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144)
144
“조연출아. 우리 진지하게 얘기해 보자. 살수차 왜 안 오냐.”
“그, 오늘 꼭 오겠다고 했는데요.”
“나 너 믿었다? 그런데 이러기냐? 왜 안 와!”
음, 이런.
‘생각해 보면 드물지 않은 일이지.’
촬영, 완전히 꼬였나 보다.
‘야외 촬영 이상해지면 답이 없는데 말이야…….’
나는 조용히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한우진은 구석에 누워 있었고, 한수윤은 대본을 보는 중이었다.
한수윤이 고개를 들었다.
“어때? 오늘 할 거 같아?”
“운이 좋아야 할 거 같은데. 지금 살수차의 시옷도 안 보이잖아.”
한수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이거 꼬였네.”
“나중에 일정 조절하려나.”
“하겠지. 일단 대기해야 할 거 같지만.”
“아, 오늘 장면 기대했는데.”
나는 의자에 앉아서 천장을 바라보았다. 천막 안은 꽤 더웠다.
“비 맞는 날이었지. 오늘.”
“소나기 속에서 소년과 소녀가 마음을 확인하잖아.”
소년과 소녀의 오해가 다 풀리는 날. 소녀는 살아갈 이유 중 하나에, 소년을 넣기로 한다.
‘소년에게 소녀는 희망이지.’
둘은 서로를 좋아함으로 좀 더 나은, 밝은 미래를 꿈꿨다.
‘약간 동화 같아.’
어찌 보면 소년과 소녀가 나오는데 인제 와서야 동화 같다니, 늦은 감이 있지만 말이다.
‘그만큼 현실적인 대본이었지.’
살아가는 것과 죽는 것. 두 가지 다 힘든 소녀와 사고 트라우마 때문에 힘든 소년.
‘아름다운 여름 동화 같은 영화야.’
한수윤은 대본을 놓고 숨을 길게 내쉬었다. 의상이 좀 두꺼웠다.
‘더워 보이네.’
나는 선풍기를 한수윤에게 대줬다. 녀석은 씩 웃으며 말했다.
“이런 거, 어디서 배워?”
무슨 말이지?
“너무 자연스럽게 해주잖아. 이런 건 학원 가면 알려주나? 그러면 나도 좀 배우게.”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어떤 학원에서 이런 걸 알려줘.”
“그렇지?”
한수윤은 씩 웃었다.
“네가 이런 건 역시 타고나는 거겠지?”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음, 잘 모르지만 나도 배운 거 아닐까?”
“누구에게? 어디에서?”
나는 집에서 엄마한테 배웠다고 하려다, 그냥 입을 다물었다.
“그냥 주위 사람들에게 보고 배웠어.”
한수윤이 선풍기에 머리를 털었다.
“방금 엄마라고 하려다가 말았지? 내가 상처받을까 봐, 일부러 말 안 한 거지?”
이 녀석, 눈치 빠르네.
나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한수윤이 하는 말의 의미를 잘 알았다. 그래서 가슴이 조금 아팠다.
‘그런 부모에게 배려를 본 적이 없어서, 이런 별것도 아닌 행동이 부러운 거지.’
한수윤이 말했다.
“공자 너는 참 대단한 거 같아.”
아니, 선풍기 대준 게 뭐 대단한 거라고.
“다른 사람들은 네 외모나 연기력을 칭찬할 테지만 말이야. 아니야. 나는 네 대단함은 좀 다른 거로 생각해.”
음, 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외모나 연기력 칭찬이 나는 더 좋은데.
‘그 두 개가 얼마나 짜릿한데.’
들을 때마다 더해 달라고 하고 싶다고.
“착해. 그거 정말 대단한 거야.”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리고 진심으로 말했다.
“나는 외모 칭찬이 더 좋아.”
“뭐? 아하하하!”
내 말에 한수윤은 배를 잡고 웃었다.
“그거 많이 들을 텐데. 안 질려?”
한 번도 질린 적 없다.
‘늘 새롭고, 신선하다고! 게다가 말이다.’
나는 진심으로 말했다.
“착하다는 칭찬은 좀 아닌 거 같아.”
“왜?”
“음, 안 착하니까?”
이거 진짜다. 녀석아.
“뭐? 진심이야?”
“응.”
“너 나 엄청나게 도와줬어.”
“그건 형이 아이니까 그렇지. 그런데 누구나 사정을 알면 나처럼 했을 거 같은데?”
한수윤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다들 안타깝다는 표정이었지만, 나서주진 않았어.”
이런, 젠장.
‘하긴, 상관하지 않으려고 하겠지.’
