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181)
181
“불안했던 거잖아요.”
아이는 그럴 수 있었다.
“마루도 그렇게 됐는데, 엄마도 잘못될까 봐요.”
무서움을 느끼는 게 왜 이기적일까.
누나의 눈동자엔 아직도 불안이 어려있었다. 이제 누나는 그때의 아이가 아니었다. 하지만 아직도 그 일을 무서워했다.
‘엄청난 트라우마라는 거지.’
그걸 애 탓을 하면 안 되는 거 아닐까.
누나의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
“이기적인 거지. 마루가 죽은 슬픔보다, 엄마가 잘못될까 봐 무섭다니. 나밖에 모르잖아.”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누나.”
나는 숨을 골랐다. 솔직히 이 말은 아이가 할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도저히 하지 않고는 못 견뎠다.
“대본에서 읽었어요.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고요. 누나는 그냥 걱정했던 거뿐이잖아요. 죽음 후에 다가올 빈자리를요.”
그게 왜 이기적인 거야.
누나는 그냥 나를 꽉 껴안았다. 그러더니 한참 뒤에 중얼거렸다.
“시간을 되돌린다면, 그런 짓 안 했을 텐데.”
누나가 퍽 괴로워 보였다. 안색이 좋지 않았다.
‘이럴 때는 어쩔 수 없지.’
나는 속으로 외쳤다.
‘코인 사용! 누나와 엄마 안정시켜 줘! 대가에 따른 코인 양도!’
[대가를 알기 위해 코인 50개가 소모됩니다.> [마수정, 오마리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6,747코인이 필요합니다.> [대가로 마공자가 1시간 동안 미열이 납니다.> [대가로 마공자의 말이 하루 동안 부드러워집니다.>뭔가 자막이 이상했다.
‘열나는 건 그렇다 쳐도…… 말이 부드러워지는 건, 좋은 거 아닌가?’
이게 왜 대가라는 거지?
‘뭐, 그렇게 되면 굉장히 남는 장사지. 그런데 사람이 둘이면, 대가도 두 가지구나.’
이건 몰랐네. 그럼 대량으로 사용할 때는 대가를 하나하나 겪는다는 건가?
‘그건 아닌 거 같던데…….’
도대체 기준이 뭐지.
‘하긴, 엿장수 마음대로였지.’
어쨌든 나는 바로 실행했다.
[실행되었습니다.>곧 이마가 따끈따끈해졌다. 이마에 열이 올랐지만, 솔직히 견딜 만했다.
나는 누님 손에 얼굴을 비비며 말했다.
“누나. 저는요. 세상에 늦은 일은 없다고 생각해요.”
누나가 눈을 깜박였다. 나는 계속 말을 이었다.
“그게 돌이킬 수 없는 일은 있지만요, 그래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미래가 아닌 현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최선을 다하면요, 그건 마치 기회의 여신의 머리채를 잡는 것과 같대요.”
어라.
‘뭔가 내 말이 길어지네?’
막 혀에 기름칠한 거 같았다. 나는 입을 다물려고 했다. 하지만 말이 멈추지 않았다.
“기회의 여신은 뒷머리가 없고, 앞머리만 있대요. 탈모이시라니. 괴로우시겠지만요.”
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냐.’
그 프레젠테이션이 생각났다. 그때도 이렇게 아무 말 대잔치를 열더니.
‘아니야. 그때와는 달라. 이건 아무 말이라기보다는…….’
좀 느끼해.
생각이야 어떻든, 나는 방긋 웃었다.
“그래서 항상 앞에서 잡아야 한다지만요. 앞머리가 길면 뒤에서도 잡을 수 있잖아요. 옷자락을 잡고 끌어당겨서 잡아도 되고요. 저는요…….”
나는 누나의 손을 잡고 들어 올렸다.
“누나가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요……. 괴로워하지 마세요.”
나는 눈을 깜박였다. 열이 올라서일까. 누나의 얼굴이 흐릿해졌다가 다시 돌아왔다.
‘와, 미열이라도 영향이 있긴 하구나.’
뭔가 되게 지쳤다.
‘그런데 엄마가 기자회견 중인데 걱정시키면 안 되지.’
최대한 피해야겠다. 특히 덕수 씨 말이야. 아니다. 일단 누나와의 접촉을 줄여야지.
그런 생각을 하고 몸을 슬쩍 뗐을 때였다. 갑자기 이번에는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아! 아까의 대가가 아직 안 끝났구나.’
나는 결국 누나에게 다시 붙었다. 누나는 한참 가만히 있다가, 조금 웃었다.
“당기기만 하면 돼요!”
“그래?”
