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171)
171
‘누님, 아이돌 하고 싶으시댔지.’
분야는 다르지만, 한번 일하는 걸 보는 것도 나쁘진 않긴 했다.
‘누님과 같이 있다면 나도 좋고.’
정 붙일 시간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다. 나는 나물을 마적 녀석에게 올려주며 말했다.
“공부 열심히 하고 있어?”
“응!”
밥 잘 먹는 녀석을 보면서, 나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저 녀석 진짜 멀리 가도 괜찮을까. 계속 걱정이 되었다.
* * *
“공자야! 삼촌 왔다!”
화려한 등장이었다. 나는 꽃무늬 셔츠를 입은 채, 밴에 타는 서 사장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아니, 의상 실화인가?’
뭔가 굉장히 신나 보이셨다.
“삼촌 뭐 좋은 일 있으세요?”
그럴 리가 없을 텐데.
‘기사 난 거 다 아시잖아요.’
서 사장은 씩 웃었다.
“좋은 일? 당연히 없지. 오히려 큰일이 벌어졌지.”
아니, 그런데 왜 신나 보이세요.
“공자야, 자고로 이럴 때 더 웃어야 해. 으하하하하! 아하하하하! 히히히히히!”
저기요. 괜찮으십니까.
‘과, 과도한 스트레스로 망가지셨나?’
역시 스트레스는 암과 친구이자, 현대인의 주적이었다. 서 사장은 한참 웃다가 고개를 떨구었다.
“우리 천사가, 고생이 많아.”
“뭘요.”
“삼촌 의상이 좀 튀긴 하지? 우리 공자 기분도 많이 칙칙할 거 같아서 말이야. 한 다발의 꽃다발이 되고 싶었어.”
음, 사장님. 차라리 꽃을 주세요. 제가 웬만하면 옷차림에 대해 지적하지 않지만, 괴로움과 외면 사이에 계십니다.
“오늘 같이 가세요?”
“응.”
조금 웃음이 나왔다.
‘옷을 튀게 입은 이유가 있네.’
사장님은 시선을 일단 자신에게 모으려는 계획이었다.
‘게다가 오늘 같이 간다는 건, 날 위해서지.’
서 사장은 히죽 웃었다.
“내가 우리 공자 이렇게 신경 쓴다는 거, 온 세상 사람들이 다 알았으면 좋겠다.”
매우 고마운 일이었다. 소속 배우를 위해서 이렇게 힘쓰는 사람도 드물었다.
“감사해요!”
“뭘. 우리 천사를 위해서라면 나는 꽃무늬가 아니라 땡땡이 무늬도 입을 수 있어.”
아니, 그건 제발.
“우리 공자, 힘들었지? 여기도 힘쓰고 있으니까 조금만 견디렴.”
“뭐 나왔어요?”
“공자 앞에서는 말 못 하지만, 뭐 거기서 거기인 것들이 매번 하던 짓을 또 했을 뿐이야.”
전적 있는 기자님이신가 보네.
“수정이랑 열심히 파보고 있어. 아, 공자야.”
서 사장은 내 손을 꼭 잡았다.
“고맙다.”
아니, 뭐가?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서 사장이 내 손을 자신의 이마에 댔다.
“성자가 여기 있다.”
나는 눈을 깜박였다.
‘뜨, 뜬금없어!’
천사라는 소리도 아직 적응이 안 됐는데, 갑자기 성자가 왜 나와요?
“우리 화염 같은 수정이를 말려준, 성자!”
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고맙다. 공자야.”
“마마, 많이 화났죠.”
“당연히 화났지. 그럴 수밖에 없지. 금쪽같은 새끼들을 건드렸는데, 어떻게 참겠냐.”
서 사장은 꽃무늬 셔츠를 펄럭이며 말했다.
“나도 내 공주님들 건드리면, 아무것도 안 보일걸. 수정이는 더 하지. 그래도…….”
서 사장은 천장을 보며 말했다.
“감옥은 피해야지.”
매우 동의합니다.
“엄마는 한번 갔다 오면 된다지만, 공자는 반대예요.”
배우 마수정의 이미지에 범죄자가 씌워지는 건 원치 않았다.
“나도 반대야. 수정이는 쉬면 안 돼. 일하는 데서 의미를 찾는 배우야. 게다가 수정은 늘 타오르잖니.”
서 사장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꺼트리면 안 돼. 본인은 모르지만, 쉬는 걸 무서워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매우 동의했다.
“우리 공자가 말려줘서, 한시름 놨어. 고맙다.”
“뭘요. 오히려…….”
나는 방긋 웃으면서 말했다.
“오늘 와주셔서 감사해요!”
