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16)
016
마수정은 유명한 배우였고, 항상 패치들이 달라붙었다.
‘우리 수정이가 자극적이긴 하지.’
성진 그룹 오너가의 셋째 딸이자, 화려한 외모의 소유자. 그리고 올해 천만 관객을 두 번이나 달성한 배우. 그게 바로 마수정이었다.
‘그래도 그렇지…….’
서 사장은 스크롤 휠을 내리며 중얼거렸다.
“장난 아닌데?”
패치들은 무단으로 사진을 올리면서도, ‘알 권리’란 핑계는 잘 가져다 붙였다. 사장은 턱을 괴고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차암 아름답습니다! 우리 마 배우.”
화면 안의 마수정은 그날따라 더 예뻤다. 스타일링으로 볼 때 샵에 들린 티가 나긴 했지만, 낮은 굽에 청바지를 입어도 돋보이는 건 그녀의 타고난 아우라 덕이었다.
마트에서 찍힌 사진 속의 마 배우는, 편하면서도 신경 쓴 듯한 느낌의 옷을 입고 있었다.
그것만 해도 패치들이 침을 질질 흘릴 요소였는데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이 애기가…… 입양한 아들인가?’
사장은 눈을 깜박였다. 솔직히 그 홍보자료는 그도 봤었다.
‘포토샵이 좀 섞였겠다 싶었는데…….’
패치 애들은 잔인하게도 포토샵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비율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낭패를 본 스타가 얼마나 많았던가.
‘아니, 도대체 이 애는 뭐야?’
보는 순간 사장은 외쳤다.
“인형?”
약간 옅은 색 머리에, 까만 눈을 가진 아기.
‘……이렇게 귀여울 수 있나?’
코는 오뚝하고, 빨간 입술은 체리나 뭐 그런 종류의 상큼한 과일이 생각났다.
“어떻게 이렇게 생길 수 있지?”
그냥 생긴 것도 귀여워 죽겠는데, 사진 속에는 활짝 웃고 있었다.
솔직히 감탄밖에 안 나왔다.
“와.”
얼굴 천재가 있다면 저 아기겠군.
“아니다. 마 배우 아들이라고 말해야 하나.”
그래서일까. 지금 이 사진은 대한민국 커뮤니티에 없는 곳이 없었다.
‘마 배우도 표정도, 이건 완전히 달라.’
오랜 시간 마수정을 봐와서 알았다. 잘 웃는 배우였지만, 그래도 이렇게 밝은 얼굴은 별로 없었다.
‘뭐, 겉으론 씩씩해 보여도…… 세상에 고충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마수정은 강했지만, 알게 모르게 대중의 미움을 받고 있는 여배우. 곪은 상처도 많았다. 그런데 그런 마수정이 저렇게 웃고 있다니.
‘세상을 다 가진 미소군.’
아기와 마수정은 마주보며 웃고 있었는데 솔직히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장소는 평범한 대형 마트인데?’
이 분위기는 도대체 뭘까?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서 사장 은 계속해서 휠을 넘겼다. 사진은 거의 분 단위로 찍혀 있었다.
“아니, 어떻게 다 볼 만해? 이거, 파파라치 사진 맞아?”
마수정과 아이는 마트를 돌아다니는 듯했다. 하지만 제일 예쁜 장면은 이거였다.
“이거지. 아기가 뻥튀기 먹여주는 장면.”
작고 귀여운 손가락이 뻥튀기를 잡고, 마수정 입에 넣어주고 있었다.
솔직히 보자마자 느꼈다.
“어이구, 귀여워.”
아니, 이 아기는 얼굴도 이렇게 미쳤는데, 성격까지 순한 모양이었다.
‘저맘때 아기가 저럴 수가 없을 텐데…….’
사장은 집에 있던 토끼 같은 딸아이들을 떠올렸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공주님들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지만, 그 뒤엔 보이지 않는 현실 육아의 고행이 있다. 몇 마디 말로는 부족한 거였다.
