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143)
143
나는 한우진 품에서 계속 울었다.
“사는 게 무서워, 아빠. 죽는 것도 사는 것도 다 무서워.”
한우진은 나를 꽉 안으며 말했다.
“너무 잘하려고 해서 그런 거야. 우리 딸, 안 그래도 돼. 그냥 살아도 돼.”
나는 계속 훌쩍였다.
“어떻게 그냥 살아! 살아 있는데!”
한우진은 나를 달랬다. 작품 속에서 부녀는 부둥켜안고 울었다.
곧 기다렸던 소리가 들렸다.
“컷! 오케이!”
와. 오케이 나왔네.
“바스트로 한 번 더 가자. 와.”
원종사가 웃었다.
“잘했다, 공자야. 굉장합니다. 한우진 씨.”
한우진은 휴지로 내 얼굴을 문질렀다.
“제가 연기를 좀 잘하죠.”
음, 저 잘난 척만 없으면 업계 평가가 더 좋지 않을까?
한우진은 나를 보며 말했다.
“그런데 역시 연기는 저 혼자는 안 되네요. 진짜 중독되겠어.”
“뭐가여?”
“너랑 연기하는 거 말이야. 합이 왜 이렇게 잘 맞지?”
나는 씩 웃었다.
‘한우진이랑 여러 번 만났지.’
그래서일까. 한우진의 발성이나 숨쉬기에 익숙해졌다.
‘타이밍을 좀 알 거 같아.’
한우진은 대본을 잘 보는 배우였다. 얼굴로 떴다고 했지만 몇십 년 버틴 건, 이 사람 실력이었다.
‘전생에서도 만났으면 좋았을 텐데.’
한우진이 그때쯤에는 작품을 많이 가렸지.
“어우.”
한우진은 갑자기 신음을 내뱉더니, 나를 꽉 안았다.
“우진 형?”
“너랑 일하는 거 중독적이야. 아, 이거 나만 알아야 하는데. 자꾸 알려지네.”
그, 그거야 당연하지.
‘나 찾는 곳 많으니까.’
나는 한우진의 등을 토닥였다. 웃긴 놈이었지만, 얘가 날 좋아하는 건 진심이었다.
“아. 미치겠네.”
한우진이 계속 중얼거렸다.
“며칠간 딸이어서 그런가. 이런 애가 아프다고 생각하니까 감정이 막 잡히네.”
저런.
한우진은 나를 품에서 놔줬다. 하지만 이번에는 빤히 바라보았다.
“공자야. 우리의 첫 만남 기억나니?”
엥?
‘그야 기억은 나지만, 저 그때 기어 다니는 아이였습니다.’
기억하면 좀 이상하잖아.
‘음, 어린아이가 자신의 과거에 대해 얼마나 기억하지?’
이한조일 때 아이였던 기억은 잘 생각이 나질 않았다.
‘뭐, 안전하게 가는 게 낫겠지.’
나는 고개를 저었다.
“잘 기억이 안 나여.”
“하긴, 그땐 네가 어렸지. 너 날 보니까 방긋 웃었다?”
음, 제가 기억하기로는 전 그때 누구에게나 웃었습니다.
“참 이상하다. 그때는 내가 죽는 역이었는데.”
아, 응급실에서 한우진이 그런 역이었지.
“널 두고 죽는 역이었는데, 이번에는 네가 죽을지도 모르는 역이네.”
음, 가져다 붙이기 같은데요. 뭔가 연관이 있습니까?
“그때 생각했어. 아들 두고 죽는 거랑 아이가 먼저 죽는 거, 둘 중에 뭐가 더 힘들까.”
엥, 그건 당연히 후자 아닙니까?
“사람들은 다들 후자라고 하더라. 그런데 나는 아이가 없으니까, 잘 모르겠다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이제 알 거 같아. 확실히 후자가 슬프네.”
한우진은 이제 마성 효과가 없어진 정수리를 쓰다듬었다.
“귀여운 딸이 아파서 머리카락이 없다고 생각만 해도, 이렇게 참담한데 말이야.”
음, 좀 이상하다.
‘뭔가 과몰입하고 있는 거 같은데?’
한우진이 이렇게 역할에 과하게 들어가는 배우였던가?
“공자 덕분에, 좀 더 많은 역을 할 수 있을 거 같아.”
한우진은 활짝 웃었다.
“고맙다. 공자야.”
아니, 제가 뭘 했다고요.
