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202)
202
어렸을 때부터 셀럽이 된 건 매우 근사한 일이었다.
‘제일 좋은 일 중 하나가, 다들 마냥 좋아하신다는 거지.’
뿌뿌빠빠 할 때부터 나를 지켜본 분들은, 진짜 내가 뭘 해도 좋아하셨다.
‘뭐, 그래도 너무 일상적인 걸 좋아하시는 건 살짝 부담스럽지만.’
몇 달 전, 식당을 운영하시는 사장님께서 내가 밥 먹는다고 우신 적이 있었다.
‘젓가락질 잘한다고 감탄하고 오열하셨지.’
그때만큼 젓가락질 제대로 배워서 다행인 적이 없었다.
‘물론 그 뒤에 식사 예절을 다시 배웠지.’
엄마는 내가 배우고 싶다는 건 뭐든 시켜주셨다. 얼마나 화끈하신지 통 크게 선생님을 모셔왔다. 일주일에 2시간씩 덕수 씨와 함께 식사 예절을 배우자, 이제는 우아하게 스테이크도 썰 수 있었다.
‘사람은 하면 되는 거였어.’
기품이란 게 뭔지 아직도 잘 모르지만, 그건 배우는 거라는 걸 알았다.
‘이게 다 천사라서야.’
아니, 솔직히 12살 정도 되면 천사 이미지는 날갯짓하며 날아가야 정상이었다.
‘어쩌다 보니 착한 일을 해서일까.’
나는 천장을 바라보았다. LED 등이 오늘따라 눈이 부셨다. 그래서일까.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갔다.
‘마공자는 천사라는 공식이 생겨 버렸어.’
나는 눈을 깜박였다.
‘아니, 솔직히 말이 되나요. 제가 아무리 착한 일을 하지만, 사람인데요.’
자선재단도 꿈이기도 했지만, 솔직히 까임방지권이 목표였단 말입니다. 저는 흑심이 득실득실하다고요!
‘왜 천사로 보는 거지.’
이미지는 열심히 지키긴 했다.
‘그런데 그래야지 광고도 들어오고, 자선재단도 풍족해지니까.’
어려운 애들 간식이 초코파이에서, 카스트코 머핀으로 바뀔 수 있단 말입니다.
‘다 이기적인 이유에서 한 짓인데, 무슨 종교 비슷해졌어.’
LED 등이 눈부셔서 눈물이 날 거 같았다.
‘내가 길거리에서 욕 한마디 하면, 그날로 대서특필 될 거 같아.’
어쩌다가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아니, 뭐. 연예인이니까 당연히 이미지 관리는 하지만…….’
그래도 이건 좀 너무한대.
나는 고개를 바로 했다. 한수윤은 자신이 단 비녀를 여러 사람에게 자랑했다.
다들 예쁘다고 하셔서, 나는 구경 잘하시게 허리를 돌렸다.
“아, 공자 너무 단아하다.”
“어쩜 비녀도 이렇게 잘 어울리니.”
아아, 군중 속에 고독이여.
나는 곽동운을 바라보았다.
‘생각 같아서는 한마디 하고 싶지만…….’
이미지 때문에 아무것도 못 했다.
‘돈과 인기를 가지면 뭐 하나.’
전생에 내 방 털어간 인간에게 말 한마디도 못 하네.
나는 심호흡을 하며 한수윤을 빤히 바라보았다.
믿을 건, 주위 사람들뿐인가.
“공자야, 왜?”
“아니, 그냥. 진짜 많이 컸다 싶어서.”
한수윤은 CF처럼 웃으면서 내 어깨를 토닥였다.
“곧 클 거야. 진짜 내가 성인 역이라서, 충격받았어?”
“받았지만 그건 지나갔어.”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지금은 진짜 다른 게 문제였다.
선우영재 PD가 말했다.
“자, 그러면 리딩 시작합니다.”
배우들은 다들 대본을 들었다. 나는 숨을 고르며 대본 표지를 봤다.
‘[야망>.’
이번에 내가 출연하는 드라마 제목이었다.
* * *
몇 번 작품을 해보면 알았다. 잘되는 작품은 리딩 때부터 티가 났다.
‘뭐, 진짜 굉장한 소수의 배우는 리딩 때 못 해도 스탠바이 때 엄청나기도 해.’
하지만 보통은 리딩 때부터 드러났다.
나는 표지를 폈다. 처음부터 어린 왕자의 내레이션이었다.
선우영재 PD가 말했다.
“공자, 해볼까요?”
“네.”
나는 자세를 바로 했다. 그리고 왕자 ‘이연’을 떠올렸다.
