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196)
196
음?
뭔가 굉장히 의외의 말이었다.
‘외모라니?’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일단, 별로 드문 일은 아니었다.
‘얼굴이 개연성인 경우가 한두 번인가.’
그렇지만 아무리 설정상 얼굴이 중요하다고 해도 말이야.
‘이, 이상한데요.’
일단 시청률 끌어오자고 만드는, 온갖 자극적인 종편 드라마라면 모를까. 공중파에서요?
‘아니, 저기. 일단 선우영재 PD님, 착한 사극 만드시는 분이잖아?’
개연성이 안 맞는다고 욕은 좀 들으셔도, 가족 모두가 둘러앉아서 볼 수 있는 작품을 찍지 않았나.
‘그런데 외모가 개연성인 작품이라고요?’
좀 실험적이지 않나?
나는 선우영재 PD를 바라보았다.
‘사람은 다 잘하는 게 따로 있는 법인데요.’
괜찮으시겠어요?
말하지 않아도 아는 거 같았다. 선우영재 PD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해왔던 작품이랑 매우 다르죠. 압니다. 하지만 종편이 들이닥치고, 이제는 너튜브의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콘텐츠는 발전해야 합니다. 이제 한류를 넘어서야 할 때가 와요.”
선우영재 PD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물론 전문가들은 한류는 곧 없어진다고 얘기합니다.”
음, 그거 아니에요.
‘없어지긴 무슨.’
오히려 더 날아오릅니다. 솔직히 저도 이때는 몰랐어요.
‘자국 콘텐츠에 대한 기대는, 막상 현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제일 없을지도 모르지.’
뭐 말만 하면 허황했다고 표현하니까 말이다.
‘그래도 중요한 건 날아오른다는 거지.’
한류는 더 발전하고, 결국 북미까지 닿는다.
‘뭐, 날아오르는 걸 보다가 죽어서 어디까지 가는지는 모르지만 말이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해외 진출을 목적으로 만드시는 거군요.”
“네. 지금이 아니더라도, 한류 콘텐츠는 더 주목받을 날이 올 겁니다. 그러려면 다양성도 중요하죠. 물론 제 특기는 아니지만요. 저도 도전해 볼까 합니다.”
와. 의외네.
‘전생에서 선우영재 PD가 이렇게 크게 도전한 적은 없는 거 같은데…….’
선우영재 PD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우리끼리 하는 얘기지만, 반대도 심합니다.”
음, 높으신 분들 말이군.
“국장님이 망하면 가만 안 두겠다고 하더군요. 물론 이렇게 온화하게 말씀하시지 않았습니다만, 공자 앞이니까요.”
욕을 했다는 거군.
“그러니까 저는 지금 배수진을 쳤습니다. 오직 공자가 함께해야, 이 작품이 성공할 수 있습니다!”
아이고야.
‘뭔가 엄청나네.’
찾아오신 PD님들 대부분 간절하셨지만, 오늘의 선우영재 PD님은 차원이 다르셨다.
“공자, 저랑 작품 찍어요!”
나는 방긋 웃었다.
이럴 때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하나였다.
“일단 대본 보고, 회사 통해서 알려드리겠습니다.”
“공자, 매우 신중하군요.”
“한번 호되게 당해서요. 그래도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겠습니다. 권력 야망이 큰 서자라니. 솔직히 두근거려요.”
이런 역, 전생 후생 통틀어서 한 번도 해본 적 없었다.
그래서일까.
‘하고 싶어.’
나는 방긋 웃었다. 선우영재 PD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대본 잘 봐요.”
“네. PD님.”
선우영재 PD는 금방 일어났다. 나는 PD님을 배웅하며 어깨를 풀었다.
기분 좋은 긴장감이 느껴졌다.
‘새 역이다.’
항상 맡은 역에는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비슷비슷한 역이라서, 조금 질린 거 같기는 했다.
‘다들 비슷한 역을 굳히는 게 좋다고 하지.’
그거에 대한 메리트는 깡패역을 많이 했던 내가 더 잘 알았다.
‘하지만 배우잖아.’
배우라면 다른 역도 맡고 싶은 게 본능 아닐까.
나는 대본을 꼭 쥐었다.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나는 돌아서서 덕수 씨를 바라보았다.
“선생님. 오늘 적이 한국으로 온대요.”
“네. 마리 학생이 미리 언질을 줬습니다. 그래서 어제 장을 많이 봤습니다.”
덕수 씨는 차 키를 챙기며 말했다.
“안 그래도 공항으로 마중 가려고 했습니다.”
“저도 갈래요!”
덕수 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하지만 마스크 쓰는 걸 잊지 마십시오.”
