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148)
148
“응?”
뭘 보고만 있으십니까. 빨리 잡아주시죠.
한우진이 눈을 깜박였다. 나는 다시 한번 웃으면서 말했다.
“부탁해여. 형.”
한우진은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
“음, 공자야. 나는 쉬운 남자가 아니야.”
뭐래. 여태까지 쉽다 못해 던져주는 수준 아니었나?
“매, 맨입으로?”
나는 바로 한우진의 허리를 꽉 껴안았다.
“만족하세여?”
“오케이! 매우 만족!”
한우진은 바로 한수윤의 어깨를 단단히 잡았다.
“수윤아. 그냥 잡혀라.”
“우진 형! 너무 해요!”
“아, 이미 대가를 받아서 말이야. 그리고 빨리 다음 화로 가고 싶기도 하고.”
아니, 다음 화는 또 뭐야.
“오늘 마지막 촬영인데, 수윤이가 도망갔다는 엔딩은 싫거든. 자, 여기 있다. 공자야. 회 쳐서 먹든 끓여 먹든 알아서 하렴.”
나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감사해여!”
“뭘.”
“수윤이 형.”
나는 바로 손을 들어서 어깨를 잡았다.
“이제 도망 못 가.”
“고, 공자야.”
“어딜 도망가. 뭔데. 뭐야. 왜 그래.”
한우진이 말했다.
“오우, 박력.”
젠장. 너무 가까이 있는 관객 평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질 수 없었다. 나는 좀 더 확실하게 밀어붙였다.
“왜 날 피해. 왜?”
“그, 그게…….”
한수윤은 얼굴을 들지 못했다. 그래서 내가 한 손으로 턱을 잡아 날 보게 했다.
한우진이 바로 옆에서 중얼거렸다.
“오, 확 밀어붙여 버려라.”
슬슬 방해였지만, 그 말 할 틈이 없었다.
“이, 있잖아.”
한수윤이 작게 중얼거렸다.
“부끄러워서.”
뭐야. 뜬금없이.
‘이 나이대 애들이 갑자기 부끄러워할 게 뭐 있지?’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형, 촬영 중에 실례했어?”
“안 했어!”
“풋!”
한우진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냥 무시한 채 말했다.
“그럼 뭐가 부끄러워.”
“그, 촬영 때…….”
아, 비 촬영 말하는 건가.
나는 잔뜩 힘주느라 코피 흘렸던 비 장면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에 오케이 못 했잖아.”
뭐야.
‘겨우 그거 때문에 피한 건가?’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넌 힘든데, 그러면 오케이 사인 빨리 받아야 하잖아.”
“응. 그랬지?”
“그런데 두 번 했어.”
“형…….”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무리 유명한 배우라도, 모든 장면을 처음에 오케이 받진 못해.”
“그래도 해야 할 땐 해야지. 그때는 내가 해야 할 때였잖아. 네가 아팠단 말이야.”
한수윤이 고개를 푹 숙인 채 중얼거렸다.
“네가 부탁까지 했는데, 못 했어.”
정말 별것도 아닌 거로 죄책감을 느끼네.
“뭐가 천재야. 네 부탁도 못 들어주는데. 나는 연기 천재 아니야.”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하지?’
신경 쓰지 말라고 하면, 더 신경 쓸 거 같은 분위기였다.
‘자고로 길이 없을 때는, 정석이지.’
나는 심호흡을 하며 말했다.
“수윤이 형.”
“응.”
“괜찮아.”
한수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렇게 보니까, 확실히 아직 어린애였다.
“그건 무리한 부탁이었어. 애초에 몸이 안 좋은 공자 탓이야.”
“비 맞아서 그런 거잖아.”
“응. 건강 관리 못 한 거잖아. 다들 괜찮았는데, 공자만 떨었으니까.”
“하지만…….”
“애초에 형이 부끄러워할 일 아니야. 오히려 공자가 부끄러워해야지. 그거 좀 맞았다고 응급실이라니. 에휴.”
뭐, 대가 때문이었지만 말이다.
“그러니까 괜찮아. 공자 안 피해도 돼.”
한수윤이 빨개진 얼굴로 말했다.
“이제는 괜찮아?”
“응. 바로 낫더라.”
“입원했잖아.”
“그건 엄마가 혹시 몰라서 한 거야. 나 잔뜩 혼났어.”
심지어 앞으로 일도 줄여야 했다.
‘꼭 해야 할 일이지만, 좀 아쉽긴 하네.’
아, 일 더 하고 싶은데 말이야.
“그렇구나.”
“형. 우리 앞으로 많이 봐야 하는데, 이렇게 피하면 안 되지.”
