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172)
172
나는 한우진을 빤히 바라보았다. 99%는 헐렁하지만 1%는 예리하게 사는 대한민국 대표 배우는, 나사 풀어진 듯 웃고 있었다.
“왜 그런 눈으로 봐?”
“형.”
“응?”
“형이라면 제가 무슨 생각할 거 같아요?”
한우진은 어깨를 으쓱하며 고개를 들었다.
“내가 잘생겼다는 생각?”
아아. 틀렸어, 이 사람아.
내가 고개를 젓자, 한우진은 소리 내 웃었다.
“잘 지냈어? 시끄럽던데?”
이런.
나는 그제야 한우진이 왜 이렇게 오버했는지 알았다.
‘내가 풀 죽을까 봐 일부러 그랬구나.’
1% 예리할 때였군.
나는 한우진 귓가에 속삭였다.
“비밀인데요. 형만 알고 계세요.”
“응. 뭔데?”
“공자는요. 아무렇지도 않아요.”
“뭐? 푸하하하하하!”
한우진은 빵 터졌다. 얼마나 크게 웃는지, 안긴 몸에 진동이 오랫동안 가시지 않았다.
한우진은 나를 고쳐 안으며 말했다.
“아, 내 아들은 귀여운데, 재미있기까지 하다니까. 진짜 아무렇지 않아?”
“네. 날조니까요.”
“그 기사는 영 아닌 거 같더라. 네가 어떤 대우를 받는지는 내가 제일 잘 알지.”
“형, 저는 혼자 있을 때가 드물어요. 마마가 없을 때는, 선생님께서 저를 재우기까지 해요.”
물론 베개에 머리 붙이면 3초 컷이긴 하지만.
‘요즘은 마적이랑 같이 자서, 자리를 비웠지만.’
생각해 보면 그거, 아이들의 사생활을 존중한 건가.
‘역시 세심해.’
괜히 요리를 잘하시는 게 아니었어.
“기사 때문에 힘들겠다, 너.”
“저는 괜찮은데, 마마와 누님이 힘들어요.”
“누가 우리 공자를 괴롭히나. 그거 누가 낸 거야? 수정 선배님이나 공자 너, 적 없잖아.”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집에 있습니다.’
하지만 그걸 말하면 안 되겠지.
“공자 아직 어려서 다들 말 안 해줘요.”
해줬지만.
“아, 맞다. 내 아들 아직 어리지.”
이제 아들이 아니라고 하기에도 입이 아팠다. 하지만 한우진은 내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진짜 몰라?”
아, 역시 눈치는 빠르다니까.
내가 방긋 웃으니까, 한우진은 내 겨드랑이를 간질였다.
“힉! 간지러워!”
“우리 사이에 이러기냐.”
아니, 우리가 무슨 사이인데요. 겨드랑이를 사수하며 몸을 비틀 때였다.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공자야!”
슬쩍 돌아보니, 체크무늬 멜빵바지를 입은 한수윤이 달려왔다. 역시 잘생긴 놈이어서 그런가. 잘 자란 도련님 같았다.
“잘 지냈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수윤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와, 공자 너 잘 어울린다. 노란 병아리가 쫑쫑거릴 거 같아.”
표현 한번 대단했다.
또 어디서 그런 대사가 나왔니.
‘얘 드라마 대본 좀 그만 봐야 하는데…….’
어린 나이에 직업병이 생긴 수윤이가 딱했다.
내가 바르작거리자, 한우진이 나를 내려줬다. 한수윤이 기다렸다는 듯 덥석 붙어서 말했다.
“괜찮아?”
음, 이거 여기저기서 걱정이네.
“응. 날조인 거 알잖아.”
“알지만, 누구야? 누가 그런 기사 쓴 거야?”
단숨에 핵심을 짚었다.
‘음, 한수윤에게는 어려서 모른다는 말은 안 되겠지.’
나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비밀!”
“너무해! 우리 사이에?”
아니, 우리 사이가 어떤 사이인데. 뭐 친한 친구라고 하면 대강 맞지만.
“말하기 애매해서 그래.”
그때였다. 스탭이 우리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저, 얘들아. 설명해도 되니? 많이 기다렸는데?”
아차.
“죄송합니다.”
“죄송해요.”
“아니야. 사이 좋네. 귀엽기도 하지. 어쨌든 오늘 컨셉은 현대적인 라푼젤과 소년이야. 그건 들었지? 위치는 이거.”
나는 콘티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다 아는 거였다.
“소녀는 고민 있어 보여야 하고, 소년은 하늘을 봐야 해.”
해석할 창구가 많았다. 의미가 많아 보이긴 했다.
