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149)
149
드라마를 보면 나온다.
‘이럴 때 주인공이 가서, 정면 승부를 하지.’
회장님 앞에서 당당하게 결혼하게 해달라고 소리친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이건 드라마가 아니지.’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난이도가 높았다.
“그러니까, 할머니께 부탁드려서 지원을 받고 싶다는 거지?”
“응.”
“그걸 나에게 도와달라는 거고?”
마적이가 고개를 격하게 흔들었다.
‘와, 이거 엄청나다.’
영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해 봤다.
‘첫 번째, 가서 무릎을 꿇고 부탁한다.’
나는 냉정한 그 표정을 떠올렸다. 아마 보자마자 말할 것이다.
-나가렴.
그, 그러고도 남지.
나는 심호흡을 했다.
‘그럼 제일 좋아하는 걸 내밀면 되지 않을까?’
나는 조용히 내 정수리를 매만졌다.
‘이걸 들이밀고서 부탁한다고 하면…….’
과연, 될까?
나는 고개를 푹 숙였다. 정수리 냄새 몇 번 맡다가 말할 것이다.
-나가.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그렇게 열심히 중독시켜도, 성진 그룹의 안주인은 철옹성이셨다.
‘아직도 나는 잡종일까?’
좀 나은 신세가 된 거 같긴 하지만, 여전히 자신은 없었다.
“그, 마적아.”
“응.”
“꼭 할머니 돈이어야겠어?”
그거 잘하면 내가 댈 수도 있고, 정 안되면 엄마에게 말 꺼내볼 수도 있었다.
‘우리 엄마가 이걸 외면할 거 같지는 않은데?’
마적은 고개를 끄덕였다.
“꼭 할머니여야 해.”
“왜?”
“할머니 지원이어야만, 우리 엄마가 아무 말 없을 거야.”
아, 그런 문제가 있구나.
‘하긴 이 녀석이 내 돈 받고 영국으로 날아가도, 사람 시켜서 데려오면 그뿐이지.’
할머니가 지원해 줘야, 그 짓을 못 하겠구나.
‘이거, 생각보다 복잡하네.’
나는 아동용 책상에 앉았다.
“너도 앉아. 긴 회의가 될 거 같아.”
“아, 응.”
나는 손을 모으며 말했다.
“잘 몰라서 하는 말인데, 영국 가기만 하면 유소년팀 될 수 있는 거야?”
“테스트에 통과하면.”
“그렇구나.”
“나 테스트 자신 있어!”
“음, 다른 문제는 없어? 군대 같은 거.”
“그, 그건 메달을 따야지.”
음, 그렇구나. 앞으로 이 녀석, 열심히 달리겠군.
“알았어. 그러니까 할머니만 설득시키면 된다는 거네?”
“응.”
“적아. 내가 몰라서 묻는데, 할머니가 좋아하시는 게 뭐야?”
마적 녀석이 눈을 깜박였다.
“설득을 위해서 필요해.”
“그…… 있잖아. 할머니께서 좋아하는 건 말이야.”
“응.”
“아무도 모를걸?”
나는 바로 돌아봤다.
“다도를 주로 하시긴 하지. 영어 신문도 보셔. 그런데 그걸 좋아하시는 건지는 잘 모르겠어.”
“취미면 좋아하셔서 하시는 거 아니야?”
“아닐걸. 그건 증조할머니께서 억지로 가르쳤다고 들었어.”
아, 그렇구나.
‘아니, 그런데 왜 싫은 걸 취미로 계속하시는 거지?’
자식들과 손자들에게 가르치기까지 하셨잖아.
좀 이상해서 고개를 갸웃거리는데, 마적 녀석이 말했다.
“하기 싫은데, 고상한 척하기 좋아서 배우신대.”
와.
‘뭔가 알 거 같으면서도 모르겠네.’
마적 녀석은 손뼉을 쳤다.
짝-
“아, 사람 테스트하기도 좋다고 계속하신다고도 들었다.”
와.
‘하, 할머니다우시네.’
뭔가 무시무시했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어려운 분이었다.
“좀 좋아하는 이유가 다른 거 없어?”
“아! 있어! 수정 고모!”
음, 이건 좀 들을 만했다.
“우리 엄마?”
“응. 항상 엄마가 말했어. 할머니, 수정 고모 좋아한다고 말이야.”
일리는 있는 말이었다.
‘모녀 사이가 나쁘긴 한데, 진짜 싫으면 아예 관심도 없지.’
그런 거치고는 할머니께서는 엄마를 매우 궁금해하셨다.
