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145)
145
한우진이 내 정수리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강수 확률 10%인데, 오면 내가 성을 갈게.”
음, 성 뭐로 갈까. 이 사람.
“진짜여?”
“응. 한우진이 아니라 낳우진 될래.”
한국에 없는 성이 됐군요. 나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공자는 비 오는데 오백 걸 거예여.”
“엥? 내기? 게다가 오백만 원? 이야. 스케일이 좀 크구나.”
아니, 무슨 소리야.
“당연히 오백 원이죠. 오백만 원이라니요!”
뭔지 모르지만, 세무 조사 들어오면 잡혀 들어가기 딱 좋겠네. 아니다. 단발성이면 괜찮나?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는데…….’
해봤어야 알지. 아니, 전문가가 아닌데 이런 거 아는 게 더 이상하지 않나.
한우진은 피식 웃었다.
“아, 오백 원. 참 공자답다.”
저기요. 저 아직 어립니다. 일단은요.
한수윤이 진지하게 말했다.
“공자야. 요즘 오백 원으로 아무것도 못 사.”
아, 그런가.
“진짜? 아, 물가 너무 오르네.”
장바구니에 타격이 크겠다.
한우진이 입술을 씰룩였다.
“아니, 부자가 저러니까 되게 웃기네. 공자야. 네 엄마는 수정 선배님이야.”
“엄마 돈이지, 제 돈 아니에여.”
뭐, 그 이전에 이미 건물주이긴 하지만요.
“아무튼, 전 오백 원 걸었어여. 수윤이 형은 뭐 걸래?”
“음, 난 걸게 없는데?”
“수윤이 너도 성 걸자. 나는 낳우진 할 테니까, 너는 학수윤 해라.”
한수윤이 피식 웃었다.
“네. 뭐 그러죠.”
음, 한씨 가문에 두 사람이 오늘부로 성을 가는군. 나는 조용히 기다렸다. 곧 오케스트라처럼 천막 위로, 빗소리가 들렸다.
투드득-
공기가 순식간에 습해졌다. 천막 뒤에서 스탭들의 외침이 들렸다.
“와! 이거 뭐냐!”
“야! 비 온다! 이게 무슨 일이야!”
아주 난리가 아니었다. 나는 두 사람의 손을 잡고 천막 밖으로 나갔다. 세상은 갑자기 소나기가 시원하게 내리고 있었다.
한수윤이 작게 중얼거렸다.
“이, 이게 뭐야.”
뭐긴 뭐야. 비지.
“내가 내린다고 했잖아.”
“아니, 그래도…….”
한우진이 중얼거렸다.
“이건 무슨 기적이냐? 갑자기 비가 왜 내려?”
나는 방긋 웃으며 대답했다.
“생각보다 기적이 흔한가 봐여.”
한우진은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흔하면 그게 기적이냐?”
비가 시원하게 내렸다. 한수윤은 천막 밖으로 손을 내밀었다. 빗줄기가 손바닥에 튕겼다가 사라졌다.
한수윤이 조금 웃었다.
나는 녀석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있지, 형.”
놈이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담담하게 말했다.
“형이 왜 공자처럼 되고 싶다는 건지 모르겠는데, 나는 그냥 그거 안 믿어.”
“뭐?”
“본대로 행동할 수밖에 없다는 거.”
뭐, 학술적으로 가면 그게 맞겠지. 하지만…….
“왜냐면 우리는 배우잖아. 사람이 본대로 행동한다면, 연기는 뭐야.”
나는 머리를 톡톡 건드렸다.
“상상력을 무시하는 거야. 그거.”
한수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나는 숨을 길게 들이마셨다 내쉬었다. 습한 공기가 머물렀다가 사라졌다.
“다 의지에 달렸다고 생각해. 형은 되고 싶은 거 뭐든지 될 수 있어.”
“학교에서는 착한 사람이 실패했는데?”
“학년 바뀌고 다시 해보면 되지 뭐. 무턱대고 하지 말고 잘 대해주고 싶은 사람을 다시 찾아봐.”
“아, 좋은 사람을 찾아야 하는구나.”
“응. 형 아직 어리잖아. 실패할 수도 있고, 다시 일어날 수도 있지 뭐. 아니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건 나이 드는 거랑 상관없을 거 같다. 사람은 누구나 되고 싶은 거, 될 수 있지 않을까?”
단숨에 되긴 힘들어도, 하루하루 하다 보면 되지 않을까.
‘실제로 이한조도 그 얼굴로 상도 탔으니까.’
안 된다고, 정말 안 된다고 내가 매일 중얼거렸는데, 결국 되긴 되더라.
한수윤은 조금 웃었다. 나는 놈의 손을 잡았다.
