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165)
165
애는 당황했는지, 볼을 붉혔다. 마리는 다시 손을 움찔했다. 볼때기가 탐스러운 복숭아 같아서 손이 저절로 움직일 거 같았다.
“그럼, 그 율동 어떻게 했어?”
아이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연습했어요.”
“몇 번? 10번?”
“100번도 넘었어요. 아니다. 1,000번일지도 몰라요.”
마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단순한 율동인데 그렇게까지 연습했다고?
“이해가 안 되죠?”
“응.”
“제가 바로 그런 몸입니다.”
아이는 하늘을 보고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 뒤로 다시는 율동 안 해요.”
시켰다가는 큰일 날 거 같았다.
“그, 그래. 그런데 아랍 가서는 했잖아.”
아이의 어깨가 움찔 떨렸다. 뭔가 정곡을 찌른 거 같았다. 당황한 아이의 표정에 마리도 덩달아 당황해 허둥지둥했다.
“그, 그건…….”
마공자가 마른세수를 했다. 마리는 자기도 모르게 말했다.
“분위기가 덕분에 좋았다고 들었어.”
“그, 그렇죠. 그런데요, 누님.”
마공자가 고개를 들었다. 눈가가 매우 촉촉하고 반짝였다. 별이라도 쏟아질 거 같아서, 마리는 자기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그 제가 춤춘 거요.”
“으, 응.”
“다들 너무 생생하게 기억하세요.”
아이가 퍽 간절하게 속삭였다.
“시, 시간이 지났잖아요. 저도 자랐고요.”
그, 그런가.
마리는 마공자를 아래위로 훑어봤다. 유명한 아이라서, 어렸을 때부터 자라는 성장 과정을 고스란히 보긴 했다. 하지만 많이 자랐냐고 물으면, 대답이 곤란했다.
“그런데도 왜, 계속 기억하시죠? 저 그 뒤에도 작품 많이 했는데요. 막 천만도 가고 그랬는데…….”
마공자가 고개를 숙였다. 물기 어린 속눈썹이 햇살에 반짝반짝 빛났다.
‘얘는 속눈썹도 기네. 어, 갈색이다.’
마리는 무심코 쓸어보려다가 주먹을 꽉 쥐었다. 또 쓰다듬으려 손이 나갈 뻔했다.
“그래도 못 잊으시는 거 같아요.”
“어, 그래.”
“왜죠. 공자 많이 컸는데요.”
아이 눈이 또 반짝였다. 이쯤 되면 마리도 스스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너…….”
“네.”
“울먹이는 게 귀엽네.”
“네?”
마리는 자기도 모르게 공자 볼때기를 잡았다. 그리고는 살살 굴렸다.
“우왕?”
“부드럽다. 아이 살결이라서 그런가. 그래서 연예인들이 너만 보면 만지는구나.”
그러고 보면 이 녀석, 배우들에게 자주 안겨 있었다. 왜 애를 땅에 못 내려두나 싶었는데, 이제야 알 거 같았다.
마리는 계속 공자 볼을 쪼물딱거렸다.
“누, 누님. 아파요.”
“아, 미안.”
마리는 순순히 손을 뗐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리를 굽혀서 아이와 시선을 맞췄다.
공자가 눈을 깜박였다. 마리는 그 모습을 뚫어지라 바라보았다.
“어, 얼굴에 뭐 묻었나요?”
“귀여움이 묻긴 했지.”
“네?”
“너 말이야. 솔직히 엄마가 너를 왜 데려왔는지 몰랐는데 말이야.”
마공자가 고개를 살짝 숙이고 말했다.
“공자가 귀여워서 데려온 거 아니에요. 운명이라고 했어요.”
“글쎄. 귀여워서 데려왔을 거 같은데.”
마리는 조심스럽게 마공자 머리에 손바닥을 댔다.
“그런데 귀여워서 데려오면 안 돼?”
“네?”
“아니. 보통 귀여운 게 아니면, 데려오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잖아. 운명 안에 귀여움이 포함되었을 수도 있고.”
마리는 턱을 괴고 마공자를 바라보았다.
“내가 너보다 엄마에 대해서는 더 잘 알거든?”
“그, 그런가요. 사실…….”
마공자는 마리에게 바짝 다가가서 속삭였다.
“다른 이유가 있어요.”
“뭔데?”
“너무 어렸을 때라서, 저도 기억에 없는데요. 엄마에게 전해 들었어요.”
