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179)
179
아니, 왜 이렇게 우시나요. 나라 잃은 듯이 우시네.
“크흡. 살아 있길 잘했습니다.”
아니, 도대체 그게 뭐라고.
“제 꿈이었습니다. 아이들한테 그런 말 듣는 거요.”
음, 덕수 씨. 뭐라 하고 싶은 건 아니지만, 유치원 선생님이 이런 말을 애들에게 들을 수 있나?
‘될 거 같기도 하지만, 조금 힘들 거 같기도 하고?’
나는 고개를 저으며 생각을 털어냈다.
‘뭐, 덕수 씨가 그렇다면, 그런 거지.’
덕수 씨는 통곡했다. 나는 서류들이 젖으면 안 될 거 같아서 한쪽으로 밀어뒀다.
“크허허헙!”
우는 소리가 마치 공룡이 울부짖는 거 같았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덕수 씨를 달랬다.
“선생님, 그만 울어요.”
“크허어엉!”
“아니다. 그냥 우세요.”
휴지들이 조용히 사라졌다. 나는 이번에는 작은 쓰레기통까지 건네줬다. 덕수 씨는 코까지 풀면서 계속 울었다.
‘음, 뭐랄까. 좀 그렇다.’
엄마랑 누나일 때는 안 그랬지만, 덕수 씨라서 그런가.
‘잠시 하늘을 보게 되네.’
어쩌다가 30대 남자를 달래게 됐지.
‘뭐, 좋은 게 좋은 거겠지.’
나는 다시 일했다. 덕수 씨의 코 훌쩍임을 들으면서 해서일까. 금방 끝났다.
* * *
엄마의 전투가 아니라, 기자회견은 직접 보고 싶었다. 하지만 엄마는 단호하게 안 된다고 했다.
‘왜죠.’
엄마는 내 새끼들을 그렇게 힘든 곳에 데려갈 수 없다고 했다. 물론 그건 덕수 씨도 찬성했다.
‘아쉽다.’
직접 가서 보면서 힘을 주고 싶었는데 말이야.
기자회견 하기 10분 전.
나와 누나는 거실 소파에 앉아서 TV를 켰다. 기다렸다는 듯 안산댁은 팝콘을 건네줬다.
“이모, 엄마가 힘든데 팝콘을 어떻게 먹어요.”
“공자야, 그거 아가씨가 주문하고 간 거야. 팝콘 먹으면서 보라더라.”
아아, 어머니. 역시 대한민국 대표 배우 마수정은 배짱이 하늘처럼 깊고 넓었다.
누나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팝콘을 보며 말했다.
“공자야.”
“네. 누나.”
솔직히 나는 누나가 뭐라고 할 줄 알았다. 하지만 누나의 말은 의외였다.
“너무 많이 먹지 마. 이따 밥 먹어야지.”
아, 저런.
‘진짜 엄마랑 닮았어.’
나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기자회견에 기자들이 득실득실했다. 언뜻 카메라에는 선글라스 쓴 덕수 씨가 보였다.
“네 시터는 왜 저기 있으셔?”
“아, 인쇄물 나눠주러 가셨어요. 탑 라인 직원분이 하셔도 되는데, 그분 가족이 갑자기 쓰려지셔서요. 다른 직원이 하겠다는 거, 선생님이 가셨어요.”
“인상이 험해서인가. 기자들이 왠지 얌전히 받네.”
그러게요.
“인쇄물만 나눠 주시고 금방 오신대요.”
“굳이 현장에서 오실 필요 있니? 아가씨랑 같이 오시지.”
“저를 내버려 둘 수 없대요.”
기자들이 뭐 물어보기도 할 텐데, 덕수 씨 보자마자 눈을 내리까네요.
‘선생님 여린 분이신데.’
어제 한 시간 가까이 우셔서, 내가 중간에 물도 가져왔었다.
“가는 거 걱정하셨어요.”
“아, 자리가 어려워서?”
“아니요. 눈 부으셔서요.”
지금 눈이 붕어처럼 팅팅 부어 있었다. 아무리 얼음물로 찜질을 해도 말이다.
‘그래서 지금 인상이 더 험악해.’
나름 선량해 보이는 눈빛이 부은 눈에 감춰지자, 지금은 인간 흉기나 다름없었다.
‘사람 눈이 굉장히 중요하구나.’
나는 계속 TV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안산댁이 옆에 앉으며 말했다.
“그나저나 다들 할 일이 없나 보다.”
“왜요?”
“아니, 이게 무슨 일이라고 공중파에서 이걸 방영하니.”
그러게요.
‘다들 열정이 넘치시네요.’
나는 쓰게 웃었다. 안산댁은 팝콘을 먹으며 말했다.
“이런 거 방영할 때, 차라리 동물의 왕국이나 틀어주지.”
