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140)
140
엄마가 말했다.
“우리 공자, 머리 기르려고?”
“네. 머리카락을 기부할 수 있다고 들었어여. 염색이랑 펌 안 하면 된대여. 공자 이번에는 머리 길러서 기부하고 싶어여.”
반질반질한 머리로 몇 주 살아보고 낸 결론이었다.
“어머나? 그래?”
“음, 그런데 공자는 머리카락이 갈색인데 괜찮을지 모르겠어여.”
“괜찮을 거야.”
“조금 곱슬머리인데도여?”
“물론, 괜찮지.”
그렇구나.
나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다행이다.”
나는 엄마와 눈을 맞췄다. 퍽 훈훈한 분위기여서일까. 셔터 소리가 들렸다.
‘솔직히 보통 아이라면 긴장해서 수프도 못 먹었을 거야.’
분위기 장난 아니었다.
일하시는 분들이 카트를 끌고 오셨다. 수프 그릇이 사라지고, 돈가스가 테이블 위에 올라왔다.
그때, 대통령이 말했다.
“준비했던 건, 여기까지죠?”
음? 뭐지?
그러자 대통령실 사람들이 말했다.
“기자님들, 이제 슬슬 가셔야 합니다.”
“아, 좋은 장면 많았는데요.”
“아쉽네요.”
기자들이 줄줄이 나갔다. 나는 그제야 대통령의 의도를 알아챘다.
‘메인 요리 나오기 전까지만 기자 출입할 수 있게 했구나.’
하긴 이런 분위기가 식사에 좋진 않지. 뭐, 대통령은 익숙하겠지만 말이다.
대통령은 나를 보며 살짝 웃었다.
“사람 많아서 공자 힘들었지? 이제 편하게 먹으렴.”
“감사합니다!”
어쨌거나 배려해 준 셈이었다. 대통령은 조금 풀어진 분위기 속에서 말했다.
“요즘 애들은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더구나. 나 때는 돈가스가 최고였는데 말이야.”
음, 그렇군여.
“공자도 돈가스 좋아해여!”
“많이 먹고 가렴. 수정 씨도 초대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그때, 아랍에서 힘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와, 대통령.
‘정치인답네.’
감사 인사는 정치의 필수품이긴 하지.
“뭘요. 우리 모자에게 기회를 주셔서 더 감사합니다.”
“그때 공자 덕분에, 몇몇 안건들 논의가 더 활발해졌습니다.”
대통령은 나를 보며 말했다.
“공자에게도 다시 한번 고맙다고 하고 싶었는데, 영 기회가 안 되더구나.”
나는 환하게 웃었다.
“멀여! 공자는 엄마 따라간 거밖에 없었어여!”
물론 그때 생각하면 가끔 이불을 차긴 합니다.
‘영상들 찾아서 다 지우고 싶다.’
하지만 방송국에서 영원히 보관하겠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아랍에서도 말이야.’
어쩔 수 없었다.
‘나중에 자료 화면이라고 나오지 않길 바라는 수밖에…….’
나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창피함에서 막 벗어나고 있을 때였다. 대통령이 내게 물었다.
“우리 공자가, 자선 재단을 세웠다고 들었단다.”
아, 나의 소중한 까임 방지권 말씀이십니까?
‘성진 그룹 난리 날 때마다 잘리지 않기 위해서 만들었습니다.’
물론 엄마가 다 세워주셨지만요.
“네!”
“공자가 진짜 바란 거니?”
아니, 대통령 양반. 당연한 소리를!
“네!”
“왜 남을 돕고 싶은지 할아버지가 물어봐도 될까?”
아니, 무슨 조사 하십니까.
‘뭐, 솔직하게는 말할 수 없지.’
나는 진심을 반반 섞기로 했다.
“공자는 가진 게 많아여.”
나는 엄마를 보며 배시시 웃었다.
“공자는 너무 풍족하고 행복해여.”
다 어머니 덕분입니다.
“하지만 다 공자처럼 행복하진 않아여. 굶는 형도 있고, 아픈 누나도 있어여.”
나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런 형과 누나를 돕고 싶어여. 공자도 다 엄마에게 받은 거니까여.”
그러니까 그만 심문하십시오. 대통령님.
대통령은 말이 없었다. 그러다가 엄마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이를 아주 훌륭하게 키우셨습니다.”
“어머나. 저는 별로 한 일이 없어요. 오히려 공자에게 배웠죠.”
“정말 천사 같은 아이군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저에게 어떻게 이런 천사가 왔는지 모르겠어요.”
음, 오늘도 저 소리를 듣는군.
