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141)
141
이건 무슨 참혹한 일이지.
다리에 힘이 풀려서 비틀거렸다.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가 다시 폈다.
‘사, 살고 싶지 않다!’
세상에.
‘내가 한우진이 했던 방법을 쓰다니!’
차라리 다시 아랍 정상들 앞에서 춤추는 게 나을 거 같아.
강한 힘이 내 어깨를 잡았다. 순간 아차 싶었다.
‘나 지금 대통령이랑 같이 있지.’
깜박했네.
대통령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
“공자야? 어디 아프니? 의사 불러줄까?”
와. 병원 가자는 것도 아니고 의사를 불러준대. 잘 모르지만, 의사가 자주 올 것 같은 곳이긴 하지. 여기.
“괜찮아요!”
“체했니? 혹시 식중독일지도 모르겠구나.”
와. 청와대에서 식사했는데 식중독에 걸리면, 기사가 3일쯤 걸려 있지 않을까요.
나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여!”
“그래? 그럼 우리 공자가 왜 그러는 걸까?”
대통령이 싱긋 웃었다. 다크서클 짙은 눈매가 살짝 접히는 걸 보면서 나는 주먹을 폈다.
‘음, 이거 설마…….’
왜 식중독같이 무리수인 말을 하나 싶었는데, 내가 갑자기 비틀거리는 이유를 알고 싶어서 수를 쓴 건가?
‘역시 대통령이야.’
저 자리가 괜히 정치의 최고 자리가 아니라니까. 하긴, 국가 원수 되려면 저 정도 수단쯤은 당연한가.
‘그래도 애한테 이러다니…….’
대단하면서도 없어 보이는군.
‘이래서 엄마가 싫어하나.’
뭐, 엄마는 대통령이 날 손자 삼으려 한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 때문이지만 말이야.
‘뭐, 대답해야겠지.’
나는 대통령 손을 살짝 흔들었다.
“그, 닮지 말아야 하는 걸 따라 했어여.”
“응?”
대통령님, 애한테 수 쓰지 마세요.
“인생이란 역시 살아봐야 아는 거 같아여. 공자는 방금 너무 부끄러웠어요.”
“어. 음. 궁금하구나, 공자야.”
“별거 아니에여.”
“그 별거가 정말 궁금하단다, 공자야. 대통령 할아버지는 그거 꼭, 대답해 줬으면 좋겠는데?”
와, 저거 반협박이네.
‘정말 쓸데없는 걸 궁금해하시는군.’
하긴. 한창 적적할 때지. 나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공자랑 친한 배우 형아가여.”
한우진, 내가 네 이름은 거론하지 않을게. 이것이 나의 의리야.
“뭔가 중요한 걸 부탁할 때는여, 얼굴을 들이밀라고 했거든여.”
“음?”
대통령의 눈빛에 호기심이 어렸다.
‘아, 이런 거 진지하게 듣지 말아요.’
제발 신경 쓰지 마시죠. 차라리 일하세요. 나라와 민족을 위해서, 열심히 일해라. 대통령.
“그, 잘생김을 믿으면 들어줄 거래여.”
나는 한숨을 폭 내쉬었다.
“말도 안 돼져?”
대통령은 말이 없었다. 살짝 돌아보자, 진지하게 생각 중인 한 나라의 원수가 보였다.
“될지도?”
이런 미친!
“녜?”
“보통은 안 될 거다. 그런데 공자라면, 될지도 모르겠구나.”
와. 대통령님아.
“대통령님. 그 말여.”
“응?”
“애 교육에 안 좋아여.”
내가 인생 2회차가 아니었으면 한없이 건방져졌을 말인데요.
“애 앞에서는 찬물도 마시면 안 된다는 말이 있어여.”
대통령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말도 안 된다고 해야져. 그 말 들은 애가 평생을 그렇게 살면 어떡해여.”
잘 모르지만 그러면 큰일 납니다. 애 교육이 무너지면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도 같이 무너지는 거 아닙니까.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대통령이란 사람이 이렇다니…….’
우리나라 괜찮을까?
선거권을 가질 예비 국민으로서 진지하게 나라와 민족의 미래를 걱정할 때였다. 잡은 손에 이상한 게 느껴졌다.
‘엥?’
손이 떨렸다. 물론 내 손이 아니라, 대통령의 손이었다.