“그리고 또?”
“너!”
엥?
“그, 그건 아닌 거 같은데. 할머니께 나는 아직도 잡종일걸?”
“아니야. 그렇지 않아. 가끔 너에 대해 얘기하는 거 보면, 안 그래.”
그거 그냥 레몬그라스 냄새 중독 아닐까.
나는 내 정수리를 살짝 만졌다. 그새 머리가 나서 좀 따가웠다.
“음, 그건 좋아한다기보다는…….”
나는 고개를 저었다.
“멀리 가봤자 정일걸?”
“공자야.”
마적 녀석이 진지하게 말했다.
“할머니는 누구에게 정 주는 분이 아니야.”
“아, 그 정도야?”
“응. 피도 눈물도 없어. 옷핀으로 손가락을 찌르면 파란 피가 나올걸?”
뭐지. 외계인이라는 소리인가?
“엄마는 할머니가 철로 되어 있다고 했어. 그만큼 고집불통에 난공불락이래.”
와.
‘자기 애 학대하는 사람이랑 의견이 일치하기는 쉽지 않은데…….’
이 부분에서는, 어느 정도 동의하게 되는데. 나는 한숨을 폭 내쉬었다. 뭐 고장 난 시계도 하루에 두 번은 맞는 법이었다.
“또 없어?”
“음, 그리고 철저한 걸 좋아해. 확실한 숫자를 보는 걸 선호하셔. 아, 그래서 신이 형을 좋아하나?”
“신이 형?”
“마신 형. 천재야. 잘생겼어. 공부도 운동도 다 잘해. 물론 운동은 내가 더 잘하지만.”
뭐, 그린 듯이 뭐든 잘하는 애인가.
‘어디에서나 저런 애가 한 명 있긴 하지.’
하지만 그 할머니가 좋아한다니, 대단한 애네.
“할머니는 신이 형, 사랑하셔.”
와, 무려 사랑까지.
“게다가 장손이야.”
음, 그렇구나.
“이미 신이 형이 후계자로 거의 정해져 있는데, 우리 엄마는 왜 헛물켜는지 모르겠어.”
“원래 재벌은 집안싸움 하잖아. 음, 적아. 사실 너희가 스케일이 커서 그렇지, 보통 다 해.”
재산 분배 때 돈 백만 원에 칼부림 난다는 얘기가 왜 있겠냐. 공돈에 눈 뒤집히는 게 당연한 거야.
‘그렇게 파탄 나고, 장례식 끝나고 안 보는 집이 얼마나 많은데.’
뭐,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말이다.
“아무튼, 철저한 숫자를 좋아하시는 거지?”
“응.”
엑셀 좋아하실 거 같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뭔가 엑셀, 되게 좋아하실 거 같은데…….’
그렇다고 내가 엑셀 파일을 드릴 수는 없잖아.
‘내가 작성했다고 하면 안 믿을 거 같은데…….’
애초에 뭘 계산해서 드려야 할지도 모르겠고 말이야. 마적이의 신체 발달 상황이나 표로 드릴까. 아니, 그런데 애초에 그런 건 연구를 안 해서 없잖아.
‘아니, 그보다 말이야.’
나는 급하게 물었다.
“적아. 너 노트북 있어?”
“응. 당연히 있지.”
그래. 노트북 정도야 있을 법하지. 그런데 이건 어떨까.
“아, 혹시나 해서 묻는데 말이야. 본채에 회의실 있어?”
설마. 아무리 재벌 집이라도 이건 없겠지.
하지만 마적 녀석의 말은 놀라웠다.
“당연히 있지!”
와.
‘대단한 집이다.’
성진 그룹 저택에는 진짜 없는 거 빼놓고 다 있을지도.
나는 숨을 골랐다.
“정리해 볼게. 할머니께서는 숫자와 우리 엄마와 나를 좋아하신다고?”
“응.”
연관성이 별로 없었다. 물론 빤히 보이긴 했다.
‘나야 할머니 눈앞으로 가서 부탁할 수 있지만, 엄마는 아니지.’
엄마가 할머니에게 뭘 부탁하는 건, 상상할 수 없었다.
‘그러고 보면 날 소개했을 때는 노래를 불렀었지.’
뭐, 그때는 코인 대가가 좀 있긴 했지만.
‘그때 반응이 어땠더라.’
황당해했지만 그럭저럭 먹혔던 거 같긴 한데…….
나는 마적 녀석을 힐끔 바라보았다.
“적아.”
“응.”
“너, 연기 잘하니?”
