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193)
193
선생님은 간곡하게 당부했다.
“네가 다치면 많은 사람이 슬퍼하는데, 그중에는 외국에서 요직에 있는 사람도 있을 수 있어, 공자야.”
서, 설마요.
“다치지 말렴. 나를 위해, 국가를 위해.”
아니, 뭐가 그렇게 거창합니까.
뒤에서 승준이가 말했다.
“공자야. 그냥, 그러겠다고 해.”
“맞아. 그냥 안 다치면 되잖아.”
얘, 얘들아.
팔십 노인도 세 살 먹은 아이에게 배울 게 있다는 속담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할 말이 없어졌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노, 노력할게요.”
“그래. 고맙다. 여러분, 다들 공자가 다치지 않게 도와주세요!”
“네!”
아이들은 밝게 인사했다. 선생님이 나가자, 나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부, 부끄러워.’
뭐가 뭔지 모르지만, 그거 하나는 확실했다.
내가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 뒤에서 승준이가 콕콕 찔렀다.
나는 작게 물었다.
“왜?”
“이따 축구 하자.”
결국, 도돌이표였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다였다.
* * *
“누나!”
달려가니 누나는 나를 번쩍 들어 올렸다. 나는 웃으면서 얼른 균형을 잡았다.
“누나, 공자 이제 컸어요!”
“아직 작아.”
“키도 이제 159예요!”
“나는 174야.”
그렇군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얌전히 안겨 있겠습니다!”
“아직, 너무 가벼워. 잘 먹는 거 같은데 왜 이러지.”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솔직히 그건 아닙니다. 단지 누나가 저를 너무 가볍게 들 뿐이죠.
“누나, 오늘 숙소에 안 있어요?”
“휴가. 너 보러 왔어.”
나는 활짝 웃으며 누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누나는 내 등을 토닥이며 별채 안으로 들어갔다.
‘음, 그런데 이 시기에 왜 휴가지?’
누나는 데뷔 조였다. 하지만 아직 데뷔는 하지 못했다. 헤일로가 너무 떠버려서, 소속사는 그걸 케어하느라 바빴다. 슬슬 다른 그룹이 데뷔하고 있지만, 걸그룹은 아직이었다.
‘그래도 데뷔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휴가라고?’
조금 이상했다. 누나는 엘리베이터를 타며 말했다.
“서바이벌에 나가보래.”
이건 또 무슨 말이지?
“어디 나가요?”
“아이돌 연습생끼리 서바이벌한다던데, 거기 나가보래. 그거 좋나?”
누, 누님.
“나가세요!”
“응?”
“꼭 나가셔야 합니다! 나가면 손해는 아니에요!”
시즌을 반복하면서 엄청나게 인기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물론 나중에 조작이 터지긴 하지만요!
‘그래도 조작하지 않는다면 시즌 1이 제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조작이 없다면, 우리 누나가 떨어질 리 없잖아.
“재미있다. 너 그렇게 단정 안 하는데, 그거 되게 나가라고 하네?”
“으음. 누나. 누나는요, 솔직히 한계예요.”
누나가 눈을 깜박였다.
“연습생 지겹잖아요. 게다가 누나, 작곡 관심 가진 이후로 계속 곡도 쓰시잖아요.”
“몇 곡 나오긴 했지.”
드라마 OST이지만, 메인 테마도 아닌데 인기가 많았다.
“누나의 재능은 이제 숨길 수 없어요. 지금이라도 펼쳐져야 해요.”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사회에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물론 비판도 많았지만, 그만큼 많은 사람이 봤다.
누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처음 하는 프로그램이던데.”
“처음 하는 거니까 나가야 해요, 누나!”
그거 첫 시즌만 그나마 괜찮습니다!
누나가 눈을 깜박였다. 그러더니 조금 웃으면서 나를 고쳐 안았다.
“안 나가면 큰일 날 거 같은데?”
“나갈 거죠?”
“사실 이미 나가겠다고 하고 왔어.”
나는 양손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역시 우리 누나였다.
“좀이 쑤셔서 말이야.”
“누나, 그런데요. 그 서바이벌 프로그램이요.”
나는 작게 속삭였다.
“멀리 보세요.”
나는 누나의 눈을 보며 당부했다.
“서바이벌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 뒤도 중요해요.”
“흐음. 오케이.”
누나는 방긋 웃었다.
“잘 생각해 볼게.”
“아이돌은 길잖아요.”
“응.”
