 그제야 강아지들이 이렇게까지 흥분한 이유를 떠올렸다.
‘마성의 정수리, 엄청난 거였구나.’
그간 사람이랑 다녀서 덜한 거였어. 이거, 동물에게도 효과 있는 거였나!
‘아니, 그래도 벌레가 붙진 않던데?’
뭐지. 효과가 포유류에게만 나타나나?
내 혼란과 상관없이, 웃음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강아지들은 정신없이 내 얼굴로 올라왔다. 이쯤 되면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에라이, 모르겠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자!
나는 강아지들을 마구마구 쓰다듬었다. 털들이 부드러웠다.
‘얘들도 하고 싶은 거 다 하니까, 나도 해도 되겠지.’
인간은 지지 않아. 사람의 명예를 걸고, 나도 사심을 채우겠다!
나는 초코를 껴안았다. 초코의 파닥거리는 꼬리를 느끼면서 나는 활짝 웃었다. 솔직히 개를 좋아해서 그런가. 천국이었다.
‘최고야!’
강아지의 눈이 동글동글했다. 나는 애들을 정신없이 만졌다. 다행히 스탭들은 나를 말리지 않았다.
* * *
라이락 감독의 [지하실>이 승승장구했다.
‘진짜 천만 찍었네.’
극장이 호황이긴 했지만, 결과가 상상 이상이었다. 나는 적이의 스마트폰을 보면서 기지개를 켰다.
“기사에 네 칭찬 많더라.”
마적 녀석은 내 정수리를 만지작거렸다. 나는 손을 치울까 하다가, 그냥 내버려 뒀다.
“심정이 어때?”
나는 눈을 깜박였다. 뭔가, 마적 녀석이 할 말이 아니었다.
“아, 너튜브에서 봤어. 무슨 화재 같은 거 나면, 마이크 들이밀면서 이러잖아. 생존자분, 심정이 어떠세요?”
아, 너트뷰가 애 버리네.
“화재 났는데 그런 거 물으면 욕밖에 안 나올 거 같은데?”
“안 그래도 욕하더라.”
“남은 구사일생했는데, 감상을 물으면 당연하지.”
“그렇지? 어쨌든 어때? 칭찬받으니까, 기분 째지지?”
도대체 누가 적이 언어생활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나는 심드렁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기보다는 차기작이 걱정이지. 이번 역이 만만치 않아서…….”
“뭐, 그래.”
“그냥 그런 거야. 네가 경기에서 이기면, 바로 다음 경기 준비하는 거랑 마찬가지야.”
마적은 눈을 깜박이다, 고개를 저었다.
“나는 그렇게 빨리 다음 경기를 준비하지 않아.”
좀 준비해라.
“그리고 전술은 감독님이 할 일이지. 나는 평소처럼 훈련할 뿐이야.”
이런, 미친.
“적아.”
“응, 왜?”
“있잖아, 네가 선수로 잘될 거로 생각해.”
마적 녀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
“그래. 하지만 그 이후의 삶도 일 년에 한 번쯤은 생각해 봐.”
너무 자주 하진 말고.
“엥? 그게 뭐야.”
“축구 선수 한 다음에 보통 뭐 해?”
“코치?”
“그렇지. 그럼 코칭 공부도 생각해 봐야 하지 않겠어?”
마적 녀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네.”
“뭐, 너무 빠르지만 말이야. 아니 그게 아니더라도, 전략, 전술도 생각해 봐.”
“왜?”
“왜긴. 그러면 움직임이 더 날카로워질 거 아니야.”
마적 녀석은 내 정수리를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귀찮은데…….”
“원래 귀찮은 걸 해야 잘 살아.”
사람이 어떻게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사냐.
“어렵다. 너 가끔 아저씨 같은 말 해.”
얘가 날 디스하네.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애 키우는 거 굉장히 어렵네. 순간, 세계의 모든 부모님이 존경스러웠다.
“적아. 네가 감독이라면 말이야.”
“응.”
“말대로만 하는 깡통 로봇을 쓰겠어, 아니면 전술도 스스로 생각하는 로봇을 쓰겠어?”
“깡통이 피지컬 좋고, 골 결정력 좋으면 그걸 쓰지 않을까?”
그것도 맞긴 하네.
“그래서 감독님이 날 쓰지.”
마적 녀석이 씩 웃었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응. 그렇겠지. 그런데 네 피지컬에, 전술 이해도 뛰어난 선수가 있으면 그 애를 선수로 기용하겠지?”
적이의 눈동자가 떨렸다.
‘뭔가 생각났나 보네.’
나는 느긋하게 기다려 줬다. 마적 녀석은 갑자기 내 팔을 잡았다.
“이, 있어! 그런 녀석!”
“그것 봐.”
“공자야, 네 말이 맞는 거 같아. 나는 시키는 대로만 움직이면 된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내가 생각해 봐야 할 거 같기도 해.”
다행히 설득시켰다. 전국의 부모님들, 육아는 보통이 아니군요. 오늘도 수고하십니다.
“그래. 그래.”
“그런데, 너 진짜 안 기뻐? 사방에서 너 칭찬하는데?”
“뭐, 좋긴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조심해야 하니까.”
“뭘 또 조심해?”
“위로 올라가면, 떨어질 일도 생기기 마련이야.”
잘 나간다고 나댔다가 골로 간 연예인이 한둘이야?
‘몸 사려야지.’
이왕이면 오래오래 잘 나가고 싶었다.
‘뭐, 더 좋은 배우가 되고 싶으니까.’
그래야 돈도 많이 벌고, 자선 재단 배도 채우지.
“너, 너무 어렵게 사는 거 같아.”
아니, 내가 뭐 어때서.
“너 이번 연말에 상 받는다고 하던데?”
“그건 가봐야 알지.”
“너, 너무 겸손한 거 아니야?”
나는 적이 녀석의 어깨를 두들겼다.
“그래, 그래.”
“그냥 넘어가지 말고! 수상 소감 같은 거 해봐.”
아니, 뜬금없네.
“귀한 상을 받아서 기뻐여. 이 상은 미흡한 저를 좋게 봐주신 관객분들이 주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수많은 스탭분들이 고생한 작품에, 공자가 대표로 받는다고 생각해여. 감사합니다!”
항상 생각했던 주연상 수상 소감이었다.
‘결국, 이거 못 썼지.’
전생에 받은 상이 조연상 하나였었다.
나는 마적 녀석을 보며 싱긋 웃었다.
“어때?”
“아저씨 같아.”
아, 놔. 얘가 또 나를 디스하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