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167)
167
한수윤 닮아가나. 나 왜 이래.
고개를 푹 숙이니, 누님은 내 턱을 들어서 시선을 맞췄다. 그러더니 계속 그렇게 바라보았다.
“누, 누님?”
“혼자 보기 아깝다.”
“뭐, 뭐가요?”
“내가 말 안 했니? 너 부끄러워하는 모습, 무지 귀여워.”
누, 누님.
“그, 그럼 오늘부터 최선을 다해 부끄러워할게요!”
누님은 까르륵 웃었다. 맑은 웃음소리가 연습방 안에 울려 퍼졌다.
“귀엽기는.”
“그렇지만 누님. 전 멋있어지고 싶은데요.”
“한참 멋있어지고 싶은 나이지.”
저거 내가 자주 한 말 아닌가?
내가 내내 했던 생각을 내가 듣는 건 좀 이상한 기분이었다. 내가 어색하게 웃자, 누님은 나를 안아 들었다.
“밥 먹으러 가자.”
음, 이것도 내가 자주 했던 말인데…….
‘뭐, 괜찮아. 잘됐다.’
이왕 이렇게 된 김에 누님의 한 떨기 딸기 같은 귀염둥이가 돼야지. 나의 강력한 귀여움이여, 네가 해냈구나. 역시 네가 최고다.
누님이 나를 안고 연습실 방문을 열 때였다. 갑자기 복도에서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누나가 작게 속삭였다.
“뭐지?”
“아, 저건요. 선…….”
말하기 전에 덕수 씨가 외쳤다.
“공자!”
“네!”
누님 품에서 돌아보니, 덕수 씨 얼굴이 새빨개져 있었다.
보는 순간 알았다.
‘뭔 일이 벌어졌군.’
나는 웃으면서 일단 덕수 씨를 안심시켰다.
“선생님, 공자 지금 괜찮아요. 릴렉스, 릴렉스!”
“그, 그게!”
“무슨 일인데요?”
덕수 씨는 안절부절못했다. 나는 손을 내밀어서 덕수 씨 옷자락을 잡았다.
“이럴 때를 위해서 우리 준비했잖아요.”
“아. 그랬죠. 당장 먹죠.”
덕수 씨는 눈앞에 있는 누님을 보고도 말했다.
“마리 씨도 드시죠.”
“마리 씨……. 그냥 마리라고 해도 되는데요.”
“아, 죄송합니다. 제가 말이 좀 안 익어서요.”
“아니면 마리 학생도 괜찮아요.”
“가, 감사합니다.”
“그런데 뭘 준비한 거예요?”
덕수 씨는 대답하지 않고, 다시 공룡처럼 쿵쿵 뛰어갔다. 그리고는 바로 미온수와 약을 들고 왔다.
“우황청심환입니다. 공자는 아이라서 먹으면 안 되니까 초콜릿 볼을 드십시오.”
엥? 저기요, 덕수 씨. 뜬금없는데요.
‘아니, 모양만 같잖아. 이거.’
뭐, 청심환이 아이에게 안 되는 거면 어쩔 수 없지만.
덕수 씨는 누님을 보며 당부했다.
“마리 학생도 드십시오. 제가 전해드릴 일은 매우 놀랄 일입니다.”
“음, 저도 이왕이면 초코볼이 좋은데요.”
“네, 더 큰 초코볼입니다. 우황청심환은 더 크면 복용하십시오.”
저, 저기요. 그럼, 이거 먹는 데 의미가 없잖아요.
‘뭐, 관심과 애정은 느껴집니다만…….’
나는 물과 함께 초코볼을 먹었다. 덕수 씨는 아쉬운 듯이 말했다.
“우유를 가져와야 했는데…….”
하긴 초코볼에는 우유이긴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의미 없는 초코볼을 다 먹자, 덕수 씨가 말했다.
“이상한 기사가 떴습니다.”
누님이 바로 물었다.
“어떤 내용인데요?”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덕수 씨가 착잡하게 말했다.
“그, 어머님에 관한 기사입니다.”
“보여주세요. 아니. 제가 볼게요.”
“네. 마리 학생은 그냥 보시는 편이 나은 거 같습니다.”
누님은 나를 덕수 씨에게 자연스럽게 건넸다. 나는 덕수 씨 목에 팔을 두르며 물었다.
“기사 심해요?”
덕수 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덕분에 덕수 씨 넥타이가 흔들렸다.
‘음, 기자가 각 잡고 기사 쓴 거 같다…….’
