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211)
211
아니, 이분이 이렇게 적극적이셨던가?
조연 배우는 말을 못 했다. 하긴 촬영장에 있는 다른 조연과 엑스트라도 눈초리가 곱지 않았다.
‘이런 말 하면 좀 그렇지만 말이야.’
나는 방긋 웃었다.
‘나 좀 예쁨 많이 받지.’
어렸을 때부터 예능에 나와서 그런가. 어째 전 국민이 나를 키운 느낌이 드는 모양이었다.
‘그 국민 속에는 배우분들도 포함인지라…….’
그냥 서 있기만 해도 호감을 표현해 주시는 분이 많았다.
‘물론 살짝 부담스럽긴 하지.’
좋은 모습만 보여야 하니까.
‘하지만 이것도 행운이라고.’
이런 보살핌 받는 아이가 많지는 않다고.
‘적어도 자국의 왕족은 되어야 이런 호감을 받을 테니까 말이야.’
중전 역의 배우는 나를 위해 소매를 걷어붙이셨다. 여차하면 달려 나가실 기세였다.
“촬영 망치면 당신이 책임질 거예요?”
갑자기 세게 나가자, 다른 조연이 말렸다.
“사과하시고 끝내죠.”
“촬영 분위기 좋았는데, 왜 애를 욕을 해요.”
“연기도 잘했드만.”
그러게나 말이다. 왜 나를 건드릴까요.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 있습니까?”
선우영재 PD가 안경을 고쳐 쓰며 물었다. 곽동운은 나를 한번 힐끔 보다가, 자리를 피했다.
‘음, 이럴 때는 내가 대답해야겠지.’
나는 웃으며 말했다.
“별일 아니에요.”
“아, 그래요?”
“네! 진짜 별거 아니에요!”
나는 나를 위해서 한마디 해준 배우들에게 눈인사했다. 배우들은 다들 따듯하게 웃어주셨다.
“그렇군요. 바스트 다시 들어갑니다.”
나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며 중전 역의 배우에게 속삭였다.
“감사해요!”
“뭘. 저 사람 뭐니. 왜 저래?”
“저도 그건 잘 몰라요. 하지만 저런 분들 많으니까요.”
그동안 몇 분 계셨습니다.
‘다들 조기 은퇴로 마무리하셨지만요.’
그래도 곽동운, 자기가 메인으로 욕하지는 않네. 조연 배우만 눈총을 샀잖아.
‘그 조연 배우도, 곽동운이 부추겼을 확률이 높겠지.’
깔짝깔짝하는 느낌이었다.
‘뭐, 시비를 걸면 그 목적을 생각해 봐야 하지.’
곽동운이 왜 이런 수를 쓴 걸까?
‘결론이 너무 쉽긴 하다.’
아마 그 녀석은 내가 바스트 샷을 망치길 원했을 것이다. 이연이 순진함을 연기하는 씬이었다. 마냥 단순하지는 않았다.
‘뭐, 오케이 받아도 재촬영 때 꼬일 수도 있긴 하지만요.’
나는 어깨를 폈다.
‘저도 연차가 되어서 말이죠.’
아역배우라도 십 년이 넘어서일까요. 긴장도 안 됩니다.
중전 역의 배우가 말했다.
“공자야. 신경 쓰지 마.”
나는 방긋 웃었다.
“더 노력해야 할 거 같아요. 연기로 인정받지 못해서 듣는 말이니까요.”
감독들에게 잘한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아직도 대중에게는 셀럽이었다.
‘그래. 내 죄가 깊다.’
이걸 이겨내야지, 앞으로 여럿 역을 맡을 수 있었다.
‘연기력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주마.’
나는 속으로 이를 갈았다.
기회는 곧 올 것이다.
스탭이 외쳤다.
“바스트 갑니다. 스탠바이, 큐!”
나는 자세를 바로 했다. 촬영은 다시 시작되었다.
* * *
‘기회가 진짜 빨리 왔네.’
선우영재 PD가 내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공자, 지금 찍을 씬 잘 알죠? 이연이 자신의 야심을 드러내는 겁니다. 궁에서 유일하게 자신의 편인 내시에게만 속마음을 말하죠.”
물론 그 내시는 나중에 배신한다. 그래서 이연은 더욱더 아무도 믿지 못하게 된다.
‘이연, 알고 보면 딱한 애라니까.’
물론 야망 때문에 독살도 하는 애지만, 아무튼 말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연이 사실은 순진하지 않고, 예법도 잘 안 지키는 왕자란 게 드러나는 장면이죠.”
“사가에서 자유롭게 살았으니까요. 그럼, 공자만 믿습니다.”
“맡겨주세요.”
