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186)
186
안산댁은 입을 가리고 웃었다.
“공자 귀여움에 취하시게요?”
“안산댁, 나를 너무 잘 아는 거 같아.”
“공자가 진짜 애썼어요.”
안산댁은 대놓고 자랑했다.
“그 조그만 녀석이요. 마리랑 친해지려고 노력하더라고요.”
“선생님께 듣긴 했어. 어땠어?”
“공자 눈이 땡글하고 귀엽잖아요. 그런데 배고픈 강아지처럼 마리 뒤를 졸졸 쫓아다니는데, 어우. 마리가 녹을 수밖에 없다니까요.”
“내 천사. 내 딸을 뭉근하게 끓였구나.”
마수정은 피식 웃었다. 마리는 자신을 닮아서 예민하고 힘이 셌다. 그런 애가 집에 오니까, 공자를 안고 다녔다.
“마루 때문에, 동생이라고 안 할 줄 알았어.”
“처음에는 그랬어요. 그런데 초고속으로 친해졌어요. 공자가 조심조심 다가가는 게 눈에 보여서, 얼마나 귀여웠는지 몰라요.”
마수정은 입을 가리고 웃었다.
“하필 해외 촬영할 때, 일이 터져서 큰일이었어.”
“사는 게 다 그렇죠. 생각대로 되는 게 아닌가 봐요. 저 보세요. 갑자기 암에 걸릴 줄 알았나요.”
“공자라서 괜찮은 거지, 이거. 다른 아이였어 봐. 큰일 났지.”
마수정은 숨을 길게 내쉬었다.
“내가 운이 좋아. 그리고 그만큼 별로인 엄마인 거 같아.”
“어이구. 그런 죄책감 느끼지 마세요.”
“일이 조금 해결되니까, 반성이 되네.”
마수정은 머리를 뒤로 넘겼다. 솔직히 해외에서 촬영할 때, 내내 아찔한 기분이었다.
“삶이란 건 원래 다 예상하지 못하는 거죠.”
“그래도 너무 일이 벌어지잖아. 나는 괜찮은데, 우리 애들이 다칠까 봐 걱정이야.”
“에이. 마리랑 공자, 그렇게 약한 애들 아니에요. 마리는 아가씨 닮았고, 공자가 여리면 배우생활 하겠어요?”
마수정은 피식 웃으면서 안산댁에게 팔짱을 꼈다.
“그래도 내 눈에는 너무 보드랍고 여려 보여. 세상 모든 게 가시 같고 말이야.”
“공자가 슈크림처럼 부들부들하긴 하죠.”
“가끔 나 때문에 우리 공자가 어디 찔리면, 진짜…….”
마수정은 솔직하게 고백했다.
“다 빠따로 쳐서 작신 부수고 싶어.”
“원래 엄마 마음이 다 그렇죠.”
“감히 내 새끼들을 괴롭히다니.”
안산댁은 웃으면서 마수정의 손을 잡았다.
“이제 다들 괜찮을 거예요.”
“그랬으면 좋겠다.”
“좋은 것만 생각하세요. 이제 세 식구가 뭐든지 할 수 있잖아요.”
마수정은 활짝 웃었다. 안산댁 말대로였다. 이제 세 사람은 뭐든 할 수 있었다.
“봄이면 벚꽃 보러 갈 거야. 여름이면 바다 가고, 가을이면 단풍 볼 거야. 겨울이면 눈싸움도 해야지.”
안산댁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 할 수 있어요. 아가씨.”
“사진도 잔뜩 찍을 거야. 우리 애들 자라는 거 이제 새기고 살아야지. 마리야 날 닮아갈 테지만, 우리 공자는 어떻게 자랄까.”
“공자 자란 모습은 저도 궁금하네요.”
“하지만 제일 먼저 하고 싶은 건 따로 있어.”
마수정은 머리를 쓸어올렸다.
“마리랑 공자랑 마루 보러 갔다 오려고.”
“아가씨…….”
“봉안당에 갔다 올래. 마루에게 엄마랑 누나 이제 괜찮다고 해야지. 그리고 동생도 소개하고 말이야.”
안산댁의 눈가가 뜨거워졌다. 마수정은 조금 웃었다.
“울지 마. 잘됐잖아.”
“정말 고생하셨어요.”
“이게 고생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안산댁, 나처럼 뭐든지 가진 사람 본 적 있어?”
마수정은 웃으면서 가슴을 툭툭 쳤다.
“아름답고 건강한 신체, 귀여워 죽는 아들과 당당한 딸. 나는 일분일초를 행복해해야 하는 사람이야.”
마수정은 휴지로 안산댁 눈가를 닦아줬다.
