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194)
194
나는 바로 고개를 들었다. 생각해 보면 굉장히 오랜만이었다.
‘선우영재 PD님이셨지.’
지금쯤이면 국장 되시기 일보 직전이려나.
알고 있던 미래가 살짝 바뀌어서 확신할 수는 없지만 말이야.
그래도 선우영재 PD의 작품은 꾸준히 잘 나갔다. HGS에서는 제일 힘이 큰 PD였다.
‘그때 [서산별곡>을 아주 제대로 이겼지.’
그것으로 승기를 제대로 잡은 거 같았다.
누나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공자 오늘 영업하는구나.”
음, 넓은 의미에서는 맞긴 합니다만…… 저 아직 12살이어서요.
“오랜만에 은사를 만나는 거에 더 가까워요.”
“PD인데 왜 은사야.”
“너, 넓은 의미에서요.”
우리 그렇다고 칩시다.
내가 어색하게 웃자, 누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렇다고 칠게. 아무튼 난 들어갈게.”
“네!”
“빨리 끝내렴. 같이 밥 먹어야지. 오늘 안산댁이 골뱅이무침 해준다고 했단 말이야.”
나는 방긋 웃었다. 누님의 소라와 고동 사랑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었다.
‘에스카르고는 의외로 취향이 아니신 게 재미있단 말이야.’
비슷한 애들인데, 뭔가 다른 게 있는 건가. 신토불이가 아니면 맛이 다른가.
‘그런데 골뱅이는 수입이던데?’
누님, 뭐가 다른 겁니까.
아무튼 나는 손을 흔들었다.
“네!”
누나는 덕수 씨를 보며 당부했다.
“선생님, 우리 공자 부탁해요.”
“아. 예.”
“혹시 손님께서 이상한 짓 하면, 아시죠?”
누님은 목을 손날로 그었다.
‘저, 저기요.’
설마 그러시겠습니까. 아니, 그보다 저거 엄마가 자주 했는데 왜 누님까지 저러시는 거지.
“알겠습니다.”
“누나, 아는 분이에요.”
“모든 사건은 아는 사람한테 생기는 법이야.”
그건 맞긴 했다.
“네가 평범한 소년이 아니잖아.”
음, 뭐 제법 평범한데요.
‘굉장한 외모인 것만 빼면요.’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누나가 한숨을 내뱉었다.
“저것 봐라. 또 자각 없지.”
“하지만, 그렇게 특이하진 않아요.”
“엄청나게 특이해. 공자야, 세상 어디에도 12살짜리가 주가를 움직이게 하는 일은 없어.”
아, 아니 그건 좀 우연이잖아요.
“정리리 선생님 신상이 좋았던 거라니까요.”
“아동복으로 대박을 터트렸는데, 네가 입어서 세계적인 브랜드가 됐잖아. 심지어 외국 브랜드를 인수했다며.”
뭐, 잘 나가고 계시긴 합니다.
“상장됐을 때, 마공자가 입는다고 하니까 주가가 올랐다며.”
그, 그랬긴 했죠.
“안산댁이 후회했어. 500만 원밖에 안 넣었다고 땅을 쳤단 말이야.”
아니, 언제 주식 하셨어요?
“500만 원이라도 상당한 이윤을 남기셨을 거 같은데요.”
“원래 사람은 놓친 걸 아까워하는 법이야.”
그, 그렇긴 하죠.
덕수 씨가 말했다.
“그건 저도 안타깝습니다.”
엥?
“선생님도 주식 넣으셨어요?”
“원래 그런 거 안 하지만, 그날은 꿈에서 용을 봐서 말이죠.”
덕수 씨가 눈을 깜박였다.
“가끔 이거다 싶으면 물불을 안 가립니다. 그게 그런 거였는데…….”
덕수 씨가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솔직히 익숙해지긴 했지만, 범죄 모의하는 것처럼 보이는 건 여전했다.
“후회하고 있습니다.”
전혀 후회하는 얼굴이 아닌데요.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덕수 씨가 말했다.
“5천만 원밖에 안 넣었으니까요.”
순간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아, 이 양반 보게.’
5천만 원이라니!
“서, 선생님 도박 좋아해요?”
“그럴 리가요. 주식은 도박이 아닙니다.”
“아니, 그래도요. 너무 금액이 커요!”
“이익금 일부는 인의예지 재단에 기부했습니다.”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나는 침을 꼴깍 삼켰다.
“선생님, 그래도요. 부탁이에요.”
나는 간절하게 속삭였다.
“다음번에는 두 배로 하세요.”
덕수 씨는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참으로 감동적인 현장이었다. 그걸 보고 있던 누나가 말했다.