아이는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사실 제 발바닥에 붉은 점이 있었대요. 그게…….”
마리의 눈꼬리가 가늘어졌다. 모를 리가 없었다.
“우리 마루 발바닥에도 점이 있었지.”
“네.”
“그러니까. 너는…….”
마리는 심호흡하며 말했다.
“죽은 내 동생과 발바닥에 점이 비슷하고, 말도 못 하게 귀여워서 엄마 아들이 된 거네?”
“그, 그렇게 따지면 그런데요.”
마공자의 눈동자가 살짝 떨렸다. 말할까 말까 고민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아이는 결심했는지 고개를 살짝 들었다.
솔직히 그것도 진짜 깨물어주고 싶을 만큼 귀여웠다.
마공자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래서 운명이지 않을까요?”
마리는 입술을 깨물었다. 얘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우리 마루가 없었다면, 네가 엄마 아들이 아니었다는 거야?”
“네.”
“만약 우리 마루가 살아 있으면…….”
마공자는 방긋 웃었다.
“적어도 지금 제가 누님 앞에 서 있지는 않겠죠.”
마리는 눈살을 찌푸렸다. 조금 짜증이 났다.
‘애가 되게 어른스럽네.’
1살 때부터 아역 생활을 해서 그런가.
‘아니면 엄마가 애 교육을 잘했던가.’
마리는 고개를 저었다. 왠지 모르지만 그건 아닐 거 같았다.
“마리 누님. 음…….”
아이가 작게 속삭였다.
“하나만 부탁해요.”
“뭔데?”
“공자가 마음에 안 드실 거 같아요.”
마리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래도 너무 싫어하진 말아 주세요.”
이건 뭐지.
마리는 아무 말 없이 아이를 바라보았다. 살짝 숙인 마공자의 뺨은 여전히 분홍색이었다.
바람이 불었다. 연못에서 잉어 몇 마리가 튀어 올랐다. 하지만 마리는 오직 마공자만 보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마리가 말했다.
“너 말이야.”
“네.”
“조금 바보구나?”
애 고개가 왼쪽으로 살짝 기울어졌다. 그것조차 너무 귀여워서, 마리는 볼을 살짝 짚었다.
“네?”
“진짜 바보야.”
아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마리는 순간, 입을 가리고 웃음을 터트렸다.
“누, 누님?”
“진짜, 바보야. 바보. 웃겨.”
햇살 아래 마리의 웃음이 반짝거렸다. 마리는 공자의 뺨을 놓아주지 않았다.
“엄마가 너 왜 데려왔는지 알겠다.”
“네?”
뺨이 잡혀 있어서 말이 샜다. 그 모습도 퍽 귀여웠다.
‘얘는 진짜 귀여움으로 가져다가 빚은 거 같다니까.’
그래서일까.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바보라서 데려왔구나”
“넹?”
마리는 공자의 뺨을 놔줬다. 천재 아역배우라고 불리는 아이는, 필사적으로 말했다.
“그, 제가 좀 머리가 막 좋지는 않아요.”
“지능 얘기가 아니야.”
“네?”
“너 말이야. 얼굴 활용을 못 하네.”
아이의 눈동자가 엄청나게 커졌다.
“제, 제가요?”
“응.”
“아닌데요.”
“못 해.”
“왜, 왜 그런 말을 하세요!”
애가 당황했는지, 뒷걸음질을 쳤다. 마리는 그런 아이 팔을 잡고 끌어서 다시 원위치시켰다.
“어딜 도망가.”
“아니요. 여, 배우에게 얼굴 활용을 못 한다고 하시면!”
마리는 다시 빵 터졌다. 웃음을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너 정말 바보구나. 그래서…….”
마리는 공자를 번쩍 들었다. 아이는 누군가에게 들리는 게 익숙한지 바로 균형을 잡았다.
“누님.”
마리는 수없이 생각했던 속마음을 드러냈다.
“귀여워.”
“네?”
“들어가자.”
“공자, 내려줘도 되는데요. 무거워요!”
“하나도 안 무거워.”
마리는 공자를 척척 들고 별채로 갔다. 공자는 그런 마리를 보며 중얼거렸다.
“누님은 진짜 엄마 닮으셨어요.”
“겉모습이 똑같다는 얘긴 들었어.”
“아니, 그게 아니라…….”
마공자는 마리의 팔을 보며 말했다.
“근력이 닮으셨어요.”