“이유경 같은 생채기 하나로 아파하기에는, 너무 가진 게 많아.”
“흑. 아가씨. 그래도 저는 속상해요. 마루가 죽었을 때, 아가씨가 얼마나 아팠는데요. 그걸 가십거리로 소모하다니. 천하의 벌 받을 것들.”
마수정은 고개를 저었다.
“괜찮지 않지만, 괜찮아. 영원히 못 보는 건 아니잖아.”
“아가씨.”
“사람은 영원히 살지 않잖아. 언젠가 만나겠지. 그러니까 그만 슬퍼해야지.”
안산댁은 벽에 주저앉아 오열했다.
“흑. 아가씨. 진짜 강해지셨네요.”
“자리가 사람 만든다고, 내가 그렇게 됐네?”
“흐윽.”
“안산댁 그만 울어. 왜 그래. 좋은 날인데.”
마수정은 안산댁을 달래면서, 창문을 바라보았다. 깜깜해진 하늘에는 별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데도…….
‘자세히 보면 하나 떠 있지.’
마수정은 조금 웃었다. 이 감정은 뭘까.
‘너무 행복해.’
정말 세상 모든 것을 가진 거 같았다. 마수정은 눈을 감았다. 안산댁의 훌쩍거림이 느껴졌다.
‘안산댁, 계속 우네.’
자신이 행복해졌다고, 누군가가 기쁘다며 울었다.
‘세상에.’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안산댁, 서 사장. 오래 일한 매니저…….
주위에 좋은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일까. 너무나 감사했다.
마수정은 숨을 몰아쉬었다. 지극한 충만함이, 너무나 기뻤다.
* * *
한차례 폭풍이 지나간 거 같았다. 나는 한수윤 숟가락에 멸치를 얹어줬다.
“그, 그래서 이제 완전히 끝난 거야?”
“응.”
한수윤은 반찬을 노려봤다. 그러고 보면 이 녀석, 아까부터 멸치만 안 먹는다.
“멸치 몸에 좋아. 칼슘 먹어야지.”
“이거 좀 싫어.”
“우리 선생님이 견과류랑 맛있게 볶아줬잖아. 먹어보고 싫다고 해.”
한수윤은 눈을 감고 숟가락을 입에 넣었다. 하지만 맛이 없는 거 같지 않았다. 곧 오물오물 잘 씹어 넘겼다.
“고소해!”
“맛있다니까.”
“나 맛있는 멸치볶음 처음 먹어봐! 모든 멸치는 짜고 입천장 막 찌르는 줄 알았어!”
덕수 씨 반찬이 맛있긴 하지. 먹어봐서 알지만, 솔직히 걱정이었다.
‘입맛이 상향 조정됐어.’
아무리 좋은 호텔을 가도, 덕수 씨 손맛이 그리웠다.
‘내가 먹을 걸 가리는 편은 아니었는데…….’
호화스러운 삶이 나를 이렇게 변하게 했다.
그때 덕수 씨가 내 숟가락에도 멸치를 얹어 줬다.
“공자도 먹어야죠.”
“아, 네!”
나는 덕수 씨를 바라보며 간절히 고백했다.
“선생님. 공자 옆에 오래 있어 주세요.”
당신의 손맛 없이는 못 살 거 같습니다.
“네?”
“공자에게는 선생님이 너무너무 필요해요!”
나 학교 가서도 계속 보모 해주세요.
‘어쩌다 보니 지금은 거의 매니저 역할까지 해주지만요.’
덕수 씨가 눈을 깜박였다. 나는 한수윤에게 김치를 얹어줬다. 덕수 씨가 담근 깍두기가 유난스럽게 맛있었다.
“그, 그런 말을…….”
덕수 씨는 필사적으로 천장을 바라보았다. 오랜 시간 같이 있어서 알았다.
‘눈물 참고 계시는군.’
저런.
나는 배시시 웃었다. 솔직히 이제 이것도 익숙해지는 거 같았다.
‘물론 돈 모으시면 그만두시겠지만 말이야.’
유치원 원장님이라는 꿈을 향해 가실 때까지겠지만, 벌써 미래가 걱정이었다.
‘그때 밥 먹는 거 고생 좀 하겠다.’
한수윤은 밥을 열심히 씹어 넘겼다.
“천천히 먹어. 그러다 체해.”
“천천히 먹을 수가 없어. 따듯한 집밥인데 반찬 하나하나가 다 맛있어. 이런 거 지금 아니면 힘들어.”
딱한 녀석.
나는 콩자반을 하나 더 얹어줬다. 한수윤은 먹이 기다리는 어린 새처럼 잘도 먹었다.
‘덕수 씨의 손맛은 도대체 뭘까.’
