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199)
199
나화진 여사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마신은 해맑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사이트가 있어요. 오늘의 마공자. 음, 마공자의 일일 패션과 일상이 나와 있어요.”
“그거 누가 만든 거지?”
“모르죠. 뭐든 합법은 아닌 거 같지만요. 그러고 보니 마공자, 이런 거 엄청나게 시달리겠네요. 애가 피곤하겠어. 12살이죠?”
마신이 눈을 반짝였다.
“이런 거로 짜증 낼 법한데, 수정 고모에게는 아직도 사랑스러운 아들이라면…….”
마신은 액정을 툭툭 쳤다.
“얘 대단한 거 같네요.”
“참을성이 좋긴 하지.”
“어, 그래요? 음, 착한 애인가 보네요.”
“착하긴 해.”
마신은 씩 웃었다.
“그러니까 더 만나보고 싶네요.”
“네가 만날 가치는 없다.”
마신은 어깨를 으쓱였다.
“예쁘고, 유명하고, 참을성 좋고, 착하면 만나도 될 거 같은데요.”
“그런 잡종이랑 친해지지 마라.”
“할머니.”
마신은 액정 화면을 나화진 여사에게 보여줬다.
“고모를 움직이려면 마공자가 필요해요.”
“왜 그 애니? 차라리 마리랑 친해지렴.”
“마리는 사랑스러운 사촌 동생이지만, 가까워질 수는 없어요. 제가 말 걸면 경계부터 하거든요.”
스마트폰 액정 화면 속에는 머리를 곱게 묶은 마공자가 웃고 있었다.
“하지만 얘는 그렇지 않을 거 같네요. 고모님께 마냥 사랑받고 자랐으니까요.”
“아니야.”
나화진은 고개를 저었다.
“그 녀석, 만만치 않아.”
“와…….”
마신은 환하게 웃었다. 할머니께서 이렇게 말리는 상대는 처음이었다.
“그냥 애 하나 회유하는 건데요. 할머니.”
“그놈은 만만치 않아. 내 장담하마. 네가 물릴 거다.”
마신은 액정 화면을 바라보았다. 햇살에 곱게 웃고 있는 마공자는 순하기 짝이 없어 보였다.
“제가요?”
“그래.”
“얘한테요? 와…….”
마신은 활짝 웃었다. 왜일까. 할머니께서 말리시니까 더 하고 싶었다.
“그럼, 더 회유해야겠네요.”
“신아.”
“조금 놀랐어요. 할머니 잘 말리지 않으시잖아요. 제 친구들 몇 명이 마약으로 신문을 장식해도 그러려니 하시잖아요.”
“널 믿기 때문이지.”
마신은 활짝 웃었다.
“그 믿음에는 언제든 보답하고 싶어요. 그러려면 고모님이 필요하고, 또 이 애가 필요한걸요.”
손자의 눈빛이 호기심으로 반짝였다. 나화진은 한숨을 내쉬었다.
“신아. 내가 그냥 궁금해서 갔다가, 이놈 보러 계속 간단다.”
“아, 그러신 거 같았어요.”
“보고 있으면 심심하지 않아. 이런저런 얘기를 귀여운 목소리로 재잘거려. 게다가 가까이 가면 좋은 향기가 나. 며칠 못 보고 있으면, 그 향기 때문이라도 그 녀석을 보러 가게 되지.”
나화진 여사는 침통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예 시작하지 말아야 한다. 천사 같은 얼굴로, 악마 같은 마성이 있어.”
마신은 굉장히 흥미로웠다. 철옹성 같은 할머니가 약쟁이 친구들이랑 비슷한 말을 했다.
“할머니, 흥미로운데요.”
“신아.”
“아니, 도대체 어떤 애인데 그래요? 저 진짜 보고 싶어요.”
나화진 여사는 이마를 짚었다.
“신아, 그 애는 안 돼.”
“나쁜 짓 하는 거 아니잖아요. 그냥 한번 보는 것뿐인데요. 게다가 필요하다니까요. 고모님을 공략하려면, 마공자가 핵심이에요.”
마신은 방긋 웃었다.
“저는 이 애를 반듯이 회유해야 해요. 와, 궁금하네요. 마리도 이 애를 정말 좋아하던데…….”
마신은 머리카락을 뒤로 넘겼다. 나화진은 그 모습이 마수정을 퍽 닮았다고 생각했다.
“그냥 이 집에 있고 싶어서 필사적인 아이인 줄만 알았는데, 그 정도가 아닌가 보네요. 더 신기하네.”
