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138)
138
“대통령도 우리 공자 정수리 만지겠죠?”
“그, 그렇겠지?”
“콱 손목을 부러트려 버릴까?”
서 사장은 간곡히 부탁했다.
“수정아. 부탁이다. 국정원에 쫓긴다, 너?”
“손목 가지고 국정원이라니요.”
“국정원 아니면, 그거 비슷한 거에 쫓길걸? 공자랑 함께 도망 다니고 싶지 않으면 참아.”
“말이 그렇다는 거죠. 뭐하러 지금 해요. 임기는 기다리면 끝날 텐데 말이죠.”
서 사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진심으로 생각해 봤군.’
서 사장은 두 손을 모으고 진심으로 빌었다.
“수정아, 참아라. 부탁이다.”
마수정은 한숨을 내쉬었다. 뭐, 서 사장이 부탁 안 해도 당연히 참을 생각이긴 했다.
“안 해요.”
“다, 다행이다.”
“준비나 할게요. 청와대 가야 하니까요.”
마수정은 미간을 찌푸렸다.
“귀찮아라.”
“수정아.”
“우리 공자랑 오랜만에 외출한다는 데 의미를 가져야죠. 뭐, 저야 공자랑 함께라면 어디든 즐거우니까요.”
마수정은 턱을 괴면서 씩 웃었다.
“비록 그곳이 청와대일지라도요.”
서 사장은 마지막 남은 아메리카노를 홀짝였다.
“되게 싫어하네. 누군 가고 싶어서 안달일 텐데.”
“알게 뭐예요. 내 아들 노리는 게 싫다는데.”
서 사장은 고개를 저었다. 솔직히 일리는 있었다.
“그래. 그러면 진행하마.”
“네. 수고하세요. 저도 촬영 가야죠.”
“아, 수정아. 깜박했다.”
서 사장은 어깨를 펴고 웃었다.
“요즘 네 평가도 아주 좋은 거 알지? 감독도, 출연자들도 다 너 괜찮다고 하더라.”
“그래요? 음, 저 그래도 건방지다는 평가는 간간이 나왔는데. 의외네요.”
“많이 변했다고 하던데?”
마수정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자신이 좀 달라졌나?
“음, 여유가 생기긴 했죠.”
“그래?”
“우리 공자 때문에요. 참 이상해요. 계속 변하고 싶어요.”
마수정은 솔직하게 말했다.
“그 변화의 끝이, 좋은 건 틀림 없어요. 용기가 나요. 저는 우리 공자만 있으면 뭐든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솔직히 상상이나 했어요?”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공자는 정말 비타민 같은 아이였다.
“제가 자선 재단을 세웠어요. 나 자신이 놀랍다니까요?”
서 사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하던데, 너는 공자 따라 선한 일을 하네.”
“그러게요. 솔직히 말하면 공자 덕분에 제 인생 자체가 변한 거 같아요. 역시 운명이었나 봐요.”
그건 매우 동의했다. 서 사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수정아. 모든 인연이 좋진 않아. 그런데 공자는 너에게 꼭 필요한 인연이었던 거 같다.”
매우 당연한 말이었다.
“그렇죠. 그런데 저뿐만이 아닌 거 같아요. 가끔 생각해요. 우리 공자가, 비염 걸린 사람들에게 숨구멍을 뚫어주는 거 같지 않아요?”
표현 한번 대단했다. 서 사상은 눈을 깜박이다가 순순히 동의했다.
“응. 맞아. 그런 거 같다.”
“그렇죠?”
두 사람은 마주 보며 웃었다. 훈훈한 분위기 가운데서 마수정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음, 설마 대통령한테도 숨구멍 같을까요?”
“그, 글쎄.”
마수정은 주먹을 꽉 쥐었다.
“우리 공자, 안 뺏긴다.”
서 사장은 어색하게 웃었다. 설마 뺏어갈까 싶지만, 제발 그러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복덩이가 인기가 많아서 큰일이네.’
하긴, 서 사장네 공주님들도 공자 언제 오느냐고 난리였다. 공자가 바빠서 못 온다고 하면, 딱 한 마디 했다.
‘아빠, 공자 너무 바쁘게 만드는 거 아니야? 악덕 사장 아니지?’
얘, 얘들아. 악덕이라니. 나는 바지사장이란다.
차마 진실을 말할 수는 없었다. 서 사장은 한숨을 내쉬며 천장을 바라보았다.
‘진짜 누구를 닮은 걸까?’
역시, 나인가.
천장에 형광등이 눈부셨다. 그래서일까. 눈가가 찡했다.
