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20)
020
마수정은 순순히 인정했다.
‘아이들은 나를 싫어해.’
왜인지 몰랐다. 그냥 여태 만났던 모든 아기는 자신을 보면 울기 바빴다.
‘제일 심한 게 마리였나.’
전 남편이 키우는 그 아이를 생각한 순간, 가슴에 송곳이 콱 찌르는 느낌이었다. 마수정은 주먹을 꽉 쥐었다.
이미진은 그녀의 손을 보며 물었다.
“언니?”
“아. 아무것도 아니야.”
마수정은 숨을 몰아쉬었다. 그러곤 조금 웃으면서 감독을 바라보았다.
“저 원래 아이랑 잘 안 맞아요. 보면 막 울어서요.”
“음? 요즘 우리 마 배우님, 아이 때문에 핫하지 않나?”
“전 언제나 핫하죠.”
감독이 모자를 매만지며 말했다.
“그렇지. 수정 씨는 언제나 핫하지.그래도 나는 수정 씨가 아이를 입양한 거로 유명해질지 몰랐어.”
“그건 저도 몰랐어요. 살다가 천사를 만날 줄이요”
“으하하하. 그건 그렇고. 어떡하지. 아역 문제 말이야. 내가 무슨 걱정하는지 알지?”
마수정은 한숨을 내쉬었다.
“알죠. 영화 속에서 제가 아이를 엄마에게 데려다 줘야 하는데 말이죠.”
그녀가 지금 찍는 것은 좀비 영화였다.
작품 속에서 마수정은 여전사 캐릭터였다. 좀비들을 총으로 저격하고, 갓난아이를 엄마에게 데려다주는 씬. 꽤 중요한 장면이었다.
‘캐릭터들 서사는 둘째치고, 애가 우니까 문제지.’
그녀는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생각한다고 해서 답이 나오는 게 아니었다.
“마수정 씨. 그래서 말인데…….”
허 감독은 어색하게 웃으면서 말꼬리를 흐렸다.
“요즘 핫한 게 있잖아.”
“저요? 저는 언제나 핫하다고 했잖아요.”
“아, 물론 배우 마수정은 언제나 핫하지. 그런데 쏘 핫한 게 그 마수정 씨 양아들이니까.”
마수정은 눈을 가늘게 떴다.
“우리 아기 천사요?”
“음, 맞아. 그 천사. 있잖아. 화제성도 끌 겸 마수정 씨 양아들에게 그 역할 시키면 안 될까?”
마수정은 감독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내가 우리 공자를 양자로 들여온 건 맞지만…….’
그래도 아들이 아니라 양아들이라고 말하는 게 굉장히 섭섭했다.
마수정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허 감독은 알았다. 마수정이 침묵할 때는 뭔가 마음에 안 든다는 거였다.
“수정 씨. 역할 맡은 아기가 자꾸 우니까 말이야. 별수가 없어.”
“네. 알아요.”
“수정 씨 양아들이면, 수정 씨 보고 안 울 거 아니야.”
“우리 천사는 절 보면 웃죠.”
그녀는 공자의 미소를 떠올렸다. 슬쩍 웃음이 나왔다.
“안 될까? 부탁이야.”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공자가요. 여태 안 울긴 했지만, 촬영장은 또 다를지도 몰라요.”
“아하하. 그럴지도 모르지.”
“우리 공자가 괜찮아 보이면 할게요.”
“어, 그래? 고마워. 와. 살았다. 애가 그렇게 울 줄이야.”
감독은 촬영에 관한 몇 가지를 더 이야기하곤 자리로 돌아갔다. 마수정은 다시 주먹을 쥐었다가 폈다.
이미진이 살짝 물었다.
“언니, 괜찮아요?”
“응. 괜찮지 않을 게 뭐가 있어.”
“그래도 안색이 좀 안 좋아요.”
“우리 공자가 너무 보고 싶어서 그런가 봐.”
마수정은 씁쓸하게 웃었다.
남편이 키우는 딸과 사랑스러운 공자의 모습이 겹쳤다 사라졌다.
그래서일까. 가슴이 조금 따끔거렸다.
* * *
총 코인!
[총 코인: 20,500>후후. 순조롭게 오르고 있군.
‘반응이 좋은가 보지?’
아, 분명히 어디선가 댓글 달리고 있을 텐데.
‘댓글 보고 싶다.’
나는 손으로 내 뺨을 문질렀다.
‘이 얼굴을 얼마나 칭찬할까.’
스마트폰이 없는 게 너무나 슬펐다.
‘이제 셀럽이 됐다고 보면 되려나?’
웃음을 숨길 수 없었다.
이제 내가 가는 곳 어디든 파파라치가 따라오려나.
‘캬, 좋다.’
어깨춤이 절로 나왔다.
‘순조로워. 하지만 부족해.’
