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162)
162
-공자야. 마리에게는 그런 사정이 있단다.
엄마 목소리가 퍽 간절해 보였다. 솔직히 이유를 듣고는 굉장히 놀랐다.
“마리 누나가, 진짜 그 사람을 괴롭혔나요?”
-마리가 그럴 리가. 증거 보이라고 하니까, 없대. 그 애 말만 믿고 마리에게 뭐라고 하다니. 내 딸에게 무슨 짓이냐고 하니까, 그쪽이 말이 없더라.
음, 그냥 몰아갔던 거일 수도 있네.
“엄마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내 딸이 그럴 리가 있니.
확고한 믿음이시네.
‘그런데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보니까 대놓고 하면 했지, 숨어서 괴롭히는 사람은 아닌 거 같더라고요.
-그러니, 공자야. 누나가 예민해도 조금만 참아주렴. 물론 밀친 건, 돌아가면 엄마가 혼낼게.
“괜찮아요. 다친 곳도 없어요.”
-안 괜찮아. 그러다 큰일 나면 어쩌려고. 마리가 지금 힘든 건 맞지만, 그걸 공자 너한테 푸는 건 아니지.
음, 그냥 마루 때문 아닐까요. 하긴, 좀 과하긴 했나.
나는 조금 웃었다. 역시 엄마였다. 이런 일에 공정했다.
“그래도 공자는 진짜 괜찮으니까요. 일단 누나부터 위로해 주세요. 오시면 먼저 안아주시고요.”
아마 지금 괴로울 거 같아서요.
‘상처받았겠지.’
아빠가 자신을 안 믿었던 거니까.
엄마가 숨을 길게 내쉬며 말했다.
-공자가 너무 어른스럽네. 공자야. 엄마가 사랑하는 거 알지?
“저도 마마 사랑해요!”
-엄마가 빨리 갈게!
“아니요. 촬영 다 하시고 오세요. 빨리 오지 마세요.”
-내, 냉정해.
“전 누나랑 잘 지낼 수 있어요. 지금도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고요. 그러니까 안심하고 촬영하세요. 마마.”
엄마는 말이 없으시더니, 통화 너머로 오열했다.
-공자야! 우리 천사가 너무 빨리 어른이 됐어! 안 돼!
뭐가 안 된다는 거죠, 어머니.
‘음, 빨리 자라면 좋지 않나?’
부모 마음은 좀 다른가.
통화는 곧 끊겼다. 나는 어깨를 펴면서 웃었다.
‘그래도 중심 잘 잡고 계시는구나.’
솔직히 엄마 입장도 힘들겠지.
‘복잡할 거야.’
솔직히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영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냥 자연스럽게 시간을 보내는 편이 나은가?’
대화라도 해보면 좋으려나.
‘음, 그러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지.’
결국, 도돌이표였다. 이 말은 정답이 없다는 말이었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슬슬 연습실에서 발성과 낙법 훈련을 해야 할 차례였다.
‘그 전에 밥을 먹어야지.’
덕수 씨가 부르러 오기 전에 내가 가는 게 낫겠지.
거실을 가로질러서 부엌으로 갔을 때였다. 순간, 조금 놀랐다.
‘마리 누나?’
방에서 거의 안 나오던 누나가 식탁에 앉아 있었다. 나는 의자를 빼서 맞은 편에 앉았다.
누나는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나는 눈만 말똥말똥 떴다.
어째 분위기가 점점 팽팽해졌다. 식사를 준비하는 안산댁과 덕수 씨가 긴장하는 게 느껴졌다.
그때, 마리 누나가 말했다.
“너…….”
“네.”
“손이 작네.”
엥? 갑자기 뜬금없이?
나는 내 손을 바라보았다. 뭐, 아직 작긴 하겠죠. 애니까요.
“키에 비해서는 커요. 그래도 빨리 크고 싶어요.”
“왜?”
“음, 역할 때문에요.”
나는 진지하게 말했다.
“지금 공자는 어린 역밖에 못 하니까요.”
“자라서 다른 역 맡고 싶은 거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리 누나는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 한참 자라고 싶을 때이긴 하지. 작은 게 귀여워서 좋지만.”
어라.
‘뭔가 누님, 지금 아이가 빨리 자라고 싶어요! 라고 느낀 건가?’
그것도 맞긴 하지만…….
‘음, 혹시 지금 그게 필요한 시점인가?’
내 강력한 귀여움을 어필할 타이밍?
나는 침을 꼴깍 삼켰다. 스스로가 귀여운 걸 알고 있어도, 이걸 표현하는 데는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익숙해지지 않아.’