사장은 휠을 아래로 내렸다. 그 사진 밑에 댓글들 역시 그의 심정들을 대변했다.
└ 미쳤다
└ 22
└ 3333
└ 내가 뭘 본 거야. 저거 뭐예요.
└ 천사가 먹을 거 나눠 줌.
└ 애들 보통 자기 입으로 가져가는 게 본능 아닌가요?
└ 가끔 주기도 해. 맛없는 거면. 그런데 저건 성스러움.
└ 222
└ 333
└ 아, 미친. 마수정도 겁나 예쁜데 저렇게 성스러운 아기까지 있으니까 분위기 장난 아니다.
└ 귀여워서 키운다며?
└ 그런데 그 귀여운 아이가 먹을 거 나눠줄 정도로 성격도 좋음.
└ 둘이 눈 마주치고 있는 거 봤음? 장난 아님.
사장은 숨을 길게 내쉬었다. 댓글 중간에 자신이 원하던 반응이 있었다.
└ 입양아라고 하는데, 저거 보니 사랑으로 한 듯
└ 222
└ 3333
└ 솔직히 개인적인 건데 뭐라 했던 사람들이 이상함.
└ 악플 장난 아니었음.
└ 마수정 아들 잃은 슬픔에 미쳐서 그런다는 거 어디를 가도 있었음. 말 곱게 하자.
└ 딸 뺏긴 슬픔에 그런다는 말도 들음
└ 눈에 꿀 떨어짐.
└ 저건 사랑임.
└ 22 남이 봐도 사랑임.
└ 33 뒤집어 봐도 사랑임.
사장은 마우스를 툭툭 건드렸다.
‘……이미지가 단번에 좋아졌네.’
비판적인 여론이 한순간에 돌아섰다. 가끔 악플이 보이긴 했어도, 바로 반론 댓글이 달렸다.
“마 배우님.”
사장은 모니터를 보며 중얼거렸다.
“마 배우님아.”
단박에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이건 마수정의 배우 인생에서도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래도 말이지…….”
사장은 계속해서 아이 사진을 보았다. 보면 볼수록 신기했다.
└ 어떻게 저렇게 생긴 아이가 있지.
└ 어떻게 하는 짓이 저렇게 귀엽지.
└ 웃기는 왜 이렇게 잘 웃어.
대부분의 댓글에 연예계의 ‘탑 라인’이라 불리는 서 사장도 동감했다. 하지만 관계자로서 한 가지가 너무 아쉬웠다.
“제발 의논 좀 해라!”
마수정아. 마수정 님. 제발 말 좀 하고 일을 쳐라.
‘뭐, 말려도 듣지 않겠다 싶지만.’
서 사장은 고개를 푹 숙였다. 아무도 모를 것이다.
“내가 바지사장인 거!”
뭐, 바지사장치고는 나름 관여하긴 했다. 자신을 이 자리에 앉힌 친애하는 마 배우님께서는 그래도 운영엔 관여하지 않았으니까.
그래도 말이다.
“마수정아. 네가 지분 가장 많아서, 이렇게 막 나가는 거라면…… 나 좀 서운하다?”
그래도 의논은 할 수 있잖아. 이것아. 신입 때부터 같이 했던 우리의 의리, 잊은 거냐?
“제발 말이라도 해라.”
외출을 함부로 하면 어떡해!
어떻게 네가 이런 걸 내가 네티즌보다 늦게 알아야 하냐!
한탄했지만 듣는 이가 없었다. 서 사장은 고개를 저었다.
‘이 말을 마 배우 앞에서 해도 소용없겠지.’
피식 웃고 넘어갈 확률이 높았다. 그러고는 당당하게 일 좀 하라고 하겠지.
“제발, 말 좀 하고 해주라!”