“마공자가 그 정도였다면, 수정이가 그렇게 빠지지도 않았을 거다.”
자고로 말리면 더하고 싶은 법이었다.
“진짜 기대되네요.”
어떤 아이이길래 저러실까.
나화진 여사는 고개를 저었다. 마신은 싱긋 웃었다.
‘진짜 말리는 거면, 딱 잘라서 안 된다고 하시겠지.’
하지만 할머니는 그러지 않았다.
‘반쯤은 허락이라는 거겠지.’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진심으로 기대가 됐다.
‘아, 궁금해라.’
마신은 팔짱을 끼고 창문을 바라보았다. 맑은 하늘에 비치는 햇살이 오늘따라 기분 좋았다.
그때 할머니가 물었다.
“그런데 마공자 걘 왜 비녀를 하고 있는 거냐.”
마신은 다시 웃어버렸다. 정말 마공자가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 * *
“비녀 예쁘다.”
한수윤이 내 머리를 보며 말했다. 나는 아차 싶었다.
“아, 비녀…….”
“아주 반짝이네. 이거 도대체 왜 한 거야?”
“팬분이 해주셨어.”
한수윤이 내 머리를 보며 조금 웃었다.
“진짜 중요한 팬이었나 보네. 너 이런 장신구 잘 안 하잖아.”
음, 이런 장신구를 하고 다니는 12살 남자아이는 그거 나름대로 굉장한걸.
“팬을 기분 좋게 해드리고 싶었어.”
“어떤 팬이셨길래 그래.”
“7살쯤? 내가 이 비녀 하면, 당근 잘 먹겠다고 해서 말이야.”
팬과 손가락 걸고 약속해서 어쩔 수 없었다.
“손이 이만하더라. 손가락 짧아서 약속을 안 할 수가 없었어. 수윤이 너도 그 상황이면 나처럼 했을걸?”
나는 고개를 휙휙 돌렸다. 비녀를 자세히 안 봤지만, 늘어진 보석이 반짝이는 건 알았다.
“어울려?”
“너무 어울려서 무서울 정도?”
“음, 오늘 하루는 어쩔 수 없어. 약속했으니까.”
물론 이 비녀는 자선재단을 통해 기부되겠지만 말이야.
한수윤은 피식 웃었다. 나는 녀석을 빤히 바라보았다.
“수윤아. 키 몇이야?”
“170 넘고 안 쟀어. 중반쯤 될 거 같다.”
“콩나물처럼 자란다. 너.”
한수윤이 눈을 깜박였다.
“음, 네가 할 말은 아닌 거 같아.”
이, 이럴 수가.
‘내가 너를 먹인 쌀이 몇 가마인데!’
벌써 덕수 씨가 살뜰히 챙겨준 밥을 잊은 건가, 한수윤 녀석.
‘음, 그렇다기보다는 사춘기 같다.’
나는 심호흡을 했다. 그래, 그럴 때가 되긴 했다.
그때 한수윤이 맑게 웃으면서 말했다.
“공자 너도 많이 컸잖아. 공자야. 나는 네 나이 때 이렇게 크지 않았어.”
아, 그런 의미였군.
“반에서 제일 크긴 해.”
“그럴 거 같았어.”
한수윤은 턱을 괴고 헤실헤실 웃었다. 나는 녀석의 어깨를 바라보았다.
“덩치도 커진 거 같아.”
“운동도 하고 있어.”
“그건 나도 하는데…….”
한수윤은 내 어깨를 조물조물했다.
“아직 어린데,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거 아니야?”
“그런가.”
“다 때가 있는 법이잖아. 이거 네가 많이 하는 말이라고.”
그, 그랬나.
나는 턱을 괴고 다시 한수윤을 바라보았다. 몇 년간 시간 날 때마다 열심히 먹인 녀석은 혈색도 좋고, 키도 컸다.
‘뿌듯하다.’
하지만 한수윤의 상황은 여전했다.
“요즘 괜찮아?”
“뭐, 그냥 그래.”
한수윤은 작게 속삭였다.
“이를 갈고 있긴 하지. 군자의 복수는 10년이 걸려도 늦지 않으니까.”
음, 일단 네가 군자니.
“그런데 이거 들을 때마다 생각하는데, 10년은 짧지 않아?”
그, 그런가?
“공자왈 맹자왈 할 때는 평균 수명이 30대라고 알고 있어. 그런데 지금은 120세 시대잖아? 그럼 군자의 복수는 40년 아닐까?”
기, 길다.
