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204)
204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인정했다.
‘엄마가 나를 곱게 키웠지.’
존경하는 어머니께서는 내가 건방지거나, 패악만 안 부리면 뭐든 오케이셨다.
‘솔직히 제가 더 걱정됩니다.’
저를 너무 믿는 거 아니십니까?
‘원래 슬슬 사춘기 들어가서 반항할 때라고요.’
질풍노도의 시기가 다 그렇죠. 그런데 엄마는 뭐든 못 해주셔서 아쉬워하셨다.
“걱정이긴 해요.”
“응, 뭐가?”
“사장님, 제가 조금이라도 나쁜 짓 하면요. 엄마는요…….”
나는 마른세수하며 말했다.
“무조건 제 편드느라, 본인이 살아왔던 철학과 삶을 날려 버릴지도 몰라요.”
아, 그러면 안 되는데.
“그리고는 상대방을 없애는 데 최선을 다하시겠죠.”
솔직히 그건 보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엄마에게 전과를 안겨드리고 싶지 않아요.”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존경과 사랑만 드리고 싶습니다. 진짜.
나는 서 사장의 손을 꽉 잡았다.
“그러니까 사장님, 부탁드려요.”
“어, 어?”
“울 엄마 그럴 때 말려주세요.”
나를 지극히 사랑하는 어머니 때문에 제가 걱정이 많습니다.
서 사장은 눈을 깜박였다. 그러더니 고개를 푹 숙였다.
“그, 공자야.”
“네.”
“일단 네가 무슨 말 하는지는 알겠다. 음, 그래. 말리마. 그런데 말이다.”
서 사장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너는 진짜, 세상 모든 부모의 워너비 같다.”
나는 눈을 깜박였다.
“너 같은 애가 어디 있냐.”
나는 조금 웃었다.
“많을걸요. 그냥 절 쭉 지켜봐 오셔서 더 예뻐 보이는 거뿐이에요.”
서 사장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내가, 아니…… 됐다. 그렇게 믿어라. 진짜 수정이가 왜 저렇게 변했는지 절실히 느껴진다니까. 이렇게 된 김에 공자야, 나 부탁 하나만 할게.”
“네. 뭔데요?”
나는 배시시 웃으면서 말했다.
“서 사장님 부탁이면, 뭐든 들어드릴게요. 아. 보증은 안 돼요. 물론 돈 빌려드리는 것도 안 돼요. 하지만 200만 원 정도는 그냥 드릴 수 있어요.”
“200만 원이라니. 우리 공자 스케일이 큰 거냐, 작은 거냐.”
“크지 않아요?”
“네가 버는 돈이 얼마인데.”
그, 그런가.
“네가 버는 돈은 내가 제일 잘 알고 있는데…….”
서 사장은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게 아니라. 스마트폰으로 동영상 하나만 찍어줘라.”
나는 눈을 깜박였다.
“우리 집 공룡 같은 첫째한테, 공부 좀 하라고 말해줘.”
저런.
“성적이 별로예요?”
“아무래도 몸으로 때우는 직업을 해야 할까 봐.”
“음, 진로가 그쪽인 것도 좋죠.”
“아니, 아무리 그래도 상식은 알아야 할 거 아니냐. 아이 씨.”
서 사장은 땅이 꺼지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왜 그런 건, 날 닮지?”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동영상이면 되죠?”
“고, 고맙다.”
“그런데 학습이란 건 습관이거든요. 보상이랑 칭찬은 충분히 해주고 계시는 거죠?”
나는 진지하게 말했다.
“제가 보상하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이런 건 동력을 금방 잃을 거예요. 다른 방법이 필요해요.”
서 사장은 눈을 깜박였다.
“그, 그래. 공자야. 내가 혹시나 해서 묻는데 말이야.”
“네.”
“너 12살 맞지?”
“맞을걸요?”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서 사장이 중얼거렸다.
“순간 우리 어머니인 줄 알았다.”
음, 그건 나이를 너무 많이 점프하셨는데요.
“그렇게 말한 우리 엄마는 나를…….”
서 사장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대강 하자며 포기하셨지.”
엥?
“나도 대강 하라고, 아내님을 설득해야 하나. 날 닮았으면 답이 없는데…….”
서 사장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돌아섰다.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저런.
‘오늘 저 집은 폭풍이 오겠다.’
원래 가정의 평화는 어려운 거긴 했다. 특히 자녀 교육은 더.
나는 고개를 저었다.
‘부디, 갈등이 일찍 끝나시길.’
나는 성호를 그었다. 물론 나는 무교였다.
* * *
나는 진심으로 물었다.
“적아. 너 굶고 살았니?”
아니, 얘가 왜 이러지.
다사다난했던 대본 리딩이 끝나고 집에 도착한 나는 눈을 비볐다.