선우영재 PD는 카메라 쪽으로 갔다. 나는 머릿속에서 이연이 할 동작을 그려봤다.
‘이연이 지금 10살이지.’
아무리 영특하더라도, 엄마가 그리울 나이였다. 하지만 이연의 어머니는 미천해서 궁 안으로 들어오지도 못했다.
‘그런 이연이 마음을 드러내는, 단 한 사람…….’
나는 내시 역을 맡은 분을 바라보며 웃었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이거 진짜 찍고 싶던 씬이었는데…….’
이연의 야망이 드러나는 장면은, 그동안 내가 찍었던 역과는 매우 달랐다.
기분 좋은 긴장감이 맴돌았다. 품어왔던 역을 드러내는 건, 마치 선물 상자를 푸는 느낌이었다. 머리가 멍할 만큼 기대됐다.
작게 심호흡을 하고 있을 때였다. 이번에도 좋지 않은 시선이 느껴졌다.
‘음, 또 곽동운인가.’
선배, 나한테 관심이 많네요.
나는 슬쩍 고개를 돌렸다. 곽동운과 바로 눈이 마주쳤다.
놈은 입술을 삐죽이며 나를 비웃었다.
‘음, 일부러 저러는 거겠지.’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게 목적인가.
그런데 이를 어쩌나. 내가 이래 봬도 빠따를 자기 몸처럼 아끼는 배우 마수정의 아들이거든?
‘들어온 싸움을 마다하면, 내가 마공자가 아니라 귀공자지.’
나는 해맑게 웃었다. 곽동운의 입술이 아래로 내려갔다.
‘일부러 도발한 모양이네.’
하긴 여기서 한마디 하면, 조연에게 함부로 구는 마공자가 될지도 몰랐다.
‘그럴 수는 없지.’
어쩌다 보니 천사가 됐지만, 이거 이렇게 잃을 수는 없다고.
그렇게 한참을 시선을 마주 보는데, 스탭이 외쳤다.
“슛 들어갑니다.”
나는 바로 작은 상에 턱을 괴었다. 선우영재 PD는 그런 나를 보며 말했다.
“공자, 자세 좋다. 들어가자.”
“레디, 액션!”
나는 서책을 성의 없이 넘겼다. 내시가 달려와서 말했다.
“아니, 왕자님. 그렇게 책을 넘기면 어떡합니까.”
“의복 때문에 어깨가 결려서 그런다. 궁에 들어오니 입을 옷이 왜 이렇게 많은 거냐.”
“귀한 몸이시니 이리 입으시는 거죠.”
“10년이나 사가에 버림받았던 몸이다. 퍽이나 귀하겠다.”
나는 서책을 넘기며 고개를 저었다. 내시는 그런 내 기분을 풀어주려는 듯 말했다.
“중전마마께서 왕자님을 마음에 들어 하신다고, 소문이 자자합니다. 역시 왕자님이십니다.”
“고우시다는데 싫어하는 분은 없지. 염생아, 기억하렴. 잘생기고 곱다는 말은 누구나 좋아한다.”
“아, 그러셨습니까?”
“그게 이 나라의 지어미라도 마찬가지다. 중전마마도 곱다 하니 좋아하더구나.”
나는 어깨를 돌렸다.
“소인이 주물러 드리겠습니다.”
“익숙지 않은 옷을 입어서인지 만신이 쑤시는구나.”
“곧 익숙해지실 겁니다. 그래도 함부로 이러시면 안 됩니다. 의젓한 왕자님이 되셔야지, 폐하께서 왕자님을 좋아하실 겁니다.”
나는 내시에게 어깨를 대면서 말했다.
“아바마마는 뵙지도 못했다. 지금은 내가 안중에도 없으시겠지.”
“곧 뵈실 겁니다.”
“그래야지. 이 거추장스러운 의복이 익숙해지면, 아바마마 용안을 뵙겠지.”
나는 쓰게 웃었다.
“재미있지 않으냐? 어떤 부자지간이 이리도 보기가 힘들겠느냐.”
“왕자님.”
“염생아. 약과 없느냐? 마음에도 없는 말을 잔뜩 했더니, 달달한 게 당기는구나.”
내시는 바로 소매에서 주전부리를 꺼냈다.
“여기, 제가 가져왔습니다. 궁이라서 그런지 맛이 기가 막힙니다.”
“고맙다. 확실히 사가에서보다 먹을 건 흔하더구나.”
“그러믄요. 여긴 궁 아닙니까.”
“흔하면 뭐 하냐.”
이연은 쓰게 웃었다.
“독이 들었을지도 모르는데…….”
“왕자님!”
“아직 희빈 장씨가 있는 곳이다. 지금이야 사가에서 막 올라온 왕자라서 가만히 내버려 두겠지만, 이제는 아니겠지.”
