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135)
135
“재미없어.”
수상 소감이 재미있으면 안 될걸.
‘뭐, 전생에 나야 재미라도 있어서 한 번이라도 더 주목받고 싶었지만…….’
지금은 위치가 다르잖아. 뭐, 약간의 위트는 필요할 거 같지만.
‘이런 건, 한우진이 잘하던데.’
적절히 넣고 끊기가 장난 아니었다. 실없어 보이긴 하지만, 사람이 괜찮아서일까. 이래저래 평가가 좋았다.
‘좀 보고 배울까.’
스케줄이 많이 겹치긴 하지.
‘내 성인 모습으로 각인되고 싶다고 해서, 많이 나오는 거 같지만.’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솔직히 매우 이상한 취미였다.
‘덕분에 저예산 영화들이 생각지도 못한 배우를 쓰고 있긴 한데 말이야…….’
소속사와 기타 등등은 괜찮은 걸까. 괜히 이런 거 때문에 흥행작에 못 나가면 손해가 엄청날 거 같은데 말이야.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마적 녀석이 내 팔을 붙잡았다.
“있잖아. 내가 이거 말을 할까 말까 했는데 말이야.”
왜 갑자기 진지하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뭔데?”
“할머니가 요즘 나한테 잘해주셔.”
아, 가끔 정수리 냄새 맡으시는 그분.
‘이러니저러니 해도 손주니까 챙기는 건가.’
여러 번 만나다 보니 알았다. 그분은 단호한 핏줄 우선주의셨다.
“잘됐네.”
“원래는 신이 형 외에는 아무도 좋아하시지 않는 분이야.”
음, 그건 아닐걸.
‘우리 엄마도 꽤 좋아하시는 거 같으니까.’
사랑의 반대말은 미움이 아닌 무관심이니까.
‘할머니께서는 항상 엄마 일을 주시해.’
나는 마적의 어깨를 두들겼다.
“잘됐다.”
“그, 그렇지? 엄마도 사실 할머니에게 뭐라 못하시거든. 나 그래서 요즘 좀 편해.”
아니, 이게 애가 할 말인가.
‘불쌍한 놈.’
이럴 때는 나는 마적이를 조용히 안아줬다.
“그래, 여태 잘 버텼어.”
앞으로도 버틸 일이 구만리지만, 이 녀석은 잘하고 있었다.
몸을 뿌리칠 줄 알았는데 녀석은 가만히 있었다.
“그, 이거 다 네 덕분인 거 같아.”
알긴 아네.
‘뭐, 그렇지만 계기만 나일 뿐이지.’
누구든 이 꼴을 알면 돕지 않았을까.
순간, 나는 전생 때를 떠올렸다.
‘성진 그룹이 난리 났을 때, 마적 녀석은 어떻게 됐었지?’
둘째네가 난리를 쳤으면, 후계자를 얘로 밀었겠지?
‘음, 적이가 성진 그룹 후계자를 잘할 거 같진 않은데?’
아니, 그보다 말이야.
‘쭉 방치되어 살았다는 말이 되네?’
순간 이 녀석이 굉장히 안타까웠다.
‘젠장. 이 녀석, 어떻게 산 거냐.’
둘째가 권력을 잡았으면 폭력도 심해졌겠지. 아마, 아무도 이 녀석을 돕지 않았을 것이다.
‘딱한 놈 같으니라고.’
운동해서 튼튼해 보여도, 그래도 애인데 말이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녀석을 토닥였다. 놈은 한참 동안을 그렇게 있었다.
* * *
[소나기>에서 소년과 소녀는 아련한 첫사랑을 한다. 원작만큼이나 풋풋하고 귀여운 사랑이다.‘그런데 가까이 가는 과정이 험해.’
소녀는 엄마가 자신과 같은 병으로 돌아가셨다는 걸 이미 알았다. 그래서 아빠에게 똑같은 고통을 남겨주고 싶지 않아 했다.
‘솔직히 우연이지. 백혈병은 유전되지 않는다고.’
그래서 아이는 아무리 아파도 티를 내지 않는다. 그게 드러난 게 바로 다음에 찍을 씬이었다.
‘막장 드라마를 실시간으로 감상하는 씬이지.’
소아 병실, 창 끝자리. 거기에서 한편의 막장 드라마가 벌어진다. 아빠는 그걸 흥미진진하게 감상하는데, 소녀는 야무지게 밥만 먹는다.
“리허설도 잘했겠다, 바로 본편이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갑자기 조명에 문제가 생겨서 잠시 대기해야 했다.