‘야망에 젖은 어린 왕자.’
하지만 이 인물은 당위성이 있었다.
‘이 역을 보자마자 느꼈어.’
나는 이 당위성을 극한으로 끌어야 했다. 그래야 시청자가 작품에 몰입할 수 있었다.
나는 눈을 감고, 내레이션을 시작했다.
“꽃의 짐을 슬퍼하지 않는다. 달의 짐과 해의 뜸을 슬퍼하지 않는다. 짐은 그저 찾아낼 뿐이다.”
주위가 조용했다.
“반드시 살아남을 것이다.”
나는 눈을 떴다. 선우영재 PD는 눈만 깜박였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별로인가?’
야망에 젖을 수밖에 없는 왕자의 감정을 담으려고 노력했는데…….
‘좀 줄이는 게 나으려나.’
담백하게 하겠다고 말하려고 할 때였다. 선우영재 PD가 손뼉을 쳤다.
짝짝짝-
엥?
“보셨습니까?”
한우진도 따라서 손뼉을 쳤다. 그렇게 시작한 박수 소리가 점점 커졌다.
‘뭐, 뭐야.’
이게 박수받을 일이야?
내가 눈을 깜박이자, 선우영재 PD가 말했다.
“제가 공자 캐스팅이 확정된 순간, 탭댄스를 췄죠.”
추지 마.
“추다가 발가락을 찧었습니다.”
저런.
“그래도 기뻤습니다. 공자란 제게 그런 존재거든요.”
어, 어떤 존재라는 거지.
‘나쁜 건 아닌 거 같긴 한데…….’
선우영재 PD는 활짝 웃었다.
“공자가 예쁘고 착한 것만 알려져 있는데요. 사실 연기도 잘해요.”
한수윤이 손을 들고 말했다.
“성실해요.”
한우진이 팔짱을 끼며 말했다.
“날 닮았지.”
“스윗하죠. 우리 공자.”
“준비도 잘 해왔네요. 역시.”
저기, 중간에 이상한 게 껴 있는데요.
선우영재 PD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래서 저는 공자가 우리 드라마를 대작의 길로 인도할 거란 걸 믿습니다.”
믿지 말아요.
다들 다시 손뼉을 쳤다. 나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잘 모르지만, 위인 어록 뒤져보면 붕붕 띄어줄 때 침착하란 말 한마디는 있을 거야.’
나는 침착하게 웃었다.
“감사합니다. 너무 어렸을 때부터 절 봐오셔서, 다들 많이 예뻐해 주세요.”
나는 부끄러운 듯 슬쩍 뺨을 긁었다.
“하지만 작품에 대한 평가는 냉정하니까요.”
나는 고개를 들어 출연자 한분 한분과 눈을 맞췄다.
“공자, 열심히 할게요.”
다들 눈을 깜박였다. 짧은 침묵이 대본 리딩하는 세미나실에 맴돌았다.
한우진이 말했다.
“완벽하다. 내 아들.”
저기요.
“아아, 마수정 선배님. 아들 너무 잘 키우셨어.”
“진짜 눈은 호강, 마음은 힐링. 공자가 괜히 몇 년 동안 대한민국의 대표 아기인 게 아니라니까요.”
“천사야. 천사.”
아니, 그러니까. 그렇게 유하게 보지 말라니까요.
‘좋아하는 사람이 많으면, 그 이유로 싫어하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이러다가 내가 길가에 껌이라도 뱉으면, 난리 나겠네.
이걸 또 어떻게 말려야 하나 고민할 때였다. 다들 눈을 반짝이고 있는데, 유난히 싸한 분이 계셨다.
‘역시 곽동운.’
녀석은 눈을 내리깔고 있었다. 척 봐도 기분 나쁜 표정을 숨기고 있었다.
‘정말 전생과 똑같다.’
남이 칭찬받는 꼴을 못 보는구나.
나는 방긋 웃었다. 여전해서 다행이었다.
‘그런데 감이 알려준다.’
선우영재 PD님이 미래를 걸고 만드는 이 드라마.
‘저 녀석이 지뢰다.’
아니, 어쩌시려고 저런 애를 쓰셨나요.
‘뭐, 그래도…….’
나는 곽동운을 보며 방긋 웃었다.
‘이번에는 안 당한다.’
전생에 훔쳐 간 돈 내놔라. 이 자식아.
선우영재 PD가 말했다.
“그럼 공자야, 다음 대사해 볼래?”
나는 방긋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네!”
대본 리딩이 다시 시작되었다. 나는 웃으면서 이어갔다.
* * *
곽동운은 몇 개의 단역으로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였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전생의 원수를 뭘 어떻게 골탕 먹여야지 잘했다고 소문이 나나.’