* * *
나는 애타게 그들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두 분 다 이럴 땐 내 의견을 철저하게 뭉갰다.
덕수 씨는 옷가지를 보면서 말했다.
“반들반들한 머리에 잘 어울리는 옷은 어렵군요.”
“그러게요. 뭔가 귀여움을 극대화하고 싶은데요. 이거다 싶은 게 없네요.”
“공자는 뭘 입어도 귀엽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파란색은 안 될 거 같군요.”
“네. 노란색이나 갈색이 나은 거 같아요.”
두 사람은 퍽 진지했다. 나는 눈치를 보며 방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덕수 씨는 내 허리를 잡고 끌어왔다.
“웃차. 조금 무거워졌군요.”
거, 거짓말. 방금 한 손으로 들었으면서!
엄마는 내 얼굴을 붙잡고 말했다.
“우리 공자, 힘드니?”
“네! 엄마, 벌써 20벌이나 입어봤어요!”
나는 쌓여 있는 옷더미를 바라보았다. 솔직히 무서웠다.
‘제발 그만합시다!’
아니 도대체 누굴 보러 가는데, 또 패션쇼를 시키시나요.
“공자는 가만히 있으면 돼.”
“입히는 건 저와 어머님이 다 할 겁니다.”
“팔만 제때 올리면 돼.”
미치겠네.
‘하, 하긴 어느 순간 공장 같긴 했어.’
팔을 들고 있으면 알아서 입혔다가, 감상하고 다른 옷으로 넘어갔다.
‘애 옷 갈아입히는 것도 분업 체계가 효율적이라니!’
별로 알고 싶지 않은 거였다.
“마마! 공자 힘들어여!”
“그래? 그럼 공자, 이번에는 팔도 들지 말렴. 엄마가 들어줄게.”
아니, 그만둔다는 선택지는 없는 것입니까?
“머리카락이 없어서 보온이 안 되니까 모자를 쓰는 게 나을 거 같습니다.”
“갈색 계열이니까, 이거 어때요?”
엄마는 진한 갈색 베레모를 들고 방긋 웃었다. 덕수 씨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이거에 잘 어울리는 건 아무래도 체크겠죠?”
“날씨도 꽤 더우니까 반바지도 좋을 거 같습니다.”
“그럼 구두는 이거요.”
무슨 전자동 시스템을 보는 거 같았다. 엄마는 내 옷을 착착 갈아입혔다.
그러더니 방긋 웃으며 정수리에 뽀뽀했다.
“어이구, 귀여워라.”
“정말, 너무 귀엽군요.”
“구두는 뭐가 좋을까요. 이거 어때요? 좀 작아 보이네요. 바로 주문해야겠네.”
“디자이너 정리리 선생님 브랜드인데, 사이즈가 있을까요?”
“일단, 사진 찍어주세요. 제가 물어볼게요.”
엄마는 바로 스마트폰 통화 버튼을 그었다. 바로 신호음과 함께 정리리 선생님 목소리가 들렸다.
-어머, 자기야. 오랜만이야.
“선생님, 잘 지내셨어요? 수정이에요.”
-나야 잘 지내지. 자기도 잘 지내지? 우리 귀염둥이 공자는 어때?
“요즘 많이 컸어요.”
-공자 신장이 몇 센티미터인지 내가 잘 알지. 공자가 한동안 쑥쑥 컸더라고.
나는 옷을 갈아입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 내 키가 몇 센티미터인지 안다고?’
왜, 왜죠?
‘나도 잘 모르는데!’
엄마는 웃으면서 말했다.
“네. 너무 자라서 콩나물인 줄 알았어요.”
-공자 같은 콩나물이면 내가 다 사서 집에서 키울 거야.
“우리 공자가 귀엽긴 하죠?”
-어머, 자기야. 그건 그냥 귀여운 게 아니야. 굉장하다고. 나는 민머리가 예쁠 수 있다는 거 처음 알았잖아. 갑자기 청순해지더라? 그건 덜어냄의 미학이었어.
나는 눈을 깜박였다.
‘저 말 또 듣네.’
그때도 생각했지만, 그거 그냥 가져다 붙인 거 아닌가요?
-얼굴 불패야. 얼굴 불패. 자기야, 그런데 왜 전화했어?
“선생님 목소리 듣고 싶어서 전화했죠.”
-어머나, 자기. 내가 사랑하는 거 알지?
“저도요. 음, 공자도 사랑한대요.”
-뽀뽀 전해줘.
어머니, 제 의사는요. 정리리 선생님, 존경하고 감사하지만 사랑하진 않아요.