“음, 이래도 돼?”
“그래도 리스크는 조심하시고요. 잃은 돈은 돌아오지 않아요.”
“괜찮습니다.”
“재단에 기부 감사드립니다.”
덕수 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뭔가를 준비하러 부엌으로 갔다. 누나는 고개를 저으면서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때,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고, 공자야. 안녕?”
아, 이런.
“나는 이미 5분 전에 왔어요.”
아이고야.
“죄송해요.”
“아니, 재미있어서 계속 보고 있었습니다.”
그, 그런가.
“다시 한번 죄송해요, PD님. 중요한 일이어서요.”
“그래. 주식이 중요하긴 하지요.”
“아니요.”
나는 방긋 웃으면서 말했다.
“수익금 일부를 기부해 주신 게 중요하죠. 그것으로 아이들이 좀 더 따듯한 겨울을 맞이할 테니까요.”
“그, 그런가. 그런데 공자 군. 지금 여름인데요.”
아, 그런가.
나는 당황하지 않았다. 이럴 때 쓰는 방법은 정해져 있었다.
나는 깨금발을 하고 얼굴을 들이밀었다.
“반가워요, PD님!”
나는 머리를 쓸어올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PD님은 그런 나를 보며 눈을 깜박였다.
“오랜만에 뵙네요.”
“그, 그러네. 공자야. 그러고 보니 많이 컸군요, 우리 공자…….”
PD님은 눈물이 나오지도 않는 눈가를 문질렀다.
“처음 봤을 때는 진짜 아기였는데. 혀 짧은 소리로 대사할 때마다, 언제쯤 클까 싶었는데…….”
선우영재 PD는 내 어깨를 붙잡으며 말했다.
“진짜, 잘 컸군요. 점점…….”
어른스러운 얼굴이 되어 간다는 거겠지. 나는 소감을 미리 준비했다. 하지만 선우영재 PD는 의외의 말을 했다.
“예뻐지는군요.”
순간 중심을 잃고 비틀거렸다.
“공자야?”
“PD님, 공자 키도 많이 컸어요.”
“어, 그렇군요.”
“어른스러워지지 않았어요?”
거울 속에 나는 많이 컸던데. 왜 그 말을 해주는 사람이 없지?
선우영재 PD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공자야. 미모는 어딜 가지 않아요.”
저기요.
“확실히 턱선이 강해지긴 했군요. 그래도 아직도 예쁘네요.”
나는 조용히 고개를 떨구었다. 왠지 눈물이 나올 거 같았다.
‘그래. 12살이면 아직 멀었지.’
사실 이래서 더 이미지 고착화를 빨리 벗고 싶었다.
나는 심호흡을 하며 웃었다. 누나 말대로 영업을 해야 했다.
‘뭘 보러 오셨나요. 손님… 이 아니라…….’
전생에서 익혔던 매장 구호는 다시 태어나도 강력했다.
“일단 앉으세요. PD님.”
때마침 덕수 씨가 꽃무늬 앞치마를 입고 다과를 가져왔다. 선우영재 PD와 스탭은 소파에 앉았다.
선우영재 PD는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이곳은 여전하군요.”
그런가. 하긴 그 뒤로 엄마는 집수리를 하지 않았다.
“우리 엄마, 생각보다 변화를 좋아하지 않으세요.”
역에 대한 건 다르지만 말이다.
“대중에게 마수정 씨는 화려하니까요.”
나는 피식 웃었다. 확실히 그런 이미지이긴 했다.
“아무도 모르는 거 같아요. 우리 엄마는 의외로 소박하세요.”
“그냥 천 조각을 걸쳐도 잘 어울려서 그럴 겁니다.”
선우영재 PD님 오늘따라 맞는 말만 하셨다. 나는 활짝 웃었다.
“맞아요.”
“공자, 마수정 배우님 좋아하는 건 여전하군요.”
“전 엄마를 좋아하지 않아요.”
나는 진지하게 말했다.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선우영재 PD는 입을 가리고 웃었다. 그러더니 감탄하듯이 말했다.
“좋은 게 아직 남아있군요.”
음, 무슨 말이지.
“좋은 게 사라지는 배우도 많으니까요.”
아, 그건 그렇지.
“그래도 공자와 수윤이는 참 한결같은 거 같아요. 아주 잘 자라는 게 보여요.”
나는 활짝 웃었다.
“수윤이 형도 참 한결같죠.”
그쪽은 아역 이미지 고착화도 막고, 잘 지내고 있었다.
‘하긴 연기를 잘하긴 하지.’
갑자기 쑥쑥 커서 성인 얼굴이 된 것도 크지만 말이다.