“마지막은 눈 마주치는 사진이야. 이건 옮겨서 찍을 거야. 알았지?”
나와 한수윤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래. 너희들, 생각보다 싹싹하다. 유명해서 말 안 들 줄 알았는데.”
스탭이 돌아서서 나갔다. 한수윤은 미간을 찌푸렸다.
“마지막 말 별로다. 말속에 가시가 있는 거 같아. 따끔따끔해.”
“굳이 안 해도 되는 말을 하긴 하지만, 익숙해서…… 그냥 칭찬만 기억해.”
나는 피식 웃었다. 한수윤은 숨을 길게 내쉬며 말했다.
“네가 왜 공격받는지 알 거 같아.”
엥?
“여기서도 이유 없이 안 좋은 말 듣는데, 오죽하겠어. 공자 너는 너무 완벽해 보이니까, 시비도 잘 붙을 거야.”
살아생전 한 번도 완벽해 본 적은 없는데, 이런 말을 들을 줄이야.
‘물론 지금은 얼굴은 완벽하지만.’
가진 게 많았다. 벌써 건물주이기도 하고. 확실히 이번 생은 넘치는 느낌이긴 했다.
“공자야.”
“응?”
한수윤은 두 손을 불끈 쥐며 말했다.
“내가 지켜줄게.”
아니. 저기요?
나는 이마를 짚었다. 순간 자괴감이 올라왔다.
“왜 그래?”
“수윤이 형…….”
내가 얠 지켜주면 모를까, 얘가 날…….
‘애한테 이런 말을 듣다니!’
순간 너무 부끄러워서 어디로 숨고 싶었다.
“그, 공자는 괜찮아.”
“아니야. 이런 건 괜찮아지지 않아.”
“진짜야. 수윤이 형. 공자는 말이야, 사실 많아.”
“응?”
나는 덕수 씨를 보면서 말했다.
“지켜주실 분…….”
그러니 네 작은 손은 넣어두려무나.
한수윤이 울상을 지었다. 뭐라고 위로하려고 입술을 달싹일 때였다. 위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가 들렸다.
“피윳! 피웃! 풋!”
저게 인간이 낼 수 있는 소리인가.
살짝 올려다보니, 한우진이 입을 가리고 떨고 있었다. 나는 한우진 복근을 두들기며 말했다.
“그냥 웃어요.”
“푸하하하하핫! 아이고, 귀여워라.”
한우진은 눈물을 흘려가며 웃었다.
“내가 진짜, 요즘 너희 보는 맛에 산다니까. 푸하하하하하!”
나는 고개를 저었다. 한우진은 한참을 웃다가, 나와 한수윤 어깨에 손을 얹었다.
“너희 그런 귀여운 마음, 평생 잊지 않는 거다?”
“우진이 형. 큰일 날 말, 하시네요.”
나는 진지하게 말했다.
“수윤이 형이 평생 이렇게 살면 안 되죠. 너무 착하잖아요.”
집에서 밥도 얻어먹기 힘든 애가 이런 말을 하다니.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착하면 당하는 세상이니까요.”
한수윤이 중얼거렸다.
“나 별로 안 착한데?”
착해. 인마.
“나는 공자라서 그런 건데?”
“나도 형이라서 이런 말 하는 거야. 아, 형. 오늘 선생님이 도시락 잔뜩 싸 오셨어.”
“어, 진짜?”
“응. 다른 분도 힘내주셔서, 엄청난 양이야.”
나는 웃느라 눈물 흘리는 한우진의 옷자락을 살짝 잡아당겼다.
“혹시 같이 드실 수 있나요?”
“초대야? 당연히 좋지.”
“꼭 드시고 가기에요?”
“그래. 아들 부탁인데 당연히 들어줘야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한수윤을 찬찬히 살폈다.
‘들어오자마자 이거부터 확인했어야 했는데!’
나는 고개를 바짝 들이밀고 한수윤의 얼굴색과 눈을 확인했다. 그리고 손톱을 보고, 몸을 더듬거렸다.
한수윤이 말했다.
“공자야. 뭐 하는지 나 물어도 돼?”
“아, 살 빠진 거 같아서.”
“요즘은 그래도 좀 먹어.”
“하루 몇 끼?”
“한 끼?”
그게 먹는 거냐.
‘애한테 밥을 그렇게 주는 집은 미친 거 아닐까.’
녀석의 팔뚝을 확인할 때였다. 한수윤이 진지하게 말했다.
“그, 공자야.”
“응.”
“그게 그렇게 본다고…… 아니다. 그냥 확인해.”
나는 녀석의 안색을 샅샅이 살폈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단백질 더 먹자.”
“그, 그래.”
