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190)
190
엄마는 묵묵히 눈물을 닦았다. 누나는 훌쩍이다가, 나를 더 꽉 안았다.
손안에 종이비행기는 단단했다. 엄마는 계속 비행기를 쓰다듬었다.
‘좋은 형이었을 거 같다.’
하늘은 여전히 높고 파랬다. 그래서일까. 나도 조금 슬펐다.
* * *
이유경의 송환은 곧 결정 났다. 성진 그룹 분식 회계는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하지만 이번에는 성진 그룹보다는 ‘이유경’이라는 이름이 더 오르락거렸다.
이유경은 갑자기 대한민국에서 엄청나게 유명해졌다.
‘재벌가 며느리, 분식 회계, 외국에서 절도까지.’
자극적이긴 했다. 나는 TV를 바라보았다. 화면에는 진을 친 기자들이 보였다.
‘폴리스 라인까지 있다.’
경찰들이 많았다.
‘음, 사람들이 모여서 그런가…….’
고생이 많으셨다.
‘이렇게 사람이 빨리 유명해질 줄이야.’
엄마가 푼 정보는 법적으로는 자잘해도, 가십거리로써는 매우 뜨거웠다.
‘무슨 갑질을 그렇게 많이 하신 거지.’
이유경이란 이름과 얼굴이 뜨자마자, 여기저기에서 갑질담을 토로했다. 처음에는 성진 그룹이 손을 쓰는 거 같았지만, 너무 많아지니까 그마저도 포기한 듯싶었다.
나는 한숨을 조용히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정말이지, 이런 거 보면 죄짓고 살면 안 됐다.
‘아니, 그래도 너무하잖아.’
음식점이 몇 개며, 백화점은 또 왜 이렇게 많아.
‘게다가 퍼스널 쇼퍼가 익명으로 갑질 제보를 하다니.’
그래서일까. 인터넷은 하루가 멀다 하고 이유경으로 달아올랐다.
‘떡밥이 들어갈 만하면 떠오르고, 그게 계속 반복되고…….’
이유경이 파헤쳐진 게 꽤 있었다. 학력부터, 인간관계까지 이렇게 자극적일 수 있을까.
‘학력은 거의 기부 입학 급이었고. 또 그 학교에서 돈 없다고 동기를 무시하다가, 대자보에 오르다니…….’
음, 그런 게 대자보에 오를 수도 있는 거구나. 그건 몰랐네.
이유경의 화려한 행보는 결혼 후에도 굉장했다.
‘산후조리원에서도 그렇게 갑질을 하셨을 줄이야.’
도우미분들에게 모욕과 손찌검을 했다는 제보에서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진짜 몹쓸 분이시네.’
하긴 아무나 자기 아이를 때릴 수 없지. 이런 사람이 쭉 자라서 이렇게 된 거구나.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적이가 너무 불쌍했다.
‘우리 적이, 처음 만났을 때는 제정신이 아니게 보였는데…….’
저런 엄마 밑에서 자란 거치고는, 그래도 나은 거였을 줄이야.
이유경이 주목받자, 기자들은 엄마에게도 밀려 들어왔다. 엄마는 어깨를 으쓱하며 딱 한마디 했었다.
‘공자 악플러 잡았는데, 우리 집 주소가 있었죠.’
이유경에 대한 불씨가 사그라들 때쯤, 엄마의 말로 다시 한번 타올랐다. 그동안 나에 대한 욕과 비방도 이유경이 아니냐는 말까지 돌았다.
‘곰자분들도 엄청나게 화냈다고 들었어.’
그런데 솔직히 말입니다.
‘엄마가 거짓말한 거 아니잖아.’
그거 고소하고 합의한 거까지 고스란히 남아 있잖아.
‘이유경 씨, 참 바쁘게 사셨어.’
온갖 곳을 돌아다니면서 남을 괴롭히시다니. 악마가 쌍 따봉을 치켜올릴 거 같았다.
이유경 씨에게 상황은 점점 나쁘게 돌아갔다. 온갖 곳에서 나오는 토로 글들은 국민적 원성을 샀다.
‘별명이 국민 밉상 되신 거 축하합니다.’
전 국민이 얼굴을 다 알게 되었다.
‘이 정도면 시골 장터에 가도 알아볼걸.’
덕분에 성진 그룹의 주식은 또 한 번 절벽에서 떨어졌다.
나는 다시 TV를 바라보았다.
‘생각해 보니까 여태 멈추지 않은 건 대단하다.’
여기에 마적이 학대 사실까지 얹어지면, 정말 나락일 텐데.
‘성진 그룹에서 그건 막고 있나 보다.’
나는 쓰게 웃었다. TV 속에 아나운서는 이제 이유경 씨가 도착했다고 알렸다.
‘와…….’
