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163)
163
뭐랄까. 말 안 듣는 맹수가 처음 먹이를 먹는 거 같았다.
‘아니, 맹수는 약하지.’
나는 내 골뱅이를 먹고 있는 누님을 빤히 바라보았다.
‘태풍이랑 지진 일으키는 신한테, 제사를 지내는 느낌?’
그럼 정성으로 드려야 하나?
나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골뱅이를 빼냈다. 다행히 누님은 야금야금 잘도 드셨다.
‘새삼스럽지만 말이야.’
나는 내 앞에서 음악을 듣고 있는 누님을 바라보았다.
‘진짜 우리 엄마 닮았다.’
사실 겉모습만 봐도 너무 닮아서 놀랄 정도였다. 하지만 내가 놀란 건, 다른 거였다.
‘우리 엄마, 항상 도전과 긴장감을 즐기시지.’
아마 누님은, 엄마의 그런 점을 많이 닮은 거 같았다.
누나가 눈을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눈이 마주치자 나는 방긋 웃었다.
‘솔직히 놀랐어.’
나를 관찰하겠다고 했을 때, 솔직히 몇 번 함께 있다가 말 줄 알았다.
‘그런데, 역시 누님은 엄마의 딸이지.’
그로부터 벌써 이틀이 지났다. 누님은 나를 빈틈없이 감시했다.
‘아니, 괜찮으신가.’
내가 대본 보고 밥 먹고, 운동할 때도 옆에 계셨다. 덕수 씨에게 수학과 영어를 배울 때도 떠나지 않았다.
‘나야 괜찮지만 말이야.’
의외로 적응이 힘든 건 다른 분들이었다.
‘특히 덕수 씨.’
보기보다 원체 낯을 가리시는 분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불편하신지 자꾸 실수하셨다.
나와 눈이 마주친 누님이 휙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이틀 같이 있어서 알았다. 그렇게 싫은 표정은 아니었다.
‘귀가 미미하게 핑크색이야.’
내 귀여움은 확실히 먹히고 있었다.
‘역시 얼굴 천재는 달라.’
나는 다시 방긋 웃었다. 누님은 나를 힐끔 보다가, 다시 눈이 마주치니 고개를 휙 돌렸다.
‘에구. 저렇게 돌리면 목 관절 아플 텐데.’
우두둑 소리도 안 나는 거 보니, 우리 누님 관절이 튼튼하신가 보다.
나는 다시 대본을 바라보았다. 이번에는 사극이었다.
나는 소리 내어 읽었다.
“봉놋방 문 열어놨소. 오늘 밤 주모, 그리로 오시오.”
어라. 뭔가 이상한데.
나는 얼른 대본 밑의 내용을 봤다. 사극 어조를 익히기 위해 읽었는데, 이거…….
‘음, 보호자의 시청 지도가 필요한 장면이군.’
나는 눈을 깜박였다. 누군가 감시하면 이게 안 좋았다.
‘그냥 진행할까, 말까.’
나 혼자 있으면 그냥 소리 내어 읽고 말겠지만, 지금은 누님이 계셨다.
‘사춘기 청소년과 같이 있는데, 이걸 읽어도 될까.’
나는 대본 제목을 보았다. 평일 10시에 하는 평범한 사극이었다.
‘그런데 왜 이런 대사를…….’
뭔가 상황이 애매했다.
‘이 대사 계속하면, 좀 그렇겠지.’
청소년을 배려해 드려야지. 누님은 좋은 것만 듣고 살 권리가 있었다. 막 페이지를 넘겼을 때였다. 덕수 씨가 과일을 들고 공부방으로 왔다.
“공자 아직도 대본 봅니까?”
“네.”
“너무 오래 봤습니다. 일어나서 쉬십시오.”
덕수 씨가 대본을 들고 일어났다. 나는 울상을 지은 채, 허망하게 빈손을 바라보았다.
‘덕수 씨, 꼭 한 시간에 한 번씩 들어온다니까.’
한 시간에 10분을 쉬어야 하는 교육 법칙이라도 있는 겁니까.
나는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거울을 보며 몸을 움직이는데, 누님이 말했다.
“시터분.”
“네?”
덕수 씨가 어깨를 움찔 떨었다.
“쟤 대본 미리 검수해 보는 게 좋겠어요.”
어라.
누님은 척척 다가와서 손을 내밀었다. 덕수 씨는 자기도 모르게 대본을 넘겼다.
“이것 봐요. 봉놋방 문 열어놨대요. 이거 너무 저질이야. 애가 볼 만한 건 아니잖아요.”
“이, 이런.”
덕수 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감사합니다.”
“좀 잘 돌봐요, 시터분, 가끔 되게 초보 같아.”
