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155)
155
뭔가 아이의 교육으로 만들기에는 거대했다.
‘밀가루를 포대로 부을 때 알아봤어야 했는데…….’
나는 주방을 바라보았다. 솔직히 왜 커다란 오븐이 두 대나 있는지 몰랐었다.
‘뭔가 막연하게 오븐 요리를 많이 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나는 구워지길 기다리는 쿠키 생지와 식고 있는 쿠키들을 바라보았다.
‘엄마가 사용할 거였구나.’
나는 엄마를 바라보았다. 아름다운 우리 엄마는 지치시지도 않는지 계속 쿠키를 양산해 내셨다.
‘음, 잘 모르지만 베이킹도 힘든 거 같은데…….’
엄마가 체력이 좋으셔서 그런가, 오히려 구울수록 신나 보이셨다.
엄마가 허리를 펴면서 말했다.
“공자야. 엄마는 쿠키를 산더미처럼 굽는 걸 좋아해.”
그렇구나.
“재미없니?”
나는 고개를 저었다.
“공자는 엄마랑 하는 건 다 좋아여.”
하고 싶은 거 다 하십시오.
엄마는 고개를 돌리며 웃었다.
“공자야. 그거 알아? 공자 대본을 보거나 발성 연습할 때는 눈동자가 별처럼 반짝여.”
그, 그렇습니까.
“그런데 지금은 아주 차분해. 재미없으면 안 해도 돼요.”
나는 엄마 앞치마를 잡았다.
“공자는 연기가 제일 재미있긴 해여. 하지만 엄마랑 함께 하는 건, 그거 자체로 좋아여.”
얼마나 이런 시간을 보내겠습니까. 솔직히 엄마도 저도 바쁘니까요.
엄마가 눈을 깜박였다. 그리고는 나를 안아 들었다.
“우리 공자는 어쩌면 이렇게 말을 예쁘게 할까.”
“움, 공자가 말을 예쁘게 한다면, 그거 다 마마 때문이에여.”
“어머? 그래?”
“네! 다 엄마에게 배운 거니까여!”
엄마는 웃으면서 내 뺨에 뽀뽀했다. 나는 활짝 웃으면서 엄마 품에 기댔다.
‘솔직히 맞잖아요.’
요즘 이런저런 일을 겪고 절실히 느꼈습니다. 애가 예쁜 말할 환경이 만들어져야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더군요.
‘인생 2회차는 진짜 행운이 넘쳐흐른다니까.’
솔직히 엄마가 아니었으면, 제가 이렇게 살겠습니까.
“아, 진짜. 우리 공자는 천사일 거야.”
아이고. 어머니. 그건 아닌데요.
‘음, 솔직히 아이에게만 천사라고 하지.’
언젠가 자랄 테니까, 기간 한정 천사 유지할까.
‘아니라고 하기에는 너무 멀리 온 거 같다.’
음, 본모습 보시면 실망하시겠지. 나의 자본주의에 소시민적인 모습은 어떻게든 숨겨야겠다.
“이거 다 만들고, 쉬자?”
엄마는 나를 바닥에 내려줬다. 나는 웃으면서 다시 손을 씻었다. 그리고는 다시 쿠키 틀에 반죽을 찍었다.
나는 작게 물었다.
“엄마는 쿠키 만드는 게 좋아여?”
“응. 뭐 딱히 빵을 만들고 싶은 건 아니고. 쿠키 한정이야.”
“왜여?”
엄마는 오븐에 쿠키를 넣으며 말했다.
“쿠키를 주고 싶었거든.”
나는 눈을 깜박였다. 엄마는 웃으면서 말했다.
“엄마가 저번에 얘기했지? 브라질 빈민촌 파벨라. 그곳을 보고 엄마가 느낀 건, 쿠키를 나눠주고 싶다는 거였어.”
아, 이거 생각보다 의미가 있는 일이었구나.
“참 이상하지.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쿠키가 아닐 거야. 식수나 집이나, 좀 더 필수적인 거겠지. 이럴 때는 나도 세상 물정 모르는 재벌가 맞다니까.”
엄마는 작게 숨을 내쉬었다.
“그런데도 쿠키가 제일 먼저 생각났어. 왜인지는 아직도 모르지만.”
엄마는 약간 부서진 쿠키를 입에 넣었다. 그러고는 예쁜 쿠키를 내 손에 쥐여줬다.
‘나도 부서진 거 먹어도 되는데…….’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마마에게 쿠키가 행복한 기억이었던 거 아닐까여?”
엄마가 눈을 깜박였다. 나는 예쁜 쿠키를 보며 말했다.
“아주 예쁜 기억이 있어서, 그들에게 주고 싶었을 거예여.”