한우진은 노란 환자복을 입을 나를 보며 히죽 웃었다.
“역시 공자랑 연기하는 건 좋다니까. 너 어디 있다가 왔니? 더 빨리 나타나지 그랬냐. 응?”
저기요. 저 0살부터 활동했습니다.
“여기서 더 빨리여?”
뭐, 태아 때부터 활동하라는 건가?
내 말에 한우진은 크게 웃었다.
“푸하하하! 진짜 그러네?”
참, 실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 바닥에서 베테랑이지.’
영화판에서 한우진의 처세가 좋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다. 스탭에게도 평가가 좋았고, 중년 동료 배우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일단 그 넉살을 배워야 해.’
나는 한우진에게 진지하게 물었다.
“우진 형. 있잖아요.”
“응? 왜, 딸아.”
젠장, 왜 딸이야!
“아들 아니었어여?”
“지금은 딸이잖아.”
아.
“그러네여.”
“아들이 더 좋으면, 아들 할래?”
아니, 둘 다 싫습니다.
나는 심호흡을 하며 다시 물었다.
“우진 형. 어떻게 하면 형처럼 조율을 잘해여?”
한우진이 눈을 깜박였다. 그러더니 곧 윙크하며 사랑의 총알을 쐈다.
‘괜히 물었다.’
젠장.
“우리 공자가, 내 노하우를 빼먹으려고 하는구나.”
“네.”
지금 후회 중입니다.
“나는 함부로 알려주는 남자가 아닌데?”
“그럼 포기할게여.”
“아앗! 그렇다고 포기하지 마! 알려주고 싶다고!”
뭐, 어쩌라는 겁니까.
“괜찮아여. 공자가 스스로 알아볼게여.”
“도망가지 마! 공자야! 부탁이야. 제발 다시 한번 물어봐 줘!”
나 원 참.
나는 간절한 눈으로 바라보는 한우진에게 다시 한번 말했다.
“어떻게 하면, 형처럼 말을 잘해여?”
한우진은 바로 어깨를 펴고 다시 윙크했다.
“비밀인데 말이야, 공자니까 알려줄게. 이리 가까이 와보렴.”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가까이 다가갔다. 한우진은 은밀하게 속삭였다.
“어디 가서 내가 말했다고 해야 해, 공자야. 저작권 한우진이다?”
왜 이렇게 서론이 긴 걸까. 나는 대강 고개를 끄덕였다.
“두구두구! 자, 한 번만 말할 거야. 잘 들어!”
“네.”
“얼굴을 믿으면 돼.”
나는 바로 돌아섰다.
“아니, 왜!”
“들을 가치가 없었어여.”
내가 왜 물어볼 생각을 했을까. 나는 혀를 차면서 돌아섰다. 하지만 한우진이 재빨리 앞으로 튀어나와서 나를 안아 들었다.
“공자야. 이게 핵심이야. 솔직히 날 보렴. 잘생겼지?”
그건 사실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못생긴 나는 상상할 수 없지만, 어쨌든 나는 잘생겼어. 자고로 외모가 되면 뭐든 있어 보이거든.”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내가 하는 주책도, 남이 하면 또라이로 볼걸? 하지만 나는 잘생겼잖아. 그러니 있어 보이는 거지.”
나는 눈을 깜박였다. 솔직히 놀랐다.
‘영양가가 있네.’
그리고 맞는 말이기도 했다.
‘전생에 이한조가 하면 주책이지만, 한우진이 하면 분위기 메이커지. 이건 예전에도 알고 있었지만, 좀 더 확대해 보면…….’
순간 머리에 번개를 맞은 거 같았다.
‘사람들이 웬만하면 넘어가 준다는 거네!’
잘 웃어주고 말이야.
나는 한우진 옷자락을 꽉 잡았다.
“예를 들어주세여!”
“응? 음, 이것도 나만의 노하우라서 맨입으로는 안 되지.”
이쯤 되면 나도 한우진을 좀 알 거 같았다. 나는 방긋 웃으며 옷자락을 놨다.
“네! 알겠어여!”
“아앗! 매정하게 돌아서기야? 더 물어줘! 간절하게!”
하여간 귀찮은 놈이라니까.
나는 빙글 돌아서 한우진 어깨를 안았다. 물론 키가 안 돼서 옆구리에 매달린 느낌이었다.
“형아. 뭔데요?”
“…….”
기껏 물었는데 놈은 말이 없었다.
“형아?”
“아, 아니. 와. 갑자기 너무 귀여워서.”
뜬금없군.
