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142)
142
안산댁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공자야! 아니, 그게 비밀이면 어떡해! 이모 궁금해 죽잖아!”
그러십니까? 그러면 계속 궁금해하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지만…….
‘한 번 더 튕기고, 의리로 대답해드려야지.’
저 이런 사람입니다. 안산댁.
“대통령 할아버지랑 약속했어여. 비밀로 하기로여.”
나는 배시시 웃었다.
“아니, 공자야! 지금 대통령한테 내 얘기를 했는데, 그게 뭔지 안 알려주는 거야?”
“녜!”
아니 뭐, 나쁜 말 했겠습니까?
“고, 공자야!”
나는 안산댁 볼에 뽀뽀하고 고개를 저었다.
“공자는 비밀을 지키는 남자예여.”
안산댁은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나는 새 사과 조각을 안산댁 입에 넣어줬다.
‘아, 넋이 나가 계시네.’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러니까 이모도 비밀 지켜주셔야 해요.”
“응.”
“이모가 겪는 병마에 대해 얘기했어여. 그리고 자랑했어여. 우리 이모 대단하다고요.”
뭐, 살짝 과장해서 말하긴 했지만, 진짜입니다.
안산댁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내가 이런 말 할 줄 몰랐는지, 말이 없으셨다.
“이거 비밀인데, 이모라서 말하는 거예여.”
안산댁의 눈동자가 떨렸다. 나는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이모가 나아서 기뻐여. 공자가 이번에 맡은 역이, 암에 걸린 소녀인 거 아시져?”
안산댁이 고개를 끄덕였다.
“공자 이 역 하면서, 이모 생각했었어여. 우리 이모가 엄청 강하구나 싶었어여.”
말이 그렇지, 암을 이겨내기가 어디 쉬운가.
“공자는 이모의 그 강함을 역할에 녹이고 싶어여.”
애가 하기에는 좀 어려운 말인가.
‘뭐, 그래도 진심이야.’
생각해 보면 세상에 병원이 참 많았다.
‘그 안에, 딱 그만큼의 환자도 있겠지.’
나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아무래도 앞으로 소아암 환자 지원을 늘리고 싶다.’
뭐, 내 돈은 화수분이 아니기에 열심히 벌어야겠지만 말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안산댁이 갑자기 나를 꽉 안으셨다.
“이모?”
“정말, 아기 미륵이라니까.”
음, 불교 쪽으로 좋은 분이겠지. 그거?
“우리 공자는 보살이야. 정말. 아가씨께서는 어디서 이런 아이를 데려오셨을까.”
수녀님이 운영하시는 모성원이라고 있습니다. 따듯한 곳이죠.
“그냥 하루하루 사는 일하는 아줌마를, 대통령 앞에서 칭찬하는 아이는 너밖에 없을 거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왜여. 우리 이모가 어때서여.”
평범하게 성실한 사람은 굉장한 겁니다. 그거 결코 쉬운 거 아니에요.
안산댁은 나를 꼭 껴안고, 등을 두들겼다.
‘뭐, 내 앞에서 말은 하지 않으셨지만, 그동안 힘드셨겠죠.’
안산댁은 한참 그렇게 있었다. 나는 조용히 기다렸다.
‘너무 감동하셨네.’
음, 이래도 되려나.
‘별것도 아닌데 너무 좋아해 주시잖아.’
나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왠지 굉장히 부끄러웠다.
* * *
“청와대, 어때?”
“음식 맛있어?”
음,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나는 치맛자락을 고쳐 입으며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한우진, 한수윤. 한씨 가문에 두 배우가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음식은 그냥 먹을 만했어여.”
한우진이 내 옆에 앉으며 말했다.
“아니, 청와대니까 재료부터 다를 거 아니야.”
음, 확실히 좋아 보이긴 했지만…….
나는 주위를 둘러보며 작게 말했다.
“사실은여. 우리 선생님이 해준 음식이 더 맛있어여.”
“엥?”
“역시 재벌이 더 맛있는 걸 먹나? 재료가 다른가?”
“수윤아, 그건 아니야. 대한민국에서 제일 좋은 음식 재료를 사용하는 건, 그 지역 현지 사람들이야.”
아, 저건 맞는 거 같다.
“그러게. 그런데 공자야. 그게 뭐 그렇게 비밀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해.”
나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조심해야 해여.”
“왜?”
“선생님께서 들을지도 몰라여.”
“응? 칭찬했잖아. 흉본 것도 아닌데?”
이 무슨 큰일 날 소리를!
“칭찬은 조심해야 해여.”
“아니, 왜?”
“우리 선생님, 심약하셔서여.”
한우진은 멀리 있는 덕수 씨를 아래위로 훑어봤다.
“공자야. 심약이란 단어가 내가 알고 있는 단어랑 다르니?”
“건강해 보이시는데?”
“그러게나 말이다. 저분이 건강하지 않다면, 누가 건강하지?”
뭐, 겉모습이야 그렇긴 하지.