“네. 그런데 예전에도 생각했지만요, 마스크 별로 효과가 없는 거 같아요.”
보이는 건 눈밖에 없는데, 다들 어떻게 그렇게 나란 걸 아는 걸까.
“머리가 길어서일까요?”
“아니요. 머리카락이 긴 여고생도 많은데요, 뭘.”
“그렇긴 한데요…….”
잠깐만.
“공자는 여고생이 아닌데요, 선생님.”
덕수 씨는 시선을 피했다. 나는 머리를 매만졌다. 쉬는 시간에 혜민이랑 지영이가 묶어준 그대로였다.
‘아, 생각해 보니 이 꼴로 선우영재 PD님을 뵈었구나.’
나는 머리를 매만졌다. 솔직히 뭘 붙였는지 관심이 없었다.
‘집에 가면 아무도 신경을 안 쓰지만 말이야.’
대부분 적응이 되셔서 양 갈래머리를 해도 아무렇지 않으셨다.
‘귀엽다며 한번 만지고 가시긴 하지.’
머리를 만지다가 아차 싶었다.
‘아, 이런…….’
나는 고개를 푹 숙였다.
“선생님, 혹시 저 리본 핀 달고 있어요?”
“네. 그래서 더 프랑스 귀족 같습니다.”
“프랑스 귀족이 리본 달고 있나요?”
“그런 거로 알고 있습니다. 몇 세기인지는 모르지만요.”
걔네는 왜 그런 짓을 했지.
나는 조용히 핀을 풀었다. 풀어보니 꽤 고급스러운 핀이었다.
이런 거 비싸지 않나?
“매번 가지라고 했지.”
이럴 때마다 우리 반 애들이 잘사는 게 실감이 났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기부할 물건이 늘어났다.
“머리 다시 묶어드릴까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부탁드려요.”
이번에 기부하고, 절대 긴 머리 하지 말아야지.
나는 고개를 저었다.
* * *
덩치 큰 녀석이 나를 안았다. 순간 나는 몇 걸음 뒤로 밀려났다.
‘이 녀석!’
며칠에 한 번 영상 통화하는 녀석이었다. 그래서 얼마나 자랐는지는 익히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 정도라니.’
무슨 곰이 덮친 거 같았다. 내가 몇 걸음 뒤로 가자, 마적 녀석은 나를 번쩍 들어 올렸다.
“야, 야! 뭐야!”
“와, 오랜만에 보니까 작아졌네?”
“네가 큰 거야!”
나는 마적 녀석의 얼굴을 살펴봤다. 혈색도 좋고, 인상도 밝았다.
‘걱정했는데, 잘 먹었나 보다.’
나는 녀석의 팔을 주물렀다. 근력 때문일까.
‘애가 왜 이렇게 돌이지?’
한 운동이 축구라서 우락부락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근육들이 날렵하지만, 단단했다.
마적 녀석은 씩 웃으며 말했다.
“오자마자 점검하기야?”
“응. 근육. 이야.”
“단단하지? 발목 쪽은 부드러워. 전문가의 지도에 따라 열심히 만들고 있어.”
“진짜 좋다. 잘 먹은 거지?”
순간 아차 싶었다. 마적이의 동공이 사정없이 떨렸다.
“영양가라면, 섭취했지.”
“음식으로 섭취한 게 아니야?”
“그게 음식일까? 그건 음식이란 말에 모독 아닐까?”
어, 엄청났나 보네. 하긴 이 녀석, 영상 통화 때 반절은 음식에 대한 한탄이었다.
“닭고기가 그런 맛이 날 수 있다는 거 처음 알았어.”
“그, 그래.”
“공자야. 나 한국에서는 뭐든 맛있게 먹을 수 있어. 그냥 하얀 쌀밥에 달걀 부침만 있어도 돼.”
“야, 적어도 김은 있어야지.”
“아, 김…….”
녀석은 나를 꽉 안고 중얼거렸다.
“김 먹고 싶다.”
“보내줬지 않아?”
“응. 보내줬지. 그것도 넉넉하게. 그런데 영국놈들도 어느덧 김 맛을 알아서…….”
마적 녀석은 공항 천장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놈들, 내 모든 것을 뒤졌어.”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영상 통화에서는 네가 다 먹었다고 했잖아.”
“미안. 그거 거짓말이었어. 그러면 섭섭해할 거 같아서.”
“그냥 말하지. 더 보내줄 텐데.”
“거기 김 공장을 세워도 뺏길걸?”
아니, 어쩌다 김을 먹게 되어서.
“처음에는 검은 종이라고 뭐라고 했던 놈들이, 맛을 보더니 좀비로 변했어. 그 뒤로 내가 먹는 거마다 다 들러붙더라.”