“아…….”
한수윤이 다시 고개를 숙였다.
“미안.”
“응. 사과했으니까 됐어.”
정상 참작으로 친히 자비를 베풀어주마.
나는 한수윤을 순순히 놔줬다. 한수윤은 숨을 계속 몰아쉬었다.
그때였다.
짝짝짝-
나는 조용히 고개를 돌렸다. 한우진이 눈가를 비비며 계속 손뼉을 쳤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장면인지!”
아주 구경났구나.
“우진 형…….”
“아, 공자 따라다니면 진짜 재미있는 게 잔뜩 펼쳐진다니까. 이 형, 오늘 감동했어요. 그러니까…….”
한우진은 양손으로 나와 한수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한우진 활용권을 주마.”
그, 그게 뭔데?
“앞으로 둘은 내 이름을 팔아도 돼.”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 어떤 식으로?’
한우진이 진지하게 말했다.
“뭐, 존경하는 배우 하면 한우진 해도 되고, 우주 미남이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하면, 또 한우진이지.”
뭐지. 이 개소리는.
“나중에 누가 때리면, 나는 한우진이 아끼는 배우다! 하면 물러날 거야.”
와.
‘정말 대단한 자신감이다.’
저건 배워야 하나. 아니다. 저렇게 되면 안 되지.
하지만 한수윤은 활짝 웃었다.
“아, 진짜요? 잘 쓸게요.”
“그렇지, 수윤아. 너는 내 이름의 가치를 아는구나. 내가 아낀다고 하면, 시비 걸던 것들도 바로 꼬리를 내릴 거야.”
아니, 암행어사 마패라도 되나.
한수윤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는 잘 쓸 거 같지만요. 공자는 필요 없지 않을까요?”
“엥? 그게 무슨 소리야. 우주최강 미남 한우진 이름 석 자가 필요 없다는 거야?”
응. 그렇습니다. 네.
한수윤은 진지하게 말했다.
“공자는 엄마가 마수정 선배님이신데요.”
“아…….”
“그래서 공자에게 시비 거는 사람 거의 없잖아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있긴 있던데?”
“진짜?”
“어떤 간 큰 놈이 그런 짓을 하냐? 수정 선배님 발차기에 2m 날아가고 싶대?”
음, 우리 엄마 이런 이미지구나.
“수정 선배의 무서운 점은, 재벌 3세라는 거야.”
울 엄마가 건강하고, 돈이 많긴 하죠.
“맞아요.”
“성진 그룹 하면 법조계지. 아마 대통령 이마를 발로 차도 구속 안 당할걸?”
설마요. 그 정도면 울 엄마도 감방 갈걸요.
‘그래서 얼마나 말렸는데요.’
청와대 생각하니, 괜히 등골이 오싹했다.
“그래서 아마 공자는 우진 형 이름 필요 없을걸요?”
“아, 그렇겠네. 아쉽네.”
아니, 뭐가 아쉬운데.
한우진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둘 다 착하게 자라야 한다? 나 내 이름 써먹을 기회, 아무한테나 주지 않아.”
와. 한우진.
‘마지막이 핵심이었구나.’
젠장. 조금 멋있어!
한우진은 우리 머리를 계속 쓰다듬다가 밖으로 나갔다. 나는 한수윤을 보며 말했다.
“좋은 사람이다.”
“그러게.”
“수윤 형, 진짜 우진 선배님 이름 써먹을 거야?”
“글쎄. 솔직히…….”
한수윤은 여우처럼 웃으며 말했다.
“네 이름이 더 쓸모 있을걸?”
엥?
“나 너랑 친하다고 여기저기 얘기하고 다녀도 돼?”
이 녀석 보게.
‘한수윤 자식, 어디서 밥은 안 굶겠다.’
잘 챙겨 먹으면서 살겠다. 비록 여태 굶었지만 말이야.
“형, 우리가 안 친했어?”
하지만 뛰는 놈 위에는 나는 놈이 있는 법이었다. 나는 배시시 웃으면서 말했다.
“어?”
“난 그런 줄 알았는데…….”
“아니, 나는…….”
“조금 실망이야!”
나는 돌아서서 뛰어갔다. 한수윤이 머뭇거리다가 따라왔다.
‘와, 유치하지만 말이야.’
마음 한구석에서 누군가는 네가 지금 어린애와 이렇게 놀아야 하냐고 하지만, 솔직히 말입니다.
‘재미있네. 이거.’
한수윤은 바로 나를 따라왔다. 나는 놈의 손을 잡고 흔들었다. 녀석은 조금 웃고 있었다.