더구나, 신고해도 경찰 쪽이 받아주긴 하나. 법도 인제 와서 생기는 거 같은데.
‘집안일이라고 넘기겠지.’
한수윤이 유명하니까, 더 그렇겠지?
‘이래저래 안타까운 상황이다.’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형아”
“응?”
“공자는 솔직히 형에게 별 도움 안 돼. 하지만 나중에 꼭 도와줄게.”
잘 모르지만, 나중에 변호사 선임 같은 건같이 알아봐 줄 수 있어.
‘물론 나도 엄마에게 부탁해야겠지만 말이야.’
한수윤이 눈을 깜박였다. 나는 솔직히 이 녀석이 너무 불쌍했다.
‘얘 20살까지 잘 버틸 수 있을까.’
한수윤 부모님에게 치통으로 저주를 걸긴 했지만, 이거로 학대를 다 막을 거 같지는 않았다.
한수윤은 조금 웃었다.
“아하하하. 날 제일 많이 도와준 애가, 이런 말을 하다니! 역시 넌 참 재미있는 애야!”
그러냐.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걱정이야. 형 굶을까 봐.”
“음, 요즘 엄마가 밥을 조금 주긴 해. 키 커야 한다면서.”
와, 이유 한번 대단하다.
“나한테 밥 차려주면 이상하게 치통이 오지 않는대.”
와, 어머니께서 드디어 그 상관관계를 알았구나.
“다행이다.”
“그러게. 있잖아, 공자야.”
“응. 왜.”
“촬영 끝나도 연락해도 돼? 나 너랑 오래오래 알고 지내고 싶어.”
얘 봐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안 하려고 했어?”
이 녀석은 반드시 자주 만나야 했다.
‘그때마다 밥 먹어야 하고, 멘탈 케어 좀 해줘야 해.’
뭐,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지만, 꼭 필요한 절차였다.
꾸준한 관심만이 이 녀석의 상처를 낫게 할 수 있었다.
‘뭐, 그렇더라도 한계는 분명히 있지.’
하지만 더해 주고 싶어도 방법이 없었다.
‘그래도 모르면 모를까, 알게 되었으면 도와줘야지.’
한수윤은 빨개진 뺨을 살짝 긁었다.
“아, 부끄럽다.”
뭐, 뭐가.
“나 처음이야. 친구 생긴 거.”
아니, 왜?
“형, 학교 가잖아.”
“촬영하느라 수업 거의 못 들어.”
이런, 젠장.
순간 이 녀석이 또 불쌍했다.
‘첫 친구가 나라니.’
이래도 괜찮을까.
나는 녀석의 어깨를 토닥였다.
“그래도 학교에서 친구 만들어봐. 다들 좋아할걸. 한수윤이잖아.”
“글쎄, 과연 그럴까. TV 나온다고 신기하게 보긴 하지만, 어떤 애들은 마음에 안 들어 하더라.”
엥. 왜지.
‘질투 때문인가?’
그나저나 큰일이네.
“혹시 그 애들이 괴롭혀?”
“음, 시비는 거는데 상대할 시간이 없어. 촬영하느라.”
와. 진짜 힘든 삶이다.
‘이건 나은 상황인지 아닌지, 도통 알 수가 없네.’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눈앞에 있는 한수윤이 굉장히 불쌍했다.
‘얜 이렇게 못 누리고 살아서 어떡하냐. 어린 나이인데 소처럼 일만 하네.’
나라도 잘해줘야지.
“공자야. 번호 줘.”
“아, 형. 나 번호 없어. 연락 가능한 번호는 있지만. 그거 줄게.”
순간 한수윤의 눈동자가 떨렸다.
“스, 스마트폰이 없어?”
“응.”
“대단하다. 안 사주신 거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왜 안 사주시는 거야?”
“음, 반응 볼 거 같아서 그런 거 같아. 좋은 말만 있는 거 아니잖아.”
한수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긴 하지. 너 정말 기사 많이 뜨더라.”
엥? 또 뭐가 떴나?
‘아, 청와대 갔었지.’
기자들이 많았으니까, 그만큼 잔뜩 떴겠지.
“음 그렇지만 이제 사달라고 하면 스마트폰 사주실 거야.”
아마도.
“그렇구나.”
정 안 되면 키즈 스마트폰이라도 사주시지 않을까.
나는 놈의 어깨를 툭툭 쳤다. 그리고는 구석에서 자고 있는 한우진에게 말했다.
“우진 형아, 일어나 있는 거 알아여.”
한우진은 씩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끼어들기 좀 그래서 병풍으로 있었어. 자고로 이런 건 치고 빠져주는 게 매너지.”