“힘내. 비도 오잖아. 형이 바라는 건 이거보다 훨씬 쉬울 거야.”
한수윤은 고개를 푹 숙였다. 슬슬 손을 놔줄까 싶을 때였다. 한수윤은 갑자기 나를 확 안았다.
“형?”
“고마워.”
빗소리가 들렸다. 한수윤은 작게 말했다.
“정말, 너 사람 아닌 거 같아. 천사라는 거 안 믿었는데, 그거랑 비슷한 거 같아.”
음, 천사랑 비슷한 게 과연 뭘까. 사람이긴 한가.
“공자야. 그거 알아? 나는 고맙다는 걸 잘 몰라.”
아니. 왜.
“그냥, 대본에는 많지만 한 번도 그걸 느껴본 적이 별로 없어. 그런데 지금 알 거 같아. 이게 진짜 고맙다는 거구나.”
와. 한수윤아.
‘조, 좋은 말이긴 한데…….’
너 조금 느끼하다. 말이 드라마 대본 같아.
‘이러다 그 말까지 하는 건 아니겠지?’
설마.
“이런 감정은 네가 처음이야.”
세상에.
왜 이런 예상은 빗나가질 않는 걸까.
‘한수윤 얘는 대본을 좀 그만 봐야 해.’
대화를 해야 선을 알지. 보통은 그렇게까지 말 안 한다, 이놈아.
나는 한숨을 푹 내쉬며 놈의 등을 토닥였다.
“형, 나 천사 아닌데?”
솔직히 이제는 천사에게 미안하다고 빌어야 할 거 같았다.
“알아. 천사면 날개가 달렸겠지.”
다, 다행이다. 알아서.
한수윤은 숨을 골랐다. 나는 조용히 한우진을 바라보았다. 우리를 보는 한우진은, 어디서 구해왔는지 뻥튀기를 먹고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 한우진은 윙크했다.
‘아예 관람을 하는군.’
비는 계속 내렸다. 슬슬 준비가 다 되었겠지. 나는 한수윤에게 말했다.
“형.”
“응. 왜.”
“영화 찍어야지.”
언제까지 이렇게 있을 거야.
“아…….”
한수윤이 작게 중얼거렸다.
“놓기 싫다.”
이 인마. 나는 슬슬 덥다.
‘그렇다고 확 놓을 수도 없고…….’
그냥 땀만 삐질삐질 흘리고 있을 때였다. 한우진이 미니 선풍기를 틀어줬다.
윙이잉-
옷자락이 날렸다. 내가 떨떠름하게 바라보자, 한우진은 사랑의 총알을 날리며 다시 히죽 웃었다.
‘와 진짜, 이 아저씨 진짜 즐거워 보이네.’
구경났네. 진짜.
빗소리와 스탭들의 분주한 외침. 한우진의 뻥튀기 먹는 소리와 함께 선풍기 팬이 돌아갔다.
결론은 하나였다.
‘젠장.’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괜히 부끄러웠다.
* * *
한우진의 마음이 어떻든, 소나기 촬영은 시작되었다. 나는 스탭이 씌워준 우산 안에서 마지막으로 연기 지시를 들었다.
“동선은 알지? 공자야. 부탁한다. 이번 씬, 정말 중요해.”
“네! 한 번에 가도록 열심히 할게여.”
스탭은 고개를 푹 숙였다.
“미안하다. 부담 주고 싶지 않은데, 비가 언제 그칠지 몰라서 말이야.”
나는 피식 웃으며 스탭에게 좀 더 붙었다. 나를 씌워주느라, 비를 많이 맞고 계셨다.
“알아여. 귀하게 내린 비잖아여.”
“흡. 착하다, 착해. 그럼 부탁한다. 수윤아! 준비됐지?”
좀 떨어진 곳에서 오케이 사인이 나왔다. 스탭은 우산을 든 채 사라졌다.
빗줄기가 온몸에 떨어졌다. 곧 기다렸던 소리가 들렸다.
“레디! 액션!”
나는 비 오는 거리를 걸었다. 나아간다는 말을 들었지만, 아직 약한 아이였다. 빗길에 우산도 없이 걷는 건 위험했다.
‘하지만 지금 소녀는 도망가는 중이지.’
보통의 아이였다면 뛰었을 것이다. 하지만 소녀는 체력이 없었다.
나는 눈을 비비면서 걸어갔다. 등 뒤에서 한수윤이 나를 잡았다.
솨아-
비가 쏟아졌다. 한수윤이 말했다.
“기다려. 가지 마.”
나는 한수윤을 바라보았다.
“싫어. 놔.”
“가지 말아줘.”