마리가 웃어서 마공자의 몸이 살짝 떨렸다. 정말이지, 이걸 뭐라고 해야 할까.
‘엄마가 이상한 애를 주워왔어.’
마리는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얼굴 닮았다는 말보다, 그 말이 더 좋다.”
“네?”
“너 진짜 바보라는 말이야.”
마리는 계속 마공자를 안고 갔다. 무슨 애가 가벼운 주제에 좋은 냄새까지 날까. 힘들지도 않고, 계속 안고 있고 싶었다.
* * *
“그렇다는 얘기야.”
스마트폰 너머로 한수윤은 말이 없었다.
‘이 녀석, 반응이 왜 이러지?’
기껏 상황 설명 다 해줬는데 말이야.
-그, 그러니까. 음. 복잡하다.
한수윤답지 않게 말이 꼬였다.
‘왜 당황했지?’
나는 스트레칭을 하며 말했다.
“뭐, 단순하진 않지.”
-공자야. 그러니까 그분께서 바보라고 한 거지?
“응.”
-너는 그게 무슨 뜻인지 궁금한 거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젯밤부터 열심히 고민했는데, 영 알 수가 없단 말이야.’
나는 연못가를 떠올렸다.
‘솔직히 기분이 나빠 보이진 않았어.’
오히려 퍽 부드러웠다.
‘다가와 주시기도 했고 말이야.’
감은 좋았다.
‘맹수가 처음으로 마음을 연 걸 보면, 그런 느낌일 거 같아.’
하지만 바보는 뭘까.
‘나 눈치 빠른 편인데…….’
누님은 뭔가 어려웠다.
‘그런 점도 엄마 닮은 거 같아.’
우리 엄마도 살짝 이런 면이 있긴 하지.
“으, 음…….”
스마트폰 속 한수윤이 앓는 소리를 했다.
-공자야. 일단 나한테 잘 물었어.
오, 아는 건가.
-어떤 상황인지 알 거 같아. 내가 드라마를 했는데 말이야. 느티나무가 외친다는 작품이야.
“알아. 봤어.”
꽤 시청률이 잘 나왔던 작품이었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애가 왜 갑자기 ‘느티나무가 외친다’를 얘기하는지 영 알 수 없었다.
‘한수윤아. 그거 막장 드라마잖아.’
막장도 정도 것이어야 하는데, 그건 나중에는 개와 고양이가 텔레파시까지 했었다. 물론 재미는 있었다.
한수윤은 진지하게 말했다.
-그 드라마가 알고 보니 형제의 아버지가 다 다르거든.
그런 내용이긴 했지.
-막판에 그 형제들이 화목해지긴 해.
그랬던가. 그런데 그 전에 칼부림이 있었지 않니?
‘공중파에 흉기가 못 나와서, 돈가스 칼로 위협하는 게 참 명장면이었지.’
한 회 할 때마다 시청자 게시판이 불탄, 굉장한 작품이었다.
-그런데 거기서 나와.
한수윤은 진지하게 드라마 속 대사를 했다.
-바보라고 말하고 웃으면, 좋다는 얘기잖아. 바보야.
“그거 누가 한 대사야?”
-여주인공?
그게 언제 드라마인데 아직도 기억하냐. 하여간 천재는 이래서 안 돼.
“누님이 날 좋아한다고?”
-응. 내가 보기에는 그래.
“음, 글쎄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 일이 있고 난 뒤에도 누님은 여전히 경계를 지우지 않았다.
“계속 감시하시던데.”
공부방과 연습실에서 내가 뭘 하는지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물론, 표정은 좀 부드러워지긴 했다.
“마음에 들면, 감시 안 하지 않을까?”
-그, 그건 그렇지. 그 뒤로는 뭐 하셔?
“여전히 소라와 고동을 드셔. 아, 골뱅이도 드신다. 이모의 골뱅이무침에 소면 얹은 것도 좋아하더라.”
-특이한 식성이시네. 그런데 좀 달라진 거 있어?
물론 있었다.
“내가 발라놓은 거 잘 드셔.”
-아, 그래?
“처음엔 안 드시다가, 이제는 잘 드셔. 소면은 나눠주시기도 했어. 그런데 선생님이 못 먹게 했어. 맵대.”
솔직히 오랜만에 보는 술안주라서, 먹고 싶었는데. 한수윤 녀석은 말이 없었다.
“수윤아?”
-아무래도 맞는 거 같은데?
아니, 어딜 봐서?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