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21)
021
나는 고개를 격하게 흔들었다.
‘맞아요!’
역시 엄마는 대단했다. 이 정도의 화끈함이라니! 감격스러워라!
‘모을 수 있다! 코인!’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될 수 있다. 톱스타! 만들 수 있다! 엄마의 건강한 몸!’
기다려라! 천만 관객!
‘완성되어라! 붉은 석양의 여전사 서사!’
이 무슨 겸사겸사에 보너스까지 얹혀 있는 거지! 이보다 더 좋을 게 없어!
그녀의 눈동자 속의 내 모습이 보였다. 나는 나도 모르게 외쳤다.
“마마!”
우리 엄마 너무 좋아!
그리고는 엄마의 품에 코를 박았다. 엄마는 웃으면서 내 몸을 토닥였다.
“아, 내 아기 천사. 귀여움에 녹을 거 같아.”
“제가 매일매일 돌봐주는데도요. 애교는 아가씨에게만 피우는 거 같아요.”
“그래?”
엄마는 나를 꼭 안으며 말했다.
“내가 엄마란 걸 아나?”
“어떻게 모르겠어요?”
“내 배로 낳은 것도 아니고, 가끔 보는데도 우리 공자가 나를 엄마라고 생각할까?”
아니, 무슨 말입니까! 나는 코를 떼고 발버둥을 치며 외쳤다.
“마마! 마마! 마마!”
당연히 엄마라고 생각하죠!
내 격한 파닥거림에, 엄마는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다시 웃음이 터졌는지, 입을 가린 채 몸을 떠셨다.
“아하하하하!”
엄마는 날 안고 빙글빙글 돌았다.
“진짜 우리 공자 때문에 엄마가 너무너무 행복해!”
저도 그렇습니다. 어머니.
“세상 고민 왜 했는지 의미가 없어진다니까!”
나는 팔다리를 파닥거렸다.
그런 고민 하지 마세요! 스트레스 쌓여!
엄마는 안산댁을 보며 말했다.
“공자, 꼭 나보고 고민하지 말라고 하는 거 같지 않아?”
“글쎄요. 그냥 버둥거리는 거 아니에요?”
“아, 내 아기 천사.”
엄마는 나를 들고 뺨에 뽀뽀했다. 부드러운 감촉이 볼에 닿았다 떨어졌다. 나는 웃으면서 손뼉을 쳤다.
“그래. 공자야. 엄마랑 영화 찍자.”
“어휴. 제가 따라갈게요.”
“고마워. 안산댁.”
“뭘요. 제 일인데요. 아, 아가씨. 우리 공자 영상 보실래요?”
엄마는 나를 안고 벌떡 일어났다.
“폰으로 보내준 거 말고 또 있어?”
“있죠. 그런데 하다 보니까 컴퓨터가 좀 느리더라고요.”
엄마는 단호하게 말했다.
“카드 긁어.”
아아, 화끈한 나의 신.
안산댁은 엄마의 권유에 씩 웃었다.
“아가씨가 그렇게 말씀하실 줄 알았어요.”
“나 공자 모습 남기는 거 아끼지 않을 거야.”
“음, 그러면 백업도 신경 쓸게요.”
“부탁해.”
와.
‘하란다고 하는 아주머니나, 긁으라고 하는 우리 엄마나.’
두 분 다 너무 멋있어서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존경을 담아 옹알이를 했다.
“뺘우!”
두 분이 나를 보며 웃었다.
‘이런. 사랑받는 기분이네.’
사랑받는 기분. 전생에선 제대로 느껴보지 못한 경험이었는데.
* * *
좀비 영화 [죽은 자들의 도시>의 촬영장. CG가 많이 들어가서인지 세트장에는 초록색 천들이 많았다.
‘그래서 더 연기가 힘들지.’
CG가 막 도입되었을 때, 배우들은 몰입이 힘들어서 우는 경우도 많았다고 들었다. 배우 마수정은 그 마음 백번 이해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해야 하는 게 배우지.’
분장이 더해갈수록 빛나는 여배우의 모습은 사라지고 꼬질꼬질해졌다.
그녀는 거울을 보며 얼굴을 이리저리 돌렸다. 더러워 보이는 분장은 괜찮았다.
다만, 다른 걱정이 하나 있었다.
“우리 공자가 나 보고 울면 어떡하지?”
그 말에 특수 분장팀이 쿡쿡 웃었다. 마 배우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심각해. 우리 공자가 엄마가 평소 모습이랑 다른 거 눈치채고 울면 나도 슬퍼질 거 같거든.”
“아, 오늘 촬영 날이죠?”
“응. 오늘 아주머니가 데리고 와.”
“저 잡지 봤어요. 진짜 귀엽던데요?”
자식 칭찬은 왜 이렇게 좋은 걸까. 아주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그치. 우리 공자 천사지?”