아무래도 쓰레기 기자 냄새가 폴폴 났다.
‘안 그런 사람도 있지만, 어떤 직업에도 쓰레기는 있는 법이지.’
그런 사람들이 대놓고 사람 하나 골로 가게 기사를 쓰면, 유명한 만큼 피해가 극심했다.
누나는 기사를 다 보고, 숨을 길게 내쉬었다. 나는 손을 뻗어서 스마트폰을 잡으려고 했다. 하지만 덕수 씨가 바로 만류했다.
“안 됩니다.”
“선생님, 이거 엄마 일이에요. 공자가 모르면 안 되잖아요.”
“상처받을 겁니다.”
“기자들에게 몹쓸 짓 당한 게 한두 번이 아닌걸요. 모함하는 기사가 한두 개인가요. 공자 괜찮아요.”
“한두 번 겪었다고 해서 무뎌지는 건 아닙니다.”
와, 반박할 수 없다. 하긴 교육적으로 별로 좋진 않지.
누님은 고개를 숙인 채 미동도 없었다. 충격을 많이 받은 거 같아서, 나는 작게 물었다.
“누님?”
“아…….”
이런, 젠장. 기사 장난 아닌가 보네.
누님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나는 재빨리 누님 손을 잡았다.
“괜찮아요?”
누님의 몸이 비틀거렸다. 손에도 힘이 없는지, 스마트폰이 아래로 떨어졌다.
툭-
덕수 씨는 나를 바닥에 내려놓고, 바로 누님을 부축했다.
“마리 학생, 괜찮습니까?”
“아…….”
“일단 방에 모셔다드리겠습니다.”
덕수 씨는 누님을 부축하며 복도를 걸어갔다.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무슨 기사가 뜬 거지.’
아직 잠기지 않은 스마트폰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나는 조용히 스마트폰을 들어 화면을 보았다.
[어째서 좋은 이미지인 거죠? 재벌 3세 여배우의 진실에 관한 제보자 인터뷰>-아이 입양으로 유명한 여배우. 본인 육아는 0점.
-부모 자격이 없는 사람. 본인 아이는 방치.
-아이 죽음과 이혼에도 수상한 점 많아.
눈살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아주 음해가 철철 넘쳤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젠장.’
누가 이런 짓을 한 거야. 대강 알 거 같지만.
‘우리 엄마가 업계에서 갑자기 원수가 생겼을 리도 없고.’
연예인 폭로 기사는 보통 소속사를 바꿀 때 나오는데, 탑 라인 사장이 그럴 리가 없었다.
‘애초에 소속사 자체가 엄마가 세운 거 같던데…….’
아무런 사건도 없는데, 갑자기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짚이는 분이 계시네.’
이유경인가.
마적이 어머님.
‘역시 그때 혓바늘로는 어림도 없는 거였구나.’
내가 순진했네.
나는 한숨을 내쉬며 복도에 앉았다. 그리고는 쭉쭉 화면을 내렸다.
-재벌 3세 배우 A가 입양한 아이를 돌보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배우 A가 입양한 아이는 천재 배우로 극찬받고 있으나, 오직 배우 A의 이미지를 위해 활동만 하고 있다는 내부 제보가 무성하다.
뭐야. 혹시 이거 나야?
‘내가 엄마 이미지를 위해 활동한다고?’
무슨 날조를 해도 이렇게 어처구니없게 하지?
‘엄마는 나랑 상관없이 잘나가는 배우인데?’
이미지로 간다면 오히려 내가 있는 게 더 도움이 안 될 텐데?
가슴이 부글부글 끓었다. 나는 심호흡을 하며, 액정을 그었다.
-아이에게 무조건 연기만 시키죠. 그 외에는 아무것도 교육하지 않아요.
-육아 예능도 본인의 이미지를 좋아지게 하려고 한 겁니다. 잡지도 마찬가지라고 들었어요.
아니, 도대체 언제 이야기야. 그리고 교육하지 않는다니!
‘덕수 씨가 그러면 우리 집에 왜 있어.’
뭐, 꼭 학원을 여기저기 다녀야만 교육받는 건가?
-배우 A는 입양한 아이를 바보로 만들고 있어요.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게 진짜 기사인가. 아니면 누군가 한 망상을 그대로 적은 걸까.
‘미치겠네.’
그래도 이건 너무 터무니없어서, 딱히 충격을 받지는 않았다.
‘누님은 뭘 보고 충격을 받으신 거지?’
나는 계속 액정 화면을 바라보았다.