그, 그거 맞긴 하지.
순간 덕수 씨 어깨가 움찔 떨렸다.
그런데 말입니다.
‘음, 내가 보통 아이였다면, 이런 일은 없겠지.’
아마 능숙하게 잘 돌봤을 겁니다. 제가 연기를 하다 보니 특수 상황이 많아서 그런 거 아닐까요.
마리 누님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렇게 어린데 봉놋방 대사 공부라니. 깜짝 놀랐네. 너, 봉놋방이 뭔지 알아?”
음, 여기서 아는 척하면 안 되겠지?
나는 밝게 웃으면서 말했다.
“뭔가 맛있는 반찬이 있는 방인가 봐요.”
“응?”
“그러니까 항상 밤에 오라고 하지 않을까요?”
마리 누님은 이마를 짚었다. 덕수 씨는 고개를 푹 숙였다. 하지만 워낙 큰 사람이어서 그런지, 새빨개지는 게 잘 보였다.
‘그렇게 부끄러워할 이유는 없는데.’
순수하신 분이군.
덕수 씨는 울 거 같은 얼굴로 말했다.
“아, 앞으로는 꼭 검수하겠습니다.”
“네.”
“과일 드십시오. 그, 그리고 공자 꼭 10분간 쉬는지 감시 부탁드립니다. 물론 안 하셔도 됩니다.”
덕수 씨는 작은 접시를 마리 누님에게 밀어주며 간곡히 부탁했다. 마리 누님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할게요.”
“감사합니다.”
덕수 씨가 고개를 푹 숙인 채 나갔다. 누님은 과일을 포크로 집으며 말했다.
“나 과일 싫어하는데. 야채는 좋아하지만.”
음, 특이한 식성이시군.
“혹시 쓴 거 좋아해요?”
“어떻게 알았어? 씀바귀나 칡 같은 거 좋아해.”
정말 이색적인 입맛이시군. 아니, 그보다 말입니다.
‘싫어하는 과일을 들고 부탁했는데, 들어주시다니…….’
나는 배시시 웃었다. 조금씩 마리 누님에 대해 알 거 같았다.
“그나저나 너, 너무 어른들 속이는 거 아니야?”
음, 무슨 말일까.
나는 눈을 깜박였다.
“너 봉놋방 뜻 알았지? 아까 읽다가 멈췄잖아.”
이런, 들켰네.
‘관찰이 무섭긴 하다.’
살짝 털리네.
‘하지만 말입니다.’
여기서 저는 반격을 할 수 있습니다. 저에게는 완벽한 방패가 있으니까요.
나는 환하게 웃었다.
“탈무드에 나오잖아요. 좋은 거짓말은 기름과 같아서 삶을 부드럽게 만든다.”
“그런 말이 있어?”
“아마 없을걸요?”
방금 지어냈으니까요.
누님은 눈살을 찌푸렸다. 나는 배시시 웃으며 두 손을 모아서 꽃받침을 만들었다.
‘이건, 해바라기 자세라고 하던가?’
누님의 눈썹이 살짝 움직였다.
“공자는 거짓말 잘해요. 사실 그렇게 착한 애 아니에요.”
마리 누님은 말을 하지 않았다.
“누님께만 고백하는 거예요. 사실 엄마도 몰라요.”
“다들 천사라고 하던데?”
“아, 그건 진짜 아니에요. 그거 어떻게 안 될까요. 음, 이런 모습 들키면 큰일 나겠죠?”
“글쎄. 애들은 원래 거짓말 잘하잖아.”
“저는 보통 애가 아니어서요.”
나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 누님! 비밀 지켜주세요.”
마리 누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계속 방긋방긋 웃으며 누님의 대답을 기다릴 때였다. 갑자기 공부방 문이 열렸다.
쾅-
우리 집에서 문을 이렇게 여는 애는 한 명밖에 없었다. 나는 열린 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너, 너, 너 왜 그래?”
마적 녀석의 볼이 팅팅 부어 있었다. 마적 녀석은 엉망인 얼굴로 손가락으로 브이 자를 그렸다.
“이것은 사투의 흔적이야. 적벽대전이라고.”
얘가 덕수 씨에게 배운 거 아무거나 갖다 붙이나 보네.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나는 놈의 셔츠를 들쳤다. 팔에 멍이 있었다.
‘코인으로 회피 능력을 줬던 거 같은데…….’
나는 놈의 얼굴을 손으로 잡았다. 그리고는 꼼꼼하게 살폈다.
‘오른쪽 볼이 문제네.’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때? 막 후유증 남을 거 같이 아파?”
“그러면 여기 안 오고 119 불렀지.”