“그래서 소인이 항상 기미를 하지 않습니까.”
“적당히 먹어도 줘야 한다. 그래야지 의심을 하지 않지.”
이연은 눈을 감았다가 떴다.
“어휴, 불쌍하신 왕자님.”
“됐다. 내 어머니를 궁에 모시기 위해서는 뭐든지 할 것이다.”
나는 카메라를 봤다. 이제 선물 상자를 풀 시간이었다.
“그리하려면, 마음에도 없는 소리 따위는 수없이 할 수 있다.”
이연이란 캐릭터의 적나라한 속마음이었다.
나는 내시가 준 약과를 잘게 쪼개어 입에 넣었다. 단것을 먹지만, 기분 좋은 표정이 아니었다.
“오케이! 컷!”
나는 숨을 골랐다. 스탭들의 표정만 봐도 알았다. 이번 씬은 성공이었다.
선우영재 PD가 촬영장 위로 올라왔다.
“공자! 정말 고맙습니다!”
아니, 뭐가요.
선우영재 PD는 갑자기 나를 안았다.
“PD님?”
“와, 진짜. 공기가 다르더군요. 공자가 이연을 연기하는 순간, 촬영이란 걸 잊을 뻔했습니다.”
음, PD님이 촬영을 잊으면 안 되죠.
“진짜 공자가 너무 잘하는군요. 조연출님. 보십시오. 우리 공자 진짜 잘하죠?”
“역시, PD님이 추천하신 이유가 있네요. 순간 우리 공자가 이중인격자인가? 싶을 정도였습니다.”
음, 과장이 심하시네.
“그만큼 완벽하단 얘기야, 공자야.”
“공자의 연기력은 지켜봐 와서 잘 알았지만, 점점 무르익어 가는군요.”
선우영재 PD는 팔짱을 끼며 말했다.
“이런 공자를 주기적으로 써야 하는데, 나 말고 다른 PD가 공자 써서 올라간다면…….”
저, 저기요?
“그 꼴을 볼 수 없지.”
조연출은 황급히 선우영재 PD의 입을 막았다.
“피, PD님! 공자가 봐요!”
“후후후. 저는 진심입니다. 조연출. 보세요. 우리의 미래입니다. 뺏기지 말아요. 다른 사람들이 공자 데리고 화제성까지 싹쓸이해서 개털 되고 싶지 않으면요!”
조연출은 안절부절못하다가 내 귀를 막았다.
‘예전부터 생각했지만, 이래도 다 들리던데.’
선우영재 PD는 안경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이번 장면으로 느꼈어요. 나는 올라간다. 국장으로. 너희들, 다 뒤집어주마. 억울하면 공자를 캐스팅할 것이지. 후후후후후.”
아니, 천사 같던 PD가 왜 이렇게 변했을까. 아무리 차기 국장으로 유력한 선우영재 PD라고는 하지만.
‘이래서 사내 정치가 안 좋은 거야.’
사람이 이상해지잖아.
조연출이 황급히 물었다.
“공자야. 이거로 촬영 끝이지?”
“네.”
“그래. 그래. 퇴근하자.”
조연출은 나를 달랑 앉아서 어깨에 걸쳤다.
‘어, 어라.’
선우영재 PD는 계속 중얼거리는 중이었다. 나는 조연출 어깨에 걸쳐진 채 주위 스탭들에게 인사했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래. 공자야. 수고했다!”
조연출은 나를 들고 가면서 말했다.
“공자야. 네가 이해하렴. PD님이 요즘 스트레스가 심하셔. 하아. 이런 분이 아니셨는데…….”
그, 그래 보입니다.
조연출은 머리를 긁적이다 말했다.
“그래도 잘 부탁한다. 나도 올인했거든.”
저런.
‘파벌이란 무엇인가.’
나는 심심한 위로를 건넸다.
“힘내세요!”
“고맙다. 공자 네가 있으니까 든든하다. 초반 몰이는 확실하니까. 어제 공자 네가 헤일로랑 찍은 눕방 때문에, 우리 드라마 기대가 높더라.”
아, 이런.
‘그거 화제가 많이 되더라.’
카메라가 꺼진 줄 알았는데.
‘전 세계에 김진형 이부자리 봐준 게 생중계될 줄이야.’
얼굴이 화끈거렸다. 좀 딱해 보여서 한 건데, 인터넷은 ‘마공자가 어렸을 때랑 똑같다’라며 난리가 났다.
조연출은 나를 내려주며 말했다.
“내 아내도 한 가정당 한 공자가 필요하다고 하더라.”
음, 괜히 유교적으로 들리네.
“성진 그룹에서 만들어주면 좋을 텐데.”
저, 저기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