“하지만 누나의 아티스트의 삶은 더 기니까요.”
누나는 웃으면서 이마를 콩 부딪쳤다.
“진짜, 누구 동생이라서 이렇게 예쁜 말만 하지?”
“누나 동생이요.”
“진짜. 공자야, 누나가 부탁이야.”
누나는 나를 현관에 내려놨다. 신발을 벗으니까, 또 번쩍 들었다.
“네! 누나 부탁이라면, 뭐든지 할게요.”
“음, 이건 너라도 힘들 거야.”
나는 누나에게 안겨 가면서 덕수 씨와 안산댁에게 눈인사했다. 안산댁은 웃으면서 뭔가를 준비하러 부엌으로 가셨다.
“뭔데요?”
누나는 나를 소파에 내려놨다. 그리고는 내 볼을 만지면서 속삭였다.
“그만 귀여워. 응?”
아아, 누님.
“음, 슬슬 그만 귀엽지 않을까요. 저도 이제 나이가 있으니까요.”
“어머나?”
“그거 때문에 고민이에요. 어느 순간 천사 같은 역만 들어와서요.”
“그거 잘했잖아.”
“이미지가 굳어지는 거는 싫어요.”
확 반전인 이미지를 가져갈 수는 없을까.
“저 의외로 다양하게 했는데 말이죠.”
“다 잘했지. 평도 좋았고.”
“저 의외로 어두운 작품도 많이 한 거 같은데…….”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누나는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나는 왜 그런지 알겠어.”
“진짜요? 알려주세요!”
“네가 너무 귀여워.”
저기요. 누님.
“진짜야. 너무 귀여워서 그래. ‘학대받는 아이’라도 ‘너무 귀여운 학대받은 아이’거든. 극에 몰입이 안 되는 건 아니야. 저런 아이를 왜 때렸을까 생각하면 몰입감이 확 생기니까.”
뭐, 그래서 저를 캐스팅한 거겠죠.
“그 작품, 반향이 컸잖아.”
“그, 그렇긴 했죠.”
“아동 폭력에 관한 관심이 확 커졌는데, 안 좋은 사건이 드러났잖아. 그 뒤로 일사천리로 법이 생겼지.”
어쩌다 보니 타이밍이 그렇게 변했다.
‘뭐, 사실 아동학대 사건이야 늘 일어나지.’
영화로 아동 폭력에 관한 관심이 달아올랐을 때, 그 참혹한 사건이 벌어진 거뿐이었다.
‘뭐, 어디로 가더라도 서울로 도착하면 되니까.’
그렇게 법이 생겼다.
‘아무리 법을 강화한다고 해도, 어디선가 그런 일은 또 일어나겠지.’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안 그래도 아동 폭력 피해자들을 위해서 인의예지 재단은 이것저것 지원을 했다.
아동 폭력 하면, 떠오르는 아이가 있었다.
‘우리 마적이 잘 지내나?’
영상 통화할 때는 건강함이 넘쳤는데 말이야.
‘영국에서 많이 밝아지긴 했어.’
한국에서도 가혹한 환경에서 지낸 것치고는 밝았지만 말이다.
‘그러고 보면, 많이 다부져졌지.’
가끔 주장도 맡는다고 했다.
‘리더를 할 만큼 든든해진 걸까.’
마적이를 생각하니, 씩 웃음이 나왔다. 역시 보내길 참 잘했다 싶었다.
“아, 공자야. 오늘 적이 온대.”
아, 깜짝이야.
나는 어깨를 움찔 떨었다. 아니, 뭐 기다렸다는 듯 마적이 소식이 도착하지?
“그저께 영상 통화 때는 그런 말 안 하던데요.”
“서프라이즈래.”
나는 조금 웃었다.
“저 놀라게 하려고요?”
“응. 하지만 나는 동생 앞에서는 거짓말 잘 못 하니까.”
누나는 내 뺨을 매만졌다.
“너한테 비밀로 해달라는 거, 내가 고자질하는 거야.”
“감사합니다. 누님.”
감히 나를 놀라게 하려고 하다니.
“역으로 제가 놀라게 해주고 싶어요.”
마중 갈 거다, 이 녀석아.
“너희 참 사이좋아. 하긴 네가 그 녀석 먹이고 입혔지.”
뭐, 제가 음식을 만들어서 먹인 것도 아니니까요. 덕수 씨와 안산댁이 정성스럽게 만든 식사를 같이 먹은 거뿐이지만 말입니다.
나는 히죽 웃었다.