“네! 공자가요, 용기를 드릴게요.”
나는 활짝 웃으면서 양손에 힘을 줬다. 그리고는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면서 말했다.
“파이팅!”
와.
‘무슨 짓이야!’
내가 했지만, 쥐구멍에 숨고 싶었다. 하지만 혀는 버터를 바른 듯 부드럽게 움직였다.
“공자가 응원해요!”
내 입이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왜 이러는 거냐?’
내 입에서 나오는 느끼함에 내가 미끄러질 거 같았다. 순간, 대가가 떠올랐다.
‘부드러워진다고 했지.’
나는 고개를 푹 숙였다.
그래, 그랬었다. 순간 할 말이 없었다.
‘그게 느끼해지는 거였구나.’
막 애교 부리면서 말이다.
내 통제를 벗어난 혓바닥은 계속 움직였다.
“공자는요. 무슨 일이 있는지는 잘 몰라요. 하지만, 마마랑 누나 다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아마 그렇게 되면…….”
누나가 내 뺨에 손등을 댔다. 나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냥, 시간이 반짝거릴 거 같아요.”
누나는 순간 피식 웃었다. 압니다. 웃기는 소리죠.
“진짜…. 엄마는 어떻게 너 같은 애를 데려왔을까.”
누나는 내 뺨에 살짝 뽀뽀했다.
“진짜, 뺨은 발그스름하고 눈은 반짝이고.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같은데…… 잠깐.”
누나는 갑자기 내 목덜미에 손을 넣었다. 그리고는 바로 이마에 손을 얹었다.
‘아차!’
나 지금 열났지.
누나는 바로 돌아서서 사람을 불렀다.
“얘 열나요!”
팝콘 먹다가 뭔가를 치우시던 안산댁이 바로 달려왔다.
“진짜요? 더, 덕수 씨!”
저기요, 안산댁. 덕수 씨는 아직 현장 아닐까요?
그때였다.
덕수 씨가 쿵쿵거리며 혜성처럼 나타났다. 그리더니, 바로 나를 어깨에 걸치고 뛰어갔다.
“버, 벌써 오셨어요?”
“밟았습니다.”
그, 그래도 되나? 아니 그전에 말입니다.
“선생님. 공자 괜찮아요. 게다가 공자는 봐야 해요.”
“열이 납니다.”
“마마 계속 보고 싶어요.”
누나랑 대화하느라 듬성듬성 봤지만, 지금 엄마는 전쟁터였다.
“안 봐도 됩니다.”
“마마가 싸우고 있는데, 어떻게 안 봐요.”
게다가 지금 이기고 있는데요.
“그럼, 침대에서 보죠.”
“공자 열이요. 곧 내릴 거예요. 해가 떠오르고, 달이 뜨듯이 당연한 얘기예요.”
“그건 체온계가 판단할 것입니다.”
덕수 씨는 나를 침대에 눕히고, 물과 해열제를 들고 왔다. 문제는 온기가 사라지니까 몸이 덜덜 떨렸다.
“오한이 나는군요.”
“공자 몸이 떨리는 건, 기뻐서예요.”
아, 제발 입을 다물어라.
“어떤 것이 기쁩니까?”
“모든 게 다 기쁘지만, 기다려왔던 일이 드디어 이루어질 거 같아요. 왼쪽 귓가에 승리의 여신이 속삭여요. 네가 원했던 일은 곧 시작될 것이다.”
덕수 씨는 체온계 버튼을 눌렀다.
“미열이군요.”
“공자가 원했던 일이 이제 코앞이에요. 기자들과 싸움에서 이긴 마마는 승리의 여신처럼 집에 오시겠죠. 그리고는 누나와 오해를 푸는 거예요. 너무나 닮은 두 모녀는 서로를 끌어안고, 이제 행복해지겠죠?”
“그렇군요. 아, 하세요.”
덕수 씨는 내 입에다 해열제 시럽을 부어줬다. 나는 바로 꿀꺽 넘겼다.
“선생님. 공자는 진지해요. 그러니까 엄마 나오는 거 보고 싶어요.”
“네. 바로 드리겠습니다. 잠시만요.”
덕수 씨는 곧 엄마가 나오는 스마트폰 액정을 보여주었다. 엄마는 스마트폰 액정 속에서 당당하게 말하고 있었다.
“다음 질문 있으신가요?”
아니, 어머니. 왜 사회자도 아닌데 거기서 질문받고 계시나요.
곧 기자들이 질문했다.
“차기작 흥행은 어떨 거 같습니까?”
“아, 제 영화 [사막>은 당연히 잘될 거 같습니다. 열심히 찍고 있으니까,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아니, 왜 엄마 차기작 얘기까지 나와.