‘저 녀석, 축구 경기를 하러 간 거지?’
나는 숨을 길게 몰아쉬었다.
그러니까 지금 이거.
‘현실 맞겠지?’
나는 슬쩍 뺨을 꼬집어 봤다. 아쉽게도 꿈은 아니었다.
안산댁이 웃으면서 말했다.
“공자가 놀랐나 보네.”
마적 녀석은 웃으면서 말했다.
“다들 나를 위해 준비해 주셨어.”
어, 어. 그래.
‘그, 그래도 이건 과하지 않나?’
엄청났다.
6인용 식탁에 음식이 2층으로 쌓여 있었다. 각자 종류도 달랐지만, 양도 꽤 많았다.
‘이, 이걸 다 먹을 수 있나?’
나는 슬쩍 안산댁을 바라보았다. 암이라는 병을 훌륭히 이겨낸 안산댁은 어깨를 펴면서 말했다.
“냉장고 정리 한번 했어, 공자야. 아슬아슬한 거 다 요리했단다.”
“이, 이렇게 많이요?”
“어휴. 여기 냉장고가 몇 대니. 이게 뭐가 많아.”
이, 이게 많지 않아요?
눈을 깜박이자, 안산댁은 내 볼을 쓰다듬었다.
“괜찮아, 공자야. 남으면 밑에 층에 가져다주면 된단다.”
안산댁은 웃으면서 말했다.
“다들 입이 짧잖니. 실컷 음식을 만들고 싶어도 못 했는데, 아주 속이 다 시원하구나.”
아하하하.
‘하긴 뭐, 남는 식자재라면 누군가 맛있게 먹어주는 게 좋겠지.’
나는 마적 녀석을 바라보았다. 녀석은 진짜 어마어마하게 먹고 있었다.
“적아. 너 그렇게 많이 먹어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아주머니, 너무 맛있어요. 진짜 이 간장의 달짝지근한 짭조름함이 예술이에요.”
“어머, 많이 드세요.”
“말 편하게 해주세요.”
“도련님한테 어떻게 그래요.”
“도련님 없어요. 영국 갔어요.”
아니, 너 영국에서 왔잖아.
나는 조금 웃었다. 뭐가 뭔지 모르지만, 넉살이 좋아진 게 눈에 보였다.
녀석은 간장게장에 밥을 싹싹 비볐다.
“천천히 먹어.”
“아니, 이런 음식을 두고 어떻게 천천히 먹어.”
뭐지. 그냥 간장게장 아닌가. 물론 안산댁이 시장에서 사 온 게로 만들어서 맛있긴 하지만.
“진짜 맛있어요. 먹을 때마다 눈물이 날 거 같아.”
그, 그 정도인가?
안산댁은 내게 숟가락과 젓가락을 줬다.
“공자도 밥 먹을 거지?”
나는 고개를 저었다.
“반찬만 먹어도 될 거 같아요.”
안산댁은 고개를 끄덕이며 앞접시만 줬다. 그때, 마적 녀석이 외쳤다.
“한국 사람이 밥을 먹어야지!”
“반찬만 먹어도 될 거 같은데…….”
“밥을 먹지 않는데, 이게 왜 식사야. 반찬만 먹는 건, 간식만 먹는 거나 다름없다고!”
저, 저건 무슨 논리지?
“공자야, 끼니 굶으면 안 돼. 키 커야 한다며.”
“그러니까 반찬이 이렇게 많으니까 밥만 안 먹는 거야.”
“쌀을 한 톨도 안 먹는 건, 식사로 치는 거 아니야.”
적이 녀석은 게딱지에 밥을 찹찹 비비면서 말했다.
“맞아. 그거 아니, 공자야?”
물론 몰랐다.
“나 말이야. 도대체 몇 끼를 굶었던 걸까?”
나는 눈을 깜박였다.
“쌀을 먹을 수 없었어.”
“거, 거기도 팔잖아.”
“영국에서 파는 쌀은 뭐랄까, 후드득 날려.”
저, 저런.
“선생님께서 보내줬잖아.”
“응. 그랬지. 즉석밥도 함께.”
마적 녀석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밥솥도 보내주셔서 밥은 만들 수 있었어. 그거랑 김이랑 먹으려고 하면…….”
마적 녀석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피라미 떼들이 붙었어.”
녀석은 게딱지에 비빈 밥을 우걱우걱 먹으며 말했다.
“아니, 왜 내가 먹는 거마다 못 먹어서 난리인 거지.”
아, 음식 뺏겼구나.
“내가 안 된다고 사수하면 자기들이 먹는 거 주는데! 공자야. 영국 음식은 사람이 먹을 게 아니야.”
“그, 그렇게 심해?”