누나는 안산댁의 팝콘을 한 줌 쥐면서 말했다.
“팬들의 알 권리죠.”
“이게 무슨 알 권리야.”
“그러게요.”
팝콘 씹는 소리가 양쪽에서 울렸다. 나는 조용히 TV를 바라보았다. 아직 엄마는 나오지 않았다.
‘엄마 오늘 컨디션이 어땠더라.’
피부는 반짝였고, 눈에는 총기가 가득했다. 솔직히 걱정은 없지만…….
‘나는 엄마에 대해서 알지.’
나한테만 그렇게 보일 수 있는 거니까.
‘이럴 때 가장 좋은 건 코인이지.’
나는 씩 웃었다.
‘오늘 생방송으로 보면서 이런저런 일을 하려고 했습니다.’
어젯밤 생각했었다.
‘이번 일,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결론은 하나였다.
‘코인으로 플렉스를 해주마.’
누나가 내 입으로 팝콘을 넣어줬다. 나는 주는 대로 씹었다. 캐러멜 팝콘과 버터 향이 느껴졌다.
“이모, 팝콘이 여러 종류네요.”
“이왕 먹는 거 잘 먹어야지. 여러 개 돌려서 가져왔어. 남는 건 걱정하지 마. 밑에 층에서 먹을 테니까.”
아, 아래층이면 일하시는 분들이 머무는 곳이지.
‘지금쯤 그들도 팝콘 들고 계시겠다.’
누님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누나?”
“콜라 가져올게.”
안산댁이 바로 일어났다.
“내가, 내가 가져올게요.”
“내가 가져와요. 앉아 있어요.”
누나는 부엌으로 걸어갔다. 안산댁은 누나의 뒷모습을 보며 조금 웃었다.
“참 다행이야.”
뭐가 다행이라는 거지?
고개를 갸웃거리자, 안산댁이 날 보고 웃었다.
“다 공자 때문인 거 같아. 아가씨랑 마리가 사이좋아진 거 말이야.”
음, 아직 완벽하게 풀린 거 같지는 않은데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공자 때문이 아니에요. 두 분은 어긋나 있을 뿐, 한결같이 사랑하셨어요.”
안산댁은 내 볼을 살짝 매만졌다.
“아니야.”
“네?”
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가씨도 상처 많이 받았었거든. 공자야, 어른이라도 다 어른스러운 건 아니란다. 아가씨도 원망을 아예 하지 않은 건 아니야.”
어라.
‘진짜일까?’
안산댁은 숨을 길게 내쉬었다.
“진짜야. 하지만 공자, 네가 오고 달라졌어. 예전에는 마리에 대해서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았는데, 네가 방을 만들자고 했잖아.”
그, 그렇긴 했지.
“그때 아가씨가 생각을 다시 했었어. 마리가 너무 어리고, 상처받은 아이라는 걸 깨달으셨다고 하더라.”
안산댁은 내 귓가에 속삭였다.
“두 사람 사이좋아진 건, 우리 공자 덕 맞아요.”
와.
얼굴이 화끈거렸다.
‘내가 상황을 좋게 만들었구나.’
잘 모르지만, 엄마와 누나는 행복해졌겠지?
나는 붉게 달아오른 볼을 문질렀다.
“공자야?”
“부끄러워요.”
하지만 좋네요.
‘아직 멀었지만, 효자가 된 기분입니다.’
이대로 쭉 가면, 엄마는 더 행복해질까?
기분이 풍선처럼 날아올랐다. 나는 배시시 웃으면서 쿠션을 껴안았다.
“어머, 공자 너무 좋아하네?”
“아주 기뻐요!”
나는 TV 화면을 바라보았다. 아직도 엄마가 없었다.
“이모. 공자는요. 앞으로도 엄마를 행복하게 해드리고 싶어요.”
“아이고. 그래? 예뻐라.”
“공자 노력할래요!”
물론 훌륭한 연기자가 되어서 효도하고 싶긴 하지만요.
‘능력을 펼치는 것도 맞죠?’
이럴 때를 위해서 준비했습니다.
‘제 코인이요.’
나 오늘 플렉스 할 거예요. 아무도 나를 말릴 수 없다!
‘일단 생각해 둔 것 먼저 할까?’
나는 씩 웃으며 속으로 말했다.
‘코인 사용! 지금 엄마 컨디션 좋게 해줘. 대가에 따른 코인 양도!’
[대가를 알기 위해 코인 20개가 소모됩니다.> [대한민국 대표 배우: 마수정의 긴장을 적당히 풀기 위해서는 1,345코인이 필요합니다.> [대가로 2시간 동안 온기를 원합니다.>엥?
‘대가가 왜 이래?’
온기를 원한다는 게 뭐지?
핫팩을 껴안고 있으면 되나?