-배우 A가 이혼할 때, 친자식이 왜 엄마에게 오지 않았을까요?
-아, 그거. 배우 A가 아이에게 심한 말을 했거든요. 둘째 애가 죽을 때, 첫째 애가 같이 있었대요. 그런데 둘째 애가 죽는 것도 모르고 애가 잠만 잤다고 하더군요. 그걸 안 배우 A가 첫째를 다그쳤대요. 그래서 첫째가 이혼할 때 아빠 따라갔다고 하더군요.
뭐야, 이거.
‘심하다.’
사람을 상처 주기 위해서 하는 말이라면, 정말 대단했다.
‘진짜야?’
엄마가 그랬다고?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루가 죽은 거 때문에 심신이 힘들면, 그럴 수도 있긴 했다.
하지만 왜일까.
‘이것도 날조인 거 같아.’
내가 아는 엄마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면 모를까.’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인터뷰 기사는 끝났지만, 댓글이 바글바글했다.
-이거 ㅁㅅㅈ 이잖아. 아들은 ㅁㄱㅈ고.
-자기 이미지 때문에 입양이라니.
-성진 그룹 클라스 대단하다ㅋㅋㅋㅋㅋㅋ
이미 엄마라고 대놓고 말했다.
‘이쯤 되면 증거 자료는 만들고 있을 텐데 말이야.’
엄마, 이 사람들 다 고소해요.
‘그런데 애초에 고소하려면 이런 기사 쓴 기자를 고소해야지.’
하지만 늘 그렇듯 네티즌들에겐 고소장 날아가고, 기자들은 아무 책임 없이 그걸 또 받아먹기 위해서 열심히 펜대를 굴리겠지.
‘안 그런 기자도 있겠지만…….’
요즘 들어 정상적인 기자들 비율이 낮아 보이는데, 기분 탓일까.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나는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겼다.
‘사실 여부는 알 수가 없고 말이야.’
지금 내가 해야 할 건 뭘까?
‘일단, 누님을 진정시키는 게 먼저지.’
나는 씩 웃었다. 제가 이럴 때를 위해서요, 코인을 모아뒀는데 말이죠.
‘이게 바로 적재적소라는 거겠지.’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코인 사용! 누님 긴장 풀어주고, 안정시켜 줘. 대가에 따른 코인 양도 알려줘!’
[대가를 알기 위해 코인 100개가 소모됩니다.> [아이돌 연습생: 오마리의 심신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14,607코인이 필요합니다.> [대가로 마공자가 일주일간 눈물이 잘 납니다.>나는 눈을 깜박였다.
‘대가가 묘하다.’
눈물이 잘 난다고?
‘별거 아닌 거 같은데…….’
아직 울기 딱 좋은 나이 아닌가. 게다가 난 연기자였다. 연습한다고 핑계 대면 딱 맞았다.
두고 볼 필요가 없었다. 나는 바로 실행했다.
[실행되었습니다.>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릅니다.> [3초 뒤, 언급한 대가가 실행됩니다.>나는 스마트폰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천천히 복도를 가로질러서 누님 방문 앞에 섰다.
문은 열려 있었다. 안산댁과 덕수 씨가 막 나오는 중이었다.
나는 서둘러 물었다.
“누님 어때요?”
“충격을 많이 받은 거 같습니다.”
“안색이 시퍼레.”
“음, 선생님, 이모. 제가 누님을 위로할 수 있을까요?”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공자가 괜한 말을 해서, 누님에게 또 상처가 되면 안 되니까요.”
덕수 씨와 안산댁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을 거야.”
“괜찮을 겁니다.”
와.
“공자는 말을 아주 곱게 합니다.”
“지금 마리 아가씨에게는, 천사가 필요해. 공자가 위로해 주면 안심이지.”
음, 저를 너무 믿는 거 아닌가요. 애가 말을 잘해 봤자죠. 물론 저는 인생 2회차지만요.
‘덕분에 기분은 좋습니다.’
나는 밝게 웃었다.
“네. 그럼 들어갈게요.”
“그래.”
나는 누님 스마트폰을 들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누님은 침대 위에서 그냥 누워 계셨다.
나는 의자를 끌어와 앞에 앉았다.
‘솔직히 말을 할 필요는 없지.’
누님은 코인의 효과로 잠들어 있었다. 눈가에 눈물이 말라붙어 있어서 안타까웠다.
나는 계속 앉아 있었다. 솔직히 이 방법이 제일인 거 같았다. 말없이 곁에 있어 주는 것.
‘누님도 외로움이 많이 보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