“마공자의 다음 작품은 뭔가요?”
“공자는 지금 영화 [소나기>의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우리 공자가 무려 ‘소녀’ 역이에요. 성별 반전은 어려운 역인데, 제 천사는 그것마저 너무 잘했다고 들었어요.”
아니 어머니, 왜 제 영화까지 홍보해 주세요.
‘잘 모르지만 원종사 감독님 울고 계시겠다.’
공짜 홍보가 너무 좋아서 말이야.
나는 더운 숨을 내쉬었다. 척 봐도 알았다. 엄마는 완벽하게 이기는 중이었다.
‘마마, 파이팅!’
나는 나도 모르게 말했다.
“승리를 확정 지으세요. 월계수의 관은 마마에게 잘 어울려요.”
덕수 씨는 그런 나를 눕히고, 시트를 올려줬다. 하지만 사람 온기를 그리워하는 몸은 수시로 떨렸다.
기자가 물었다.
“이혼하실 때, 합의는 원만하셨습니까?”
아, 아픈 걸 찌르네.
“네. 재산 분할 합의조차 원만했습니다.”
“따님께서 아버님을 따라갔다고 들었는데요. 이유를 알 수 있나요?”
엄마의 눈가가 살짝 휘어졌다. 이건 연기였다.
“아이 아버지가 다정합니다. 저는 그때는 다정하지 못했어요. 딸의 선택을 존중했습니다. 아이 아빠도 그걸 원했고요.”
깔끔한 대답이었다.
‘그런데 거짓말이야.’
뭔가 있구나.
다른 기자가 질문했다.
“바쁜 엄마라서, 마공자에게 미안하신가요?”
아니, 이건 무슨 쓰레기 같은 질문이야. 엄마가 나한테 왜 미안해.
엄마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당연히 미안합니다. 공자는 항상 괜찮다고 하고, 작품 활동을 하는 제가 멋있다고 하지만요. 일하는 엄마로서, 많은 게 불안하고 걱정됩니다만, 그중에 최고는…….”
엄마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혹시 아이가 아플 때, 같이 있어 주지 못하면 어쩌나 싶은 겁니다. 아플 때는 곁에 누군가가 필요하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아니요. 저는 괜찮아요.
엄마는 시계를 봤다.
“저는 이만 아픈 아이에게 갈까 합니다.”
순간 기자들이 웅성거렸다.
“공자가 미열이 났다고 하네요. 공자는 건강하지만, 가끔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열이 나요. 저는 엄마로서 공자에게 달려가겠습니다. 물론, 질문도 많이 받았으니까요.”
엄마는 일어나서 허리를 굽혔다가 폈다.
“오늘 기자회견에 귀한 발걸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수정이었습니다.”
플래시가 반짝거렸다. 엄마는 그 속에서 유유히 걸어갔다. 나는 눈을 깜박이며 말했다.
“선생님. 우리 엄마 너무 멋있어요. 봐요. 승리의 여신이잖아요.”
“네. 월계수로 만든 월계관을 쓰실 겁니다.”
“저는요. 엄마가 당당할 때 너무 좋아요. 공자는요, 이런 엄마에게 힘이 되고 싶어요.”
“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그냥 아니잖아요. 빨리 크고 싶어요.”
무엇을 해도 키워준 은혜에 보답할 수는 없겠지. 엄마가 나를 의지할 정도로 약한 분도 아니셨다. 하지만 그래도 위안 정도는 되고 싶었다.
“공자 잘 자라고 싶어요.”
“잘 자라고 있습니다.”
“공자가 키도 크고, 좋은 배우가 되면요. 이런 일을 구실로 엄마가 저런 자리에 나가는 일은 없겠죠?”
덕수 씨는 말을 하지 않았다. 나는 떨리는 몸을 참으려고 했지만, 금방 포기했다. 이러다가 또 코피가 날지도 몰랐다.
“공자는 생각이 깊은 아이입니다.”
그거야, 인생 2회차니까요.
“헤헤헤.”
“공자를 보면 가끔 놀랍니다. 의외의 면이 많아서요. 몰랐습니다. 공자는 열이 나면 셰익스피어 대본처럼 말하는군요.”
아.
‘그냥 버터 바른 게 이런 식으로도 해석되나?’
뭔가 셰익스피어 할아버지에게 죄송했다.
“공자 열은 금방 나을 거예요.”
진짜예요.
“30분 뒤에 안 내리면, 병원 갈 겁니다.”
아, 그러면 쓸데없이 걱정하는데.
“자꾸 몸이 떨리는군요. 오한이 심합니다.”
덕수 씨, 이건요.
“안아주세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