“오래 걸린다.”
“그러게. 그러니까 참을 수 있어.”
한수윤은 밝게 웃으면서 말했다.
“20년쯤은 말이야.”
저런.
‘아무리 미래를 바꿔도, 한수윤이 성인 되고 바로 소송 거는 건 변하지 않는 거 같다.’
뭐, 그건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빈대 같은 집이랑 분리된다면야.
“한수윤아. 여태 말 안 했는데 말이야.”
녀석은 내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 일을 저지르고 난 뒤에는 뭐 할 거야?”
한수윤이 눈을 깜박였다.
“그때는 무리해서 일 안 해도 되잖아. 그러면 뭐 할 거야? 대학은 갈 거야?”
“어?”
녀석은 좀 당황한 거 같았다.
‘생각 안 했구나.’
나는 녀석의 어깨를 잡았다.
“수윤아. 나는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어, 고마워?”
“그런데 일 벌이고 다 끝나서 할 게 없으면, 확 서러워지지 않을까?”
한수윤이 눈을 깜박였다. 솔직히 이 녀석이 소송에 성공하고 뭐 하고 사는지 몰랐다.
‘적어도 그때보다는 행복했으면 좋을 거 같다.’
이 녀석의 복수는 아직 한참 남아 있었다. 나는 한수윤이 열심히 준비한 만큼 행복해졌으면 했다.
‘물론 소송이란, 행복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대로는 살 수 없어서 하는 거지만.’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연기 계속할 거야?”
“음, 모르겠어. 예전처럼 힘들지는 않지만, 평생 한다면…….”
한수윤은 나를 보며 조금 웃었다.
“그건 생각해 봐야겠어.”
“그래. 아직 시간이 많잖아.”
“그러게.”
나는 한수윤의 어깨를 툭툭 쳤다. 촉감이 매우 단단했다.
‘그래도 잘 자라긴 했어.’
솔직히 외모도 수려했다. 이 얼굴로 연예인 안 하면 안 될 거 같았다.
한수윤은 방긋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공자야. 너는 내가 뭘 했으면 좋겠어?”
“음, 글쎄.”
“내가 배우 친구로 남았으면 좋겠어?”
나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수윤아. 넌 연기가 즐거워?”
“즐겁다기보다는 습관적이지. 나는 옹알이 할 때부터 TV에 나왔으니까. 아, 그건 공자 너도 마찬가지구나.”
“나는 즐거워.”
나는 녀석의 어깨를 툭툭 쳤다.
“돈만 있으면, 즐거운 일만 하고 살아도 돼.”
“어…….”
“항상 주변만 생각하고 살았으니까, 너만 생각하고 살아도 되고.”
아직 20살이 되기에는 많은 시간이 남아 있었다. 나는 한수윤 녀석이 좋은 길을 찾기 바랐다.
한수윤은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러더니 살짝 뺨을 긁었다.
“이런 말, 너만 해주는 거 같아.”
나는 고개를 저었다.
“한 사람 더 있잖아.”
“아, 형?”
그때였다. 양반은 못 되는지, 문이 열리고 바로 한우진이 들어왔다.
“공자야~ 수윤아~!”
살짝 주름은 생겼지만 그래도 여전히 준수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잘생겨도 탭댄스를 밟고 오면 다 깎인다고.’
아니, 저 아저씨는 왜 이렇게 촐랑거리지.
한우진은 스텝을 밟으며 나와 한수윤 앞에 섰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 춤 오래가네요.”
나 춤에 트라우마 있단 말입니다.
“좋은 건 잊지 말아야지.”
나는 심드렁하게 한우진을 아래위로 훑어봤다. 뭐랄까.
‘처음에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이 아저씨는 언제부터 이렇게 됐지.
‘내가 바꾼 미래 중에, 이 아저씨가 제일 걱정이야.’
나는 아직도 탭댄스를 추고 있는 한우진을 바라보았다.
‘촐싹거리다가, 무릎 깨질 거 같다니까…….’
한우진은 탭댄스를 멈추고 싱긋 웃었다.
“어떠냐. 더 늘었지?”
“형, 그 영화요.”
나는 진지하게 물었다.
“2년 전에 형에게 연기대상 안겨줬잖아요.”
한우진은 상큼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랬지. 내 영광의 커리어에 한편을 장식했지.”
“그런데 왜 아직도 추는 거예요?”
영화 끝났잖아. 그만 추라고.
한우진은 진지하게 물었다.
“공자야, 네가 그런 질문을 하다니. 형은 실망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