하지만 지금 해야 한다.
할 수 있다. 마공자. 너는 잘할 수 있다!
“그, 마리 님.”
“마리 님?”
나는 생글생글 웃으면서 말했다.
“그 단어를 쓰지 말라고 해서요. 뭐가 있는지 열심히 생각해 봤어요. 그 결과 두 가지로 좁혀졌어요!”
이거 제가 대본 읽다가 30분간 고민한 겁니다.
“뭔데?”
나는 손가락으로 하나를 폈다.
“첫 번째, 마리 님!”
“인터넷도 아니고. 왜 님이야.”
“맞아요. 좀 그렇긴 해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두 번째, 누님!”
나는 활짝 웃었다. 누나만 아니면 되잖아요.
마리 누님의 한쪽 눈썹이 살짝 떨렸다.
‘뭐, 격이 있어 보이는 호칭이긴 하죠.’
마리 누님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에 들어.”
“네?”
“누님 좋다. 누님이라고 불러.”
진짜 좋은지, 볼에 홍조가 어렸다.
‘뭐, 좋아하니 됐다.’
막 다른 말을 하려고 할 때였다. 식탁에 음식이 차려졌다.
‘어라?’
그런데 뭔가 좀 달랐다.
‘우리 집 음식이 골고루 나오긴 하는데…….’
뭐랄까, 이건 좀 특이하네.
안산댁이 김이 폴폴 나는 양동이 하나를 가져왔다. 그 양동이에 골뱅이와 소라가 가득 들어 있었다.
“마리 아가씨, 많이 드세요.”
“안산댁, 고마워요. 진짜 내가 다 좋아하는 거네.”
“안 그래도 오늘 시장에서 실한 거로 사 왔어요. 아가씨는 입맛이 그대로이시네요.”
“진짜 먹고 싶어서 혼났어. 그쪽은 이런 거 싫어해서.”
“어휴. 먹고 싶은 것도 못 먹게 하다니.”
“질색하더라.”
마리는 골뱅이를 이쑤시개로 능숙하게 빼먹었다. 나는 눈을 깜박였다.
‘뭐랄까…….’
골뱅이 제일 좋아하시는 분은 처음이네.
마리 누님이 말했다.
“나는 껍질이 단단한 애들이 좋아.”
“가재도 좋아하세요?”
“응. 그런데 단단한 애들이 더 좋아. 한 대 치면, 바로 부스러지는 애는 싫어.”
음, 게랑 가재가 친다고 부스러지는 애였던가?
나는 마리 누님의 손을 바라보았다. 잘 모르지만 말이야.
‘강하신가?’
누님은 소라를 빼서 칼로 썰었다.
“물론 얘네들도 한 대 치면 부서지긴 하는데, 그래도 더 부수는 맛이 있으니까.”
와.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나는 어깨를 털면서 소리 내어 웃었다.
“아하하하!”
“왜 웃어? 먹는 게 웃겨.”
“누님. 닮으셨어요.”
나는 두 손을 모으며 말했다.
“제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을요.”
마리 누님의 눈썹이 살짝 움직였다.
“그게 누구인데?”
“마마요!”
아마 저 근력은 우리 엄마를 닮은 거겠지. 나는 이제야, 마리 누님이 엄마의 딸이라는 게 절실하게 느껴졌다.
‘물론 겉모습만 봐도 알지만 말이야.’
그래도 뭐랄까. 마리 누님 진짜,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비슷하구나.
내가 한참 웃자, 누님이 눈을 깜박였다. 그러더니 의심스럽게 말했다.
“너 말이야.”
“넵!”
“연기 잘하지?”
“잘하려고 노력해요.”
“아까 한 말, 연기한 거 아니지?”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진심 100%이긴 했는데, 그렇다고 하면 믿어는 주나.
“나는 연기하는 애 질색이야.”
아하.
‘모함받은 게 상처가 크셨구나.’
새삼 누님이 왜 나를 처음에 싫어했는지 알 거 같았다.
‘그 재혼한 상대 딸이 연기해서 괴로웠는데, 집에는 연기 천재라고 불리는 내가 있네.’
음, 괜히 밀쳐진 건 아니구나.
하지만 말입니다.
“공자 연기하긴 해요.”
“뭐?”
누님의 젓가락이 식탁 위로 떨어졌다. 유리에 부딪히는 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챙-
나는 방긋 웃었다.
“잘 보이고 싶은 상대에게는 어쩔 수 없잖아요.”