인간적으로 이 얼굴은 움직여야 제맛 아니겠습니까.
‘너튜브가 활성화 되어 있으면 한 방에 해결인데!’
나는 왜 너튜브가 인기 없을 때로 회귀해서!
‘아, 더 노출이 되어야 하는데.’
뭐 좋은 거 없으려나.
그때, 문이 활짝 열렸다. 반가운 얼굴이었다. 나는 바로 웃으면서 손을 내밀었다.
“마마!”
“공자야!”
얼마 만에 보는 엄마인지 몰랐다. 엄마는 나를 안자마자 한 바퀴 빙글 돌았다. 그리고 얼굴 구석구석 뽀뽀했다.
“아, 내 천사.”
“마마!”
“그래. 공자야. 엄마 여기 있어. 우리 공자, 잘 있었어?”
네!
내가 손을 들고 대답하자, 엄마가 활짝 웃었다.
“우리 공자 엄마 보고 싶었지? 미안해. 우리가 찍은 잡지가 너무 잘 팔렸나 봐. 갑자기 여기저기에서 부르더라고요.”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게 낫죠.
엄마는 나를 꼭 안고 몸을 흔들었다.
“공자 때문인가 봐. 배우 마수정 인생에서 요즘이 이미지가 제일 좋아.”
한참 엄마가 나를 안고 있을 때였다. 안산댁이 우유병을 들고 왔다.
“공자야, 일어났니? 맘마 먹자!”
감사합니다!
엄마는 분유 병을 내게 줬다. 나는 이제 좀 익숙한 손으로 분유 병을 꽉 잡았다.
“우리 공자, 오물오물 잘도 먹네.”
엄마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공자 아프거나 그렇지 않았지?”
“그러면 연락했죠. 공자 잘 먹고 쑥쑥 컸어요. 이제 이유식도 좀 먹여봐야겠어요.”
“아, 벌써 그럴 단계구나.”
“공자 굉장히 건강해요. 이맘때 애들 갑자기 열날 수도 있거든요. 공자는 그런 것도 없네요. 잘 먹고, 잘 놀아요.”
엄마는 분유를 먹는 날 보며, 환하게 웃었다.
“건강해서 다행이야. 우리 공자.”
“아가씨는 별일 없으세요?”
“있지…….”
엄마는 숨을 길게 내 쉬며 나를 바라보았다.
“감독이 공자를 원해.”
나는 우유를 먹으면서 돌아봤다.
“쀼아?”
저요?
엄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우리 공자를 막 찾는다, 허 감독이. 촬영에 아기가 나와야 하거든.”
나는 우유를 마시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허 감독?’
흔치 않은 성이라서 나도 알았다.
‘허봉팔 말하는 건가?’
물론 봉팔이는 본명이고 후엔 개명을 해서 ‘허기혁’이었다.
하지만 한번 허봉팔은 영원한 허봉팔일 뿐.
‘잠깐 허봉팔이 지금 시기에 우리 엄마랑 찍은 영화라면?’
무슨 영화인지 기억이 났다.
‘국내 좀비 영화의 포문을 열었던 영화였지?’
제목은 ‘죽은 자들의 도시.’
나는 눈을 깜박였다. 여기에서 엄마가 무슨 역을 하는지도 알았다.
‘여전사였어.’
영화에서 엄마는 여군이었다. 좀비들과 변해버린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남은 강한 생존자 역할.
‘아이와 노인들을 지켰지.’
아이들에게 총 사용법을 알려주며 생존자들을 보살피는 역할이었다. 그녀는 버려진 그곳에서 유일하게 주인공을 도와주는 이였다.
‘그런데 그 영화에 실제 아기가 나왔던가?’
나는 그 영화의 팬이었다. 그래서 장면 하나하나 아직도 다 기억했다.
‘제일 좋았던 장면 엄마가 총 쏘면서, 아이들을 구하러 가는 장면이었지.’
나는 영화를 떠올렸다. 생각해 보면 작품 내에 엄마의 역할에 비해, 서사가 좀 얄팍하긴 했다.
엄마는 내 볼을 손가락으로 쓰다듬었다.
“우리 공자, 맘마도 잘 먹네.”
엄마는 다 먹은 분유 병을 안산댁에게 건네주고, 등을 문질렀다. 곧 트림이 나왔다.
“옳지. 옳지.”
나는 손을 파닥거리며 말했다.
“마마!”
“그래. 공자야. 내가 네 마마야.”
엄마는 나를 꽉 껴안았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느껴졌다. 긴 한숨 소리가 들렸다.
“마마?”
“우리 공자가 너무 귀여워서 그런가.”
안산댁이 물었다.
“허 감독님이 갑자기 공자를 왜 찾아요?”
“자꾸 우리 둘이 같이 나와달래.”
“어이구. 욕할 때는 언제고, 그래서요?”