‘솔직히 천사라니, 진짜 천사가 화낼 거 같다.’
자본주의 천사라면 어느 정도 맞는 거 같지만.
‘저는 평범하게 연기에 미친 것뿐입니다.’
성진 그룹이 제 미래를 방해하는 게 짜증 날 뿐이죠.
대통령은 돈가스를 자르다가 갑자기 나이프를 놓쳤다. 영부인이 혀를 차며 말했다.
“아직도 손목 안 나았어요?”
“접질린 게 아직이네.”
“담당 의사가 쓰지 말라고 했잖아.”
“사인을 이쪽 손으로 해서 말이야. 요즘 사인할 일이 많아.”
영부인은 직접 대통령의 돈가스를 잘라줬다.
‘음, 사이가 좋으시구나.’
이건 몰랐네.
‘뭐, 솔직히 별 관심 없으니까.’
영부인은 직접 돈가스를 포크에 꽂아서 대통령 손에 쥐여줬다. 그러자 대통령은 익숙하게 포크를 입에 가져갔다.
“아니, 그러니까 수저만 쓰는 음식으로 하지.”
“우리 공자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해야지.”
“요즘 애들도 돈가스를 좋아하려나?”
“공자는 좋아한다던데?”
“예의상 한 말이겠지!”
티격태격하시네.
나는 분위기 환기를 위해 방긋 웃었다.
“진짜 좋아해여!”
뭐 그냥 그렇지만, 오늘부터 좋아한다 칩시다.
“여보. 좋아한다잖아.”
“아, 솔직히 당신이 먹고 싶어서 고른 메뉴잖아. 튀긴 거 건강에 안 좋다고 담당의가 말했던데?”
아, 그런 거였군.
“평소에 풀떼기만 먹잖아.”
“몰래몰래 간식 먹잖아!”
“그렇게만 먹고 어떻게 살아.”
“그럼 운동을 하든가. 아, 운동할 시간은 없으시지?”
음. 대통령 일이 격무셔서 그런가. 별로 놀랍지는 않네.
나는 접시 위에 돈가스를 바라보았다.
‘그나저나 이거, 대통령이 좋아하는 거라서 내온 거구나.’
대통령은 서둘러 변명했다.
“아니. 난 맛있는 거 먹고, 귀여운 공자 얼굴도 좀 보려고 했지.”
“당신이야 좋지만, 공자는 무슨 죄야. 날도 좋은데 이상한 할아버지에게 끌려와서 돈가스나 먹고.”
와.
대통령은 변명도 못 했다. 나는 영부인을 보며 조금 놀랐다.
‘현실 감각 대단하시네.’
대통령은 영부인에게 한마디도 못 하고 음식만 먹었다. 영부인은 나를 보며 웃었다.
“안녕, 공자야. 네가 고생한다.”
“아, 아니에여! 오랜만에 뵈어서 기뻐여!”
뭐, 약간 괴롭긴 했습니다.
‘옷 입는 것도 힘들고 말이죠.’
그건 시상식 때마다 도돌이표가 되긴 하지만요.
영부인은 대통령을 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다시는 애 부르지 말아요. 어려운 거 묻지도 말고. 애 밥 먹다가 체하겠어.”
“나는 그냥 공자를 보고 싶었을 뿐이야.”
“그럼 얼굴만 보던가!”
영부인이 흘겨보자, 대통령은 한마디도 못 했다.
‘와, 대통령보다 높으신 분이네.’
국가 원수를 단번에 휘어잡으신 분이야.
나는 존경스러운 눈으로 영부인을 바라보았다.
‘이런 분이신지 몰랐네.’
언론에도 이런 건 잘 안 나왔지?
‘뭐, 나와도 잘 모르긴 하지만…….’
제 정치 활동은 투표가 다라고요.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음식이 바닥을 보였다. 대통령은 후식으로 나온 오미자차를 마시며 말했다.
“마수정 씨, 우리 공자랑 단둘이 5분만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순간 엄마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아, 10분이면 됩니다. 단둘이 있어 보고 싶어서요.”
수, 수상하잖아.
‘아니, 그보다 엄마!’
나는 서둘러 돌아서서 말했다.
“허, 허락해 주세여.”
“공자야?”
“공자도 대통령 할아버지께 할 말 있어여!”
제발 치지 마세요. 엄마.
엄마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할 말이 뭔데? 여기서 하면 안 되는 거니?”
“움, 아주 비밀스럽게 해야 해여.”
뭐, 그렇다고 해도 청와대니 어디선가는 듣고 있지 않을까?
‘아닌가. 내가 여기 시스템을 몰라서.’