서 사장이 그런 나를 보며 눈을 깜빡이다가,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러더니 갑자기 나를 꽉 안으며 소리쳤다.
“크읍. 천사야! 공자야, 사랑한다! 내가 너무 공자 덕을 많이 봐! 우리 공주님 변비도 낫게 하고! 채소도 먹게 하고!”
음, 자녀분 병은 나아서 다행이긴 한데… 그 사랑, 매우 거부하고 싶었다.
얼마나 그렇게 있었을까. 서 사장은 고개를 들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그제야 내 옆에 앉은 누님을 봤다.
“그, 마리 맞지?”
“네.”
“이야. 엄청나게 컸다. 나 알지?”
“네.”
쿨하신 누님께서는 대화가 ‘네’밖에 없으셨다. 하지만 서 사장은 굴하지 않았다.
“이야. 우리 마리, 진짜 수정이랑 똑같구나. 아, 혹시 이런 말 싫어하니?”
마리 누님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엄마 닮은 거 좋아요.”
“아, 다행이다. 내가 이상한 말을 한 줄 알았지.”
와. 서 사장님. 분위기 푸는 데 도사구나. 하긴 이러니까 영업의 귀재라는 말을 들으신 거겠지.
“참 잘 컸다. 기사 떠서 힘들었지?”
“조, 조금요.”
마리 누님은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공자가 옆에 있어 줘서 괜찮았어요.”
와.
‘이거, 실화냐?’
나는 눈을 깜박였다. 누님, 지금 나 칭찬한 거 맞지?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배시시 웃자, 누님은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친하네. 하긴 공자 미워하기 힘들지? 우리 공자는 천사거든. 천사 싫어하는 건 악마밖에 없어.”
무슨 논리야, 저건.
“천사예요. 그리고 어쩔 수 없었어요. 저도 엄마 닮아서 귀여운 걸 좋아해서…….”
서 사장은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어쩔 수 없지.”
“엄마한테 진 기분이에요.”
누님은 내 머리카락에 손바닥을 대면서 말했다.
“엄마가 항상 통화하면서, 만나보면 너도 좋아할 거라고 했거든요. 그냥 하는 말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누님은 조금 웃었다.
“그래그래. 수정이가 엄청나게 걱정하더라. 네가 상처받을까 봐.”
“그래요?”
“마리, 너랑도 통화했지?”
“오늘 아침에요.”
“수정이랑은 풀렸니?”
누님은 내 뺨을 만지면서 고개를 저었다.
“아직이요.”
“수정이는 너 진작에 용서했어.”
“알아요. 그런데…….”
누님은 작게 중얼거렸다.
“아직 용기가 안 나요.”
“마리야.”
“저는 무슨 일을 저지른 걸까요. 어떻게 애가 그럴 수 있죠?”
무슨 말일까.
‘그런데 이거, 엄마랑 누님 관계에 핵심 같은데 말이야.’
나는 서 사장을 바라보았다. 뭔가 알고 있는 사람은, 입을 꽉 다물었다.
“마리야. 늦지 않았어.”
누님은 고개를 푹 숙였다. 자연스럽게 손이 뚝 떨어졌다.
툭-
나는 그 떨어진 손을 주섬주섬 잡았다. 누님은 그런 나를 보며 조금 웃었다.
“그, 수정이가 네 아빠 혼냈대.”
“아, 그거요. 황당하긴 했어요. 그런데 벌 좀 받아도 돼요, 저는.”
엥? 이건 또 뭐지?
“아니, 널 도둑으로 몰았다면서.”
“뭐 훔쳤다고요. 진짜 제가 그럴 거라고 생각하는 게, 좀 신기하긴 했어요.”
“그러게나 말이다. 힘들었지?”
“그냥 애쓴다 싶어요.”
담담하게 말했지만, 누님 상처가 컸겠지.
‘엄마와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곪은 상처를 그대로 둔 채, 자란 게 느껴졌다.
‘약간 포기하는 거 같기도 하고.’
도대체 무슨 일일까.
누님은 나를 보며 말했다.
“별채요. 분위기 달라졌어요.”
“아, 일하시는 분들이 바뀌긴 했지만, 그래도 달라지는 건 별로 없을 텐데?”
“아니요. 달라요. 안산댁 아주머니도 많이 변했어요. 그거, 공자 때문이죠?”
누님은 희미하게 웃었다.
“엄마가 행복해져서 다행이에요.”
“마리야.”
누님은 내 볼을 살짝 쓸었다.
“그때 받은 상처, 나았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다행이에요. 역시 엄마는 항상 뛰어가는 거 같아요. 그게 행복이든, 목표든요.”