이미 일어나 있어도 타이밍 보는 게 좀 재미있긴 했다. 한우진은 미니 선풍기 바람을 나에게 돌리면서 말했다.
“정말 아름다운 우정이야. 그나저나 아직도 살수차 안 왔어?”
“네. 제대로 꼬였나 봐요.”
“그냥 비가 확 내리는 아름다운 기적이 내렸으면 좋겠다.”
음, 기적이라. 확실히 지금 비가 내리면, 기적 같은 일이지.
나는 나에게 돌려져 있던 미니 선풍기를 한우진에게 다시 돌렸다. 입은 의상이 원피스여서 그런지, 나는 그럭저럭 견딜 만했다.
한수윤은 선풍기 바람을 돌리는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왜지.
“왜? 더워?”
한수윤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냥. 나도 그런 사람 되고 싶어서.”
뭐지.
“선풍기 바람 돌려주는 사람?”
굉장히 쉬운 사람이네. 나는 한수윤에게 선풍기를 쥐여줬다.
“자, 해봐.”
참 쉬울 거다. 3초 만에 될 수 있어.
한수윤은 눈을 깜박이다가, 배를 잡고 웃었다.
“아하하하하하!”
음, 또 왜 웃는 걸까.
한수윤은 선풍기를 빤히 보면서 말했다.
“아니, 그냥 나도 배려를 아무렇지 않게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거야.”
“하면 되지.”
“음, 쉽지 않아. 내가 이런 걸 할 줄 아는 사람이 되면, 기적일걸.”
아니, 이게 뭐 별거라고!
“그냥 선풍기 돌리면 되는 거잖아.”
한우진은 다른 미니 선풍기를 꺼내며 말했다.
“음, 나는 수윤이가 무슨 말 하는지 알 거 같다.”
아니, 이 아저씨는 왜 끼어들어.
“공자가 착하지. 자연스럽게 남에게 뭘 해주고. 그런데 이거 쉬운 게 아니야. 무턱대고 이러면 호구거든.”
한수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얕보죠. 저 학교에서 애들이라 친해지고 싶어서 이랬다가 바로 호구 됐어요.”
“사람이 착하면 이용하려는 사람도 꼭 있지.”
아니, 선풍기 바람이 이렇게 심각해질 일인가.
“나도 싫은 사람에겐 이렇게 안 하는데요.”
“오, 공자 네가 싫은 사람이 있긴 해?”
음, 거의 없긴 하지.
“저 아무에게나 이러지 않아여.”
진짜야.
“두 사람이니까 이러는 거죠!”
내가 설마 서산별곡에 김제득 PD나, 침 뱉은 이구준에게 이런 배려를 하겠습니까. 선풍기 바람 내가 다 차지하지.
열심히 변명했는데, 두 사람은 말이 없었다. 살짝 돌아보니, 한씨들은 다 고개를 돌린 채였다.
‘뭐야.’
반응이 왜 이래?
두 사람은 한참 있다가 말을 꺼냈다.
“어휴. 수윤아. 이렇게 되지 마라.”
“그러게요. 와, 장난 아니에요. 그런데 그래도 저는 닮고 싶은데요.”
웃는 연기를 참 잘하는 한수윤이 어색하게 미소 지었다.
“뭐, 보고 배운 게 별로라서요. 이렇게 되면 기적이겠지만요.”
와.
‘도대체 이게 뭐라고, 살수차 없어서 꼬인 일정에 비 오는 급이야.’
너무 자신감이 없는 거 아닌가.
나는 심호흡을 했다. 뭐, 상황이 힘들어서겠지.
하지만 말입니다.
“수윤 형. 기적 별거 아니야.”
“으, 응?”
“지금 갑자기 비 올 수도 있는 거잖아.”
“공자야. 오늘 강수 확률 10%야. 비 안 와.”
“올 수도 있잖아여!”
나는 바로 속으로 외쳤다.
‘코인 사용! 지금 소나기 오게 해줘! 대가에 따른 코인 양도 알려줘!’
[대가를 알기 위해 코인 20개가 소모됩니다.> [현재 날씨에서 소나기가 오기 위해서는 94,227코인이 필요합니다.> [대가로 마공자의 신체가 1시간 뒤에 3시간 동안 오한이 듭니다.>와, 오한이라니. 이거 덕수 씨에게 들키면 골치 아파지겠다.
‘그래도 할 만한데.’
일단 촬영도 해야 하니까 말이다.
‘실행!’
[실행되었습니다.>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릅니다.> [언급한 대가가 실행됩니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