* * *
“크랭크 업은 성공적이었지.”
나는 아동용 책상 앞에서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마지막 장면을 찍고 나서는 참 가관이었다.
‘원종사 감독이 그렇게 울 줄이야.’
이걸 다 찍을 줄 몰랐다며 대성통곡을 했었다. 그리고서는 다 같이 밥을 먹으러 갔다.
‘음, 솔직히 술집일 줄 알았는데…….’
아니면 고깃집에 반주를 곁들일 줄 알았다. 하지만 아역이 주인공인 영화여서일까.
‘키즈 레스토랑에 갈 줄이야.’
나는 스파게티를 행복하게 먹던 원종사 감독을 떠올렸다.
‘음, 그냥 음식 취향이 스파게티 쪽일 수도 있지 뭐.’
그러고 보면 피자도 좋아하던데.
나는 조금 웃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회식도 끝났다.
‘그러니까요. 이게 문제네요.’
엄마는 내 스케줄을 더는 잡지 않았다. 나는 고개를 푹 숙였다.
‘자업자득이었어.’
뭐, 돌아가도 또 그렇게 찍을 거 같긴 하지만.
나는 주먹을 꽉 쥐고 연습장에 글씨를 썼다.
[앞으로의 계획>이제 글씨가 삐뚤거리지 않았다. 다시 색연필을 들 때였다. 갑자기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가 뛰쳐 들어왔다.
‘아, 돌아보지 않아도 알겠다.’
우리 집에서 이렇게 뛸 애는 한 명밖에 없었다.
나는 돌아보지 않으며 말했다.
“오랜만이야.”
어라.
그런데 애가 말이 없었다. 나는 바로 고개를 돌렸다. 얼굴이 빨개진 마적 녀석이 있었다.
‘뭐지?’
애가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나는 바로 일어나서 놈의 이마를 손으로 짚었다.
‘음, 열은 없는데…….’
나는 마적의 셔츠를 들춰봤다. 애가 땡볕에서 뛰어서 까무잡잡하게 탔지만, 어디 멍든 거 같지도 않았다.
막 녀석의 다리를 살펴볼 때였다. 마적 녀석이 말했다.
“저, 저기. 나 안 맞았어. 그만 더듬어!”
“그래? 그런데 얼굴이 왜 이렇게 빨개? 더워?”
그럴 리가 없을 텐데? 지금 온도는 딱 좋았다.
“그, 그게 아니라. 부탁이 있어서.”
“뭔데?”
“나 해외 유스 가고 싶어!”
오, 매우 바람직한 태도였다. 나는 스케치북을 한 장 넘겼다.
“좋아. 어디로?”
“유럽 쪽으로.”
“그러니까 유럽 어디?”
“잘 받아주는 곳으로. 영국 쪽이 좋을 거 같아. 가서 해보려고. 그런데…….”
마적 녀석이 기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가 돈 안 대준대.”
저런.
‘뭐, 예상했지만 말이야.’
아무래도 그쪽은 마적 녀석을 후계자로 키우고 싶어 하는 거 같았다.
‘아니, 마적 녀석이 그룹 후계자라니.’
회사를 운영하는 거랑 굉장히 안 맞을 거 같은데…….
‘유스 들어가면 좋지.’
해외라면 더 좋았다. 저 녀석은 부모랑 떨어지는 게 훨씬 좋았다.
‘뭐, 현지에서도 누군가가 전담해야 할 거 같긴 한데…….’
유스 쪽으로 보내는 데 돈이 얼마나 들지? 솔직히 이런 건 잘 몰랐다.
“도와줘!”
“응.”
“아니, 뭘 도와달랄 줄 알고?”
“돈 아니야?”
음. 내 수익이 얼마나 되지. 이 녀석 해외로 보낼 돈은 되는 건가?
살짝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그거, 할머니께 부탁하고 싶어.”
어라.
‘그 히틀러 할머니?’
그분을 떠올리면, 왠지 아직도 무릎을 꿇고 차를 마셔야 할 것 같았다.
“예전 같으면 생각도 못 할 텐데, 요즘은 해볼 만한 승부차기 같아. 할머니께 부탁 한 번 제대로 해보고 싶어.”
와. 이 녀석.
‘성장했구나.’
그리고 괜히 스포츠 꿈나무가 아니었다. 도전하는 자세가 아주 바람직했다.
나는 씩 웃었다.
“그러니 도와줘. 간곡히 부탁드리고 싶어.”
“알았어. 그런데, 어떻게 부탁하려고?”
찾아가서 진심을 말하면 되나?
“그, 그걸 모르겠어.”
어라.
“도와줘.”
순간 할 말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