무슨 뜻인지는 모르지만, 뭔가 아련하고 슬펐다. 누님은 숨을 길게 내쉬었다.
“아이구야. 마리가 진짜 많이 컸네.”
“저 사실은…….”
누님은 고개를 살짝 숙였다.
“엄마 집에 올 때까지만 해도 별생각 없었어요.”
“마리야.”
“하지만 공자보고, 생각이 많아졌어요. 역시…….”
누님은 희미하게 웃었다.
“귀여운 게 최고 같아요.”
엥?
‘아니, 무슨 결론이 이래?’
저기요. 누님. 저도 귀여운 게 중요한 건 알지만, 이건 아니지 않나요?
하지만 서 사장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게 최고지.”
“엄청나요.”
“마리야. 공자는 말이지, 아랍 정상들 마음도 녹였다?”
“TV에서 봤어요. 그거 진짜예요?”
“그럼! 팩트지. 비하인드도 있어. 정부에서 우리 공자를 괜히 찾겠니?”
서 사장과 누님은 귀여움의 중요성을 진지하게 토론했다.
‘아니, 저기요.’
나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뭔가 중요한 얘기가 나올 거 같았는데, 저 김샜거든요?’
뭔가 고구마가 넝쿨째 올라오다가 다시 쏙 들어가 버린 기분이다.
누님과 서 사장의 쓸데없는 토론 속에서, 나는 그냥 눈을 감았다.
‘그냥 좋은 게 좋은 거겠지.’
그렇게 믿자.
나는 그냥 눈을 감았다. 세상에는 가만히 두면 더 좋은 일이 있는데, 이게 그거 같았다.
* * *
포스터 촬영 장소는 굉장히 서정적인 곳이었다. 스튜디오 전체에 조화가 잔뜩이었다.
‘동화적인 분위기인가.’
나는 팔랑 팔랑거리는 치마를 입고 걸어 나왔다. 긴 머리 가발을 써서인지 머리가 매우 무거웠다.
적응하려고 고개를 움직이는데, 반응이 이상했다.
“와…….”
“어우.”
“진짜…….”
뭐지. 이상한가.
나는 조용히 거울을 바라보았다. 딱히 이상한 건 없었다. 그냥 거울 속에 있는 여자애가 귀여울 뿐이었다.
‘내 얼굴이지만, 천재적이야.’
질리지 않는 이목구비를 확인할 때였다. 뒤에서 서 사장의 호들갑이 들렸다.
“공자야. 너는 여자애로 태어났으면 큰일이었을 거야.”
아니, 뭐가.
내 옷을 입힌 의상 담당자는 진지하게 동의했다.
“맞아요. 세상이 험하니까요. 어우, 귀여워. 아니, 원피스 하나에 어떻게 이런 분위기가 나지?”
“라푼젤 컨셉이라고 그랬죠?”
“네. 현대적인 라푼젤이요.”
그거 좀 난해하지 않습니까.
“원래는 다른 거로 하려고 했는데, 공자가 주인공이니까요. 감독님께서 공자 외모면 할 수 있다고 밀어붙이더라고요.”
난해한 거 하다가, 삐끗하면 골로 가는데…….
나는 다시 거울을 보았다. 좀 이상하긴 했지만, 잘 어울리긴 했다.
“분위기 장난 아니네요.”
“세상을 향해 머리카락을 내리는 라푼젤이니까요.”
나는 흘러내린 긴 머리를 조금 집어 올렸다. 새까만 머리카락이 매우 낯설었다.
서 사장은 나를 요리조리 보며 말했다.
“우리 공자 갈색 머리인데, 검은 머리도 잘 어울린다.”
“피부가 하야면, 보통 다 잘 어울려요. 그런데 참 예쁘네요.”
아하하하.
‘뭐, 한때겠지.’
내가 아무리 예뻐도, 좀 크면 게임 끝입니다.
‘뭐, 내 얼굴은 사춘기도 잘 넘길 거 같긴 하지만…….’
적어도 그때는 성별 반전 역은 어림도 없겠지.
이런저런 생각을 할 때였다. 누군가가 뛰어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아들! 여기 있었구나!”
몸이 번쩍 들렸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형!”
웃는 남자는 영화 내내 후줄근했던 ‘아빠’ 역이 아니었다. 단숨에 영화배우 ‘한우진’으로 변해 있었다.
“오늘 공자 예쁘네. 그런데 나 어떠냐?”
한우진이 머리를 뒤로 넘기며 말했다.
“네가 봐도 반할 거 같지? 아, 이 외모는 시간이 지나도 가질 않아서 말이야. 눈이 부시지?”
뭐라는 거야.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