‘어, 혈당이 안 좋으신가?’
설마. 의사가 필요하신가? 혹시 이거 비상 상황?
나는 황급히 대통령을 올려다봤다. 대통령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미친 듯이 웃었다.
“푸하하하! 하하하하하! 으하하하하하!”
이런 미친.
대통령 눈가에 눈물이 주룩주룩 흘렀다. 다크서클 사이로 흐르는 눈물이어서일까. 진짜 지옥에서 올라온 판다 대사제 같았다.
“크하하하하하!”
시원하게도 웃네. 숨넘어가겠어.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나 희극에 재능에 있나?’
뭔가 계속 반복되는 거 같은데 말이야.
‘도대체 뭐가 웃긴 거야. 같이 좀 웃읍시다.’
대통령은 벽에 이마를 대고 흐느꼈다. 저러다가 쓰러질 기세라서, 나는 한마디 했다.
“쉬엄쉬엄 웃으세요.”
숨넘어가면, 나라가 큰일 나잖아.
하지만 내 말에 대통령의 허리가 꺾였다.
“큽!”
어휴. 진짜.
할 말이 없었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그냥 기다렸다.
‘대통령이 몇 살이더라…….’
오십 대였나, 육십 대였나.
‘한창 웃으실 나이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넘어가야겠지.
나는 고개를 저으며 물러났다. 대통령은 주머니에 넣어둔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얼마나 그렇게 있었을까.
“고, 공자야.”
나는 떨떠름하게 대답했다.
“녜.”
“내 손주 할래?”
나는 순간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는 바로 검지를 입술에 댔다.
“대통령 할아부지, 쉿!”
“으, 응?”
다행히 엄마는 없었다. 나는 대통령에게 속삭였다.
“그런 얘기는 함부로 하는 거 아니에여.”
“그, 그래?”
“농담인 거 알지만, 갑자기 뒤통수를 맞을 수도 있어여.”
그것도 빠따로요.
대통령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나는 진지하게 말했다.
“그, 말을 조심하세여. 속담도 있잖아여.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다가도, 물 맞을 수도 있다.”
마지막은 내가 지어냈지만, 아무튼.
“물은 닦을 수 있어도,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대여.”
“누가 그런 말을?”
“안산댁 이모여.”
대통령이 눈을 깜박였다.
“안산댁은 누구시니?”
“우리 집, 이모요! 암에 걸리셨지만,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어요. 당당히 복귀하셨지만 걱정스럽긴 하져. 그런데 이모는 일하는 게 낫대여.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고 하시는, 굉장히 존경스러운 분이에여.”
대통령의 볼이 다시 씰룩거렸다.
“그, 그렇구나.”
“예후가 좋다고 하지만, 공자도 이모, 잘 지켜보고 있어여. 큰 병은 진짜 체력을 훅 가게 하는 거 같아여.”
나는 흘러내린 모자를 고쳐 쓰며 말했다.
“병이란 건 진짜 힘든 거 같아여.”
그런 의미에서 ‘소나기’의 소녀는 참 대단했다.
‘강하지.’
병마와 싸우면서도 씩씩하다니. 솔직히 히어로보다 강하지.
‘좀 더 열심히 해야겠다.’
여자 역이고 솔직히 힘들었지만, 더 힘내봐야지.
대통령은 진정이 된 거 같았다. 나는 방긋 웃었다.
“그러니까, 대통령 할아버지! 쉿이에여! 쉿!”
긁어서 부스럼 만들지 마세요. 가뜩이나 적도 많은 분이.
‘엄마가 안 들어서 다행이야.’
대통령은 볼을 씰룩였지만, 다행히 다시 터지지는 않았다. 걸어가면서 국가 원수답게 표정도 완벽하게 원상 복구했다.
엄마는 식당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엄마를 발견하자마자 나는 바로 달려가서 안겼다.
엄마는 내 정수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공자, 무슨 얘기를 한 거니?”
음, 당사자가 있으니까 말하기는 그랬다. 이럴 때는 얼버무리는 게 최고지.
“좋은 얘기여!”
“그래?”
“수정 씨.”
대통령이 다시 손을 내밀었다. 엄마는 자연스럽게 악수를 했다.
“굉장히 사랑스러운 아이군요.”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고생이 많으시겠습니다. 다들 아들 삼고 싶을 거 같네요.”
