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191)
191
“나도 네 앞에서 당당해지고 싶단 말이야.”
“지금도 당당해도 되는데?”
“아니, 그냥…… 나 스스로가 부끄러워. 나 너무 막살았어.”
저기…… 적아. 얘가 왜 이러지? 뭘 막살아. 아니, 네 나이에 막살아 봤자 요구르트 100개 먹기 정도밖에 더 하냐.
나는 바로 마적 녀석의 이마를 짚었다. 다행히 열은 없었다.
‘애가 이제 영국 가는데, 왜 이래.’
얘답지 않아. 왜 이렇게 가혹하게 반성을 하지. 이 녀석, 뻔뻔한 성격인 줄 알았는데.
“일단 열은 없다.”
“나 안 아파.”
“다행이야. 아무튼, 지금부터 당당해도 돼. 그러니까 그런 생각하지 마.”
마적 녀석은 고개를 저었다.
“나 너 처음 봤을 때, 장난 아니었어.”
그건 그랬지.
“그건 네가 몰랐을 때잖아. 마적아. 네가 어려서 잘 모르는데, 사람이 잘못을 깨달았을 때 고치는 것도 굉장한 거야.”
보통은 잘 안 한다, 그거. 내리누를 생각만 하지.
“너는 어린 나이에 벌써 그걸 했잖아. 네가 어떤 삶을 살든, 이건 엄청난 도움이 될 거야.”
“공자야. 나, 진짜 잘할 수 있을까?”
“잘 못 해도 잘할 거야.”
“그게 뭐야.”
마적 녀석은 그제야 웃었다. 나는 녀석을 안고 등을 토닥였다.
“불안해하지 마. 오고 싶으면 언제든 와도 돼. 우리 집 넓어.”
마적 녀석이 웃을 때마다 몸이 떨렸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 이렇게 어린데…… 혼자 멀리 가니까 무섭겠지. 어른도 유학 가는 건 무서운데, 이 핏덩이가 오죽할까.
어느덧 공항에 도착했다. 할머니가 고용한 사람이 절차를 밟았다. 이분이 마적 녀석과 함께 가서 현지 시터에게 넘긴다고 들었다.
‘확실히 신경은 썼어.’
손자라서 그런가. 하긴 현지 시터도 굉장히 고심해서 골랐다고 들었다.
나는 마적이를 영국까지 데려다줄 분 손을 잡고 당부했다.
“우리 적이 잘 부탁드립니다.”
“어, 그, 그래. 공자야. 내가 안전하게 데려다줄게.”
“네. 마적이가 의외로 감기에 잘 걸려요. 비행기 타면 담요 일찍 덮어주세요.”
그분이 고개를 끄덕였다.
기다리는 시간은 길었지만, 함께 있는 시간은 너무 짧게 느껴졌다. 마적 녀석과 얘기하다 보니 어느덧 비행기 시간이었다.
마적 녀석은 출국장으로 들어가며 손을 흔들었다. 나도 마스크를 쓴 채 열심히 손을 흔들었다.
마적 녀석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공자야! 고마워!”
손을 흔들며 올라가는 마적 녀석이 참 그림 같았다. 가슴이 찡해져서 나도 모르게 외쳤다.
“감기나 조심해!”
아프지나 마라. 잘 챙겨 먹고.
마적 녀석이 사라졌다.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매일 밤 뜨끈하게 들러붙었던 놈이 없다고 생각하자, 무지하게 섭섭해졌다.
나는 녀석이 사라진 출국장 입구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러자 덕수 씨가 내 손을 잡아줬다.
“걱정하지 마세요. 적이는 잘할 겁니다.”
“잘 안 해도 돼요.”
덕수 씨가 조금 웃었다.
“우리 공자는 정도 많네요.”
“저 녀석 탈도 많았지만, 상처도 많아서요. 솔직히 지금도 걱정돼요. 우리 적이, 잘 먹어야 할 텐데요.”
낯선 곳에서 공은 잘 찰까. 주위 사람들은 괜찮을까. 인종차별 당하면 안 될 텐데.
“그거 아십니까, 공자. 세상에서 적이를 제일 걱정 많이 하는 사람은, 공자일 겁니다.”
아니. 젠장.
나는 순간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물기가 볼에 닿지 않았다.
“흑…….”
“고, 공자.”
“공자가 제일 걱정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원래는 부모가 제일 걱정해야지! 아니면 조부모라든가!
‘굴러들어 온 입양아가 제일 걱정한다는 게 말이 되냐!’
저 불쌍한 것.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내가 소리 내어 울자, 덕수 씨는 나를 바로 들어 올렸다.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 말했습니다.”