마적 녀석은 쓸쓸하게 말했다.
“진짜, 팀 동료만 아니면 어디 버리고 올 텐데.”
나는 녀석의 등을 토닥였다.
“고생이 많았다.”
“음식 외에는 다 좋았어. 그런데 공자야.”
마적 녀석은 고개를 쓱 빼고 둘러보았다.
“뭔가 시선이 따끔따끔하다?”
아, 이런.
나는 마적 녀석의 손을 붙잡고 바로 돌아섰다.
“집에 가자.”
“뭐야. 더 유명해진 줄은 알고 있었는데, 이 정도였어? 공자야. 저기 수상한 사람이 이상한 카메라로 사진도 찍는데?”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마스크까지 했으니까 좀 덜할 줄 알았는데…….’
어디서부터 들킨 거지.
덕수 씨가 서둘러 다가왔다.
“집에 가야 할 거 같습니다.”
“그러게요.”
“가죠. 마적 학생도 반갑습니다.”
마적은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아직도 공자 보모 하시나요?”
“직함을 더했습니다.”
덕수 씨는 윗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내서 마적 녀석에게 줬다.
“와, 명함이네요!”
“제일 고급으로 했습니다. 사비 더해도 된다고 해서요.”
저기요, 덕수 씨. 별로 알고 싶지 않은 정보입니다.
하지만 마적은 신기한 듯 봤다.
“홀로그램이 있네요?”
“좀 넣었습니다.”
“멋져요. 아, 직함이. 매니저 앤 시터?”
“그렇습니다.”
덕수 씨는 선글라스를 치켜올리며 말했다.
“공자의 전반적인 것을 돌보고 있습니다.”
“멋있어요.”
“감사합니다. 자세한 얘기는 차 안에서 하죠. 보는 눈이 점점 많아지는군요.”
덕수 씨는 나와 마적 녀석을 엄호하며 걸어갔다. 덩치 큰 덕수 씨를 졸졸 따라가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마적 녀석은 캐리어를 끌면서 말했다.
“너 예전에는 이 정도 아니었잖아.”
“아, 그게…….”
나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여러 일이 있었어.”
“뭐, 뭔데?”
“음, 차 안에서 얘기하자.”
사진이 찍히는 게 눈에 보였다.
‘아, 지겨운 패치들.’
오랜만에 학교 외에 다른 곳인데, 지독했다.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유명세 때문에 얻은 것 중 하나였다.
* * *
“아, 파파라치구나.”
의외로 마적 녀석은 시원하게 받아들였다.
“뭐, 흔하잖아. 할리우드에서는.”
“대한민국에서도 흔해졌더라.”
“연예인 사생활로 돈 버는 애들은 흔히 있잖아. 넌 그만큼 유명하니까.”
마적 녀석은 씩 웃으며 내 마스크를 내렸다.
“이야. 너, 여전하구나.”
“내가 좀 잘생겼지.”
“아직은 아닌데. 머리 아직 기르네. 솔직히 여중생인 줄 알았어.”
저기.
‘여고생보다 더 어려졌잖아.’
나는 하나로 묶은 머리를 만지며 말했다.
“기부하고 곧 자를 거야.”
“귀찮았겠다. 그런데 파비앙 녀석이 슬퍼하겠네.”
전혀 알지 못하는 이름이었다.
“그게 누군데?”
“가끔 우리 영상 통화 훔쳐보는 놈. 네가 여자애인 줄 알더라.”
나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내 목소리가 낮은데…….”
“허스키한 여자애라고 생각하나 보지.”
“남자애라고 하지.”
“했지. 그런데 그럴 리가 없대.”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음, 그래서 가끔 이미지 변신을 위해 근육 단련하고 화보를 찍나.”
“엥?”
“진짜 상반신 노출이라도 하고 사진 찍고 싶다.”
“야, 하지 마. 고모 기절하시겠다.”
“엄마? 상반신이면 괜찮다고 하실걸.”
애초에 내가 하는 걸 말리시는 분이 아니었다.
“아, 고모 얘기하니까 보고 싶네. 여전하시지?”
“응. 필모도 훌륭하셔.”
액션 연기를 주력으로 했던 엄마는, 이제 점점 연기력으로 저변을 넓혀갔다.
‘진짜 좋은 필모야.’
좋은 역이면 가리지 않고 나가서일까. 엄마는 아직도 일이 마를 틈이 없었다.
“아, 또 영화 찍으셔? 이번에는 무슨 역인데?”
“우리 엄마랑 너무 잘 어울리는 역이야.”
나는 방긋 웃으면서 말했다.
“차이나타운 두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