얘가 드디어 위험 상황에 대한 제대로 된 방법을 아는구나.
“아까 덕수 선생님이 상처 봤는데, 공부방 약상자면 될 거 같대. 약은 내가 확인하고.”
에휴. 불쌍한 녀석.
나는 책장 구석에 있는 구급상자를 가져왔다. 마적 녀석은 익숙하게 바닥에 앉았다.
“연고?”
“응. 멍 빼는 거.”
“이거 맞지?”
나는 연고를 보여줬다. 마적 녀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알콜로 손을 소독하며 말했다.
“너, 어디를 어떻게 맞은 거야.”
“음. 일단 볼은 좀 심각해 보이는데, 괜찮아. 손으로 맞았거든.”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충분히 심각하다, 이 녀석아.
나는 멍 빼는 연고를 조심스럽게 발랐다.
“입안은 괜찮아? 혀 안 씹었지?”
“혀 씹었으면 말 못 하지.”
그렇긴 하겠지.
마적 녀석은 입을 쫙 벌렸다. 나는 피가 철철 난 입안 상태를 보며 경악했다.
“뭐야, 이빨 나갔어?”
“아, 흔들렸던 거 하나 나갔어. 피 맛 장난 아니다.”
아, 유치가 빠진 거구나. 그나마 다행이었다.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영국 가기 전에 치과는 꼭 들르자.”
“아, 그럴게.”
나는 연고를 다 바르고, 마적 녀석을 바라보았다. 녀석은 머리를 긁적이며 웃었다.
“어떻게 된 거야.”
“음, 괜찮아.”
“뭐가 괜찮아.”
나는 그냥 녀석을 안고 등을 두들겼다.
“안 괜찮아도 되니까, 말해봐.”
마적 녀석의 몸이 움찔 떨렸다. 하지만 계속 토닥여주자, 작게 속삭였다.
“왜 때린 건데?”
“때릴 만했어.”
“그분이 때릴 만한 일도, 네가 맞을 만한 일도 있을 리가 없잖아.”
“아니야. 들켰거든. 나 유학 가는 거.”
마적 녀석의 목소리에 물기가 섞였다.
“엄청나게 화났더라. 때리려고 달려오는데, 피할까 하다가 이제 영국 가잖아.”
“응.”
“말은 해보는 게 나을 거 같아서 말이야. 부딪쳐 보기로 했지.”
마적 녀석이 퉁퉁 부은 얼굴로 웃었다.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그래서.”
“깨졌어. 이빨이.”
치아도 치아지만, 네 마음이 깨졌겠지. 불쌍한 녀석.
“욕하면서, 물건을 막 던지더라. 나 그거 다 피했다?”
“잘했어. 다람쥐처럼 재빨랐구나.”
“왜 하필 다람쥐야. 표범이면 안 돼?”
“뭐든 피하면 되잖아.”
“그런가. 아무튼 다 피했는데, 안 되니까 달려와서 손으로 때리더라.”
“그것도 피하지 그랬어.”
마적 녀석이 히죽 웃었다. 입술이 위로 올라가자, 빠져 버린 이가 눈에 띄었다.
“아니, 한 대 정도는 맞아야겠지 싶었어. 그런데 그게 좀 셌나 봐. 이빨이 나가더라. 흔들리던 거였지만 말이야.”
와, 진짜.
“아니, 왜 애를 때려. 네가 뭘 했다고.”
“유, 유학을 가서? 엄마가 하라는 거 안 하고, 할머니 꼬셔서?”
“할머니는 내가 꼬셨잖아.”
“내가 꼬시게 했지.”
“그건 그렇지.”
그렇게 보면 되게 체계적으로 반항적이긴 하네. 물론 사정을 알면, 그런 말 못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네가 맞을 이유는 아니지.”
“그건 그렇지.”
마적 녀석은 내 어깨에 이마를 묻었다.
“공자야. 우리 엄마 영 아닌 거 같아.”
“그래. 그런데 이미 알고 있었잖아.”
“혹시나 했지. 역시였지만.”
말 한마디 한마디가 뼈에 사무쳐와, 가슴이 아팠다. 아니, 이 녀석이 때릴 데가 어디 있다고 복날에 개처럼 두들겨 때리는 거지.
‘애초에 개도 절대 때리면 안 된다고.’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마적 녀석은 어깨에 이마를 비볐다.
“그래도 할머니가 말려줬어. 안 그랬으면 여기 못 왔고, 유학도 못 갔을 거야.”
“그래.”
“어떡하지, 공자야.”
마적 녀석이 작게 속삭였다.
“정말 우리 엄마는 아닌가 봐.”
젠장.
나는 놈의 어깨를 토닥였다. 녀석이 너무 불쌍했다.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딱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