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178)
178
마리 누나는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엄마, 그 일은…….”
엄마는 씩 웃으며 말을 하지 않았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일이 뭘까.’
누님이 계속 숨기고 있는 게 과연 뭘까.
‘엄마 이혼이랑 관련 있는 거 같던데…….’
모녀 사이에 앙금인 것도 ‘그 일’ 같던데 말이야.
‘언젠가 알게 되겠지?’
물으면 대답은 해줄 거 같았다.
‘아니, 아니야. 인생 2회차 감이 말해준다.’
이건 내가 물으면 안 돼. 때가 되면 열릴 거야. 지금 내가 억지로 비밀의 문을 열면, 열쇠가 망가져.
‘기다리자.’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걸 생각해야지.
나는 손을 잡았다.
“마마.”
“응. 내 천사야.”
“기자회견 준비는 하셨어요?”
엄마는 눈을 깜박였다.
“아니. 그냥 내가 정장 빼입고 나가서, 되지도 않는 질문 받으려고 했는데?”
아이고, 어머니.
나는 고개를 살짝 저었다.
“그러면 마마, 상처받아요.”
“괜찮아, 공자야. 엄마는 강해.”
아니, 그래도요.
“마마. 공자는 마적이 유학 보낼 때 알았어요.”
엄마는 눈을 깜박였다.
“준비를 많이 할수록 효과적이다. 봐요. 마적이 같은 애도 철저하게 준비하니까, 그 무섭고 철저한 할머니도 설득시키잖아요.”
솔직히 될 줄 몰랐지만, 그게 되더라고요.
‘아무 말 대잔치까지 섞여서 굉장히 무리수였는데 말이죠.’
어떤 점이 그 할머니를 설득했는지는 아직도 의문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기업에서 괜히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게 아니야.’
발표의 구조가 왜 그런지 실감했다.
“마마. 기자는 공자가 방치당했대요.”
“그랬지.”
“공자는 방치당한 적 없어요. 하지만 그렇게 말해도 사람들은 잘 안 믿는 거 같아요.”
왜 안 믿을까.
‘뭐, 안 믿고 싶으니까 그러겠지.’
아니 왜 내가 불쌍한 입양아가 되길 원하는 거지. 알 수가 없네.
‘어쨌든 그거 반박한다고 해도 엄마 말은 안 통해.’
나는 진지하게 말했다.
“공자는요. 전문가의 평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엄마가 눈을 깜박였다.
“전문가라면, 정신과?”
“네. 준비할 수 있는 자료라면 죄다 마련해서 배포해 버리세요.”
말하고서 아차 싶었다. 이거 미취학 아동이 할 말은 아니었다.
‘엄마야 그렇다 치지만, 누나는 이상하게 볼 수도 있는데!’
슬쩍 돌아보니, 누나가 나를 보고 있었다.
‘바, 방금 사이좋아졌는데!’
누님 말고, 누나 됐는데!
‘아, 조금만 참을걸.’
하지만 준비는 철저한 게 좋은걸.
고개를 푹 숙였을 때였다. 엄마가 손뼉을 쳤다.
짝-
“좋은 생각이야.”
엄마는 내 턱을 들면서 말했다.
“내 천사는 아이디어 뱅크라니까. 그건 또 어디에서 배웠니?”
나는 훌륭한 핑계를 댔다.
“수윤이 형이요!”
드라마 많이 봐서, 일상 대화가 좀 극적인 놈이 한 명 있습니다.
“어머, 그렇구나. 좋은 생각이야. 그런데 그러려면 공자, 막 검사받아야 할 텐데?”
뭐, 미취학 아동에게 검사지 100장 해오라고 하겠습니까.
“공자 할 수 있어요!”
엄마를 돕는데 제가 뭘 못 하겠습니까. 뭐, 의사에게 대답할 때 고민 좀 하겠지만 말입니다.
“어휴. 엄마는 솔직히 그런 것도 시키고 싶지 않아. 너희 둘 기억 속에 이번 일을 깨끗하게 지워 버리고 싶어.”
아, 어머니. 마음은 잘 알겠습니다만…….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에요. 마마! 검사 같은 건 별거 아니에요.”
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공자는 마마가 쉽게 이기는 걸 보고 싶어요.”
“검사 안 받아도 엄마가 이겨!”
“쉽게! 편하게! 확실하게요!”