‘신체적인 것도 건강하시긴 하지.’
너무 건강해서, 건장했다. 하지만 말입니다.
“마음이 여리세여.”
내 말에 두 사람의 눈이 가늘어졌다.
“진짜예여.”
안 믿네.
“아니, 공자야. 과장 보태서 저분은 사람 한 명 쓱싹하셔도 이상하지 않을 거 같은데?”
엥. 이건 아니지.
“우진 형. 사람은 겉모습이 다가 아니에여.”
“아니, 그래도.”
“아무튼여. 선생님 칭찬은 조심스럽게 말해야 해여.”
한수윤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아니, 왜?”
“비밀이야. 어디서 말하지 마.”
녀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셔.”
“엥?”
“설마.”
“설마가 사람 잡는 법이에여.”
안 그래도 내가 했던 말이 전해져서, 우셨다고 들었다.
‘감동하는 건 보통은 처음에만 격하고, 나중은 덜한데 말이야.’
덕수 씨는 마음이 얼마나 여리신지, 반복해서 우실 때도 많았다.
‘사람이 얼마나 칭찬에 목마르면 저렇게 되는 걸까.’
자라온 환경 탓인가. 잘 모르지만, 덕수 씨도 괜히 저렇지는 않을 거 같은데.
나는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얘기한 거예여.”
“그, 그러니까 울까 봐?”
“네. 이런 자리에서 우시면, 이상하게 볼 거 같아서여.”
“아니, 굳이 울지 않아도 이상하게 보이는데…….”
아니, 날카로운 진실의 칼로 가슴을 찌르지 마세요! 이거 들으면 덕수 씨, 상처받습니다.
“아무튼, 청와대는 그냥 그랬어여.”
한우진이 속삭였다.
“대통령이 뭐라 그래? 손자 삼고 싶다고 안 그래?”
순간 깜짝 놀랐다.
‘어, 어떻게 알았지?’
나는 한우진을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헐렁한데 예리하다니, 역시 톱은 다른가?’
내 표정을 본 한우진이 씩 웃었다.
“그런 말 들었구나. 후후. 공자야. 내가 잘생긴 선배로서 알려줄게.”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필요 없을 거 같은데, 궁금은 하다.’
한우진은 진지하게 말했다.
“원래 좀 생기면, 다 집에 들이고 싶어 해. 이건 진리야.”
와.
‘정말 들을 가치가 없는 말이군.’
애한테 무슨 말을 하는 건지.
그냥 고개를 젓는데, 한수윤이 말했다.
“그건 맞아요.”
엥?
“역시. 수윤이 네가 연예계 밥차 밥을 많이 먹어서 잘 아는구나.”
아니, 그렇게 따지면 나도 밥차 밥은 많이 먹었어.
“원래 보기 좋은 건, 한 가정에 하나씩 두고 싶다고 하잖아요. 대통령이면 스케일이 클 테니까, 손자 삼고 싶다고 했을 수도 있겠죠.”
스케일 두 번만 컸다간, 우리 엄마 야구 빠따가 춤을 추겠습니다 그려.
나는 한우진의 손을 잡았다.
“형아.”
“응?”
“공자가 걱정돼서 말해여. 너무 얼굴만 믿고 살면 큰일 나여.”
정신 차려, 이 친구야.
“엥?”
“미모는 영원하지 않아여! 늙으면 끝입니다!”
“그, 그렇긴 한데. 그래도 미남이 미중년이 되는 거라고. 음. 물론 공자 네가 알려준 대로, 설득에는 진심이 섞이면 더 대단하지만.”
한수윤이 방긋 웃으며 말했다.
“공자가 그런 말도 했어요? 그것도 저 동의해요.”
얜 또 왜 이래. 이런 애가 아니었는데.
“어휴.”
좋은 거 가르칩니다.
‘뭐, 그래도…….’
나는 팔짱을 끼고 진지하게 생각했다.
‘한우진이 알려준 방법, 은근히 효과가 있을지도 몰라.’
설마 아동 보호법 법사위 간 거, 내 부탁 때문은 아니겠지.
나는 고개를 저었다. 너무 나간 생각이었다.
그때, 스탭이 불렀다. 한우진은 옆자리에 앉은 나를 달랑 들고는 촬영장으로 갔다.
나는 한수윤에게 인사하며 말했다.
“오늘 야외 씬이었죠?”
“응. 정자에서 아빠랑 딸이 다정하게 말하는 장면이지.”
일상적이지만, 그만큼 힘든 장면이기도 했다. 대본 리딩 때, 이 장면을 굉장히 많이 했었다.
“이 역이 생각보다 힘들어.”
한우진은 담담하게 말했다.
“좀 푼수더라고. 진중한 나랑 안 어울려.”
엥? 그 누구보다도 잘 어울릴 거 같은데요.
“어설프지만 딸을 사랑하는 아빠라니. 확실히 새로운 도전이야.”
“움, 형아. 이 역 후회해여?”
그러게, 내가 하는 거라고 무턱대고 나오지 말라고.
