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15)
015
‘나는 이 눈빛을 알아.’
이래 봬도 나, 베테랑 조연 배우라고.
열 받아서 살짝 돌아 버리면 이런 눈빛이 된다.
“내가 무슨 죄를 졌다고! 나는 우리 천사를 만났을 뿐이야!”
와.
‘완전히 이성을 잃으셨어.’
음, 그래도 좀 격하신데. 이거, 코인의 대가 때문이겠지.
그런데요. 엄마.
‘좋습니다. 아주!’
나는 환하게 웃었다.
“이놈들 때문에 일이 줄어서, 내가 지금 휴식이야. 스케줄 하나 날라갔거든.”
“아, 아가씨! 어쩌시게요!”
“휴일이잖아! 우리 공자랑 외출해야지! 공자야, 예쁜 꼬까옷 입고 엄마랑 외출하자!”
엄마는 빙글 돌며, 머리를 뒤로 넘겼다.
“엄마도 완벽하게 준비할게. 한 듯 안 한 듯 염병한 듯 꾸미고 가주마. 이것들아! 찍을 테면 찍어라!”
“뿌야뿌!”
맞아요! 찍죠!
‘시작인가. 마공자의 데뷔.’
엄마는 화려하게 턴을 하곤 돌아섰다.
“아가씨, 어디 가세요!”
“샵. 메이크업까지 하고 갈 거야. 안산댁은 공자 옷 좀 입혀줘요!”
“아, 네.”
아, 우리 어머니 화끈하시네,
심장이 두근거렸다. 나는 심호흡을 하고, 굴러다니는 분유 병을 다시 들었다.
‘이제부터 시작이야.’
침착하자, 이한조. 아니, 마공자.
‘기회를 잡아야지.’
나는 분유부터 벌컥벌컥 마셨다.
‘일단 배부터 채우자.’
금강산도 식후경이니까.
그래서일까. 분유 맛은 아주 꿀맛이었다.
* * *
마트에 주차하자마자, 엄마는 유모차를 꺼냈다. 그리고 카시트에 있던 날 들어서 안정적으로 앉혔다.
‘이때 당시 유모차치곤 희한하네.’
방향을 돌릴 수가 있었다. 그래서일까. 언제든 눈만 돌리면 엄마와 눈을 맞출 수 있었다. 그럴 때마다 엄마는 방긋 웃었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반짝임이 보였다.
‘와우. 파파라치?’
진짜 찍고 있군. 저거 잘 찍혀야 할 텐데.
“우리 공자, 뭐 살까? 장난감 사줄까?”
나는 귀여운 목소리로 옹알이를 했다.
“뺘뺘!”
아니요!
엄마, 없는 것보다 있는 게 더 많아요!
‘너무 많아서 한 번씩 만져나 볼 수 있을까 싶던데요.’
저 오기도 전에 뭘 그렇게 많이 사두신 겁니까.
‘애초에 너튜브에 익숙한 몸입니다. 장난감 따위론 절 만족시킬 수 없어요!’
엄마는 유모차를 밀며 걸어갔다. 주차장에서 올라가자, 환한 빛들이 보였다.
‘새삼스럽지만, 역시 배우 마수정이야.’
엄마는 선글라스를 쓴 채였다. 하지만 워낙 남다른 탓에,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모았다.
평범한 마트도, 마치 촬영장처럼 보였다.
엄마가 나를 보며 말했다.
“공자야, 시끄럽니?”
아니요. 오히려 나와서 좋습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엄마는 한껏 웃으면서, 유모차를 밀며 나아갔다. 생각해 보니, 난생처음 단둘이 하는 외출이었다.
엄마는 유모차를 밀며 이리저리 거침없이 쏘아 다녔다. 그러다 어딘가에 서서 말했다.
“공자야. 저거 봐.”
엄마가 손가락으로 뭔가를 가리켰다. 나는 보고서 피식 웃었다. 색색의 인형들이 있었다.
‘마트 장난감 코너인가 보군.’
아이라면 관심 가질 만만 인형들이 꽤 있군요.
“우리 공자, 이건 어때?”
엄마는 분홍색 토끼를 가리켰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저, 엄마. 그건 집에 많잖아요…….
“분홍색을 싫어하나? 그럼 하얀색도 있어.”
분홍색 빼면 나머진 다 하얀색이던데요……?
다 필요 없었다.
“이건? 저건?”
끊임없이 고개를 저었다.
“그럼 공자는 뭐가 좋아?”
나는 씩 웃었다. 글쎄요. 어머니. 제가 원하는 게 뭘까요.
‘바로, 예쁜 사진이 찍힐 기회죠.’
그럼 어떻게 해야 할지,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감동적인 상황을 연출해야 합니다.’