“어떻게 그렇게 귀여워요? 저 그래서 오늘 기대하고 왔어요.”
“현정 씨. 내가 장담하는데, 사진이 실물을 못 담았어.”
그녀는 공자를 떠올렸다. 약간 옅은 색 머리에, 까만 눈을 아기가 둥실둥실 떠다녔다.
“그 정도예요?”
“응.”
그때, 매니저 이미진이 들어왔다.
“언니, 언니 아들 왔어요.”
곧 아기를 안은 아주머니가 들어왔다. 마수정은 팔을 벌리며 아기에게 갔다. 솔직히 그때까지도 조금 불안했다.
‘공자가 날 보고 무서워하면 어떡하지?’
마수정의 귀여운 아기 천사는 자신을 보더니, 눈이 커졌다. 조그마한 얼굴에 눈동자가 흔들리자, 가슴이 아팠다.
‘아, 역시.’
울려나. 우리 공자.
하지만 마수정의 걱정은 필요 없었다. 공자는 곧 귀여운 목소리를 내며 팔다리를 파닥파닥했다.
“마마! 마마!”
마수정은 활짝 웃으며, 공자를 안았다. 분유 냄새가 솔솔 풍겼다.
“공자야. 엄마 안 무서워?”
공자는 고개를 저으며 팔을 막 휘저었다. 오히려 매우 신나 보였다.
안산댁이 웃으면서 말했다.
“무서워하긴커녕 좋아하네요.”
“아, 안산댁 오느라 수고했어.”
“뭘요. 공자는 카시트에 앉아서 자기만 했어요. 전 운전만 했는 걸요.”
매니저 이미진은 그제야 공자에게 다가갔다. 조그마한 아이는 정말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와, 어떻게 아기가 이렇게 귀여워요?”
“우리 공자 잘생겼지?”
“볼 때도 그런 생각 했지만, 가까이서 보니까 감탄밖에 안 나오네요. 뭐 이런 생명이 다 있지?”
이미진이 이리저리 보고 있자, 분장팀 인원들도 하나둘씩 나와서 아기를 구경했다.
“와, 진짜네. 잡지가 이 미모를 제대로 담지 못했네요.”
“미쳤어. 왜 이렇게 귀여워.”
“이름이 공자예요? 뭔가 되게 잘 어울리는데요?”
온갖 칭찬을 들어서인지 아기가 손발을 파닥거렸다. 그러자, 분장실 팀들은 입을 막고, 신음을 내뱉었다.
“어우. 저 발 작은 거 봐!”
“손도 작아. 너무 귀여워!”
마수정은 공자의 작고 오동통한 손을 들어서 보여줬다.
“짠!”
“아! 너무 귀여워요.”
“우리 천사 손도 보들보들하다?”
아이는 분장실 팀원들을 보고 있다가, 옹알이하며 웃었다.
“뿌빠!”
순간 분장실은 정적에 휩싸였다.
제일 먼저 말을 뗀 사람은 매니저 이미진이었다.
“어, 어머나?”
한 사람이 물꼬를 트니, 곧 여기저기서 쏟아졌다.
“지, 진짜 천사다.”
“뿌빠래. 귀여워!”
“아가야, 나는 란이라고 해. 아씨, 너무 귀여워. 촬영장 뿌셔!”
소품 스탭이 사색이 된 채 말했다.
“그, 그거 부수면 안 돼! 다른 걸 부숴! 감독님 재킷 어때?”
“어, 그거 찬성.”
“나도 찬성.”
“그거 보기 진짜 싫어.”
그때였다.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이게 뭐가 어때서.”
감독은 자신의 재킷을 쭉 늘리며 말했다.
“이게 그렇게 별로야?”
분장실에 있던 모든 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감독은 상처받은 표정으로 스스로 양팔을 포개어 안았다.
“아, 왜! 편한데!”
“솔직히 안구 테러예요.”
“흉측한 디자인과 그 디자인마저 소화 못하는 감독님 몸…….”
“그냥 무늬가 없다면 그러려니 할게요. 그런데 그 해골 그림은 뭐에요!”
감독은 돌아서서 등짝에 있는 무늬를 보여줬다.
“한때 데스메탈을 좋아해서…….”
“악! 아기야 너는 이런 거 보지 마라!”
“그래. 예쁜 아기야, 눈 썩는다. 에비! 지지!”
감독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중얼거렸다.
“제일 좋아하는 재킷인데…….”
“가끔 퇴마하고 싶어요. 그 재킷.”
“훠이. 물럿거라. 훠이.”
디자인팀들은 감독을 손으로 휘휘 저었다. 감독은 상처받은 눈으로 은근슬쩍 다가갔다.
“아, 다가오지 말아요.”
“아니, 아기는 봐야지. 요즘 쏘 핫한 셀럽이잖아.”