그런 건 엄마가 딱히 재벌 3세인 거랑은 상관없을 거 같습니다.
엄마는 한참 말이 없다가, 입을 가리고 웃었다.
“아하하하. 진짜, 내 천사라니까.”
나는 그런 엄마를 따라 웃었다.
“헤헤.”
엄마는 무릎을 굽혀서 내 이마에 뽀뽀했다.
“공자 말 들으니까, 그런 거 같다. 어렸을 적 기억은 우중충한 회색빛이지만, 딱 하나 반짝이거든.”
나는 엄마가 만든 쿠키를 조금 베어 물었다. 고소하고 달콤했다.
“딱 한 번 사모님께서 우리와 쿠키를 만드신 적이 있지.”
엄마는 내 뺨에 묻은 쿠키 조각을 떼줬다.
“즐거웠던 거 같아. 그래서 마리랑도 만들었었어.”
“누나도 즐거워했어여?”
엄마는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마리는 싫어하더라고. 앞치마를 바로 팽개쳤지.”
음, 누나는 요리를 싫어하나 보다.
“사실 나도 그렇게 좋아하는 건 아닐 거야. 그냥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는 걸 거야.”
아이고, 어머니.
‘그러니까 그 히틀러 할머니와 좋았던 기억이 쿠키 굽는 거였군요.’
나는 엄마를 꽉 껴안았다.
“어머나?”
몇십 년 같이 살았을 텐데, 좋았던 기억이 그거뿐이라니.
‘슬프다. 진짜.’
나는 엄마 품에서 얼굴을 비볐다. 엄마는 내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우리 공자, 또 엄마를 위로하네.”
“마마. 우리 즐거운 거 많이 해여.”
“음, 즐거운 게 뭐가 있을까?”
“뭐든지여. 엄마가 좋아하는 거 공자랑 잔뜩 해여.”
엄마의 웃음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이제 와서야 생각했다.
‘울 엄마, 생각보다 황폐한 삶을 살았을 수도 있겠다.’
배우 마수정 하면 도전과 열정이 먼저 생각났다. 그래서 막연하게, 그런 삶을 살았을 거라 생각했다.
앨범 속 사진을 보고 생각했다.
‘혹시 말이야.’
엄마가 힘든 역과 액션을 한 이유 말이야.
‘일종의 자해 아니었을까.’
엑스트라를 안 쓰고 항상 본인이 연기했다고 들었다. 운동 신경이 좋아서 가능했겠지만, 그래도 굳이 그럴 필요 없었다.
‘엄마는 그 정도로 마루가 죽은 게 슬펐던 거 아닐까.’
재벌 3세에, 성공한 여배우. 아름다운 외모와 뛰어난 운동 신경.
‘모든 것을 가진 삶처럼 보여. 실제로도 그렇기도 하고.’
하지만 구멍이 뚫려 있었다.
‘그 구멍, 제가 완전히 막을 수는 없지만요.’
그래도 조금은 채워드릴게요.
엄마는 내 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괜히 얘기했나 보다. 내 천사 얼굴에 울음이 가득하네.”
“공자 안 울어여.”
“우리 공자는 항상 나를 위해 울어주네. 네가 천사가 아니면 뭘까.”
엄마는 눈을 감으며 말했다.
“그래. 공자야. 우리 재미있는 거 잔뜩 하자.”
“네.”
“남들이 재미있다는 거 한 번씩 다 해보자. 바다도 가보고, 워터파크도 가보자. 공자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름이 지나서 이건 안 되면, 공자야. 우리 놀이공원 갈까?”
순간, 몸이 굳었다.
‘아, 하필 왜 놀이공원인가요.’
거기는 피하면 안 되나요.
나는 고개를 들어 엄마를 바라보았다. 엄마의 눈이 반짝였다.
‘아, 기대하시나 보다.’
이러면 안 되겠지. 나는 바로 신나는 척 연기했다.
일단, 방긋 웃었다.
“……놀이공원! 가보고 싶어여!”
“그렇지? 사실 엄마도 너무 오래전에 가서 뭐가 뭔지 몰라.”
“신나는 거 많다고 들었어여! 우리 언제 가여?”
엄마는 웃으면서 내 볼을 쓰다듬었다.
“글쎄. 언제가 좋을까. 내일 어떠니?”
내, 내일이요? 그건 너무 빠르잖아요…….
“와! 엄마 안 바빠여?”
“며칠 쉬기로 했어. 우리 공자도 쉬니까.”
나는 짐짓 활짝 웃으며 엄마 품에 안겼다.
“너무…… 좋아여!”