엄청난 플래시 세례가 쏟아졌다. 카메라가 밀리는 게 느껴졌다. 당황한 이유경을 경호원이 끌었다.
“밀지 맙시다!”
“라인 지켜요!”
“좀 갑시다!”
번쩍이는 플래시 세례가 번개 같았다. 이유경은 정신없어 보였다.
딱 틈이 났을 때였다. 발이 밟혔는지 이유경이 성질을 냈다. 그리고 평소처럼 가방을 휘둘렀다.
‘저거 명품 가방이려나.’
요즘 명품은 더 약하다고 하던데, 아니려나.
그래도 효과는 대단했다.
이유경의 가방을 맞고 카메라가 날아갔다. 기자들의 욕설이 공중파 카메라에 고스란히 들렸다.
덕수 씨는 내 손에 딸기를 쥐여주며 귀를 막아줬다. 예전부터 느꼈지만, 그래봤자 다 들렸다.
욕설이 나왔지만, 방송은 끊기지 않았다. 전 국민 밉상이 오는 자리였다. 여기서 카메라를 거둘 방송사는 없었다.
나는 일이 어떻게 될까, 지켜봤다. 그때였다. 방송국 카메라에 낯선 소음이 들렸다.
-뿌우우웅
앗, 저건.
잘못 들은 게 아니었다. 선글라스를 썼지만, 이유경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저거 코인 때문이겠지?’
효과 엄청나구나.
기자들이 수군거렸다.
“방귀?”
“이 기자야?”
“아닙니다.”
아나운서가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
“아, 잠시 현장에 방귀 소리가 났습니다.”
저런.
“풋!”
덕수 씨는 입을 가리고 웃었다. 내 교육상 안 좋은지 바로 관뒀지만, 나는 알았다.
‘잘 모르지만…… 브라운관 너머의 사람들 대부분 웃었겠군.’
현장의 수군거림이 심해지자, 이유경은 새빨개진 얼굴로 외쳤다.
“나 아니야!”
아이고야. 그 말 안 하는 게 좋았을 텐데.
“이유경 씨, 요즘 장 건강상태에 대해 한마디 해주시죠.”
“이번 사건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과민성대장증후군이 생겼다는 게 사실입니까?”
“이유경 씨…….”
기자들의 웅성거림이 심해졌다. 그러자 이유경은 보호하는 경호원에게 말했다.
“좀, 잘해!”
아니, 저분도 지금 힘든데 왜 그래요.
‘하지만 그것도 안 하는 게 좋을 텐데…….’
코인은 정직했다. 이유경은 다시 방귀를 시원하게 뀌었다.
-뿌아앙
덕수 씨의 어깨가 떨렸다. 나는 딸기를 먹으며 말했다.
“그냥 웃으세요, 선생님.”
“푸하하하하!”
이유경 씨 난리 나겠다.
‘방송 역사상 가장 유명한 한 장면이 되겠네.’
분식 회계와 절도, 갑질로 유명한 성진 그룹 둘째 며느리, 입국하는 현장에서 방귀.
‘코미디도 이렇지 않겠다.’
뭐 가끔은 현실이 희극을 뛰어넘는 법이긴 하지.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더는 보지 않아도 알았다. 앞으로 사나흘 이 얘기만 흘러나오겠지.
‘성진 그룹 주식은 더 하락하겠다.’
주주들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거 같았다.
더는 볼 게 없었다. 나는 딸기를 야금야금 먹었다. 덕수 씨는 조용히 TV를 껐다.
“공자는 저러면 안 됩니다.”
엥. 저게 무슨 말이지?
“가방 휘둘러서, 카메라 부수는 거요?”
“아니요. 모든 이들이 보는 앞에서 욕하는 거요. 공자는 유명하니까요. 상황이 어떻든, 누구라도 공자를 욕할 겁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선생님. 하지만 공자는요, 엄마와 누나를 지킨다면 욕먹어도 괜찮아요.”
“그러면 힘들어질 텐데요.”
“괜찮아요. 방귀만 안 뀌면 되겠죠.”
순간 덕수 씨는 헛기침했다.
“큽. 크헙.”
음, 많이 웃기셨나 보네.
덕수 씨는 어쩔 줄 몰라 했다. 나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그냥 웃으셔도 돼요.”
저걸 어떻게 참아요.
“큽. 아닙니다. 선생님은 걱정입니다. 공자가 대중 반응으로 힘들어할까 봐요.”
음, 셀럽이어서인가. 안 먹어도 되는 욕을 좀 먹긴 했지.
“그거야, 공자는 평범한 아이가 아니니까요.”
“공자는 매우 귀엽지만, 평범한 아이입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공자는 하고 싶은 게 있어서, 평범하면 안 돼요.”
나 복지 재단 먹여 살려야 합니다. 제가 도울 사람이 많아요.