엄마가 눈을 깜박였다. 나는 다시 한번 강조했다.
“쉽게 이기는 게 제일 좋은 거잖아요!”
“어머나?”
엄마는 웃으면서 내 볼을 쓰다듬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살짝 돌려, 마리 누나에게 윙크했다.
“봤니. 마리야?”
“응. 엄마.”
“어때?”
아니, 왜 갑자기 누님에게 감상평을 묻습니까.
‘떨리게요.’
이상하다 그러면 어쩌지.
살짝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누님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애 하나 더 없겠지?”
엥?
‘무, 무슨 말이지?’
엄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없지. 그러니까 소중한 거야.”
“그런 거 같아. 와, 진짜.”
누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 중얼거렸다.
“귀엽다는 말로 부족해. 뭐 이래.”
“엄마가 행복한 이유가 있다니까.”
누나는 더는 참을 수 없는지, 나를 덥석 안았다.
“아, 진짜. 아까부터 깨물고 싶었어. 이런 애가 왜 하나야? 몇 명 더 있으면 좋겠어.”
음, 인생 2회차가 그렇게 많으면 안 되죠. 저도 밥 먹고 살아야 합니다.
누나는 나를 꽉 껴안고 이마에 뽀뽀했다. 나는 환하게 웃었지만, 등 뒤로 땀이 흘렀다.
‘다, 다행이다.’
좀 이상한 애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는데, 크게 고려하시지는 않나 봅니다.
“그래. 솔직히 필요 없다고 생각하지만. 우리 공자가 걱정하니까. 내일부터 우리 공자 정신과 의사 보겠네.”
“검사 잘하고 올게요!”
“그래. 엄마도 준비해야지.”
엄마는 기지개를 켜면서 겉옷을 벗었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마는 무슨 준비 해요?”
“공자야. 배우가 기자회견을 할 때는 겉모습부터 꾸며야 한단다.”
그, 그런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면 스타들 기자회견에서는 이상하게 옷이 회자되기도 했다.
“정리리 선생님께 부탁해야지. 선생님, 의외로 심플한 의상도 잘 만드신다니까.”
“마마. 패션 다음에는요?”
“컨디션이지”
엄마는 거울을 흘낏 봤다.
“사막에서 총 쏘면서 굴러서 그런가. 좀 피곤하긴 해.”
엄마는 활짝 웃었다.
“자, 그럼 준비해 볼까. 기자님들께도, 이유경에게도 한 대 먹이지 않으면 마수정이 아니지.”
엄마는 내 뺨에 뽀뽀하고, 마리 누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 왜일까.’
오랜만에 엄마를 뵈어서 그럴까. 여전히 아름다우시지만 말이다.
‘가, 강해 보이는데.’
분위기 자체가 굉장히 박력 있었다.
‘원래 엄마 분위기가 저랬나?’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그냥 씩 웃었다.
“뭐, 좋은 게 좋은 거겠지.”
왜일까. 매우 크고 다부져 보였다.
‘뭐, 가녀리고 쓰러질 거 같은 거보단 백배 낫지.’
나는 씩 웃었다. 엄마가 강한 모습은, 솔직히 매우 멋졌다.
* * *
정신과 의사 세 명을 통과하자, 엄마는 프린터기를 큰 거 들여와서 문서를 제대로 뽑았다. 나와 덕수 씨는 문서들을 스테이플러로 찍었다. 그걸 파일에 넣는 건, 마리 누나였다.
“공자야, 그거 네가 안 해도 돼.”
안산댁이 과일을 가져다주며 말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공자도 도울 거예요.”
“에구. 착한 거.”
안산댁이 내 입에 딸기를 물려주고 나갔다. 마리 누나가 덕수 씨에게 물었다.
“애가 이런 거 도와도 교육상 괜찮아요?”
“부모님 일을 돕는 건, 좋습니다. 무엇보다 공자가 하고 싶어 하니까요.”
나는 신중하게 스테이플러를 찍었다. 덕수 씨는 신신당부했다.
“조심해야 해요. 박히면 아픕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덕수 씨는 남은 문서들을 정리했다. 누나는 파일에 넣으면서 피식 웃었다.
“누나?”
마리 누나는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니. 조금 재미있어서. 내가 엄마 기자회견을 돕고 있다니.”
누님은 작게 중얼거렸다.