분식집이 괜히 성공한 게 아닌 거 같았다.
‘음 솔직히 내 보모보다, 백반집 차리는 게 돈 훨씬 잘 벌 거 같다.’
덕수 씨가 얼마 받는지는 모르지만, 나만 먹기에는 아까운 맛이긴 했다.
‘이거로 반찬 만들면 엄청나게 팔리겠다.’
덕수 씨는 내 감사 인사에, 계속 눈을 깜박였다. 그래도 한수윤 앞이라고 열심히 참고 있으셨다.
한수윤은 열심히 먹으면서 말했다.
“그러니까, 이제 진짜 끝이야?”
“갑자기 아무 말 안 하니까, 그렇지 않을까?”
“나 진짜 놀랐어. 그런데 다행이다. 영화 홍보하기 전에 아슬아슬하게 끝나서 말이야.”
“그러게.”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오늘은 영화잡지에 실을 화보 촬영이 예정되어 있었다.
‘뭐, 다 찍고 먹는 거니까.’
인터뷰는 녹취로 진행되었다. 오늘 인터뷰 오는 영화 전문 잡지는 나도 잘 알았다.
‘전생에 나도 인터뷰 많이 했지.’
꽤 양질의 기사와 정보가 가득했다. 그리고 엄청나게 오래갔다.
‘이 말은 인터뷰 기사가 영원히 박제된다는 거죠.’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랍에서 춤추는 영상이 눈에 아른거렸다.
‘잊어버릴 만하면 자료화면으로 나온단 말이야.’
그거 전 세계에서 삭제시키고 싶지만, 불가능하겠지.
‘기적적으로 영상을 죄다 지운다 쳐도, 사람의 기억을 지울 순 없지.’
나는 심호흡을 했다. 그것으로 됐다. 나는 더는 흑역사를 늘릴 수 없었다.
‘이걸로 끝낸다!’
굳은 결심을 하고, 멸치에 넣은 호두를 먹을 때였다. 대기실 문이 열리고 원종사 감독이 들어왔다.
‘좋아 보이시네.’
볼이 발그레해진 게, 딱 봐도 신나 죽는 게 보였다. 원종사 감독은 나를 보자마자 갑자기 엉덩이를 덩실거렸다.
‘뭐지?’
드디어 미치셨나?
나는 일단 한수윤 눈을 가렸다. 애가 볼 만한 건 아니었다.
원종사 감독은 덩실거리는 걸 멈추지 않았다. 그 기묘한 행위에 잊어버렸던 기억이 떠올랐다.
‘나는 저 행위를 알아.’
잊자고 다짐했던 게 있었다. 너무 충격적이어서 심연으로 밀어놨었다.
‘서, 서 사장의 춤…….’
물론 그건 저거 보단 심했지만!
떠올린 기억이 괴로웠다. 나는 덕수 씨가 김치를 줬지만 먹지 않았다. 신음이 저절로 나왔다.
“하아…….”
덕수 씨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원종사 감독의 두 팔을 잡았다.
“감독님.”
“어? 어! 네. 공자 경호원님.”
아, 경호원 아니라고 몇 번 말했는데. 여전히 안 믿으시네.
“저는 보모입니다.”
“아. 그런데. 아, 팔 아파요.”
“그런 행위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 해주십시오. 감정 표현인 건 알지만, 애들이 보고 있습니다.”
원종사 감독은 충격을 받았는지, 어깨를 움찔 떨었다.
“내 춤이 그렇게 별로야?”
음, 서 사장보다는 낫다고 해야 하나.
“감독님.”
나는 간절하게 말했다.
“본인이 보기 싫은 건, 남들도 보기 싫어요.”
제발 애 보는 데서 하지 맙시다. 한수윤 밥 먹일 시간도 얼마 없는데 말이야.
내가 혀를 차자, 원종사 감독의 동공이 흔들렸다.
“그, 그 정도야? 나는 그냥 신나서…….”
내 앞에서 춤추시는 분들은 왜 핑계가 다 저렇지.
한수윤이 말했다.
“공연구토죄가 있으면 좋겠어.”
음, 가렸지만 봤나 보네.
“헉! 수윤이 너마저!”
아, 이런.
나는 한수윤을 바라보았다. 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걱정이네. 애가 식욕을 잃었으면 어떡하지.’
하지만 한수윤은 밥 먹는 건 멈추지 않았다.
‘의외로 비위가 좋나 보다.’
나는 밥 생각이 딱 떨어졌는데 말이다.
원종사 감독은 내 앞에서 고백했다.
“고, 공자야. 알지?”
모릅니다.
“나, 나는 네가 너무 좋아. 진짜 좋아.”
나는 싫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