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176)
176
한우진은 내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공자야, 놀랐지.”
“놀란 건 짧았어요. 하지만…….”
덕수 씨가 휴지로 눈가를 톡톡 두들겼다. 나는 진심으로 말했다.
“부끄러움은 오래 가겠죠?”
순간, 덕수 씨의 어깨가 움찔했다. 나를 들고 있는 한우진은 입을 막았다.
“큽.”
“웃을 일이 아니에요. 저 지금 부끄럽다고요.”
진짜야. 다른 의미로 울고 싶다고.
“푸하하하하하!”
“큽. 큽. 크합.”
난리 났군.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거기서 왜 울었지.”
운 김에 지르긴 했지만. 지금 이 순간, 무지하게 후회됐다.
서 사장이 말했다.
“푸핫. 공자야. 원래 가족 욕하면 화나지.”
“맞아. 맞아.”
“화는 났지만 울 정도는 아니었어요.”
아무리 코인에 대한 대가라지만, 좀 너무했다.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건 몇 년 갈까요?”
“응?”
“공자 춤춘 거 잊어버릴 만하면 TV에 나오던데요. 이번에 공자 운 건…….”
나는 한우진 품에 이마를 박았다.
“아이고.”
“방영된다면 오래 가겠지. 그런데 공자야, 이거 편집될 거야.”
“맞아. 질문은 자막으로 대체되고, 대답만 나갈걸?”
나는 고개를 저었다.
“우진 형, 진짜 그렇게 생각하세요?”
한우진은 발걸음을 잠시 멈췄다. 나는 서 사장을 보면서도 말했다.
“사장님도요?”
그들은 내 눈빛을 피했다.
“수윤이 형은?”
한수윤은 제일 어린애답게, 정직하게 말했다.
“아니지. 저라면 써요.”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마공자잖아요. 자료 화면으로 계속 나올걸요.”
한수윤은 환하게 웃었다.
“공자가 성인이 돼도, 큰 상을 받아도 계속 나올걸요?”
순간 몸에 힘을 잃었다. 나는 한우진 어깨에 이마를 댔다.
‘뭐야, 한수윤. 너 갑자기 왜 디스를 해.’
이미 저런 거 충분한데 말이야.
‘아랍에서 춤춘 것만 해도 차고 넘친다고…….’
또 눈가가 촉촉해졌다. 한우진은 나를 고쳐 안다가, 피식 웃었다.
“어이구야. 공자, 우니?”
“쥐구멍 상시 대여하고 싶어요.”
이 얘기 나올 때마다 들어가서 나오고 싶지 않네요.
한우진은 내 등을 토닥였다.
“푸합! 공자는 생각도 귀엽네.”
“시청자들 이해할 거야.”
“오히려 여론은 좋아질 거 같은데?”
그야 그렇겠지.
‘그래서 이왕 운 김에, 그런 말까지 했으니까요.’
서 사장은 진지하게 말했다.
“지금 공자가 방치당했다는 말은 사실이 아닌 거 같다는 쪽으로 갔거든.”
그렇습니까? 다행이네요.
“그런데 수정이 이혼은 조금 복잡해서 말이야. 어디를 가도 토론의 장이 열렸더라.”
나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누님을 찾았다. 누님은 복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공자 우는 거 보면, 수정이한테 좀 유리해지겠지.”
“방치한 적 없다는 의견이 확정되면 아무래도 유리하죠.”
“그런데 저 리포터 뭐냐. 국장 손녀?”
“그렇다는데요.”
“이유가 뭐야. 잠시만. 코코아톡으로 물어볼게.”
엥. 그게 물어보면 나와?
덕수 씨는 내 눈물을 다시 닦아줬다. 나는 훌쩍거리며 말했다.
“그 리포터분이요. 피했으면 좋겠어요.”
“어휴. 당연히 다시 볼 일 없어.”
“트라우마 남겼네. 못된 사람.”
누님은 내게 슬쩍 다가와 말했다.
“때려줄까?”
저기요?
“누, 누님도 검사랑 판사 쫙 깔아놨어요?”
“아니. 엄마 정도는 아니지. 하지만 할 수 있을 거 같아.”
아니, 어떻게요?
“CCTV가 없는 곳은 언제든지 있고, 뒤에서 공격하면…….”
누님, 무슨 암살 기술 배웠습니까. 나는 서둘러 고개를 저었다.
“공자 괜찮아요!”
“자꾸 울잖아.”
“안 울게요!”
“흐음…….”
누님은 내 얼굴을 빤히 보며 말했다.
“우는 건 귀여우니까 더 해도 돼.”
어, 어라.
‘더 울어야 하나?’