“평생 이런 날 안 올 줄 알았는데…….”
목소리에는 후회가 가득 담겨 있었다.
‘음, 도대체 무슨 일이지.’
나는 캐보려다가 다시 고개를 저었다.
‘아직이야.’
좀 더 기다리자. 스스로가 말할 때까지.
지금 내가 여기에서 해야 할 일은 말이야.
‘용기지.’
나는 씩 웃었다.
“해보니까, 별거 아니죠?”
“응?”
“말하는 거요.”
나는 눈을 맞추고 배시시 웃었다.
“공자는 누나가 뭘 후회하는지 몰라요. 하지만 누나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나는 누나의 참담한 모습을 알았다.
‘엄마의 영정 사진을 들고 있던 사진이지.’
그때 눈빛은 까맣게 죽어 있었다.
‘나는 누나가 아이돌 연습생인 것도 몰랐어.’
다른 일을 했다는 증거였다.
누나는 조금 웃었다. 그러더니 내 머리를 한번 쓰다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누님은 밖으로 나갔다. 나는 다시 인쇄물을 스테이플러로 찍었다.
덕수 씨가 말했다.
“가족들이 다 같이 뭔가를 하는 건, 좋습니다.”
나는 조금 웃었다.
‘서류 준비는 내가 아니라, 누나를 위해서 권유한 거구나.’
어떻게 보면 엄마의 쿠키 굽기랑 비슷한 건가.
“빨리 누나의 마음의 짐이 덜어졌으면 좋겠어요.”
“공자의 노력은 반드시 보답을 받을 겁니다.”
“무슨 일일까요. 억지로 묻지는 않았지만요.”
곪은 상처 같아서 섣불리 손을 댈 수 없었다.
“선생님. 공자 잘하고 있는 거 맞겠죠?”
“잘하고 있습니다. 굉장히 어려운 부분인데, 공자는 잘하고 있습니다.”
나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엄마도 누나도 공자로 인해서 조금이라도 더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음, 그 두 분은 잘되고 있는 거 맞겠지?
“그런 고민을 합니까?”
“네. 공자로 더 좋아졌으면 하지, 나빠지면 큰일이니까요.”
마적도, 수윤이도. 그리고 주책 잔뜩 부리는 한우진까지 말이다.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선생님은 모르겠군요. 큽.”
어라.
나는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 덕수 씨는 또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도대체 내 발언에 어디가 울 게 있습니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멀리 있는 휴지 곽을 가져왔다. 기분 탓인가. 요즘 이런 일이 굉장히 잦았다.
“여기요.”
“크읍. 감사합니다. 공자는 정말 아름다운 생각을 하는군요.”
아이고. 과장이 심하시네.
“공자는 너무너무 받은 게 많으니까요.”
엄마에게 조금이라도 보답하고 싶어서 그렇습니까.
‘자선 재단에, 이미 건물주인데요.’
그러고 보면 회귀 전 엄마는 누나랑 영원히 화해를 못 한 걸까.
나는 정리된 인쇄물을 바라보았다.
‘음, 잘하고 있는 거겠지.’
옆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덕수 씨는 눈가를 휴지로 문지르며 말했다.
“공자는 자신이 얼마나 아름다운 생각을 하는지 모릅니다. 선생님은 그것에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어이구야.
나는 조금 웃으면서 말했다.
“잘 배워서요.”
“네?”
“선생님이 잘 알려주셔서 공자가 이런가 봐요. 공자가 아름다운 생각을 한다면, 그건 다 엄마와 선생님께 배운 거겠죠.”
덕수 씨는 아무 말도 못 한 채 입술만 달싹였다. 겉모습만 보면, 조직폭력배가 마음에 안 드는 인물 하나 제거 못 해서 혈압 오른 거처럼 보였다.
‘누, 누가 보면 오해할 거 같다.’
나는 괜스레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지만 거실에는 지금 나와 덕수 씨밖에 없었다.
그때였다. 엄청난 소리가 들렸다.
“크허허허헝!”
와.
나는 순간 어깨를 움찔했다.
‘눈물이 줄줄 떨어져.’
아니, 덕수 씨. 아무리 그래도요.
나는 서둘러 다른 휴지 곽을 가져왔다. 덕수 씨는 대성통곡을 했다.
“흐어어엉!”
“서, 선생님! 뚝!”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