자, 찍어라, 패치야. 나는 준비가 다 됐다! 나는 엄마를 가리키며, 이 순간만을 위해 갈고닦은 회심의 한마디를 던졌다.
“마마!”
엄마가 선글라스를 들어 올렸다.
“……뭐?”
엄마의 눈은 이미 휘둥그레진 상태.
“고, 공자야. 너 지금, 마, 마마라고 한 거야?”
아.
‘노력하긴 했지.’
지금까진 혓바닥에서 계속 쀼쀼빠빠만 나왔지만…….
오늘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엄마라고 한마디 하면 감동받을 테니까’
그때 자막이 올라왔다.
[첫 ‘마마’ 라는 말을 들은 마수정이 기뻐합니다.> [러브 앤 피스 코인 30 증가합니다.> [총 코인 7,607>와.
‘진짜 좋으셨나 보다.’
엄마는 햇살 같은 웃음을 머금었다. 정말 기뻐하는 얼굴이라서, 나도 같이 웃었다.
그래도 너무 좋아하시네?
‘당연한 건데…….’
사람은 때가 되면 대부분 말하잖아요.
‘이렇게 별거 아닌 걸로 기뻐하시다니.’
부모의 마음이 다 그런 걸까? 그래도 난 엄마가 몸으로 낳은 자식도 아닌데.
살짝 볼을 긁었다. 왠지 간질간질한 걸 삼킨 기분이었다.
“우리 공자, 엄마가 오늘 다 사줄게! 공자, 마마한 기념이야!”
“뿌애뿌야!”
괜찮습니다!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다 사줄 수 있어!”
와. 이건 무슨 플렉스입니까.
나는 고개를 황급히 저었다.
‘어머님, 그러다 살림 거덜 납니다!’
팔까지 파닥거리면서 반대를 하자, 엄마는 갑자기 말이 없어졌다.
“마마?”
엄마가 선글라스를 위로 올리고,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가만히 나와 이마를 댔다.
따듯한 온기가 닿았다.
가느다란 손가락이 내 뺨을 쓸었다.
“우리 공자는 천사 같아.”
“뿌야?”
“어떻게 이렇게 매번 엄말 기쁘게 할 수가 있을까. 우리 공자 덕분에 평범한 날들도, 반짝반짝거리는 거 같아.”
아, 어머니.
나는 침을 꼴깍 삼켰다.
‘나 데려와서 고생만 하시면서.’
그래도 좋으십니까?
이런 건 무슨 감정일까. 솔직히 경험해 본 적 없어서 몰랐다.
낯설지만, 나쁘지는 않았다.
나는 엄마 뺨에 뽀뽀했다.
엄마는 자신의 볼을 매만지며 웃었다.
“진짜, 천사일 거야. 어느 날 내게 온 아기 천사.”
찬사가 매우 간지러웠다. 나는 이런 엄마를 바라보며 다시 한 번 결심했다.
이런 사람, 결코 일찍 죽게 하지 않아!
‘나는 할 수 있다!’
셀럽, 톱스타, 코인! 엄마 건강!
그러려면 일단 살림 밑천인 코인을 많이 모으자!
‘아, 그러고 보니 지금쯤 마구마구 찍히고 있겠지.’
그럼 더 다정한 모습을 보여야 하나.
‘그런데 그걸 연출할 필요가 있나?’
이미 우리는 이렇게 다정한데?
나는 방긋 웃었다. 엄마는 유모차를 밀면서 말했다.
“그래도 공자야, 뭐 필요하면 말해야 한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이미 다 갖춰져 있었다. 게다가 필요한 거라면…….
‘하나 있지.’
거울.
‘표정 연습해야 하는데요.’
아무리 완벽한 얼굴이라도, 다룰 수 있어야 써먹죠.
‘그런데 의외로 아기는 거울 볼 틈이 없더라고요.’
방에도 거울은 있지만 너무 높은 곳에 있었다.
‘뭐, 애가 있는 방이니까 그런가 싶지만.’
깨트리면 안 되니까 말이야.
그때였다. 나는 정신없이 팔다리를 파닥거렸다.
“공자야?”
아아, 이곳은!
온갖 종류의 거울들이 깔려 있었다. 나는 무심코 거울을 확인했다가, 신음을 내뱉었다.
“쀼!”
와.
“쀼아뿌우뿌?”
이것이 나?
거울 속에 내가 비쳤다. 그 순간 나는 숨을 들이켰다.
‘이게 사람이냐!’
생각해 보면 그동안 내 얼굴을 자세히 볼 수가 없었다. 예쁘다는 건 알았지만 그냥 추측일 뿐, 그게 다였다.
와…….
나는 짧은 손가락으로 내 얼굴을 쳤다.
물론, 힘이 별로 없어서 소리도 나지 않았다.