마적 녀석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나는 씩 웃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거든. 네 말과 내 판단을 종합해 보면 말이야. 할머니는 의외로 황당한 게 먹히는 거 같아.”
조금 엇나가면 순식간에 가지치기 당하는데, 아예 황당하게 나가면 두고 보시는 타입 같았다.
‘돌발 상황을 좋아하시는 건가.’
조금 방향이 보였다. 나는 씩 웃으며 말했다.
“적아. 이거 안 먹힐 수도 있어.”
“방법이 있어?”
“음, 하나 생각났는데 굉장히 황당해.”
솔직히 이거, 먹힐 리가 없어.
“그런데 어느 정도 효과는 있을 거야.”
“어, 진짜?”
“음, 그런데 불발되면 굉장히 혼날걸?”
나는 마적 녀석을 바라보았다. 필드 위를 달리는 걸 꿈꾸는 어린이 축구 선수의 눈이 반짝였다.
“혼나면 안 되잖아.”
마적 녀석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괜찮아.”
“솔직히 마적아. 나는 혼나봤잖아. 할머니 선 안에 들어가 있지 않거든.”
나는 언제까지나 엄마에게 딸린 부스러기였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부스러기 중에 제일 귀여운 먼지일 뿐이라고. 하지만 마적 녀석은 그래도 선 안에는 있잖아.’
게다가 요즘은 할머니가 잘해준다며.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거 잘못되면, 진짜 이상해질걸? 엄청나게 혼날 거야.”
마적 녀석은 고개를 저었다.
“공자야. 할머니에게 나는 그냥 길가에 놓여 있는 돌이야.”
와.
‘머, 먼지보단 나은가.’
마적 녀석은 엄청난 말을 담담하게 했다.
“할머니에게 수정 고모와 신이 형 외에는 다 비슷할걸. 그러니까 음, 이건…….”
마적이는 히죽 웃었다.
“못 먹어도 고야.”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누가 얘한테 이런 말을 알려줬지?’
나는 마적이의 어깨를 두들겼다.
“알았어. 잃을 게 없다는 얘기지?”
“응. 바로 그거!”
“알았어. 그럼, 해보자.”
나는 심호흡을 했다. 최선을 다해야 했다.
“적아. 일단 노트북 좀 가져와.”
“응? 응.”
“아, 그리고 회의실, 너도 들어갈 수 있지?”
“응. 내가 열면 돼.”
“알았어. 해보자.”
나는 씩 웃었다.
‘진짜 무리수에 무리수가 겹쳐 있지만…….’
설득이 아니라 황당하게 만드는 거라면 한번 해볼 만했다.
‘정 안되면 코인도 있으니까.’
마적 녀석은 신나게 나갔다. 그 뒷모습을 보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저 녀석 단순해도, 자존심 강한 놈이라 부탁하기까지 고민했을 텐데…….’
돈도 많은 집안에 후계자도 아닌데, 축구로 가는 길이 굉장히 험난했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미래를 바꿔주고 싶으니까.’
기필코, 축구 선수 하게 해줄게.
나는 스케치북을 바라보았다. 내가 쓰다만 [앞으로의 계획>이 보였다.
나는 색연필을 움직였다.
1. 마적 녀석 영국 보내기.
내가 생각해도 훌륭한 계획이었다.
* * *
이한조일 때 내 첫 드라마는 ‘경력 있는 신입사원’이었다. 물론 주인공은 아니었고, 주인공을 사사건건 반대하는 ‘이 과장’이었다.
‘재미있었지만, 힘들었었어.’
첫 드라마여서 잘하고 싶었다. 그런데 나는 한 번도 회사에 들어가 본 적이 없었다.
‘연기는 경험이 최고지.’
그래서 아는 사람 회사에 아르바이트로 들어갔었다. 그리고 나는 중소기업의 단면을 제대로 보았다.
‘개미와 베짱이의 비율 말이야.’
어디를 가나 부지런한 사람과 놀고먹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지만, 거긴 엄청났다.
‘낙하산 천국일 줄이야.’
회사의 실질적인 일은 두 명의 대리가 다 했다. 물론 월급은 낙하산의 절반이었다.
‘세상 더러운지 그때 알았습니다.’
하여간 내가 아르바이트했던 ‘주식회사 현진’은 굉장했다.
‘왜냐하면, 아르바이트생에게 제안서 수준의 프레젠테이션을 만들게 했으니까요.’
참고로 나는 사무 보조로 들어갔었다.
그것도 이런저런 국가 지원을 끼고 말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