엄마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머나. 제 입장을 알아주신 분은 처음이에요.”
“그렇습니까. 공자야, 나중에 또 보자.”
아, 또 왜.
‘그만 불러.’
부담스럽단 말입니다. 청와대도 싫어.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 안 되겠지.’
나는 방긋 웃었다.
“녜!”
대통령은 내 정수리를 살짝 토닥였다.
긴 만찬이 끝났다. 나는 영부인께 잔소리를 들으면서 퇴장하는 대통령에게 인사했다.
나는 엄마 허리를 꽉 안았다.
“공자야, 왜 그러니?”
“좀 졸리네요.”
피곤합니다.
‘젠장. 다시 오나 봐라.’
뭔가 싸우지도 않았는데, 이상하게 진 기분이었다.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빨리 집에 가서 씻고 자고 싶었다.
* * *
엄마는 TV는 자주 보여주지 않았지만, 신문은 달랐다. 나는 거실에 있는 신문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1면에 여당 의원들의 모습이 크게 실려 있었다.
[아동 보호법, 법사위 통과.>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음, 이거 전에 내가 말한 거랑 상관있는 건가?’
뭐, 이제 법사위라면 통과할 때까지 시간이 걸리겠지.
나는 소파 위에서 숨을 길게 내쉬었다.
‘권력자가 좋긴 하구나.’
뭐, 다 과정이 있겠지만 말이야.
‘그렇지만 이게 다 확립되기 전까진, 꾸준히 소외되겠지.’
즉, 한수윤 같은 애들은 현시간, 아직도 사각지대였다.
‘그래도 좀 달라지긴 하려나.’
나는 신문을 접었다. 그때 안산댁이 과일을 가져왔다.
“공자 웬일로 쉬니?”
“연습실 있다가 쫓겨났어요. 선생님이 쉬래여.”
안산댁은 포크로 과일을 집어 줬다. 나는 과일을 야금야금 먹었다.
“공자야. 이모가 궁금해서 묻는데, 청와대에서 뭐 했니?”
사과가 맛있었다. 나는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영, 감이 잡히지 않았다.
‘돈가스를 좋아하는 대통령이 영부인께 잔소리를 들었다고 말하면 안 믿겠지?’
음, 이거 딱히 비밀 같지는 않은데.
“그냥 밥 먹었어여. 기자가 많았어여.”
“밥은 맛있었니?”
나는 이건 솔직하게 말했다.
“선생님이 해준 밥이 더 맛있어여!”
“어머?”
“진짜예여.”
저 먹는 거 가지고는 진심만을 말합니다.
내 말에 안산댁은 생각에 잠겼다.
“덕수 씨가 음식을 기가 막히게 하지. 하긴, 잘 먹기도 힘든 자자였겠네. 어려우니까.”
뭐 좀, 그렇긴 했다.
“그래도 무슨 얘기 했니? 대통령이랑은 무슨 말을 해?”
나는 대통령이 웃던 걸 기억하고, 미간을 찌푸렸다.
“어머? 공자 표정이 별로인데?”
별로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 내가 했던 참혹한 얼굴 들이밀기가 생각나자,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냥, 별말 안 했어여.”
“공자야. 이모가 궁금해서 그래. 막 나라와 정치 얘기했니?”
그렇게 어려운 걸 어린애와 대화하겠습니까.
‘뭐, 조숙한 아이는 그런 화제도 얘기하나?’
그래도 지금 제 나이는 고래 가족에 춤추는 나이잖아요.
“별로 말하고 싶지 않아여.”
“어머나, 공자야. 그래도 궁금해서 그래. 얘기 좀 해보렴.”
아, 안산댁. 괴로운 거 떠오르게 하지 마십시오.
대답을 하지 않자, 안산댁은 자꾸 보챘다.
“공자야아. 얘기 좀 해봐.”
나는 사과를 씹어 먹으며 안산댁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안색은 매우 좋아 보였다.
‘많이 밝아지셨지.’
요즘 이런저런 취미생활을 하신다고 들었다.
“공자야아.”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원하신다면 말해드려야지.
“음, 대통령 할아버지에게요. 공자가요.”
나는 일부러 뜸을 들였다. 안산댁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이모 얘기했어여.”
진짜입니다. 거짓말 아니라고요.
“어, 어? 나?”
“녜.”
“뭐, 뭐라고?”
나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비밀이에여!”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