‘잘 먹인 보람이 있다.’
멸치를 억지로라도 먹여서인가. 키도 참 컸다. 바지가 줄어든다고 투정 부리다가 보니, 어느덧 180이 넘었다.
‘두고 봐라.’
내가 더 클 거다.
‘나는 이제 성장기라고.’
정 안 되면 코인 쓸 거다.
‘어떤 대가라도 감수하겠어!’
거듭 다짐하고 있을 때였다. 선우영재 PD가 말했다.
“아직도 공자의 외모에 대해서만 다들 주목하지만요. 저는 공자의 연기력을 잘 알고 있습니다.”
나는 방긋 웃었다.
“많은 분이 칭찬해 주세요.”
“당연합니다. 갈수록 무르익어 가는 게 눈에 보입니다. 그래서 슬펐습니다.”
선우영재 PD가 슬픈 눈으로 말했다.
“캐스팅에 응해주지 않아서요.”
“PD님…….”
“왜죠. 이제 아역이 지겹나요? 영화만 찍고 싶은 겁니까?”
나는 고개를 저었다.
‘뭐, 드라마상 아직은 아역이지.’
그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럼 이유가 뭡니까. 설마 저를 못 믿는 것입니까?”
아이고, 감독님.
“감독님 촬영 방식은 잘 알아요. 언제나 존경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죠.”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감독님.”
“네.”
“여자 주인공 아역으로 캐스팅하셨으니까 그렇죠.”
아니, 도대체 왜.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소나기>를 괜히 촬영했어.’
반질반질한 머리로 찍은 투혼의 영화는 정말 잘됐다. 하필 거대 할리우드 자본인 [레드 랜턴>이 부진한 탓인가. 아주 관객을 끌어모았다.
‘적당히 웃기고, 감동적이고…….’
암에 걸린 소녀가 죽지 않았지만, 감동은 충분했다.
‘희망에 관해 얘기한 영화이기도 했지.’
아름다운 영상 때문일까. 아직도 꾸준히 입에 올라오는 영화였다.
‘문제는 나지.’
소녀 역을 너무 잘해서일까. 이상하게 여자아이 역에 캐스팅이 들어왔다.
‘도대체 왜…….’
지금에서야 얘기하지만, 정말 폭풍처럼 밀려들어 왔었다. 그걸 정중하게 거절하느라 서 사장님은 녹초가 됐었다.
‘어떤 연출한테는 거의 협박 받았다고 했지.’
왜 원종사만 되고, 우린 안 되냐고 멱살까지 잡혔다고 들었다.
‘아니, 설사 좋은 역이더라도 그런 감독은 안되지.’
원래 블랙리스트였지만, 밑줄까지 긋게 되었다.
“그때 공자는 너무 예뻤어. 물론 지금도 예쁩니다.”
“에이. 그때도 안 되지만, 지금도 안 돼요. PD님. 우리나라에는 예쁘고, 연기 잘하는 아역 여배우가 얼마나 많은데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저는 성별 반전 역은 이제 절대 안 해요.”
“그래서 아쉽습니다.”
“저는 아쉽지 않아요.”
제발요.
내가 고개를 숙이니까, 선우영재 PD가 소리 내어 웃었다.
“귀여운 건 여전하군요.”
“슬슬 그것도 졸업하고 싶어요.”
“음, 그건 힘들지 않을까요. 공자의 귀여움은 외모적인 것만이 아니니까요. 자, 그럼 공자. 여기 온 이유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선우영재 PD는 가방에서 대본 하나를 꺼냈다.
나는 천천히 제목을 읽었다.
“[야망>?”
첫 장만 펴봐도 알았다.
“사극이네요.”
“네. 퓨전 사극입니다. 권력과 사랑에 대한 내용입니다.”
“퓨전이라도 조선 초기와 중기가 다른데요. 어디인가요?”
첫 장에 바로 장소가 궁궐로 나와 있었다. 선우영재 PD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아직 어린데 잘 알고 있군요.”
“분위기가 다르니까요.”
“공자는 어디를 더 좋아하나요?”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고려말에서 조선 초기도 좋아해요. 하지만 중기랑 후기도 매력적이죠. 물론 배우로서 해보고 싶은 건 일제 강점기 시대입니다.”
선우영재 PD는 활짝 웃었다.
“독립운동에 관한 드라마는 공자에게 무조건 가져와 봐야겠네요.”
나는 활짝 웃었다.
“좋은 작품 있으면 부탁드립니다.”
“하지만 이번 드라마 주인공의 모티브는 영조입니다.”
이건 좀 특이했다. 하지만 더 의외인 말이 나왔다.
“야심가죠.”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