솔직히 아는 게 이상하잖아. 청와대 내부 구조를 어떻게 알아! 간첩도 아니고.
엄마는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공자야, 아까 엄마가 말한 거 잊지 마.”
“네?”
“엄마는 뭐든지 할 수 있어.”
저, 저는 국정원에 쫓기고 싶지 않습니다.
영부인이 말했다.
“수정 씨,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아니, 말을 왜 그렇게 해서 수정 씨를 놀라게 해.”
“공자랑 단둘이 있고 싶었다고. 15분 정도만 있으면 돼.”
왜 숫자가 자꾸 늘죠, 대통령님?
“주책이야, 진짜! 수정 씨. 제가 감시하고 있을게요.”
엄마는 떨떠름하게 수긍했다. 대통령은 내 손을 붙잡고 걸어갔다.
“짜잔!”
대통령이 문을 열었다. 나는 눈을 깜박였다.
“비밀 공간이란다. 가끔 여기에서 요원들이 대기하지.”
아, 그러니까. 뭐 테러 대비 이런 건가요.
‘나를 왜 데려온 거지.’
대통령은 히죽 웃었다. 솔직히 다크서클 때문인지, 악당으로 보였다.
“친척 놈에게 공자 얘기 많이 들었단다. 진짜 착하다고 말이야.”
아, CF 스탭 얘기구나.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 아역 배우 처우에 관해 얘기하던데 말이다. 현장에서 그렇게 심각하니? 혹시 부모가 억지로 시켜서 하는 아이도 많니?”
아, 이런.
‘나를 왜 따로 불렀나 했네.’
덧붙여 엄마랑 잠시 떼어놓은 이유도 알았다.
‘부모가 문제인 한수윤 같은 경우라면 얘기 못 할 테니까 말이야.’
나는 심호흡을 했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그냥 평범하고 일상적인 대답을 해도 됐다. 하지만 그때, 대통령 친척이라는 그 CF 스탭에게, 현재 아역들의 처우 문제에 대해 계속 말하려고 노력하던 서 사장이 떠올랐다.
‘이걸 알리려고 노력하셨지.’
그럼, 나도 해야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있어여. 대통령님은 [서산별곡> 아세여?”
“드라마 말이냐?”
“네. 지나간 드라마지만, 그 작품은 아역들을 보살피지 않았어여. 잔인한 장면을 많이 찍었지만여.”
대통령은 생각에 잠겼다.
“이런 일, 현장에 많아여. 아역을 신경 쓰지 않는 감독님들도 분명히 있어여.”
물론 아닌 분들도 있었다.
“공자는 겪지 않았어여. 좋은 분만 만났거든여. 그리고 마마가 공자를 지켜줬어여.”
하지만 지켜주지 않는 아이는 어떨까.
‘멀리 갈 필요 있나. 한수윤이 있는데 말이야.’
아이의 재능으로 돈을 벌고 착취하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다시 심호흡했다. 이건 제대로 부탁해야 했다.
‘부탁할 때는…….’
나는 한우진의 말이 떠올랐다.
‘얼굴을 들이밀라고 했지.’
나는 대통령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는 옷자락을 잡고 깨끔 발을 들었다.
나는 은밀하게 속삭였다.
“법망이 필요해여. 할아버지.”
현실적으로는 있으나 마나 할 테지만, 그래도 마지노선은 필요했다.
대통령이 눈을 깜박였다. 나는 간곡히 말했다.
“부탁드려요.”
“공자야. 부모는 그런 현장에 아이를 왜 내보내는 거니?”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돈이여. 명성도 있겠져.”
“그래서 아이가 힘들어도 계속 시키겠구나.”
“네. 그래서 감독님에게 아이가 힘들어한다는 말 절대 안 해여.”
“이유를 물어도 되니?”
나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도 그 역을 하고 싶은 아이들이 많으니까여.”
수요와 공급의 법칙은 대통령이 더 잘 알겠지.
“이 부분에 대해서 제대로 된 통계도 없더구나.”
“아마 다른 나라에는 있을 거예여.”
나중에 신문 기사로 본 적 있었다.
“그렇구나. 잘 알았다.”
대통령은 내 정수리에 손을 얹었다.
“그래. 고맙다, 알려줘서.”
“멀여.”
대통령은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내 손을 붙잡고 걸었다.
나는 심호흡을 했다.
‘뭔가 청탁한 기분인데…….’
아니, 어떻게 보면 그게 맞나?
뭔가 묘하게 마음에 걸렸다.
‘아, 그러고 보니…….’
나, 한우진이 했던 방법을 썼어!
나는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는 고개를 푹 숙였다.
‘젠장, 부끄러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