한우진은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니까, 예. 음. 예를 들어서, 공자 네가 나오는 영화에 내가 출현하겠다고 하자. 다들 말리겠지? 저예산이면? 나라는 거대한 별을 껴안을 자본이 없을 거 아니야.”
사실이긴 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러면 보통은 나를 설득하지. 우진아. 왜 그러니. 시간 아깝잖니. 그러면, 나는 얼굴을 들이밀고 말하지. 안 돼요?”
그, 그게 다야?
“보통 그러면 다 들어줘.”
아하.
‘매사에 저런 식으로 일을 통과시켰구나.’
나는 환하게 웃으며 돌아섰다.
“아앗! 공자야! 왜 그래!”
“그렇게 살긴 싫어여!”
“아, 예를 들라며! 보통 그러면 해준다고!”
애가 그대로 어른이 된 거 같은 양반이네.
‘그런데도 한수윤 법정 증인 서준다고 하는 게 의외야. 이런 사람이 책임감 있다니. 아이러니해.’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냥 하고 싶다고 하면 되잖아여.”
“그걸 얼굴로 설득시키는 거지. 너도 해봐! 될 거야!”
아니, 저기요.
“해보라니까! 된다니까!”
나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설마 이게 될까.
한우진은 다시 나를 껴안으며 말했다.
“해보자! 아, 저기 감독님 있다!”
놈은 나를 들고 감독에게 갔다. 원종사 감독은 갑자기 다가온 나와 한우진을 보며 물었다.
“왜, 왜요?”
“감독님, 공자 부탁 하나 들어주세요. 공자가 안 들어주면, 무슨 짓을 할지 몰라요.”
저기요.
‘왜 갑자기 협박해!’
원종사 감독이 눈을 깜박였다.
“뭐, 뭐를요?”
“자, 공자야. 무리한 부탁이라도 해봐. 얼굴 들이미는 거 잊지 말고.”
한우진아. 대놓고 말하면 어떡해.
원종사 감독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무리한 부탁이라니…….’
딱히 바라는 게 없는데. 아니, 애초에 이런 걸 왜 해야 하는 거지.
나는 고개를 들어 원종사 감독을 바라보았다. 내 머리를 빡빡이로 만든 감독은 여전히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우릴 마주 보고 있었다.
‘무리한 거라.’
나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감독님, 현미와 검은콩 드세요.”
“엥?”
그게 탈모에 좋대요.
‘반들반들해져 보니 알겠더라고요.’
머리카락이 없으니까, 열이 쉽게 빠져나갔다. 덕분에 모자를 매일 써야 했다.
‘머리털이 이렇게까지 보온 효과가 있는지 처음 알았네.’
이런 비극은 나만 하면 좋잖아요.
“왜 갑자기?”
“몸에 좋아여.”
“나, 현미 싫어하는데? 나는 쌀밥 파야! 전생에 돌쇠였다고!”
왜 갑자기 돌쇠지?
한우진이 중얼거렸다.
“마님은 돌쇠에게만 쌀밥을 주시는 법이지.”
나는 바로 미간을 찌푸렸다.
‘애 앞에서 잘도 이런 말을!’
나는 주위를 둘러보며 한수윤을 찾았다. 다행히 멀리 있었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나쁜 말은 하는 거 아니에여.”
“엥? 아, 그, 그렇지. 아니 그보다, 이게 무슨 말인지 아는 거야?”
애 앞에서 이런 거 심층으로 들어가지 마라. 나는 대강 둘러댔다.
“몰라여. 나쁜 말인 건 알아여.”
“그, 그렇지. 맞아. 내가 잘못했다. 공자 앞에서 이런 말 하면 안 되지.”
“공자뿐만이 아니라 애들 앞에서는 안 돼여.”
“맞는 말이다. 그, 그래서 왜 현미를?”
나는 조용히 원종사 감독의 손을 잡았다.
“몸에 좋아여.”
“혀, 현미가 좋다는 얘긴 나도 들었어.”
“감독님. 만약 현미 안 드시면요.”
나는 간곡히 협박했다.
“후회하실 거예여.”
“엥?”
“꼭 드세여. 공자는 말했어여.”
빠지고 후회하지 말고.
나는 한우진에게 눈짓했다. 놈은 나를 안아 들고 재빨리 다시 촬영장 쪽으로 걸어갔다.
한우진은 나를 보며 말했다.
“공자야. 너 대단하다.”
아니, 뭐가.
“오히려 배웠어. 그래, 얼굴이 다가 아니야. 그랬던 거야.”
한우진의 눈동자가 떨렸다.
‘얜 또 왜 이러지?’
뭐 잘못 먹은 거 같은데?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