‘그런데 생각해 보면 한우진 역할이 다양하진 않았지.’
주연배우였지만 스펙트럼이 넓지는 않았다.
‘톱스타는 확실히 맞았지만 말이야.’
연기 변신 자체를 하지 않았다.
나는 한우진을 올려다봤다.
‘뭐, 나 때문에 여러 역할을 했다고 하지만…….’
사실은 본인이 돌파구를 찾았던 거 아닐까.
‘뭐, 계기가 나일 뿐이지.’
그래도 뭐, 계기든 뭐든 좋은 쪽으로 변하면 좋은 거니까.
나는 조금 웃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이 양반, 정들 거 같았다.
* * *
대통령과 식사하는 모습은 그날로 대서특필이 되었다. 서 사장은 오늘도 평화로운 곰자님들의 ‘곰굴’을 보았다.
‘세상에 모든 공자 사진들은 여기 다 있는 거 같다.’
기자들 사진이라서 보정이 하나도 들어가 있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데도 공자와 수정이 얼굴은 빛이 났다.
“흐음, 흐음. 흐으음.”
서 사장은 신음을 내뱉었다. 정말 뉘 집 애들인지 아주 빛이 났다.
서 사장은 게시글 하나를 클릭했다.
[우리 공자 또 신문 점령했어요ㅋ>아니 대통령, 공자 왜 이렇게 좋아해요?
-저도 좋아해서 괜찮아요.
└아 저도 좋아함.222
└저도요3333
└44 아니 솔직히 안 좋아하고 배기나요. 저렇게 귀여운데.
-아, 그런데 저도 같이 밥 먹고 싶어요.
└저도요. 아, 진짜 대통령쯤 되어야만, 공자랑 밥 먹을 수 있나 봐요.
-이래서 정치를 해야 했는데. 아, 그런데 저 고조할아버지가 친일파라서 안 돼요.
└아니ㅋㅋㅋ 님 뭐예요ㅋㅋㅋ
└성도 있어요. 나까무라예요.
└ㅋㅋ나까무라 씨ㅋㅋㅋ
└왜 하필 나까무라예요ㅋㅋㅋ
-아무튼, 정치해야 공자랑 밥 먹을 수 있나 봐요. 공자야 누나도 밥 잘 먹어.
└ 아 대통령 아니어서 방금 서러워졌어요. 공자야 누나도 밥 잘 먹는다ㅋㅋㅋ
└ 형도 잘 먹는다
└ 아줌마도 잘 먹는다
└ 할머니도ㅋㅋㅋ
└ 아니ㅋㅋㅋ 어디까지 가요ㅋㅋㅋ
다들 평화롭게 놀고 계셨다. 서 사장은 조용히 휠을 내렸다.
‘공자 머리 민 거, 반응이 별로일 거 같았는데 말이야.’
물론 처음 알려졌을 땐 곰굴이 발칵 뒤집어졌다. 애한테 무슨 짓이라며 난리였다.
‘하지만 사진이 공개되고 달라졌어.’
공자는 머리가 없어도 귀엽다며 다들 난리였다. 서 사장은 코를 훌쩍였다.
‘하긴, 저 꼴이어도 귀여울지 나도 몰랐어.’
정말 굉장한 얼굴이었다.
서 사장은 다른 게시물을 클릭했다.
[공자 머리 기른대요.>-소아암 협회에 기부하려나 봐요.
-머리카락 기부하는 거 들어는 봤는데, 저도 해볼까 싶어요.
└ 그거 25cm 이상 잘라야 한대요.
└ 와, 공자 지금 25cm 이상 기른다는 말이네요. 보고 싶다. 긴 머리ㅋㅋ
└ 아, 귀엽겠다. 아니 청순하려나?
└ 아무튼 보고 싶어요
└ 22222
└ 아, 그런데 공자 너무 극과 극이네요. 대머리에다가 장발이라니ㅋㅋㅋ
└ 공자 긴 머리 보고 싶은 저는 이 기회가 소중해요ㅋㅋㅋ
└공자 하고 싶은 거 다 해ㅋㅋ
└22 누나는 감상만 할게
└33 아줌마도 잘 볼게
└444 할머니도ㅋㅋ
서 사장은 고개를 저었다. 이분들 왠지, 공자가 율동만 해도 자리 깔고 손뼉 칠 거 같았다.
‘든든하긴 하지.’