“놔! 무섭다며! 죽을지도 모르는 애랑 친해져서!”
빗소리가 들렸다. 나는 한수윤의 팔을 뿌리치려고 했다. 하지만 소년은 소녀의 팔을 놓지 않았다.
“맞아. 무서워. 무서워 죽겠어. 어떻게 안 무서워! 나는, 너랑 오래 있고 싶단 말이야!”
빗줄기에 눈을 뜨는 게 힘들었다. 한수윤은 울먹이며 속마음을 고백했다.
“너와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고 싶어. 언제든 함께 있을 거야.”
“무섭다며…….”
“무서워. 하지만 이제 안 무서워. 함께 있으니까. 너랑 있으면 아무것도 무섭지 않아.”
아버지가 사고로 죽은 트라우마에 시달리던 소년이었다. 소년은 아무렇지도 않은 척했지만, 자동차에 관한 모든 걸 무서워했다.
“진짜야. 나 이제 차를 봐도 무섭지 않아. 다 네 덕분이야.”
소녀는 소년의 손을 놨다. 소년은 더는 소녀를 잡지 않았다.
그때였다. 소녀는 소년을 와락 안았다.
빗소리가 들렸다.
“바보야. 그거 나 때문이 아니야. 그냥 네가 극복한 거야.”
“아니야. 그거, 네 덕분이야.”
“바보. 아니래도.”
소나기가 계속 몸을 적셨다. 한참 그렇게 있자 바로 기다렸던 소리가 들렸다.
“컷! 오케이. 오디오야, 어떠냐?”
“음 이건 후시 녹음해야 할 거 같아요. 빗소리에 음향이 별로예요.”
“오케이. 공자야. 수윤아. 풀샷으로 만나는 거랑 안는 거 한 번 더 가야겠다. 그런데…….”
덕수 씨가 수건으로 젖은 몸을 닦아줬다.
‘음, 이따 또 젖을 텐데…….’
괜찮다고 하니까 수건은 많다고 했다. 나는 새 수건을 한수윤에게 건네줬다.
그렇게 다시 젖을 몸을 닦고 있을 때였다. 원종사 감독이 엄지를 세웠다.
“최고다. 진짜.”
음, 조금 뜬금없네.
“진짜. 와이 씨. 진짜 천재 둘을 불러와서 그런가. 장난 아니다. 봤지?”
“맞아요. 진짜 잘해.”
“이 상황에서 한 번에 오케이 시키다니. 공자야. 수윤아. 진짜 사랑한다.”
음, 저 사랑 격렬하게 거부하고 싶다.
“와 씨. 진짜 끝내주네. 공자 널 캐스팅한 후로 행운이 막 온다. 살수차 도착 안 해서 망했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비라니. 하늘이시여, 땡큐 베리 마치!”
와. 되게 좋아하시네.
‘코인 쓰길 잘한 거 같다.’
한수윤 때문에 겸사겸사 썼는데, 안 썼으면 큰일 날 뻔했어.
“에구. 우리 천재들 물 맞은 생쥐 됐네. 빨리 찍어야지. 조연출아! 준비됐냐?”
“네!”
우산을 씌워주는 스탭이 한수윤을 다시 시작점으로 데려다 놨다.
나는 수건을 덕수 씨에게 건네주었다.
‘바로 오케이 받아서 다행이긴 해.’
코인 대가가 1시간 뒤에 오한이 드는 거였지?
‘괜히 촬영 중에 벌벌 떨면 곤란하지.’
빨리 풀샷 찍고 끝내고 싶다.
그때였다. 갑자기 철퍼덕 넘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어라?’
한수윤에게 우산을 씌워주던 스탭이 넘어진 진 거 같았다.
“영은아. 괜찮니?”
“아야. 괜찮아요, 감독님. 좀 긁혔지만요. 아아!”
스탭이 갑자기 고함을 쳤다.
‘저런…….’
스탭이 넘어졌을 때 흙탕물을 찬 모양이었다. 한수윤 옷이 죄다 황톳빛이었다.
‘의상 저거, 못 쓰겠는데?’
아니, 의상뿐만이 아니었다. 한수윤의 머리까지 흙탕물에 젖어 있었다.
의상팀이 우르르 몰려왔다. 그리고는 한수윤을 끌고 천막으로 갔다.
넘어진 스탭이 울상을 한 채 사과했다.
“죄송해요.”
원종사는 한숨을 내쉬었다.
“뭐, 그래. 비가 와서 우리가 너무 흥분했나 보다. 수윤이 준비될 때까지 쉬자!”
강제적인 휴식이었다. 쓴웃음이 저절로 났다.
‘큰일이네.’
온몸이 떨릴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