살짝 고민할 때였다. 서 사장은 마리 누님에게 말했다.
“진짜 마리, 너는 수정이랑 너무 닮았어.”
마리 누님은 쓰게 웃으면서 말했다.
“진짜요?”
“응.”
“오랫동안 떨어져 자랐는데도요?”
서 사장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당연하지. 유전자가 어디로 가니.”
마리 누님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슬쩍 뒤로 갔다. 나는 서둘러 소리쳤다.
“누님, 때리지 말아요!”
기껏 빠따랑 크로스보우 치워놨는데, 누님이 유치장 들어가면 안 되지.
‘아, 걱정이다.’
내가 전전긍긍하자, 서 사장이 말했다.
“안 할 거야. 공자, 네가 말렸으니까. 마리는 말이야. 한다면 벌써 그 리포터 있는 곳으로 달려갔을걸.”
“안 돼요. 그런 짓!”
“걱정하지 마. 다시는 그 리포터랑 마주할 일 없을 거다.”
“공자는 괜찮다니까요.”
나는 숨을 길게 내쉬며 말했다.
“피했으면 좋겠는 것은, 그 리포터분과 엄마예요.”
서 사장이 손뼉을 쳤다.
짝-
“아, 그렇구나. 최소 전치 몇 주겠다.”
“맞아요. 그래서 안 된다는 거예요.”
“괜찮아. 괜찮아. 안 만나.”
서 사장은 코코아 톡을 보며 말했다.
“그 리포터, 유학 갈 거야.”
“엥?”
“뜬금없네.”
한우진이 서 사장을 보며 말했다.
“뭐 아세요?”
“제가 인맥이 좋지 않습니까. 벌써 알아냈죠.”
일행은 우르르 대기실로 들어왔다. 한우진은 나를 소파 위로 내려놨다. 덕수 씨는 내 얼굴을 다시 확인했다.
“안 울어요.”
“다행입니다.”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우는 거 별거 아닌데.’
다들 이렇게 과하게 반응해 줘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덕수 씨는 나에게 과일주스를 줬다. 물론 그 와중에도 한수윤에게도 간식을 챙겨줬다.
덕수 씨가 사장님께 물었다.
“그 리포터가 유학 가는 건 확실합니까?”
“아. 응. 애초에 리포터도 유학 가서 점수 따려고 한 거래.”
와.
‘미국 유학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말이야.’
마적 녀석 영국 유학 서류 대강 봐서 얼추 감은 잡혔다.
‘특별활동 점수 높이려고 그런 건가.’
하긴. 방송에 출연했다는 게 메리트가 있긴 하지.
“유학 자료로 쓰기 위해서 리포터로 나오다니.”
“한밤의 TV 산책이 점수 따기로 이용당한 거지.”
“기가 막힌 시대에서 살고 있네. 빽이 좋긴 하네.”
한수윤은 간식을 오물오물 씹으며 말했다.
“하려면 잘하던가요. 그냥 무난하게 해도 될 텐데…….”
서 사장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잘하는 애면 억지로 점수 붙여서 미국 보내겠니. 영 아니니까 그렇게 해서라도 보내는 거겠지. 아, 더럽다. 더러워. 언제부터 방송이 이렇게 변했나. 이 모든 게 할아버지가 국장이라서 할 수 있는 일 아니냐.”
“그런데 사고 쳤잖아요.”
“자막 대체하든가, 목소리만 나오게 하겠지.”
서 사장은 턱을 쓸었다. 그리고는 내 귀를 막으며 말했다.
“애들 보기에 부끄럽네.”
저기요. 다 들립니다.
‘그리고 막으려면 수윤이도 막아야지!’
나는 괜찮단 말이야!
한우진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이 바닥 원래 그렇죠. 그래도 이번 일은 좀 그렇네.”
“우진 씨, 무슨 일 벌이게요?”
“저는 힘은 없어서요. 소문은 좀 퍼트리려고요. 누구에게 말하면 소문이 잘 퍼지는지 정도는 아니까요.”
한우진은 싱긋 웃었다.
“방송국과는 척지기 싫으니까, 이 정도가 다지만요.”
와.
‘역시 배울 게 많아.’
돌아서 찌르는 법을 아네. 하긴, 한우진의 방법이 제일 베스트이긴 하지.
‘그런데 한우진이 왜 화를 내지?’
나는 한우진 셔츠를 잡아당겼다.
“형도 화났어요?”
“응? 응. 뭐. 아무리 그래도 손녀 대학 입학으로 이용당하는 건 별로이기도 하고…….”
한우진은 가발로 쓴 내 긴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내 딸 같은 아들이 우는 건 좀 가슴 아파서 말이야.”