“흐아앙. 우리 적이 어떡해요.”
엄마는 방귀 뀌고, 때리고! 할머니는 진짜 개미 눈곱만큼밖에 관심이 없고!
“적이 아버지랑 할아버지는 또 뭐예요. 이건 아예 존재도 없어.”
한 놈은 분식 회계인데, 할아버지는 또 뭐지. 이놈은 뭘 하길래 자기 새끼들을 안 챙겨.
‘회사가 다냐!’
아니 그래도 애가 처맞고 살았는데, 뭐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유학 갈 돈 대주면 다냐고!’
솔직히 그 돈, 재벌가에는 아무것도 아니잖아.
나는 심호흡을 하며, 더운 숨을 불었다.
알긴 했다.
적이 녀석 상황은 최악은 아니었다. 그래도 그 돈이 있어서 유학을 할 수 있으니까. 돈도 없는 집에서 벌어지는 아동학대는 더 음습하고 처절하며, 답도 없었다.
‘그래도 불쌍하다고.’
더 행복해도 되잖아. 이렇게 불행하지 않아도 되잖아.
덕수 씨는 내 등을 토닥였다.
“공자 울지 마세요.”
“선생님, 공자는요……. 이런 거 돕고 싶어요.”
다시 아이가 되어 보니까 알겠습니다. 애는 너무 약해요. 곧 클 테지만, 그래도 너무 작잖아요.
“아동학대요?”
“네. 공자가 할 수 있는 거 별로 없는 거 알아요. 그래도 한 명이라도 더 돕고 싶어요.”
나는 훌쩍이며 말했다.
“그러니까, 공자 일할 거예요.”
“네? 아니, 왜 그런 결론이 나옵니까.”
“공자 귀여울 때 많이 뽑아야죠.”
기간 한정이라니까. 최대한 많은 작품을 찍어서 우려야지.
‘내 얼굴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잖아.’
물론 그때는 연기력이라는 본 승부가 열리겠지만 말이야.
훌쩍이는 바람에 마스크가 축축했다. 덕수 씨는 티슈로 내 눈물을 닦아줬다.
“공자. 알겠습니다. 하지만 집에 가서 말하죠. 아니, 최소한 차 안에서 대화합시다.”
“왜요?”
덕수 씨가 나를 고쳐 안으며 말했다.
“슬슬 눈치챈 거 같거든요.”
아.
나는 주위를 둘러봤다.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돌리는 사람이 많았다.
‘아, 알아차렸구나.’
그래도 참 착한 사람들이었다. 내가 우는 거 같으니까 말을 걸지 않은 거겠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덕수 씨는 나를 들춰 안고 빠르게 공항을 벗어났다. 나는 그래도 눈 마주치는 사람을 향해 손을 살짝 흔들었다.
아주머니 한 분이 웃으며 같이 흔들어줬다.
‘마스크를 썼는데도 알아보시다니.’
하긴, 가린다고 가려지는 얼굴이 아니지.
나는 덕수 씨 어깨에 팔을 둘렀다. 그러고 보면 키가 좀 컸는데도, 우리 집 사람들은 나를 인형처럼 안고 다녔다.
‘우리 누나도 그렇고, 다들 힘이 세다.’
나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다른 건 몰라도 그걸 닮고 싶었다.
‘우리 적이는 지금쯤 비행기 잘 탔으려나.’
그래도 그 녀석은 밝아서, 나처럼 울지는 않겠지.
‘짜식. 잘 살아라.’
영상 통화라도 자주 하자.
나는 덕수 씨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마적 녀석을 생각하니까, 다시 눈물이 나올 거 같았다.
* * *
“히잉…….”
마적은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떨어트렸다. 담당자는 서둘러 티슈를 꺼내서 문질렀지만, 아이의 울음은 멈추지 않았다.
“우, 울지 마세요.”
그래서인가. 기내에 있는 사람들이 마적을 보고 있었다.
“보고 싶을 거 같아요. 흑. 벌써 보고 싶어.”
“영국에서 영상 통화하면 됩니다.”
“알아요. 그래도 슬퍼요.”
“그, 마적 학생. 지금이야 슬프지만…….”
단기 시터는 최선을 다해서 위로했다.
“영국에 가면 금방 웃을 거예요. 아무렇지도 않을 겁니다.”
“알아요. 그런데 지금 슬프잖아요. 공자 저 녀석, 이불 잘 차버리는데…….”
단기 시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가 방향이 이상했다.
“완벽해 보이지만 의외로 허술해요. 돌파하면 잘 뚫리는 편이에요. 드리블만 잘하면 되는데요. 아닌 건 또 아니지만요.”