서 사장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양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 * *
[당신의 귀여운 모습을 본 네티즌 1이 감동합니다.>자막이 화려하게 올라갔다.
‘이건 뭐, 수확하는 기분이군.’
나는 뿌듯하게 바라보다가 중얼거렸다.
“뿌아, 뿌뿌, 뿌우뿌!”
자막 잠시 가리기!
자막들이 금세 사라졌다.
‘좋아, 매우 좋아.’
패치들이 사진을 풀었는지, 갑자기 자막이 올라왔다.
‘순조롭게 오르고 있어.’
씨뿌린 걸 수확하는 기분이군.
나는 웃으면서 거울을 꼭 껴안았다. 플라스틱의 감촉이 닿자, 눈물이 날 거 같았다.
‘거울 한 번 보는 게 이렇게 힘들 줄이야.’
엄마는 가격표도 안 보고 거울을 사줬지만, 그걸 내 곁에 두게 하지는 않았다.
‘뭐, 깨지면 위험하니까.’
그래도 거울을 내 요람에 놓도록 하는 게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다.
‘땀과 눈물이 필요하다니!’
나는 힘겹게 얻어낸 거울을 꼭 껴안았다. 지금 이 순간, 내겐 너무나 소중했다.
‘위험하다고 치우려고 할 때마다…….’
나는 조용히 천장을 바라보았다. 어디선가 바람이 부는지, 모빌들이 흔들렸다. 그리고 내 마음도 덩달아 흔들렸다.
‘……울었지.’
묘한 기분이었다. 한때 조연 배우로서 수많은 감정 연기를 했다지만, 아기의 울음을 연기해 본 적은 없었으니까.
가슴속 뭔가 뜨거운 것이 울컥 올라왔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진짜 그 방법밖에 없었다고.
‘이 나이 돼서 울다니! 이렇게 엉엉 울어본 건 이 나이가 되도록 손에 꼽는데!’
거울을 가져갈 때마다 버둥거리며 우니까 엄마와 안산댁도 당황했던 모양인지, 어디서 안전한 아크릴 거울을 구해왔다.
나는 모빌을 보며 눈을 감았다.
‘굴욕까지는 아닌데…… 그 비슷한 거 같긴 하네. 뭐랄까……. 하.’
어휴. 이게 다 말이 안 통해서야. 언제쯤이면 말 좀 유창하게 하려나.
‘마마까지는 그럭저럭 어렵지 않게 했는데.’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단어를 말해봤다.
“마마! 맘마! 시져!”
이게 다였다.
‘이런, 미친!’
나는 다시 얼굴을 감쌌다. 물론 손이 작아서 얼굴을 덮지 못했다.
‘저거 외에는 아직까지는 죄다 쀼쀼로 나와.’
수, 수치스러워…….
왠지 눈물이 나올 거 같았다. 나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정확한 나이는 모르지만 그래도 이 정도 작은 아기인 것치곤 꽤 말 잘하는 편 아닌가?’
시간이 가면 자연스럽게 쓸 수 있는 단어도 느나?
발달 상황은 일반적인 아기에 맞추는 건가?
그런데 평범한 아기의 성장이 어떤지 내가 어떻게 알아! 애를 키워본 것도 아니고!
‘아니, 애초에 나 몇 살인데?’
나는 내 손을 들여다보았다. 아기 손은 뽀얗고 통통했다. 하지만 손만 봐서는 정확히 몇 개월 차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고 보면 내 생일을 모른댔지.’
그냥 엄마가 정해준 날로 하면 되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안산댁인가?’
하지만 들어온 사람은 좀 의외였다.
‘어라.’
나는 나도 모르게 외쳤다.
“히트러 빠우야!”
히틀러 할머니!
지팡이를 짚은 할머니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러더니 작게 중얼거렸다.
“히틀러?”
어라. 그건 어떻게 알아들은 거지?
심상찮은 얼굴로 할머니가 다가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