한우진은 씩 웃었다.
“그럴 리가 있나. 공자야. 나는 한우진이다?”
와, 이런 자신감은 보기 좋네.
“그런데 좀 알 거 같기도 해. 공자 같은 딸이 힘든 병에 걸렸으면 아무리 푼수라도 강해지겠지.”
한우진은 내 볼을 만졌다.
“이렇게 귀여운 내 딸이 아프다면, 뭐든 하겠지. 포기할 수 없을 거야.”
어라.
“빚이 생겨도, 가난해져도, 어떻게 포기하겠어.”
음, 역시 톱은 톱이었다.
‘헐렁해 보여도 제일 중요한 걸 잘 안다.’
나는 씩 웃었다.
“딸도 그거 알아여.”
“그래서 딸이 힘든 척을 안 하다가, 이 장면에서 터지잖아.”
나는 씩 웃었다.
“그렇져.”
“감정선이 얕지만, 촘촘해. 이거 대본이 참 좋은 거 같아.”
한우진은 나를 정자에 앉혔다. 곧 원종사 감독이 말했다.
“공자야. 대본 리딩 때도 말했지만 이 장면, 감정선 잘 살려야 한다.”
“네.”
“믿는다, 우리 공자. 어휴. 덥다, 더워.”
원종사는 연신 티셔츠를 펄럭이며 말했다.
“조감독아. 살수차 예약은 잘 되지?”
“어우, 그거 힘들어요. 약속되어도, 업체가 이상한지 말을 안 들어요.”
“업체가 거기밖에 없냐? 다른 곳 찾아봐.”
“날이 덥잖아요. 다른 데 가야 한다고 안 오려고 해요.”
음. 힘들어 보이네.
“내일 비가 확 내리면 좋을 텐데.”
“기우제라도 지낼까요?”
“그럴까? 뭐, 조촐하게 하자. 돼지머리는 내가 하면 되니까.”
아니, 뭘 하겠다는 거야.
원종사 감독의 농담에 스탭들이 다들 웃었다.
“살수차 잘 준비해라. 영화 제목이 소나기인데, 지금 가뭄 되게 생겼다.”
“내일 비 안 온대요.”
음. 힘들어 보이시네.
원종사 감독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슛 들어갑니다.”
나는 바로 준비했다.
“레디, 액션!”
카메라가 살짝 돌았다. 한우진이 내 뺨을 쓸었다. 손길이 퍽 조심스러웠다.
“아빠는 우리 딸이, 투정 좀 부렸으면 좋겠는데?”
딸은 다리만 흔들었다. 한우진의 발성이 귓가에 울렸다.
“이렇게 아픈데, 투정 한번 안 부려서 아빠는 무서워.”
“뭐가 무서워? 무서울 것도 많다.”
“이이. 그냥 내가 미덥지 못해서, 우리 딸이 말도 못 하나?”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그럼 말해봐. 우리 딸, 뭐가 힘들어. 뭐가 무서워? 아빠는 궁금해.”
“그런 거 없어. 그냥 사는 거지, 뭐.”
나는 고개를 푹 숙였다. 한우진은 그런 내 어깨를 안으며 말했다.
“말해도 돼. 아빠가 별로라서 말 못 하는 거야?”
“말하면…….”
나는 목소리를 살짝 떨었다.
“아빠가 힘들지 않아?”
카메라가 내 옆모습을 찍었다. 나는 계속 대사를 이었다.
“그냥. 아빠도 충분히 힘들잖아. 우리 집 돈도 없고.”
“딸은 그런 거 생각하지 마. 낫는 것만 생각해.”
나는 울상인 얼굴로 말했다.
“어떻게 낫는 것만 생각해.”
나는 침을 꼴깍 삼켰다.
“아빠. 그거 알아? 나 사실 막장 드라마 좋아해.”
“그래?”
“그런데 못 보겠어.”
“왜? 병실에 TV 있잖아. 아빠 옆에서 같이 보면 되잖아.”
나는 조심스럽게 고백했다.
“집에 가면 못 볼까 봐. 아니…….”
나는 한우진의 옷자락을 붙잡으며 말했다.
“집에 못 갈까 봐.”
감정이 차곡차곡 쌓였다가 터지는 씬이었다. 한우진은 내 어깨를 잡았다.
나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
“왜 그런 생각을 해!”
“몰라. 무서워. 아빠, 나 이러다 죽으면 어떡해?”
“낫는 것만 생각하자고 했잖아.”
“사실, 나아도 무서워. 아빠 나 학교 갈 수 있어?”
한우진은 나를 확 안았다.
“갈 수 있지. 왜 못 가. 똑똑한 우리 딸, 공부도 얼마나 잘하는데.”
“약 때문에 바보 됐으면 어떡해?”
“아니야. 아니야. 잘할 거야. 그리고 공부 못하면 어때. 건강하면 돼.”
“무서워, 아빠. 나, 사실…… 아픈 것도 낫는 것도 너무너무 무서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