“그래? 우리 공자, 너무 좋아하네. 이럴 줄 알았으면 많이 가자고 할걸!”
“헤헤.”
나는 눈을 감았다.
‘내일…….’
와. 이건 어쩔 수 없다.
‘긴 하루가 되겠네.’
나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나는 할 수 있다.’
딱 하루만 재미있는 척하자.
엄마는 나를 내려줬다.
“그럼, 빨리 쿠키 끝내자. 우리 공자, 내일 뭐 입힐까.”
엄마는 즐거워 보였다. 나는 방긋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다시 손을 씻고 쿠키 반죽을 찍었다.
나오려는 한숨을 애써 삼켰다.
‘큰일이다.’
벌써 가기 싫었다. 진짜 내키지 않았다.
* * *
나는 눈을 말똥말똥 떴다. 내일이 두려워서인지, 영 잠이 오지 않았다.
침대에서 일어나니 마적 녀석이 붙어왔다.
“크허헙!”
잠꼬대 한번 대단했다. 나는 녀석의 팔을 억지로 풀려고 했다. 상체야 쉽게 풀렸지만, 축구 꿈나무답게 다리는 힘들었다.
‘얘가 언제부터 나랑 같이 잤지.’
언제부터인가, 당연하게 내 방에 자러 왔다.
‘뭐, 침대가 넓으니까 한 명 더 재워도 상관없긴 한데 말이야…….’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좀 이상하긴 했다.
‘얜 왜 이렇게 붙는 거지?’
잘 때는 널찍하게 자도, 일어나 보면 녀석은 꼭 나를 문어처럼 휘감고 있었다.
‘인형이라도 들려줘야 하나.’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마적 녀석은 잠꼬대하면서 다시 나를 꽉 붙잡았다.
“크억!”
뜨끈한 체온이 몸을 꽁꽁 감았다. 나는 열심히 팔다리를 풀고 침대 위에서 내려왔다.
‘뭐, 마적 녀석 이럴 때도 이제 별로 없지.’
곧 있으면 영국에 갈 애였다.
나는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시트를 덮어줬다. 5분 내로 차버릴 테지만 말이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방 밖으로 나갔다.
복도는 작은 등이 켜져 있었다. 아마 이건 나를 위한 배려겠지.
나는 거실 창가로 갔다. 불이 켜진 정원이 보였다.
‘밤에 안 봐서 몰랐는데 말이야.’
연못과 깎은 듯한 정원이 꽤 예뻤다.
‘솔직히 왜 만들었는지 몰랐는데, 이제 알겠다.’
정갈하게 예뻤다. 꼭 할머니의 다도처럼 말이다.
나는 차가운 유리창에 이마를 댔다.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아, 내일이 두렵다.’
베개에 뒤통수만 대면 잠드는 내가, 심란해서 깨다니.
‘트라우마란 게 정신적인 것도 있는 건가.’
나는 유리창에 입김을 불었다. 조명에 반짝이는 유리창이 뿌옇게 됐다가 다시 돌아갔다.
‘새 몸으로 2회차 시작했으면, 이러지 않아도 될 텐데.’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속이 착잡했다.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잠이 안 옵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의외군요. 항상 잘 자는 공자가 잠투정을 하다니.”
“그런 날도 있는 거져.”
“데운 우유를 먹으면 잠이 잘 올 겁니다.”
덕수 씨는 바로 주방으로 들어가서 우유를 데웠다. 나는 커다란 덩치를 보며 소파에 앉았다.
덕수 씨는 따듯한 우유를 가져왔다.
“조금 뜨거우니 후후 불어서 드십시오.”
“네!”
나는 바로 우유를 받았다. 손바닥에 온기가 기분 좋았다.
“선생님은 왜 안 주무세요?”
“적이의 영어 능력을 끌어올릴 학습지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아이고. 내가 일 늘렸구나.
“적이 많이 심각해여?”
“좀 나아졌습니다.”
아직 심각하단 얘기였다.
나는 바로 고개를 숙였다.
“죄송해여. 피곤하시겠어여.”
“괜찮습니다. 적이 상태를 보면, 저도 목표가 생깁니다. 일단 적어도…….”
덕수 씨는 숨을 길게 내쉬며 말했다.
“식당에서 밥은 먹을 수 있게 만들어야겠습니다.”
아이고, 적아.
‘너 얼마나 상태가 심각한 거냐.’
하긴 소메티스트는 충격적이긴 했다.
“공자는 왜 잠이 안 옵니까?”
놀이공원 때문에요.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 안 되겠지.’
이유를 물으면 대답하기가 곤란했다. 그러니 하얀 거짓말을 할 수밖에.
“내일이 너무 기대돼서여!”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