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197)
197
그것도 완벽한 얼굴을 망가트리고 맡는 역이었다.
‘시나리오도 훌륭했어.’
내가 알기로 이 영화는 상반기 인기작이었다.
‘원래는 유명한 연기파 배우가 맡지.’
아마 이 역으로 연말에 상도 많이 받으셨던 거로 기억했다.
‘그런데 좀 이상해.’
좀 빨랐다. 원래 이 영화는 2년 뒤에 개봉했었다.
‘기분 탓일까. 템포가 좀 빨라진 거 같아.’
뭐, 주연이 정해지면 투자가 빨리 붙는 법이었다. 충분히 가능한 변수였지만 묘하게 찝찝했다.
‘이래서 이제는 내가 알던 미래랑은 다르다니까.’
엄마의 활동은 더 활발해지셨다. 당연했다. 자고로 가장은 집안이 안정되면 일할 맛이 나는 법이었다.
‘우리 엄마, 요즘도 날아다니시지.’
코인으로 건강해지셔서일까. 아직도 공중에서 2회전하고, 송판 격파까지 가능하셨다.
‘나이가 들면 신체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도, 선입견이었나 봐.’
왜일까. 우리 엄마 근력은 하루가 다르게 강해졌다.
마적 녀석이 물었다.
“고모 건강하시지?”
순간 웃음이 나왔다. 나는 활짝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이 질문에 건강하다고 대답하는 게 너무 좋았다. 마적 녀석은 그런 나를 빤히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얘 여전하네.”
“아니, 뭐가.”
“나이 다 어디에다 뒀냐. 됐다, 됐어. 그냥 이대로 살아라.”
“무슨 말이야.”
마적 녀석은 내 볼을 잡고 살짝 늘렸다.
“아주 쫀득쫀득하다.”
“야, 아파.”
“하얗네. 아, 떡 먹고 싶다. 공자야. 나 찹쌀떡 먹고 싶어. 백설기도 좋아. 아니다. 가래떡도 좋아.”
얘가 떡을 좋아하던가.
“집에 떡 있던가.”
덕수 씨가 운전하면서 말했다.
“말해놓겠습니다.”
마적 녀석이 서둘러 말했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떡이라면 아마 본채에 많을걸요?”
그건 몰랐네.
“할머니 취미가 다도잖아. 그래서 항상 떡이 있어. 딱 봐도 엄청 고급스러워 보이는 거.”
그, 그렇군.
‘그건 몰랐네.’
중독 때문에 꾸준히 뵈었지만, 내가 본채로 안 가서 그런가.
‘하지만 거기 가기 쉽지 않은걸.’
애초에 칩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는 곳이었다.
“아, 이왕 한국 온 김에 칩도 빼고 싶다.”
“그거 뺄 수 있어?”
“수술하면 안 되는 일이 어디 있어. 애초에 이걸 왜 심었는지 모르겠어.”
그러게나 말이다.
“꼭 출하하는 고기에다가 원산지 붙인 거 같지 않아?”
“설마.”
“그냥 내가 알아서 뺄까. 앞으로 거기 갈 일도 별로 없을 텐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해외 명문팀 유스 가게 해준 사람이 할머니잖아. 감사 인사는 해야지.”
“그건 항상 하고 있어.”
“오, 잘했어.”
“네가 시켰잖아.”
그, 그랬나.
“나 일부러 한 달에 한 번 편지 쓴단 말이야. 솔직히 그거 볼 거 같지는 않아.”
고전적인 방법이지만, 연세 드신 분은 그런 거 좋아하지.
나는 방긋 웃었다.
“잘했어. 싫지만 꿋꿋이 하는 거, 정말 대단한 거야.”
“어휴.”
마적 녀석은 내 볼을 살살 놓으면서 말했다.
“아직 말랑이 떡 같은 게 자꾸 형 노릇을 하네. 공자야. 나 너보다 나이 많다?”
그렇긴 하지.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형이라고 해줘?”
마적 녀석은 나를 빤히 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또 그건 싫네.”
뭐냐.
“그냥 부르던 대로 불러라. 어휴, 그런데 춥다.”
옷이 좀 얇은가.
나는 차 안을 살폈다. 내 밴이라면 덮을 게 많을 테지만, 이 승용차에는 없었다.
마적 녀석은 나를 꽉 안았다.
“너 아직도 따끈따끈하구나.”
“내가 호빵이냐.”
“얼굴색이 호빵 같긴 하지. 아, 호빵도 먹고 싶다.”
얘가 호빵을 좋아했던가.
“호빵은 없는데 찐빵은 있어. 이모가 국산 팥 조려서 만든 거야.”