“마적이 좋아하는 음식 미리 부탁드려야겠네요.”
“뭐 좋아하는데?”
“일단 튀긴 생선이랑 피자, 햄버거를 엄청나게 싫어해요. 보기만 해도 메슥거린대요.”
“질렸구나.”
뭐, 영국이니까요.
“그냥 김치가 좋대요.”
“입맛이 굉장해졌네.”
“콩자반이랑 김이랑, 선생님이 타주신 꿀 넣은 미숫가루가 먹고 싶대요.”
“미숫가루 정도는 그냥 먹어도 되잖아.”
나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안 그래도 선생님께서 보내줬는데요. 그 맛이 안 난대요.”
“입맛이 노인 같다.”
“한식을 제일 먹고 싶어 해요. 음, 선생님과 이모의 손맛이 그리운 거 같지만요.”
처음 그 녀석 영국 갔을 때, 살이 빠지는 게 눈에 보였다. 할머니께서 고용한 시터는 나름대로 가끔 한식도 차려준다고 했다.
‘생존 때문에 먹는다고 했지.’
마적이는 영상 통화에서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공자야. 그거 진짜 맛없거든? 그런데 제일 큰 불행이 뭔 줄 알아? 그나마 그게 제일 맛있다는 거야!
순간 눈물이 앞을 가렸다.
“영국 음식이 진짜 맛없어요?”
“글쎄. 인도 요리는 괜찮다던데?”
“그건 인도 요리잖아요.”
“그렇긴 하지.”
아무튼 그 녀석이 온다고 하니까, 기분이 좋았다.
“많이 컸겠다.”
누나는 그런 나를 보며 피식 웃었다.
“가끔 보면 네가 삼촌 같아. 네가 나이 더 어리잖아.”
그, 그렇긴 하지.
누나는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오늘 머리 예쁘네. 또 애들이 묶어줬어?”
“네.”
“그거 순번제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누나는 더 웃었다.
“내 동생, 인기 많네.”
“배우니까 당연히 많죠.”
“음, 다 그렇지는 않은데. 솔직히 걱정했어. 따돌림 많이 당한다고 해서.”
아, 하긴,
‘한수윤도 고생했다고 했지.’
뭐, 요즘은 그 녀석도 잘 지내는 거 같지만.
“애들이 착해요.”
“그럴 리가 없을 텐데.”
뭐, 처음에는 버릇없는 애들도 많았죠. 그런데 어느 순간, 착해지던데요.
“네가 착하게 만든 거 아닐까?”
“에이. 설마요.”
누나는 방긋 웃으며 내 이마에 뽀뽀했다.
“공자야. 있잖아.”
“네.”
“누나 잘할 수 있을까? 그 서바이벌 말이야.”
누나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딱히 내가 누군지 밝히지는 않겠지만, 알잖아. 나 엄마랑 많이 닮은 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점점 더 닮아가.’
요즘은 좀 헷갈릴 지경이었다. 솔직히 헤어 스타일만 달랐다.
“네 누나고 마수정 딸인데, 별로라고 그러면 어떡하지?”
나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요.”
“음, 나는 너와 엄마보다는 영 아닌데?”
“누가 그래요! 누나는 천재예요! 노래도 하고 춤도 추고, 곡도 만들잖아요!”
누나는 눈을 깜박였다.
“그 프로그램에서 누나가 천재인 게 알려질 거예요! 누나는 누나를 너무 몰라요!”
아니, 뭘 걱정하는 겁니까!
“누나는 최고예요!”
눈이 있으면 다 보입니다! 우리 누나가 천재인 거 말입니다!
누나는 눈을 깜박이다가 피식 웃었다. 그리고는 나를 꼭 껴안았다.
“진짜. 어휴. 공자야, 있지. 나는 내가 천재라고 생각 안 하거든? 그런데 만약 천재 소리를 듣는다면, 그건 다 네 덕분일 거야.”
아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제가 뭘 했다고요!
“귀여워 죽겠다니까.”
누나는 나를 꼭 안으며 중얼거렸다.
“진짜. 천사야, 천사.”
아.
‘귀여움 졸업할 때, 천사도 같이 졸업하고 싶다.’
누님 앞에서는 뭐든 상관없지만 말이다. 대중 앞에서의 이미지 고착화는 좀 벗어나고 싶었다.
그때, 덕수 씨가 말했다.
“공자, 손님이 곧 오십니다.”
아. 그러고 보니 오늘 오신다고 했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