축구 얘기인가?
“못되게 굴어도 용서 잘 해줘요. 저 녀석, 호구 같은 면이 있단 말이에요. 붙들고 간절히 부탁하면 웬만하면 들어준다고요. 그거 하지 말라고 충고할 사람이 필요한데, 큽!”
마적은 코를 훌쩍였다.
“주위 사람들이 다 공자에게 물러서…….”
마적은 다시 한번 통곡했다.
“흐아아아앙! 착해 빠져서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마적을 바라봤다. 단기 시터는 서둘러 변명했다.
“친구랑 헤어져서 슬픈가 봅니다! 괜찮습니다!”
“안 괜찮아요. 마공자, 이 녀석아. 형님 올 때까지 잘 먹고 잘살아라. 호구 짓 하지 말고. 그만 좀 귀엽고…….”
한탄이 좀 이상했다. 마적은 휴지에다 코를 시원하게 풀었다. 그리고는 눈가를 닦았다.
슬퍼서 울었지만, 더 울기 싫었다.
‘내가 울면, 그 녀석이 더 슬플 테니까.’
물론 그 녀석은 내가 떠난다고 해도 울진 않겠지.
마적은 단기 시터에게 말했다.
“물 좀 주세요.”
“아, 여기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마적은 작은 생수를 반쯤 들이켰다. 수분을 보충하고 나자, 이제 흐느낌이 잦아들었다.
“그, 괜찮습니다. 유학길이 무섭겠지만 거기 시터도 좋은 분이에요.”
“알아요. 뭐 안 좋은 분이면 할머니에게 말하면 돼요.”
솔직히 안 좋기는 엄마가 제일 안 좋았다. 그런 사람과 살아서일까. 마적은 웬만하면 넘어갈 수 있었다.
마적은 심호흡을 했다. 비행기가 이륙한다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마적은 창문을 바라보았다. 왜일까. 좁은 창으로 펼쳐진 하늘을 본 순간, 벌써 공자가 보고 싶었다.
* * *
몇 년이 흘렀다.
마적은 신나게 걸어갔다. 오랜만에 하는 비행이었고 시차도 달랐지만, 날아갈 거처럼 가벼웠다.
‘이게 얼마 만이지.’
숫자가 감이 오지 않았다. 마적은 잠시 세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러니까, 지금 그 녀석이 몇 살이더라. 12살?’
마적은 웃었다. 자신이 열심히 운동할 때, 마공자 그 녀석도 부지런히 나아갔다.
‘걘 진짜 벌어서 다 남 준다니까.’
뭔 복지 재단이 얼마를 기부했다는 소리가 언론에 항상 가득했다. 그래서일까. 공자를 험담하는 곳은 아무 데도 없었다. 설사 안 좋은 말이 돌더라도 댓글은 이거 하나로 종결이었다.
-그래서, 너는 마공자만큼 기부함?
물론 그런 댓글은 마적이 많이 달았다. 영국에서 운동하고 숨돌릴 때마다 하는 소소한 취미 생활이었다.
‘영국은 모바일 속도가 느려서 속 터진단 말이다.’
마적은 어깨를 으쓱했다. 오랜만에 오는 조국이었다. 떠날 때는 엉엉 울었지만, 지금은 달랐다.
‘나 열심히 했으니까!’
그래서일까. 평가가 좋았다. 저번에 국가대표로 뛰었더니, 인지도도 조금 늘었다.
‘공자 녀석, 엄청 응원했었지.’
스포츠 별로 안 좋아하면서.
마적은 피식 웃으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문득, 예전 생각이 났다. 옛날에 갈 때는 단기 시터랑 함께였다.
하지만 지금은 혼자였다.
‘이제는 필요 없다니까.’
마적은 홀가분하게 앞으로 나아갔다. 갑작스럽게 와서 짐도 없었다.
‘음, 나가서 대충 택시 타면 되겠지?’
공자 녀석, 놀라려나.
그렇게 계속 걸어갈 때였다. 입국장을 나왔는데, 유난히 눈에 띄는 놈을 발견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 녀석 주위에 사람들이 다들 힐끔거리고 있었다.
‘희한하네. 마스크를 써서 이목구비가 안 보이는데, 바로 알겠다.’
눈매만 보여도, 보통 얼굴이 아니었다.
‘마치 공자 같네. 어라?’
마적은 천천히 마스크를 쓴 소년을 바라보았다. 드러난 눈가가 웃는 게 느껴졌다.
마적 녀석은 바로 뛰어가서 그 소년을 안았다. 익숙한 체취가 났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