지금 이미지도 굉장히 좋았다. 자선 재단에 대해 알려지자, 다들 착하다고 난리였다.
‘아마 대통령도 그래서 초대하지 않았을까.’
물론 그건 국민 투표 때문이었지만 말이다.
‘그런 자리에서 머리 기르겠다는 기부 선언이라니…….’
그 말을 기자들 모여 있는 데서 하다니. 가끔 보면 천사는 수단이 좋았다.
‘덕분에 아주 난리가 났네.’
공공기관에서 찾는 건 둘째치고, 이름 들어본 자선 재단은 죄다 연락이 왔다.
‘뭐, 그거야 인의예지 있다고 안 한다고 했지만…….’
이미지가 좋아지자, CF가 줄을 이었다. 서 사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머리가 반들반들해도 찾을 줄이야.’
솔직히 당분간 공자, CF는 못 나가는구나 싶었다.
‘이미지 소모가 극심할 테니 쉬어가지 싶었는데…….’
엄청나게 많은 단체가 공자를 찾았다.
‘다른 건 몰라도 DL 제당 문어 빵에서 CF 오퍼 왔을 때는 놀랐다.’
확실히 공자가 광고계의 블루칩이긴 했다.
‘수정이가 그랬지. 정리리 디자이너 선생님이 만든 아동복, 지금 불티나게 팔린다고.’
이렇게 완판을 만들 줄이야.
서 사장은 좋으면서도 살짝 걱정되었다.
‘점점 영향력이 커지는데 말이야. 우리 공자는 착하기만 해서 말이지.’
어떤 놈이 이용하려고 하면 어떡하지.
‘음. 지금이야 덕수 씨가 잘 퇴치하고 있긴 하지만…….’
공자 그 녀석은 경계심이 묘하게 없었다. 솔직히 이러다가 누가 납치라도 할까 걱정이었다.
‘아무리 열심히 지켜도, 빈틈이란 게 있으니까.’
사람을 더 써야 할까.
서 사장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보석이 손안으로 굴러들어 온 건 좋지만, 솔직히 바지사장으로는 품기가 힘들었다.
‘뭐, 능력껏 해야지.’
서 사장은 중얼거렸다.
“나는 할 수 있다. 안 하면 안 된다. 우리 집에는 공자를 좋아하는 공주님 두 분이 계신다.”
공자가 야채 먹으라는 동영상을 보내니까, 매일 매일 전투적으로 드시는 씩씩한 공주님 두 분이셨다.
‘그래서인지 첫째 공주님이 변비가 많이 나아지셨지.’
서 사장은 곰굴에 있는 사진을 바라보았다. 공자는 귀엽게도 웃고 있었다.
‘유산균보다 효과 있는 존재라니까.’
서 사장은 손목시계를 보았다. 슬슬 그 시간이었다.
그는 너튜브를 클릭했다. 광고가 나오고, 동영상 속 사람이 말했다.
“자, 오늘은 스텝 두 번째 시간입니다.”
강사는 허리를 돌리면서 유려하게 움직였다. 서 사장은 어설프게 따라 했다.
‘참 좋은 시대야.’
삼바 강좌가 인터넷에 있네.
‘그러고 보면, 진짜 개인 영상의 시대가 오는 거 같단 말이야.’
이거 진짜 배워야 하나.
‘이것도 다 기술이겠지?’
하나 배워두면, 언젠가 이 바지사장에서 잘려도 먹고 살 수 있을 거야.
서 사장은 영상을 배우겠다고 결심하며 허리를 열심히 돌렸다.
‘열심히 해서 공자에게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여줘야지.’
그 착한 녀석은 아무도 보지 않으려는 이 춤을 봐주겠다고 했었다.
“착한 녀석.”
서 사장은 영상을 따라 하면서 천장을 바라보았다. 운동을 해서일까, 아니면 감동을 받아서일까.
‘눈가에 습기가 어린다.’
우리 공자, 착하기도 하지.
진심으로 공자를 위한다면, 춤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선택지도 있었다. 하지만 서 사장은 조용히 무시했다.
‘삶은 도전이야.’
공자 앞에서 당당하게 평가받는 게, 최근 서 사장의 꿈이었다.
‘그나저나 우리 공자, 오늘 살수차 촬영이라고 했지.’
비 많이 맞겠네. 감기 걸리면 안 되는데.
서 사장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영상을 부지런히 따라 했다. 격한 운동을 해서인가. 땀이 주룩주룩 흘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