“와, 말만 들어도 맛있어 보인다.”
“냉장고에 얼려두신 거 같은데, 달라고 하면 쪄주실걸.”
“이야. 말만 들어도 배고파.”
도대체 영국이란 나라는 어떻길래 애가 반 거지가 되어 왔지.
나는 녀석의 등을 툭툭 쳤다. 못 먹고 산 거 같아서 솔직히 안쓰러웠다.
“아, 그런데 너 왜 온 거야?”
“밥 먹고 싶어서.”
“진짜?”
마적 녀석은 작게 중얼거렸다.
“뭐, 너도 보고 싶기도 하고. 마침 할머니가 들어오라고 해서.”
엥?
“들어오라고 했어?”
“응. 몰랐어?”
“당연히 몰랐지.”
마적 녀석은 쓰게 웃었다.
“아마 부모님 이혼하셔서 친권 때문일 거야. 뭐 사인해야 할 데가 있나 보지.”
아, 그렇게 됐지.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네가 고생이 많다.”
“뭐가. 차라리 헤어지는 편이 나. 두 분 다 말이야.”
“어머니는?”
“난리 쳐서 전화 차단해 놨어.”
저런.
“아버지 쪽은?”
“알아서 하래. 아니, 뭐 알아서 하면 될 거 같은데…….”
아니, 부모 이혼에 미성년자 애가 어떻게 알아서 해.
“애가 문제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동생 생겼지.”
“응. 그래서 이혼이 이렇게 질질 끌어졌잖아. 그런데 동생 얼굴을 본 적이 없네. 어떻게 생겼으려나. 공자야, 넌 봤어?”
나는 고개를 저었다.
“본채 그동안 안 갔어.”
“할머니 독하다. 자기 손자보다 네가 더 귀여울 텐데, 그걸 이렇게 밀어내네.”
마적 녀석은 나를 빤히 봤다.
“이렇게 생긴 애를 배척하는 건 쉽지 않을 텐데?”
“배척 안 하셨어. 그냥 나는 엄마 아들이지, 할머니 손자는 아니잖아?”
“이야. 아직도 그거 미시네.”
마적 녀석은 어깨를 으쓱했다.
“독하다. 독해.”
“음, 별로 신경은 안 써서. 나는 엄마 아들이랑, 누나 동생인 게 훨씬 중요해.”
내가 성진 그룹이랑 무슨 상관이겠냐.
‘내 자선재단 돌리는 것도 힘에 부치는데 말이야.’
마적 녀석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렇지 않아 보여도 심경이 복잡할 것이다.
나는 녀석의 등을 토닥였다. 해줄 수 있는 건 위로밖에 없었다.
차는 계속 나아갔다. 조금 밀렸지만, 다행히 꽉 막히지는 않았다.
* * *
[마공자, 공항에서 친구와 해후.> [마공자, 오랜만에 공항 외출. 마스크 차림에, 단정한 차림.> [마공자, 공항에서 누군가와 만나.>마수정은 한숨을 내뱉었다. 자신의 귀한 아들의 사진이 인터넷에 떠 있었다.
‘이런 미친놈들.’
마수정은 주먹을 꽉 쥐었다. 뼈 소리가 우두둑 들렸다.
“남의 귀한 아들 사진을 막 찍고 지랄이야!”
매니저는 바로 말렸다.
“언니. 말 험해.”
“아, 깜박했다. 우리 공자 앞에서는 좋은 말 쓰는데.”
“그런데 언니, 무슨 일이에요? 공자 또 사진 찍혔어요?”
마수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들이 예쁜 것도 힘든 거 같아. 내 새끼 얼굴 귀한데…….”
“너무 예뻐서 그래요.”
마수정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예쁘기만 하면 다행이지. 우리 공자는 너무 착해서 큰일이야.”
“그렇긴 하죠.”
“미진아. 그거 아니? 나 요즘도 가끔 공자 셔츠 들춰봐. 날개 있는 거 같아서.”
매니저는 킥킥거리며 웃었다.
“공자 안 싫어해요?”
마수정은 입을 가리고 웃었다.
“사실은 안 해.”
“에이. 그런데 언니 걱정은 이해해요. 공자가 큰일 겪었잖아요.”
마수정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진짜 그때만 생각하면 피가 거꾸로 솟았다.
“촬영장에서 누가 급습했잖아요.”
물론 그 사람은 덕수 씨가 바로 바닥에 눕혔다. 경찰에 신고해 본 결과, 생각보다 더 위험했다.
“진짜 납치할 생각이었으니까.”
손발을 묶을 수갑, 심지어 클로로폼까지 발견되었다.