-자, 내 목소리 실컷 들었지? 무슨 부탁인데?
“아, 공자에게 주신 구두요. 공자가 껑충 컸나 봐요. 작네요.”
-어머나. 우리 공자 중요한 데 가는구나?
“어떻게 아셨어요?”
-척하면 척이지. 중요하니까 구두 찾는 거 아니야. 아니면 대충하겠지. 나 수정 씨 성격 잘 알잖아.
엄마는 내 볼을 쓰다듬으며 웃었다.
“맞아요.”
-어딘데?
“청와대요.”
엥?
저기요. 어머니. 어디라고요?
‘청와대?’
대통령 있는 곳? 왜요?
궁금했지만, 대화 도중이라 물을 수 없었다. 스마트폰 너머로 정리리 선생님의 단호한 목소리가 들렸다.
-사진 줘. 당장 보내줄게.
빠, 빠르다.
-공자라면 죄다 완판이잖아. 무슨 옷인지 보여주기나 해. 재고부터 모아놔야 하니까.
“설마요. 뉴스는 나올 거 같지만요.”
-공자는 거대한 전광판이라니까. 이 기회 못 살리면 내가 정리리가 아니라 정니니지.
음, 리리와 니니라.
‘무슨 차이지?’
뭔가 다른 의미가 있나?
“예. 알겠습니다. 공자 입는 옷, 미리 찍어드릴게요.”
-그럼, 부탁해. 구두는 비서가 매장 뒤져서라도 보내줄 거야.
“번거롭게 해드려서 죄송해요.”
-우리 사이에 뭘. 그럼 사랑해. 자기야, 끊어.
“네. 다음에 뵈어요, 선생님.”
엄마는 전화를 끊고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는 손가락으로 브이 자를 그렸다.
“보내주신대요.”
덕수 씨는 감탄하며 말했다.
“인맥이란 굉장하군요.”
“정리리 선생님, 전화 잘 안 받으시기로 유명해요. 물론 제 전화는 받으시지만요.”
아하하.
‘친분이 두터우신가 보네.’
덕수 씨는 그 와중에도 다리를 굽혀 내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음, 완벽하군요.”
“세상에. 내 아들이지만…….”
엄마는 나를 안아 들고 정수리에 뽀뽀했다.
“진짜 귀여움 한도 초과야. 공자야.”
그, 그렇습니까.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왜 이 난리가 났는지, 이제는 그 이유를 알았다.
“마마, 공자 청와대 가여?”
“응. 초대받았단다. 솔직히 쌩, 아니 거절하려고 했는데 말이야.”
어, 어머니.
“국민 투표라서 어쩔 수 없었어.”
이건 또 뭐지? 나는 고개를 꺄웃거렸다.
“투표여?”
“대통령과 점심 먹었으면 좋은 인물 중에 공자가 1위여서 말이야.”
아니, 나를 왜.
‘세상에 유명한 사람이 나밖에 없지는 않을 텐데.’
별일이네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가게 됐어.”
“그랬군여.”
“어려운 자리일 거야. 방송사도 있을걸.”
“공자 잘 할게여.”
엄마는 나를 보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아, 데려가고 싶지 않다. 공자야. 대통령 보면 무슨 말 하고 싶니?”
음, 글쎄요.
“그냥 인사하겠져?”
“대통령한테 뭐 해달라고 하고 싶지 않아?”
“딱히 없는데여.”
아니 뭐, 부탁하면 들어나 준답니까. 그냥 한시적인 이벤트일 뿐이잖아요.
“우리 공자 의젓하네?”
나는 고개를 저었다.
“공자는 의젓하지 않아여. 그냥 다 가지고 있을 뿐이에여.”
나는 엄마를 보며 활짝 웃었다.
“마마가 다 주시잖아여.”
솔직히 전생과 비교하면 개꿀인 삶입니다. 어머니.
엄마는 내 뺨을 쓸면서 날 꽉 안았다.
“그래도 엄마에게 뭐 바라는 거 없어?”
“없어요. 아, 딱 하나 있어여.”
나는 진심으로 말했다.
“마마가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여.”
“어머나?”
“공자가 바라는 건 그거 하나예여.”
코인으로 건강하게 만들었지만, 딱 하나 걸리는 게 있습니다.
‘당신이 사고로 돌아가셨다는 게요.’
세상 사람들이 다 나이 들어서 죽는 게 아니란 건, 전생을 겪어본 제가 제일 잘 압니다.
‘불의의 사고는 대처할 수가 없죠.’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