마리 누님이 미간을 찌푸렸다. 턱을 괴고, 귀여운 척을 했다.
“공자는 누님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연기 중이에요.”
연기라기보다는 내숭 같지만요. 아니다. 두 개가 다 비슷한가.
나는 식탁 위의 젓가락을 집어서 건네줬다. 마리 누님은 나를 노려보며 소라를 씹어먹었다.
“나는 솔직한 사람이 좋아.”
“음, 공자는 솔직해지고 싶지 않은데요. 잘 보이고 싶어서요.”
“뭐야, 너. 복잡해서 짜증 나. 나랑 말장난해?”
정확하게 짚으시네. 이것도 역시 엄마를 닮았어.
나는 방긋 웃으면서 말했다.
“누님. 이런 건 오래 보면 결론이 나와요.”
나는 최대한 귀엽게 눈을 깜박였다.
“뭐?”
“공자를 오래 관찰해 보시는 건 어때요? 보면 결론이 나올 거예요. 별로인지, 아닌지요.”
내가 노리는 건 하나였다.
‘나랑 오래 붙어 있으면 정 붙이시겠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건, 생각보다 무시무시했다.
‘오죽하면 히틀러 할머니도 나에게 좀 누그러졌을까.’
물론 이쪽은 여전히 어렵긴 했다.
누님 표정이 복잡해 보였다. 나는 웃으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음, 역시 안 되나.
‘코인을 써야 하나.’
솔직히 약간 무리수이긴 했다. 이런 건 자연스러운 게 제일 좋기도 하고 말이다.
‘그런데 꼬인 관계가 자연스럽게 풀릴 리가 없잖아.’
이런 건 죄다 풀어서 새로 엮는 수밖에 없다고.
이런저런 고민할 때였다. 누님은 소라를 빼서 빨판을 자르고 작은 칼로 반을 갈랐다.
그리고는 능숙하게 내장과 침샘을 제거했다.
“소라는 맛있지만, 손질이 필요해.”
그렇군요.
“안산댁 아주머니가 손질까지 다 해주시기도 하지만, 나는 내가 직접 하는 걸 더 좋아하기도 해.”
음, 미식가라는 건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좋아. 그래.”
누님은 소라를 씹어먹으며 말했다.
“관찰해 볼래. 네가 어떤 애인지, 내가 직접 판단할 거야.”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아, 역시. 이 익숙한 화끈함.
‘엄마랑 닮았어.’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식탁 중간에 있는 골뱅이를 꺼냈다. 그리고는 이쑤시개로 살짝 꽂아서 알맹이를 뺐다.
골뱅이는 쏙 나왔다.
‘와, 오랜만에 하니까 재미있다.’
나는 골뱅이 살을 빈 접시에 담고 밀어줬다.
“드세요.”
누님의 동작이 갑자기 멈췄다. 나는 골뱅이 몇 개를 뽑아서 계속 누님 접시에 넣었다.
“뭐야. 안 해도 돼.”
“이거 재미있어요.”
“그냥 네가 먹어.”
“싫어요.”
나는 방긋 웃으면서 말했다.
“봤어요? 공자 연기하고 있어요. 누님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요.”
누님은 말이 없었다.
“공자 앞으로 연기 많이 할 거예요. 잘 부탁드려요.”
와.
‘내가 말했지만 느끼하다.’
마치 드라마 대사가 일상 언어인 한수윤이 된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지 않으면 누님은 오해하겠지.’
나는 방긋 웃으며 윙크했다. 누님은 미간을 찌푸렸지만, 딱히 싫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너 말이야.”
누님은 소라를 씹어 먹으며 말했다.
“엄마가 왜 데려왔는지 알겠다.”
음, 그건 제가 기억하는데요. 보통 아이는 엄마를 보면 우는데, 저는 웃어서입니다.
“짜증 나게 귀엽네.”
앞에 있는 단어만 빼면 좋을 텐데.
나는 계속 웃으면서 골뱅이를 빼줬다. 누님은 그래도 나를 말리지 않았다.
‘조금씩 가까워집시다. 우리.’
첫 만남은 별로였지만, 이건 나쁘지 않았다. 나는 방긋 웃으면서 계속 골뱅이를 뺐다. 이거,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접시에 골뱅이 살이 쌓여갔다.
누님은 내가 빼낸 골뱅이를 노려보았다. 나는 계속 빼내기만 했다.
그때였다. 누님이 드디어 내가 빼낸 살을 집어 먹었다.
‘큽.’
순간, 눈물이 나올 거 같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