‘그래도 2시간이면 짧으니까. 실행!’
[실행되었습니다.>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릅니다.> [3초 뒤, 언급한 대가가 실행됩니다.>누나는 차가운 콜라를 테이블에 놓았다. 그리고 나는 바로 깨달았다.
‘이, 이런.’
몸이 떨렸다.
‘힘을 주면 되나?’
안 돼. 또 코피 난다. 그러면 병원 가고 엄마는 걱정하고, 스케줄은 사라지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그런 내 몸 상태를 먼저 알아챈 건 누나였다.
“왜 갑자기 몸을 떨어?”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변명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 그…….”
그때 TV에서 엄마가 나왔다. 나는 바로 말했다.
“긴장돼서요.”
누님은 눈을 찌푸렸다. 나는 쿠션을 꽉 껴안았다. 조금 따듯해졌지만, 이게 아니었다.
‘핫팩을 데울까.’
고민할 때였다. 누나가 손을 잡아줬다. 온기가 닿자, 떨림이 조금 줄었다.
그제야 대가를 알았다.
‘누구한테 붙어 있으란 거네.’
나는 누님에게 슬금슬금 궁둥이를 붙였다. 그리고는 어깨에 기댔다.
누님은 나를 힐끔 봤다.
‘음, 몸을 뗄까?’
안산댁에게 붙을까 싶어서 머리부터 다시 돌릴 때였다. 누님이 내 어깨를 붙잡고, 자신에게 완전히 기대게 했다.
“기대고 싶으면, 기대.”
와, 누나. 멋있습니다.
나는 작게 속삭였다.
“좀 더 파고들어도 돼요?”
누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다람쥐처럼 누님에게 매달렸다. 따뜻한 온기가 닿는 면적이 늘자, 떨림은 완전히 사라졌다.
‘이 말은, 2시간 동안 누군가에게 매달려 있어야 한다는 거네.’
아니 컨디션 올리는데, 대가가 이렇게 강하단 말인가.
나는 설마 싶어서 안산댁에게 물었다.
“이모. 오늘 아침 엄마 컨디션 별로였어요?”
안산댁은 몸을 움찔 떨었다. 그것만 봐도 알았다.
‘별로였구나.’
나한테 억지로 좋은 척하셨구나.
‘이럴 줄 알았으면 코인 빨리 썼지.’
안산댁은 서둘러 변명했다.
“아니, 좋으셨어.”
“그렇게 말하라고 하셨죠?”
안산댁은 어색하게 웃었다. 누님이 물었다.
“엄마 컨디션 안 좋았어요?”
“여독이 덜 풀렸어.”
하긴, 와서도 이리저리 뛰어다니셨지.
‘컨디션 좋게 해서 다행이다.’
자, 다음에는 뭘 쓸까.
TV를 보니 이제 막 기자회견이 시작되고 있었다. 나는 조용히 주시했다.
엄마는 희미한 미소를 머금고 당당하게 걸어왔다. 카메라 플래시가 번쩍였는데, 엄마가 너무 멋있어서일까.
‘플래시가 액세서리인 거 같아.’
우리 엄마 너무 멋있다. 진짜.
너무 당당해서일까. 압도하는 뭔가가 있었다.
안산댁이 팝콘을 먹으면서 말했다.
“아가씨, 기를 팍 죽이시네.”
그러게요.
엄마는 자리에 앉기 전에 일단 인사를 했다. 번쩍이는 카메라 속에서 고개를 들자, 희미하게 웃었다.
누나가 스마트폰을 들며 말했다.
“검색어가 나왔네.”
“어머, 마리야. 뭐 나왔니?”
“마수정 기자회견 의상. 쥬얼리.”
아.
그러고 보면 엄마, 목걸이도 했었지.
“사진 나오는 기사에, 댓글로 쓰여 있다. 디자이너 정리리 작품이라고.”
엄마, 의상부터 준비하시더니.
‘그거 맞구나.’
TV 속의 엄마는 너무 우아했다.
‘하긴 저렇게 아름다우면 어쩔 수 없지.’
나라도 무슨 옷인지 궁금했을 거야.
이래저래 디자이너 정리리 선생님 옷들이 또 품절 러쉬가 되겠군요. 안 그래도 워낙 잘 파시긴 하지만요.
엄마는 마이크를 조절하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배우 마수정입니다. 일단, 소란스러운 일이 벌어진 걸 사죄드립니다. 빨리 반론하고 싶었는데 하필 제가 영화 [사막에서> 촬영 중이라서, 이렇게 늦었습니다.”
역시 엄마였다. 이 와중에도 영화 홍보는 잊지 않았다.
‘든든한 주연 배우다.’
투자자와 감독님이 좋아하시겠네요.
엄마는 웃으면서 말했다.
“제가 좋은 엄마는 아닙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