“그러게나 말이야. 다른 건 다 쳐내도, 허 감독이 우리 공자를 원하는 건 좀 힘들다.”
나는 손을 내밀어, 엄마의 뺨을 토닥였다. 엄마는 내 작은 손에 다시 뽀뽀했다.
“그럼 거절하면 되잖아요?”
“그것도 쉽지 않은 게…… 이건 나랑 관련 있어서 그래.”
“왜요?”
“아기랑 같이 찍는 씬이 있는데, 아기가 자꾸 울어.”
엄마는 씁쓸하게 웃었다.
“알잖아. 나 아이가 싫어하는 거.”
“에이. 공자는 안 그렇잖아요.”
“날 보고 안 운 애는 공자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야.”
엄마는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중요한 장면이에요?”
“응. 영화 내에서 캐릭터 서사가 완성돼.”
어이구. 중요한 장면이었군.
“그런데 그렇다고 공자를 데려가는 건 좀 그래.”
무슨 소리입니까!
‘이건 나와야 해!’
죽은 자들의 도시는 천만 관객을 가뿐히 넘기는 메가 히트 영화였다. 아니, 사실 관객수 천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이거 외국에서도 인기 많다고!’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팬이었다. 전생에선 프리미엄 DVD까지 사다 놨었으니까.
‘출연할 수만 있다면!’
나는 정신없이 파닥거렸다. 엄마는 나를 빤히 보며 말했다.
“안산댁. 공자가 흥분한 거 같지 않아?”
“그러게요. 신기하네요. 점잖은 아이던데.”
“공자야. 영화 어떻게 할까?”
“뿌빠우 빠우빠!”
당연히 해야죠!
하지만 엄마에게 내 뜻이 전해지지 않았다.
“촬영장은 아이가 있기에는 별로지.”
“하긴 좀 그렇죠.”
“거기 가서 우리 공자가 아프면 어떡해.”
나는 고개를 필사적으로 저었다.
‘이건 반드시 해야 한다고요!’
어쩔 수 없었다. 내 의지를 피력할 수 없을 땐 이 방법밖엔 없지. 나는 바로 외쳤다.
“뿌아 뿌뿌!”
코인 사용!
[러브 앤 피스 코인을 어떻게 사용하시겠습니까?>“엄마 마음, 촬영하는 쪽으로 돌리기!”
[배우: 마수정이 아들 마공자가 영화에 나오는 걸 허락 하려면 200코인이 필요합니다. 실행하시겠습니까?>“뿌빠!”
실행!
[실행되었습니다.>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릅니다.> [코인을 쓴 대가로 5분간 눈이 간지럽습니다.> [총 코인: 20,300>희한한 패널티지만, 정직하게 다가왔다.
나는 눈을 깜박였다. 갑자기 무지하게 간지러웠다.
‘와, 미치겠다.’
간지러운데, 긁으면 안 되겠지.
나는 주먹을 꽉 쥐고 계속 깜박였다.
엄마도 나를 내려다보았다.
“이상하다.”
“왜 그러세요. 아가씨?”
“우리 공자 눈이 초롱초롱해.”
엄마는 나를 안아 들었다. 나는 엄마랑 눈이 마주쳤다.
“이상해. 우리 공자 말이야. 잡지 촬영도 굉장히 잘했지?”
“끼가 있는 거 같아요. 잡지 촬영할 때, 물 만난 고기 같았어요.”
“안산댁도 그거 느꼈어?”
“당연하죠! 음, 그리고 확실히 카메라를 좋아해요.”
엄마의 눈이 동그래졌다.
“진짜?”
“네. 제가 아가씨에게 보낼 사진 찍으려고 스마트폰 들이대면 그렇게 좋아하더라고요.”
“그러고 보면 우리 공자, 카메라 렌즈와 눈을 잘 맞추더라.”
나는 방긋 웃었다.
‘바로 그거입니다.’
나는 간지러워서 필사적으로 눈을 깜박였다.
날 내보내 줘요! 뜨고 싶단 말이야!
엄마는 나와 가만히 눈을 맞췄다.
“공자야. 이거 꽤 중요한 일이란 거 아는데.”
네. 말씀하세요!
“엄마는 이럴 때 본능을 따라가. 본능이 말해준다. 우리 공자가 영화에 나와도 될 거라고.”
와. 우리 엄마. 대단하십니다.
나는 눈을 계속 깜박였다. 엄마는 한참 나를 내려다 보다가 말했다.
“좋아!”
“아가씨?”
“가자, 공자야.”
아아, 화끈하신 나의 어머니.
“아니, 아가씨! 그래도 공자는…… 아직 아기인데요.”
“아까부터 계속 눈을 깜박이더라고. 마치 꼭 나랑 같이 출연하고 싶다는 듯이. 저렇게 초롱초롱하게 보는데, 어떻게 하지 말라고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