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173)
173
“모르지, 그건. 너는 어땠으면 좋겠니?”
마리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공기가 한껏 들어갔다가 나왔지만, 숨쉬기가 힘들었다.
“모르겠어요.”
“뭐, 내가 수정이를 오래 봐서 아는데.”
서 사장은 꽃무늬 셔츠를 펄렁이며 말했다.
“의외로 여린 구석이 있어서 말이야.”
“엄마가요?”
“맞잖아. 배우 마수정은 강하지만 여리고, 운이 없지만, 운이 좋지.”
마리는 조금 웃었다.
“뭐예요, 그게.”
“수정이는 이상하게 꼬이다가, 확 잘 되거든. 좋은 쪽으로 잘된 게, 공자 아니냐.”
서 사장은 자신의 턱을 쓰다듬었다. 괜히 공자를 데려왔을 때가 생각났다.
“갑자기 호적에 올렸다고 해서, 깜짝 놀랐어.”
“사장님께 의논 안 했어요?”
“네 엄마가 나에게 의논을 하겠니?”
마리는 고개를 저었다.
“말릴 걸 알면 안 했겠죠.”
“응. 안 했어. 기사부터 먼저 났다. 그때 놀라서 생긴 흰머리가 아직도 있어!”
서 사장은 머리를 보여줬다. 마리는 솔직하게 말했다.
“염색하셔서 안 보여요.”
“흑. 그러니? 잘됐나 보다. 아내님이 해주셨는데.”
“아, 잘 지내시죠?”
“잘 지내지. 공주님도 잘 지내. 요즘 앓던 병이 나으셔서 신나셨어.”
“병이요?”
마리가 눈을 깜박이니까, 사장이 서둘러 말했다.
“아, 변비.”
서 사장은 조용히 두 손에 얼굴을 묻었다.
“고생 많이 하셨어.”
“그, 그렇군요.”
“공자가 야채 먹게 해줘서 깨끗이 나으셨다. 한 말이 예술이지만.”
서 사장은 그때 큰 공주님이 한 말을 그대로 읊었다.
“아빠. 왜 맛없는 걸 먹어야 할까. 인생이란 이런 걸까?”
마리는 입을 가렸다. 순간 피식 웃음이 나왔다.
“뭐라고 하셨어요?”
“나는 그냥 가만히 있는 게 돕는 거니까, 가만히 있었지. 아내님이 말씀하시더라.”
서 사장은 작게 속삭였다.
“맛없는 거라도 있는 게 어디냐고.”
마리는 소리 내 웃었다.
“여전하시네요.”
“뭐, 그렇지. 그러니까, 솔직히 우리나라에서는 입양이 아직 선입관이 있잖니. 걱정 많이 했지만…….”
저 멀리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빼고 보니, 한수윤이 공자를 보며 소리 내어 웃고 있었다.
‘한수윤 예의 바르고 얌전하지만, 잘 안 웃는 애라고 들었는데…….’
공자는 주기적으로 남을 웃기는 재주가 있긴 했다.
“그게 행운일지 어떻게 알았니.”
“진짜, 그거 맞아요.”
마리는 희미하게 웃었다.
“공자, 집에 있을 때, 저 계속 위로했어요.”
“그래? 저 녀석, 아무것도 모를 텐데.”
“착해요. 진짜. 나는 재수 없게 굴었는데 다 받아줬어요.”
“그, 공자가 뭐라고 했니?”
마리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절 살살 녹여놓고, 수줍게 말하더라고요. 미워하지 말래요.”
“이야, 너무하네.”
“맞아요. 뭐 저런 애가 다 있을까요.”
“미워하니?”
“어떻게 미워해요. 귀여워서 안 돼요. 아니…….”
마리가 작게 속삭였다.
“그냥 얼굴만 귀여웠다면 그럴 수 있을 텐데 말이죠.”
서 사장은 커피를 든 채 소리 내어 웃었다.
“외모로 들어와서, 확 치고 간다니까.”
“진 기분이에요.”
“그냥 지는 게 나을 거다. 공자 쟤가 한두 번 이런 거 아니야. 저 배우 둘 봐라. 안고 있던가, 붙어 있던가 하지?”
“네.”
“다들 당해서 그래. 한우진도 원래 저런 배우 아니야. 그러니까 그러려니 하렴.”
마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운 내라. 그런데 마리야.”
“네. 왜요?”
“왜 이렇게 컸니? 그리고 수정이랑 너무 닮은 거 아니냐? 이대로 몇 년 지나면, 내가 수정이 처음 봤을 때랑 똑같을 거 같은데?”