“남들처럼 잘 거 다 자고, 놀 거 다 놀면 안 돼요.”
그래서 어느 세월에 영화를 찍겠습니까.
“공자는 노력해야 해요.”
“이미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더요. 더하고 싶어요. 선생님, 이거 비밀이지만요.”
나는 덕수 씨 귓가에 속삭였다.
“공자는 노력하는 게 재미있어요.”
“춤은 힘들어 보이던데요.”
“춤은 힘들어요! 아니, 춤만 힘들어요!”
세상에는 하면 안 되는 게 있는데, 그게 저에게는 댄스가 아닐까 싶습니다.
‘몇 년간 꾸준히 누나에게 배우면 가능할 거 같기도 하지만…….’
댄스 가수나 아이돌 역을 맡지 않는 이상, 그럴 필요가 있을까,
내가 고개를 저으니, 덕수 씨가 웃었다.
“그래도 공자는 일단 크는 게 먼저입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나는 아직도 작은 손을 봤다. 이런 몸으로는 역할의 한계가 분명했다.
‘시간은 내가 어쩔 수 없지.’
여기서 더 빨리 자라게 하면, 엄마가 걱정할 테니까 말이야.
‘뭐,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해야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행히, 지금 해야 할 일이 참 많았다.
* * *
나는 옆자리에 있는 마적 녀석을 바라보았다. 공항 가는 길이 꽤 밀렸다.
‘그나마 일찍 나와서 다행이었다.’
마적 녀석은 내 옆자리에서 말했다.
“설마 기자들이 내가 가는 거 찍진 않겠지?”
“거기까진 안 알려졌을걸.”
“다행이다. 공자야, 진짜 다시 생각해도 우리 엄마 웃기지 않아?”
나는 마적 녀석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그래도 네 엄마인데, 내가 그렇다고 하면 뭐가 되겠냐.
“적아. 너 괜찮아?”
“나? 아. 친구들이 좀 놀리더라. 네 엄마 방귀 뀌었다면서. 그런데 괜찮아. 상담사 선생님이 말했어. 엄마는 내가 아니래.”
상담 효과가 찬란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나는 녀석을 안고 등을 토닥였다.
“그래도 속상하잖아.”
“뭐가. 차라리 잘됐어. 엄마가 이상한 사람이라 알려지면, 내가 유학한 이유는 얘기 안 해도 되잖아.”
마적 녀석이 중얼거렸다.
“애초에 나 때린 건 알려지지도 않았으니까, 엄마 죄가 다 드러난 것도 아니고.”
그렇긴 하지.
나는 녀석을 계속 토닥였다.
“네가 고생이 많다.”
“히힛. 뭘. 나는 이제 멀리 가잖아.”
마적 녀석이 나를 보며 말했다.
“너와 헤어지는 건 진짜 싫은데, 엄마랑 헤어지는 건 너무 좋아.”
“그래. 그래.”
“그리고 유스팀 유학은,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결심한 거니까.”
마적 녀석은 히죽 웃었다.
“열심히 해보려고.”
“너무 열심히는 안 해도 돼.”
“히힛. 나도 처음에는 그러려고 했는데, 아니야.”
마적 녀석은 고개를 저었다.
“나는 축구가 좋아. 경기장에 설 때 가슴이 두근거려. 지는 건 싫지만, 최선을 다하면 홀가분해. 공자야. 나는 단순해서 그런 게 좋아.”
음. 그건 단순한 건 아니지 않을까,
“무엇보다 경기가 좋아. 경기는 딱 정해져 있잖아. 이기든가, 지든가. 비기든가.”
그, 그런가.
‘수학 문제는 답이 나와서 좋다는 유형이랑 비슷한 건가.’
마적 녀석은 담담하게 말했다.
“엄마는 너무 복잡하거든. 솔직히 모르겠어. 나를 미워하는지, 싫어하는지. 아니면 조금이라도 신경 쓰는지 말이야.”
순간, 가슴이 울컥했다.
“경기처럼 답이 나왔으면 좋겠는데.”
“마적아. 하나만 기억해.”
나는 심호흡을 하며 말했다.
“너는 아무 죄 없어.”
마적 녀석이 눈을 깜박였다. 그리고는 다시 웃었다.
“상담사 선생님도 비슷한 말 하더라.”
아, 역시 엄마가 고른 사람이라서 그런가. 좋은 분이네, 그분.
“그래도 나는 행운아야. 결심만 하면 멀리 떨어질 수 있잖아. 이러지 못하는 아이도 많겠지.”
순간 머릿속에 한수윤이 떠올랐다.
‘세상에는 왜 이렇게 괴로운 애들이 많을까.’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그래서 열심히 하려고.”
“안 해도 된다니까.”
“싫어. 네가 준 기회잖아.”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