와.
‘말이 이상한데, 얼굴이 받쳐주는 사람이라서 그런가.’
뭔가 되게 있어 보이네.
하지만 내 감탄은 금방 끝났다.
“그리고 미남은 이래야지. 봐라, 공자야. 이게 미남 톱스타의 아우라다. 지금 뿜어내고 있는데, 보이니?”
그런 거 보일 리가.
그래도 뭐.
나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형, 멋있어요.”
배울 건 배워야지.
한우진이 으스댈 줄 알았다. 하지만 갑자기 고개를 푹 숙였다.
“우진 형?”
“아니, 갑자기 칭찬할 줄 몰라서. 어우, 괜히 부끄럽네.”
아.
‘막상 판 깔아주니까 숨는구나.’
뭐야.
한우진은 손바람으로 얼굴을 식혔다.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여태까지 이 사람 그냥 허당끼 있는 미남 배우인 줄 알았는데…….
‘저런 건 좀 귀엽네.’
나이 먹은 남자가 귀여울 수도 있구나. 처음 알았네.
한우진은 씩 웃으면서 말했다.
“공자야. 이게 나의 약한 점이야. 가끔 부끄러워하는 거. 어때. 나랑 잘 어울리지 않니?”
음, 귀여운 거 취소.
‘마지막 말만 아니면 그 감정 쭉 이어졌을 텐데…….’
나는 고개를 저었다. 재고의 가치가 없었다.
* * *
솔직히 ‘한밤의 TV 산책’이 방영될 확률은 반반이었다.
‘방송국으로써는 하고 싶지만, 국장이 걸릴 테니까 말이야.’
그래서 안 할 줄 알았다.
‘그런데 할 줄이야.’
나는 집었던 포도를 떨어트렸다. TV에는 사고 친 리포터의 모습이 나왔다.
-한밤의 TV 산책 여러분. 영화 현장을 쫓아다니는 리포터 양연하입니다!
나는 눈을 깜박였다. 아니, 왜 나오는데?
마리 누님은 떨어진 포도를 집어줬다.
“국장이 뭐 걸렸다는데. 그래서 피디들이 파업이랑 시위 준비한다던데?”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진짜요?”
“응. 한밤의 TV 산책 피디도 시위에 참여할 건가 보지 뭐. 그리고 저거 터트릴 거래.”
뭐야. 왜 이렇게 일이 커지지. 아니, 그보다 말입니다.
“누님이 어떻게 아셨어요?”
“나도 아이돌 연습생이니까. 우리도 단톡방 있어.”
그, 그렇구나, 가 아니잖아!
“우리도 이런 거 예민해. 그리고 이건 PD가 소문을 퍼트리는 중이래.”
아.
‘뭔가 복잡하다.’
내가 이마를 짚으니까, 누님은 내 입에 포도를 쏙 넣어줬다.
“네 탓 아니야. PD들이 건수 찾고 있는데, 손녀 대학 입시를 위해서 리포터 시킨 게 문제지.”
TV 속에는 리포터의 신경질적인 얼굴이 고스란히 방영 중이었다. 나는 눈을 깜박였다.
‘일부러 욕먹게 하려는 거구나.’
하긴, 편집 감독도 시위에 참여하려면 저거, 그대로 나오는 것도 당연하지.
‘그러고 보면, 저 시위가 시끄럽긴 했지.’
짧게 끝나긴 했었다. 하지만 그때 ‘국장 손녀 대학 입시’ 말은 없었는데 말이야.
‘그런데 그거 불거지면, 확 커질 거 같긴 하다.’
뭔가 미래가 바뀐 거 같았다.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러자 누님이 내 볼에 손을 댔다.
“누님?”
“보들보들한 게 밀가루 같아.”
음, 밀가루가 이런 감촉이었던가.
“가끔 엄마가 쿠키를 왕창 구울 때가 있는데 말이야. 그때 체에 친 밀가루가 이런 감촉이었어.”
누님이 나를 등 뒤에서 안았다. 덕분에 누님 턱이 정수리에 닿았다.
“쿠키 굽기 지겹다고 징징거렸는데, 사실 그렇게 싫지는 않았어.”
아, 그거.
‘저도 구워봐서 압니다.’
양이 좀 많긴 하죠.
“쿠키 굽기, 생각보다 재미있다고, 내가 말할 수 있을까?”
아. 이런.
‘생각보다 심각한 얘기네.’
나는 누님 손을 잡았다. 혼란스러워 보였다.
‘하지만 누님, 쇠뿔도 단김에 빼는 게 낫다고 하잖아요.’
이런 건 지르는 게 낫습니다.
“직접 말해보는 게 어때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