마리는 피식 웃었다.
“다들 그 말 하네요. 본채로 가서 할머니 뵈니까, 움직이질 못하시던데요.”
“아, 사모님. 그분, 수정이 좋아하시지.”
“네. 그래서인지 친절했어요.”
“그분, 공자도 좋아한다?”
“네?”
마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남을 좋아할 만한 분이 아니신데요.”
“우리 공자는 뭘 해도 살살 녹이잖냐. 얼음장 같은 분이 녹으셨어.”
“음, 가능성 있긴 하네요. 그래도 외할머니는 벽 같긴 하지만요.”
마리는 숨을 크게 들이켰다 내쉬었다.
“인제 와서 하는 생각이지만 말이다. 나도 처음에는 그냥 수정이만 좀 밝아지고 끝일 줄 알았어.”
“네.”
“그런데 공자랑 엮이면 뭔가 잘 풀리거든. 저 녀석, 엄청난 네잎클로버야.”
마리는 다시 공자를 바라보았다. 포스터 촬영 중이라서, 한수윤과 이마를 대고 있었다.
“힘들 때는 공자 안고 버텨봐라.”
“뭐예요. 저 귀여운 애가 토템 같은 거예요?”
“비슷하다니까. 나는 솔직히 공자의 연기력보다 저런 점이 더 놀랍다고 생각한다.”
마리는 피식 웃었다. 기분 풀어주려고 하는 농담인 걸 알았다. 하지만 마공자를 안고 있으면 기분이 좋긴 했다.
“보들보들 따끈따끈.”
“응?”
“저 녀석 안으면 그래요. 어제 안고 자봤거든요.”
“그래? 이야. 그거 곰자님들 소원 중 하나인데.”
“곰자요?”
“공자 팬분들. 지금쯤 기사에 달린 댓글들 방어하고 계실 거다.”
서 사장은 하늘을 보며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다 잘되어야 할 텐데 말이다.”
“그 기사 때문에 공자 피해도 심해요?”
“뭐, 피해가 없진 않지만. 날조니까 말이야. 내가 무서운 건, 수정이가 빠따 휘두르는 거니까.”
마리는 좀 웃었다.
“휘두르다 멈추겠죠.”
“체력이 좋아서 멈추지도 않아. 수정이가 운동 열심히 하더니 어느 순간 인간 병기 같아졌어.”
“네?”
“마리 너, 모르는구나. 액션 훈련받을 때 상대편들 다 날아가 있어. 작년에 설날 특집으로 뭐 운동하는 프로그램에 단발성으로 나왔는데 말이다.”
마리는 눈을 깜박였다.
“거기 사람들 다 이겼어. 수정이 운동할 때마다 체육관 관장님이 진심으로 운동 권유한다.”
“엄마는 뭐래요?”
“배우 때려치우면 생각해 보겠대.”
마리는 어깨를 떨며 웃었다.
“엄마답네요.”
“그러게나 말이다.”
서 사장은 하늘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런 성격이니까 정면 돌파지.”
“네?”
“이번 일, 정면 돌파하겠대. 화려하게 폭죽 쏘겠다고 하던데?”
“어떻게요?”
그때였다. 서 사장 스마트폰의 진동이 울렸다. 서 사장은 한숨을 내쉬며, 스마트폰 알람을 확인했다.
“통화예요?”
“아니. 그냥 알람. 좀 중요한 알람이긴 하지만.”
마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서 사장은 씩 웃으면서 액정 화면을 보여줬다.
“봐라. 마리야.”
마리는 스마트폰 화면에 뜬 기사를 읽었다.
“마수정 기자회견 발표?”
“응.”
마리는 화들짝 놀라서 한걸음 물러섰다.
“정면 돌파가 이런 거예요?”
“응. 아주 화려하지 않니?”
“이건 사장님과 의논한 거죠?”
“했지. 하겠단다.”
“말리지 그러셨어요. 입장 표명만 해도 충분한데요.”
“바지사장이 대주주를 어떻게 말리니.”
서 사장은 고개를 푹 숙였다.
“수정이가 이거라도 해야 가라앉을 거 같다고 해서 말이야. 솔직히 빠다 휘두르는 거보단 나은 거 같기도 하고.”
마리는 어색하게 웃었다.
“하긴, 제가 엄마라도 열 받았을 거 같아요.”
“그래도 조용한 방법도 많은데…….”
서 사장은 괜히 눈가를 눌렀다. 울진 않지만, 울고 싶었다.
“그래서 어제 기자회견장 잡았어.”
“회사에 계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응. 있어야지. 그런데…….”