그때였다. 스탭이 나와 한수윤을 불렀다.
‘아, 가야겠다.’
나는 한수윤 손을 잡아끌었다.
“가자, 수윤 형.”
“으, 응.”
슬쩍 보니 한수윤은 뺨을 긁고 있었다.
‘음, 얼굴 건드리면 메이크업 담당자에게 혼날 텐데.’
그거 모르지 않는 애가 왜 이러지. 영 알 수가 없었다.
* * *
마리는 팔짱을 끼고 마공자의 촬영을 지켜봤다. 아까부터 도저히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서 사장이 슬쩍 다가와서 물었다.
“어때?”
“대단해요.”
“그렇지? 우리 공자 대단하지?”
“사진 찍는 것만 봐도 알겠어요.”
“천재야, 천재. 본인은 아니라고 하지만.”
마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진도 사진이지만, 분위기가 엄청나요.”
“다들 우리 공자를 아끼지.”
아까 한우진이 마공자를 들고 갈 때는 조금 놀랐다.
‘한우진, 그래도 도시적인 이미지인데…….’
촬영장에서는 과묵한 편이라고 들었다.
“좀 놀랐지?”
“네. 공자 쟤는 그 와중에도 또 애를 챙기네요.”
“괜히 천사 소리 듣겠니.”
마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서 사장은 마실 걸 건네줬다. 마리는 조용히 받아들었다.
스탭이 움직이며 무언가를 외쳤다. 현장 속에서 두 사람은 침묵을 지켰다.
마리가 말했다.
“사장님.”
“응.”
“엄마는 진짜 행복할 거 같아요.”
“공자 덕분에 많이 밝아졌지. 아니, 사실 많이 변했어.”
“좋은 쪽으로 변했다는 거, 알아요.”
서 사장은 커피를 마시며 말했다.
“마리야. 수정이는 말이야.”
“네.”
“기다리고 있어.”
사진작가가 공자를 찍었다. 마공자는 멀리서 봐도 예뻤다.
“그때부터 쭉. 계속.”
“사장님.”
마리는 눈을 깜박였다. 공자가 조금 흐릿해졌다가 다시 돌아왔다.
“내가 엄마라면, 제가 싫을 거 같아요.”
“마리야.”
“솔직히 어떻게 안 싫어해요. 그런데도…….”
마리는 고개를 숙였다.
“그 집에 제 방이 있더라고요.”
“마리야.”
“사실 엄마가 그렇게 말해도, 저 안 믿었어요. 이런 거 보면 저 아빠도 닮았나 봐요. 우리 아빠도 안 믿었거든요. 제가 훔치지 않았다는 걸요.”
“네가 그럴 리가 있냐.”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요.”
스탭이 뭐라고 외쳤다. 사진작가가 엄지손가락을 들었다.
“믿고 싶었을지도 몰라요.”
“뭘?”
“제가 훔쳤다고요. 엄마에게 보낼 좋은 기회잖아요. 아빠는 새로운 가정이 있으니까요. 내가 불순물이었을 거예요.”
마리는 작게 속삭였다.
“인정할 건 해야죠. 그거 맞아요.”
“마리야.”
“저도 그때 믿고 싶었나 봐요. 거짓말을 하면서 말이에요. 도대체 무슨 마음인지 모르겠지만요. 그냥…….”
마리는 마른세수를 했다.
“돌이킬 수 없을 뿐이에요.”
마공자가 멀리서 배시시 웃었다. 촬영장 분위기가 참 훈훈했다. 마리는 그걸 보면서 숨을 길게 내쉬었다.
“참 예쁘네요, 공자. 착하고요. 나는 처음 만났을 때 못된 짓만 했는데…….”
“마리야.”
“진짜, 싫어요.”
마리는 주먹을 꽉 쥐었다.
“제가 너무 싫어요. 너무너무 싫어요.”
“마리야. 수정이는 기다릴 뿐이야.”
“알아요. 사장님.”
마리는 입을 손으로 막았다. 더운 숨결이 손바닥에 축축하게 닿았다.
“제가 또 망치면 어떡하죠?”
“마리야. 그렇지 않아.”
“그게 무서워요.”
서 사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애 마음이 잔뜩 곪아 피를 흘리고 있었다.
“마리야. 세상일은 말이다, 의외의 방식으로 하면 오히려 잘 풀릴 때가 많아.”
서 사장은 간절하게 말했다.
“큰일처럼 보여도, 그냥 지르면 되는 일도 많아. 생각을 너무 많이 하지 마.”
마리는 고개를 숙였다. 눈물이 날 거 같았다.
“수정이 오면 당장 말하렴.”
“엄마가 화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