“거긴 진짜 이상한 곳이야. 모든 음식을 재료 상태로 먹는 게 제일 맛있는 곳이야.”
마적 녀석은 김치를 먹으면서 말했다.
“너무너무 맛있다.”
“그, 그래.”
애가 고생을 많이 했나 보네.
“처음 갔을 때는 그래도 보내준 음식 먹어서 괜찮았어. 그런데 팀 동료들과 친해져서 초대한 게 저주의 시작이었지.”
나는 마적 녀석 숟가락에 참나물을 얹어줬다. 녀석은 잘도 받아먹었다.
“그냥 라면 끓여줬거든.”
“응.”
“그 뒤로 이 녀석들이 집에 가질 않아.”
마적 녀석은 고개를 들었다.
‘이 녀석, 지금 눈물 참고 있군.’
그때부터 다 뺏겼구나.
“가뜩이나 많이 먹는 놈들이 계속 내 식료품을 탐내는데, 내가 얼마나 서러웠는데…….”
“쫓아내면?”
“울어. 내 음식 먹고 싶다고.”
와.
‘저건 어쩔 수 없지.’
마적 녀석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한 놈도 아니고, 여러 놈이 숟가락 물고 우는데 뭐 어떻게 할 수 없었어.”
“부, 불쌍해.”
“불쌍하긴. 징그럽지. 와, 진짜 그거 정신적으로 테러였다니까. 귀엽지도 않은 것들이 울먹거리다니.”
마적 녀석은 소름이 돋았는지 팔을 벅벅 쓸어내렸다.
“아, 생각하니까 또 괴롭다.”
나는 생선 살을 녀석의 숟가락에 올려줬다. 마적 녀석은 밥 한술 뜨자, 활짝 웃었다.
“생선 살의 부드러움, 소금간의 짭조름함. 그리고 기름이 준 감칠맛까지.”
마적 녀석은 안산댁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최고예요.”
“어머나. 도련님, 많이 드세요. 아귀찜도 드시고, 오징어 회도 드세요.”
“아, 오징어!”
녀석은 초장에 찍어서 오물오물 씹어 넘겼다. 나는 조금 웃었다.
‘안산댁은 냉장고 정리라고 했지만…….’
회 같은 건 신선해야 하겠지.
‘장 보셨구나.’
아마 유학 생활에서 오랜만에 한국 땅을 밟은 마적이에게 집밥을 먹게 하고 싶으셨겠지.
나는 식탁을 찬찬히 바라보았다. 엄청난 가짓수의 반찬들만큼, 안산댁의 마음이 느껴졌다.
‘손이 가는 음식들도 많았을 텐데…….’
정말 안산댁은 정이 많으셨다.
나는 방긋 웃으면서 안산댁을 바라보았다. 이런 따듯한 분이 우리 집에서 일해주셔서 너무 좋았다.
“아, 천국이다.”
“그래, 많이 먹어. 대신 천천히 먹어.”
“헤헤. 아, 먹으니까 좀 낫다.”
뭐지.
‘아, 그러고 보니…….’
나는 오징어회에 초장을 찍어서 녀석 숟가락에 올려줬다.
“너 괜찮아?”
마적 녀석은 씩 웃었다.
“3연패 한 기분이야.”
별로란 얘기네.
“엄마는 뭐랄까. 음. 악귀 같았어.”
표현 한번 대단했다.
“실패해서 원한만 남은 거 같더라. 그래서 뭐든 물어뜯고 싶나 봐.”
“그, 그래.”
“날 보더니 고함을 지르더라. 그래서 그냥…….”
마적 녀석은 내가 준 오징어를 씹으면서 말했다.
“도망쳤어.”
“잘했어.”
“하아.”
마적 녀석은 어깨를 으쓱했다.
“어후. 좀 자라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아니네.”
“뭐 어때. 그럴 수도 있지.”
“헤헤. 그래도 동생은 귀여운 거 같아.”
아. 이런.
‘마적이 동생 본채에 있지.’
아마 전문 시터가 돌보고 있을 거다.
“만났구나.”
“엄마 닮았더라. 시터가 정이 많으신 분 같더라. 잘 돌봐주셔.”
“그래. 다행이다.”
“맞는 건 나로 끝내야지.”
마적 녀석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 녀석, 엄청난 말을 하네.’
마적이는 그 와중에도 밥을 찹찹 잘 먹었다. 착잡한 이야기를 해도, 밥맛은 도는 모양이었다.
“근데 공자야. 뭐가 더 불쌍하냐.”
이상한 질문이었다.
“엄마가 있어도 맞아서 못 보는 나, 엄마가 있어도 양육권 어쩌고로 못 보는 동생.”
아이고. 딱한 녀석.
답은 간단했다.
“둘 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