서 사장은 마리를 보며 히죽 웃었다.
“일단 너희들부터 챙겨야지.”
“사장님…….”
마리는 진지하게 말했다.
“감사하긴 한데요. 그래도 돼요?”
“안 되지.”
“도망 오신 거 아니죠?”
“전화 받을 사람은 많아. 나는 어제 이미 다 연락 돌렸고…….”
“사장님.”
“나도 조금만 쉬자. 공자야~.”
서 사장은 포스터 촬영이 끝난 공자에게 좀비처럼 다가갔다. 마리는 고개를 젓다가, 조금 웃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탑 라인 서 사장은 괜찮기로 유명했다. 일은 다 하고 여기에 오신 거겠지.
‘나랑 저 귀여운 녀석 챙기려고 온 것도 맞겠지.’
아마 스마트폰으로 확인하면 충격받고 걱정할 테니까, 일부러 배려해 준 것일 수도 있었다.
마리는 고개를 숙였다.
‘따듯하다. 진짜.’
엄마 주변이 언제 이렇게 밝고 부드러워졌을까.
마리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가슴이 답답했다. 하지만 시간은 조용히 다가왔다.
마주할 순간이 결국 왔다. 마리는 이마를 문질렀다. 여전히 두렵긴 했다. 하지만 왜일까. 무거운 어깨가 조금 가벼워진 거 같았다.
* * *
나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말리지 그랬어요.”
“수정이가 내 말을 듣겠니.”
어이구야. 기자회견이라니.
‘어머니, 왜 그런 길을 가십니까!’
쉽고 빠른 길도 있을 거 같은데! 왜요! 나는 이마를 짚으며 서 사장 옷자락을 잡았다.
“더 말리지 그러셨어요!”
“공자야, 진지하게 생각해 봐라. 내가 수정이를 말릴 수 있겠니?”
서 사장은 두 손을 모으며 말했다.
“그건 불가능해.”
하긴.
‘서 사장의 설득이 통했으면, 내가 엄마 아들이 되었을 리도 없지.’
나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뭐, 출혈이 큰 방법이긴 했지만, 엄마답긴 했다.
“버터보단 낫네요.”
“빠다보단 낫지.”
어라.
서 사장은 고개를 푹 떨구었다.
“똑같은 생각을 했구나.”
그러게요.
‘뭐, 이왕 이렇게 된 김에 도와드려야지.’
코인으로 뭘 올리면 좋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할 때였다. 서 사장이 말했다.
“그, 공자야. 걱정스럽겠지만 잘될 거다.”
“네. 그런데 삼촌, 공자랑 마리 누님 걱정돼서 오늘 촬영 따라오신 거예요?”
참 좋으신 분이었다. 서 사장은 꽃무늬 셔츠를 흔들면서 말했다.
“겸사겸사. 지금 전화 받기 싫기도 하고…….”
“비서 누나가 고생하잖아요.”
“괜찮아. 이 대리도 안 받을 거야.”
그럼 전화는 과연 누가 받을까.
“자동으로 돌렸어. 신문사에는 미리 답변 돌렸고, 중요한 사람은 미리 통화했어.”
그렇구나.
“그런데 도망 온 건 맞아. 나도 힐링 좀 하자.”
음, 힘들어 보이시는군요.
“기운 내세요!”
“큽. 고맙다. 그런데 공자야. 혹시 충격받았니?
“엄마가 기자회견 하는 거요? 아니요?”
“무섭니?”
나는 눈을 깜박였다.
“걱정되긴 하지만, 무섭진 않아요.”
이럴 때는 오히려 대비를 하는 게 낫지 않나요.
“아, 안 되는데. 충격받고, 두려움에 떨어야 하는데.”
이건 또 무슨 말이지? 농담인가?
나는 서 사장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공자, 그렇게 약하지 않아요!”
“큽. 그러니. 그런데 아직 어린데, 무서워도 되잖아!”
뭐야. 농담이 아니야?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왜요?”
“아, 그게. 충격은 더 큰 충격을 보면 잊잖아.”
“네.”
“더 큰 충격으로 잊게 하려고 했거든.”
음, 엄마가 기자회견 한다는 게 충격인가? 아니, 그런데 더 큰 충격은 뭐지?
“공자 괜찮아요.”
“큽. 그래 보인다.”
서 사장의 눈빛이 울먹울먹했다. 중년 남자가 그러는 건 매우 보기 안 좋아서, 나는 진심으로 물었다.
“왜 그러세요, 삼촌.”
“그게 말이야. 우리 공자를 위해 준비했거든. 더 크고 거대한 충격을 말이야.”
뭐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