‘이게 꿈이냐, 현실이냐.’
무슨 인형이 있는 줄 알았다.
‘죽여주네.’
이 정도일 줄이야.
나는 멍하니 거울을 바라보았다.
진짜, 눈도 커. 아기인데 코도 높아. 나는 볼을 꾹꾹 눌러 턱뼈를 확인했다.
‘적당한 골격, 아름다운 턱선…….’
눈물이 핑 돌았다.
내가 이 얼굴이라니!
“공자야?”
엄마가 유모차를 세웠다. 나는 손을 뻗어서 작은 거울을 꽉 껴안았다.
“어, 어머?”
“쀼야뿌!”
사주세요. 어머니.
“그, 그게 갖고 싶어?”
“뿌!”
네. 놓칠 수 없습니다.
“그, 그래.”
엄마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내가 껴안은 거울을 유모차 아래에 담았다.
‘역시 우리 엄마.’
가격표는 보지도 않았어.
엄마의 유모차는 계속 움직였다. 소중한 얼굴을 쓰다듬고 있는데, 내가 찾는 게 또 있었다. 나는 황급히 소리쳤다.
“마마! 마마!”
“응? 공자야. 왜!”
“뿌아! 뿌아!”
저거, 저것도요!
나는 짧은 팔로 책을 가리켰다. 엄마는 눈을 가늘게 뜨고 책을 폈다.
“음. 공자야, 진짜 이걸 원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책 이름을 읽었다.
“어린이가 읽는 햄릿?”
나는 방긋 웃었다.
‘뭐든 기본기가 최고지.’
고전은 늘 도움이 되었다. 초심으로 돌아가게 하는 맛이 있었다.
엄마는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마마?”
“공자야. 엄마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네 나이대에 책이란 입에 물고 노는 거 아니니?”
그, 그런가.
‘맞는 거 같다.’
이를 어쩌지.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팔을 내밀어서 꼼지락거리기도 했다.
‘좀 기분 나쁘시겠지?’
이상한 아이라고 다시 보육원에 데려 놓으려나.
어쩔 수 없었다.
‘코인을 쓰자!’
막 코인 실행을 외칠 때였다. 엄마가 활짝 웃었다.
“뭐, 우리 공자는 천사니까. 좀 남다른가 보다!”
와, 어머니!
‘그, 그렇게 넘어가는 건가.’
엄마는 아무렇지도 않게 책을 뽑았다. 나는 유모차 아래에 쌓이는 책을 보며 숨을 골랐다.
‘감동이다.’
우리 엄마 나 진짜 좋아하는구나.
엄마는 유모차를 밀면서 나아갔다. 나는 엄마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나를 보고 생긋 웃었다.
그때, 고소한 냄새가 났다. 엄마는 멈춰 서서, 이유식 판매대를 바라보았다.
“이런 건 안산댁이 더 잘 알 텐데.”
엄마가 이리저리 돌아볼 때였다. 시식 코너에 아이가 한 명 부딪쳤다.
퍽-
꽤 아픈 소리가 들렸다.
그래서일까. 유모차 위로 작은 유아용 과자가 떨어졌다. 나는 그걸 손으로 잡았다.
“어, 부딪친 아이는 괜찮은가 보다. 아! 공자야, 그거 먹으면 안 돼. 아직 먹을 시기 아니야!”
나는 엄마를 보며 말했다.
“마마!”
엄마가 고개를 숙였다. 가까워지자, 나는 하얀 뻥튀기를 엄마 입에 넣어줬다.
엄마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냥 뭐라도 주고 싶었습니다.’
엄마가 눈을 깜박이며, 얼떨결에 유아용 과자를 먹었다. 그러다가 결국 웃어버렸다.
“진짜 우리 공자, 천사야…….”
엄마는 참을 수 없는지, 나를 꽉 껴안았다. 나는 엄마의 머리카락을 잡으며, 옹알이했다.
“뿌아뿌!”
[당신에게 감동한 엄마가 기뻐합니다.> [러브 앤 피스 코인이 50 증가합니다.> [총 코인 7,657>엄마는 내 등을 토닥였다.
솔직히 감동은 내가 더 받았다.
‘당신이 나에게 해준 게 몇 개인데요.’
그깟 유아용 과자에 감동하다니.
엄마가 내 등을 토닥였다. 그래서일까. 점점 눈이 가물가물했다.
‘아, 아기는 잠이 많지.’
생각해 보니까 낮잠 시간이었어.
엄마가 토닥거려서일까. 나는 그대로 눈을 감았다. 곧 잠이 쏟아졌다.
엄마가 나를 유모차에 놓고 아기용 시트를 덮어줬다. 나는 시트 끝을 끌어모으고, 조용히 잠이 들었다. 엄마는 내가 잠들 때까지, 배를 토닥여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