“경호원 고용하셔서 다행이었어요.”
“음, 선생님은 시터지만…….”
마수정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사랑스러움에 반응하는 건, 호의뿐만이 아니지.”
마수정은 머리카락을 뒤로 넘겼다.
“열 받는 건 법이었어.”
미수에 그친 납치는 법도 솜방망이였다.
“진짜 법이 거지 같아. 그럼 납치되길 기다리라는 거야, 뭐야.”
“아, 저도 열 받았었어요.”
“국민청원으로 법이 좀 강화된 거 같긴 하더라.”
그때 곰자님의 힘을 뼈저리게 느꼈다. 사람이 모이면 백지장도 든다고 하더니. 엄청난 인원들이 해일처럼 움직였다.
“외국 사례도 막 들어오더라고요. 그래도 최대 형량 받았잖아요.”
“뽑을 수 있는 게 그게 한계였어. 아니, 애초에 정신병이 왜 감형 사유지.”
“그러게요. 물건 준비할 정도면 충분히 계획적인데 말이죠.”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했다. 솔직히 그 자식을 최소한 평생 치아 없는 얼굴로 만들고 싶었다.
“공자가 유명한 게 도움이 되긴 했지만, 하아.”
“공자, 그 뒤로 어때요?”
“상담도 물론 받았지. 괜찮다고 하더라.”
마수정은 천사 같은 아들이 한 말을 떠올렸다.
‘마마, 사실 생각이 안 나요. 뭔가가 덮쳤고 바로 없어졌어요. 그냥 눈 한번 감았다가 뜨니까 끝난 일이었어요.’
불행 중 다행인 일이었다. 하지만 그 뒤에 말은 의외였다.
‘하지만 공자는 이 일을 크게 만드는 게 나은 거 같아요. 최대 형량을 받는 판례를 만드는 게, 아동 인권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내 아들은 어쩜 이렇게 성숙한 걸까.
‘부탁해요, 마마. 국내 최고의 변호사를 쓰게 해주세요. 공자가 풍족해서 다행이에요. 비슷한 일이 벌어졌을 때, 형편이 넉넉하지 않으면 힘들겠죠? 그런 분들에게 판례로 도움이 되고 싶어요.’
천사 같은 아들의 부탁은 들어주고도 남았다.
“나는 그냥 억울한 거만 생각하지만, 우리 공자는 달라.”
영향력을 항상 선한 쪽으로 가져가려고 했다.
마수정은 쓰게 웃었다.
“내가 엄마지만 우리 아들에게는 배우는 게 많아.”
마수정은 숨을 길게 내쉬었다.
“역시 운명이라니까. 미진아. 다 와 가?”
“네, 언니. 금방 도착해요. 그런데 언니.”
매니저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왜 분장은 안 지우셨어요?”
마수정은 방긋 웃었다.
“내가 집에 가서 잘 지울게.”
“지금 언니 미모를 다 가리는 거 아시죠?”
“왜 몰라.”
마수정은 창문을 힐끗 봤다. 기괴한 모습이 한눈에 드러났다. 이번 역은 ‘차이나타운’ 보스 역이었다.
‘사채업자에, 장기밀매까지 하지.’
완벽한 범죄자인 역이었다. 마수정은 이 역이 좋았다. 이 역은 예쁘지가 않았다.
“이 역, 서사가 마음에 들어. 언제 이런 역 해보겠어.”
“언니, 그 역에서 참혹하게 죽잖아요.”
“뭐가 참혹해. 폭탄도 터트리는데.”
마수정은 방긋 웃었다. 거울 속에 여자는 금니를 끼고 있었다.
“나 같지 않은 게 좋아.”
“언니, 저는 무서워요.”
“좀 그렇긴 하지? 그래서 보여주려고.”
마수정은 창밖을 보며 웃었다. 어느덧 익숙한 자신의 집이었다.
“왼쪽에는 내가 사랑하는 아이들이 있고, 오른쪽에는 진짜 보기 싫은 사람이 있는데…….”
마수정은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은 오른쪽이네. 진짜 가기 싫다.”
“기운 내세요. 언니.”
“고마워.”
차는 곧 멈췄다. 마수정은 자신의 모습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의상도 최대한 비슷하게 입었지.’
촌스럽고 무늬도 이상했다. 이런 모습을 사모님께 보여드릴 수 있다니, 매우 영광이었다.
마수정은 가볍게 차 밖으로 나왔다. 모처럼의 여유 있는 날이었다.
‘아, 안 보고 싶다.’
마수정은 별채를 뒤로 한 채 걸어갔다. 집에 왔는데 공자 얼굴을 늦게 보다니. 소소한 비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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