물론 진짜 소문나면 큰일이지만.
나는 각도를 다르게 했다. 눈부신 빛이 눈앞에 뿌려졌다.
사진작가가 말했다.
“좋다. 공자야. 아, 머리 흩어졌다.”
헤어 담당 스탭이 바로 뛰어와서 내 머리에 스프레이를 뿌렸다.
스탭이 중얼거렸다.
“아이고, 예뻐라.”
음, 슬슬 잘생기면 안 되나.
‘뭐, 아직 12살이니까.’
스탭이 나를 보며 말했다.
“공자, 진짜 명화에 나오는 귀공자 같다.”
아, 조금 그런 분위기인가.
나는 내 옷을 내려다봤다. 아동복인데 정장이었다. 고급스러워 보이는 재킷과 드레스 셔츠를 입고 있었다. 보석으로 장식된 리본이 달려 있었다.
‘이거 대중성에서 좀 떨어지지 않나?’
음, 애들은 편한 게 좋지 않나?
스탭은 내 리본을 고쳐주며 말했다.
“이번 라인은 아동 정장인데, 아이 예뻐. 진짜 귀공자네. 어디 불편한 데 없지?”
어머니께서 성씨가 ‘귀’라면 귀공자도 가능하다는 농담, 하면 안 되겠지.
‘심각하게 재미없을 테니까.’
지키자. 마공자의 이미지.
나는 방긋 웃었다.
“없어요! 너무 잘 입혀주셔서 편해요.”
“어우.”
스탭은 심장을 누르며 고개를 저었다.
“공자야. 급하게 들어오지 마렴. 내 마음속에서 교통사고 난다.”
인터넷 댓글 같은 말씀을 하시네요.
“어쩜 이렇게 마음이랑 얼굴이 동시에 예쁠까. 공자야. 누나가 사랑해.”
“마공자 사랑하는 미경아. 그만 나와라. 공자 사진 마저 찍어야 한다.”
“아, 네. 아쉬워라.”
스탭은 입술을 쭉 내밀고 멀어졌다. 나는 방긋 웃었다.
사진작가는 카메라를 보며 말했다.
“어휴, 예술이긴 하네. 분위기 죽인다. 공자야. 알지? 초상화 같은 느낌이야. 모나리자처럼 웃어봐.”
은은하게 웃으라는 말이군.
‘주문대로 해드려야지.’
다시 플래시가 터졌다. 나는 살짝살짝 포즈만 바꿨다.
‘이거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말이야.’
사진 촬영도 자주 하다 보니 확실히 익숙해졌다.
“끝! 어우, 예뻐.”
나는 바로 고개를 숙였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래, 공자야. 수고했다.”
나는 바로 달려가서 모니터 앞에 섰다. 그리고 사진작가에게 물어봤다.
“공자 모습 확인해도 돼요?”
모델이 자신이 찍은 사진 확인한다는데, 싫다 하는 사진작가는 거의 없었다. 사진작가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 여기.”
나는 꼼꼼하게 사진을 봤다.
‘와…….’
내 얼굴이지만, 진짜 완벽하긴 했다. 초상화 풍이라더니 정적인 느낌이 확 났다.
“나중에 포토샵 하면 더 초상화 같을 거야.”
“표정을 더 없애는 게 좋았을까요?”
“아니야. 딱 좋다. 그런데 공자, 너…….”
키가 큰 사진작가가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과한 거보다 정적이고 담백한 게 더 힘든 데, 아무렇지도 않게 잘하네.”
그건 맞았다.
‘감정이 넘실거리는 역할이 상대적으로 쉽지.’
그 반대가 더 섬세해야 했다.
“아, 솔직히 외모만 생각했는데 좀 놀랐어.”
뭐, 흔한 일입니다.
‘아무리 감독들이 나 잘한다고 해도 이미지는 안 변한단 말이야.’
심지어 외국에서 상을 받아도 연기력을 인정해 주지 않았다.
‘가끔 대중이랑 밀고 당기기 하는 느낌이라니까.’
그래서 이런 평가를 받을 때는, 내가 할 말은 정해져 있었다.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요!”
지성이면 감천이다. 나란 존재. 힘내자.
“어이구, 귀엽게도 말하네. 공자 오늘 사진 너무 좋았어.”
“네!”
나는 웃으면서 돌아섰다.
‘언젠가 실력으로 인정받을 거다.’
외모뿐만이 아니라 연기력도 좋다는 건, 어떻게 각인 받는 걸까.
입맛이 썼다. 그때였다. 눈앞에 이상한 그림자가 내려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