마수정은 아기 어깨를 토닥이며 슬쩍 돌아섰다.
“음. 우리 공자 볼 때마다 오백 원이요.”
“앗! 너무 비싸다! 삼백 원은 안 돼?”
“천 원!”
“앗! 오백 원으로 해주십시오!”
감독의 노골적인 아재 개그에 다들 입을 가리고 웃었다. 마수정도 한참 웃다가 슬그머니 돌아섰다.
며칠째 현장에 있어서 피곤했다. 감독은 아이에게 다가갔다. 눈이 침침하고 어깨가 무거웠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지친 게 느껴지지 않았다.
“어?”
감독은 눈을 깜박였다.
그러니까, 아기였다.
꼬물꼬물하고, 울고 우유 먹는 그런 아기였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본 뒤 나오는 말은 감탄이었다.
“와, 이거 얼굴이 사기네.”
아기가 자신을 바라보았다. 순간 허 감독은 침을 삼켰다. 그러곤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이, 이렇게 생길 수가 있는 건가?”
마수정은 아이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우리 공자가 좀 귀엽죠.”
“마 배우. 이건 귀여운 정도가 아니야. 미친 거 아니야? 어떻게 이렇게 생겼지?”
“그런 말 많이 들어요.”
“와, 진짜 잡지 보고 왔는데 그건 아무것도 아니네. 나 진짜 놀랐어.”
아이는 허 감독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다른 팔을 내밀었다.
작고 귀여운 손가락이 눈앞에 튀어나왔다.
“빠아!”
감독은 조용히 가슴을 잡았다. 그리고 괜히 발을 한두 번 굴렀다.
“감독님 왜 그러세요?”
“갑자기 뭔가가 무너질 거 같아서, 몸 좀 움직였어. 아, 순간 근본적인 뭔가가 변할 거 같다. 무섭다. 무서워. 그런데 아기가 원래 이렇게 귀여워?”
소품 담당 스탭이 말했다.
“아니요. 그럴 리가.”
“이 애가 특별한 거예요.”
“그, 그렇지? 하긴 촬영장에 온 다른 아이들은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던 거 같다. 다들 나랑 같은 비슷한 생각이지? 아, 나는 정상이다!”
감독은 다리를 몇 번 더 굴렀다. 그 모습을 본 마수정은 손바닥을 내밀었다.
“오백 원이요.”
“마 배우. 우리 사이에 이러기야?”
주위에서 웃었다. 마수정은 알았다. 허 감독은 피곤한 분위기를 풀려고 일부러 오버하고 있었다.
‘좋은 감독님이시지. 뭐, 우리 공자가 귀엽긴 하지만.’
그녀의 천사가 다시 옹알이했다. 마수정은 공자를 안고 뽀뽀하려다 멈췄다. 지금 자신은 좀비 판에서 구른 옷차림이었다.
“우리 공자 많이 찍을 건가요?”
“한번 클로즈업하려고 했는데, 안 되겠어. 이건 영화에 쓸데없이 많이 넣고 싶은 귀여움이야.”
“안 돼요!”
“편집 감독과 상의할 거야. 그런데, 와. 마수정 씨.”
감독은 장난스럽게 고개를 숙였다가 들었다.
“감사합니다. 양아들님 빌려줘서요.”
마수정은 방긋 웃었다.
“감독님.”
“응?”
“공자와 제 만남이 보육원이긴 했지만요.”
아기는 손을 뻗어서 엄마의 손가락을 잡으려고 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마수정을 불렀다.
“마마!”
아, 귀여워.
마수정은 아기에게 손가락을 줬다. 꽉 쥔 온기가 느껴졌다.
“전 이 애를 위해서는 죽을 수도 있어요.”
“어…….”
“진짜인데. 어라. 안 믿으시네.”
아기는 귀엽게도 손발을 파닥거렸다. 감독은 어색하게 웃었다. 말에 뼈가 있었다.
“그리고 빌려준다는 표현은 물건에나 쓰는 거잖아요?”
“아, 미안. 마 배우.”
“네. 그냥 하신 말인 거 알아요.”
감독은 머리를 긁적였다.
눈치가 별로 없는 자신이라도 이쯤 말했으면 알 거 같았다.
‘양아들이라고 한 거 마음에 안 들었나 보군. 빌려달란 표현도…….’
뭐, 다행히 마수정은 화가 났어도 그 자리에서 풀면 뒤끝이 없는 배우였다. 감독은 숨을 길게 내쉬며 말했다.
“이따 잘 부탁합니다.”
“네, 감독님. 저도 잘 부탁드려요. 공자야, 인사.”
“뿌아!”
감독은 아이에게 손을 흔들며 분장실 천막을 나갔다. 옆에 따라 나온 스탭이 감독에게 말했다.
“감독님! 양아들이라고 하면 어떡해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