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212)
212
“성진 그룹에 만들 계획은 없대? 이왕이면 대량생산으로 보급했으면 좋겠다.”
이, 이렇게 아득하게 나간 주제에는 어떤 대답을 해야 할까.
나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그냥 방긋 웃었다.
“그런데 공자야. 아까 내가 귀 막았는데…….”
조연출은 조심스럽게 속삭였다.
“혹시 그거 들리니?”
나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음, 그렇구나. 그, 너와 나의 비밀로 하자.”
그 현장에 있던 사람들 다 들었을 텐데, 그게 가능한가.
‘뭐, 어른의 동심을 지켜줘야지.’
나는 밝게 웃으며 말했다.
“네!”
“그래. 착하다. 공자 내일 오니?”
“네!”
“벌써 해 떨어졌네. 그래, 공자야. 내일 보자!”
조연출은 드디어 나를 보내줬다. 나는 덕수 씨의 손을 잡으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가 들었다.
덕수 씨는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의상 갈아입고, 갈 데가 있습니다.”
“아, 알아요. 음. 늦게 가겠네요.”
“직원에게는 미리 말해뒀습니다.”
“죄송하네요. 퇴근 시간일 텐데요.”
“그렇군요. 그럼 조금이라도 빨리 가도록 하죠.”
덕수 씨는 갑자기 나를 휙 들어서 어깨에 걸쳤다.
‘어, 어라?’
왜 갑자기?
덕수 씨는 성큼성큼 걸어갔다. 나는 포대 자루처럼 걸쳐져서 복도를 가로질렀다.
‘이, 이게 무슨 짓인가요.’
덕수 씨가 움직일 때마다 고개도 같이 움직였다.
“저, 선생님?”
“네.”
“그냥 제가 달릴게요.”
“공자는 피곤하니까요.”
아니, 달리지 못할 정도로 지치진 않았는데요.
“굳이 이러지 않아도 되는데요.”
덕수 씨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꿋꿋하게 나아갈 뿐이었다.
대기실에 다 와 가자, 덕수 씨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공자.”
“네.”
“다른 사람 어깨에 함부로 올라타지 마세요.”
저, 저기요?
‘저도 웬만하면 올라가기 싫습니다.’
덕수 씨는 대기실 문을 열었다.
“위험합니다.”
그, 그런가.
뭐 힘을 빼서 놓치면, 어디 다칠 수도 있긴 하지.
‘그런데 나 낙법 배웠는데…….’
아니다. 내 식대로 생각하면 안 되지. 잘못 떨어져서 이 얼굴에 흉이라도 지면, 그건 엄청난 손해였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솔직히 아까…….”
덕수 씨는 작게 속삭였다.
“질투가 났습니다.”
네?
‘뭐, 뭐예요?’
나는 눈을 깜박였다. 덕수 씨는 선글라스를 고쳐 쓰며 시선을 피했다. 부끄러워 보였다.
‘저거…… 물어도 대답 안 해주겠지. 기, 깊게 생각하지 말자.’
그래. 그러자.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방긋 웃었다. 세상에는 그냥 지나가야 할 것이 몇 개 있는데, 그게 이거였다.
* * *
경기도 외곽에 있는 유기견 센터는 인의예지 재단이 만들어지자마자 후원했었다. 이곳에는 수도권에서 버려진 개들이 모였다.
‘반려동물 인식이 변한 거 같은데, 왜 유기견 수는 안 줄지.’
갈 때마다 안타까운 곳이기도 했다. 강아지들이 귀여울수록 더 가슴이 아팠다.
‘뭐, 그래서 후원도 하고 봉사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버려지는 애들이 없어야 해결이 되지.
유기견 센터에 도착했을 땐 이미 밤이었다. 직원은 창살로 된 문을 열어주며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유산규입니다.”
장에 이로울 거 같은 이름이시군. 덕수 씨가 악수했다.
‘그런데, 다른 분 아니었나?’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덕수 씨가 말했다.
“미리 전해 들었습니다. 김진하 소장님께서는 수술받으셨다고요.”
“네. 아무리 회복이 빨라도 바로 오실 수는 없으니까요. 오랜만에 공자가 오는데, 못 와서 아쉽다고 했습니다.”
어라.
“공자, 안녕. 와, 사진이 공자 얼굴을 못 담네. 내 생각보다 더 예쁘다.”
나는 고개를 숙였다가 들었다.
“안녕하세요! 아, 김진하 소장님께서는 어떤 수술을 받으셨나요?”
중병이신가?
‘착한 사람들은 아프지 말아야 하는데…….’
김진하 소장은 그냥 평범한 중소기업 사장이었다. 버려지는 개들이 안타까워서, 유기견 센터를 사비로 세우셨다고 들었다.
직원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심각한 병이신가 보다.’
코인을 쓸까.
이런저런 고민을 하고 있을 때였다. 직원이 말했다.
“소장님께서 공자에게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어느 병원에 입원해 계셔요?”
“어이구. 공자 바쁘잖니. 안 와도 된다.”
“어떻게 안 가요. 김진하 소장님이신데요.”
“큽. 아니야. 내일이면 퇴원하실 거야.”
나는 안타까운 눈으로 올려다봤다. 직원은 나를 한참 보다가 가슴을 부여잡고 말했다.
“도, 도저히 안 되겠다. 공자야.”
“네.”
“소장님은 치질이야.”
이, 이런.
나는 떨리는 눈을 깜박였다. 직원은 이마를 짚으며 진실을 폭로했다.
“3일 전에 또 터지셨다고 들었어. 방석이 이승을 떠났다고 하더라.”
돌려 말했지만, 어떤 상황인지 생생하게 알 수 있었다.
“그렇게 방석은 떠났단다. 결국 입원하셨어. 그러게, 민간요법을 믿으면 안 된다니까…….”
어떻게 심해졌는지 눈에 보였다.
그러게요. 병은 의사에게 보여야 하는데 말이죠.
“곧 퇴원하실 거다.”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나는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방석 하나 선물해 드리고 싶네요.”
“그래. 중간이 뻥 뚫려 있는 거면 좋을 거다.”
실용적이고 좋은 거로 하나 드려야지. 이왕이면 오래오래 쓰실 수 있도록, 쿠션감이 빵빵한 거로 말이다.
“자, 들어가자. 오늘 공자, 사진 찍을 거지? 강아지 미리 옮겨놨단다.”
나는 방긋 웃었다.
“애들 좋은 가족을 찾아가면 좋겠어요.”
“공자가 우리 애들 홍보해 줘서 큰 도움이 된단다.”
“저도 오늘 봉사하고 갈게요.”
직원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바쁜 초등학생에게 개똥 치우게 할 정도로 나 나쁜 놈 아니다.”
엥. 그게 왜 나쁜 놈이지.
“그냥 봉사 활동인데요.”
“안 돼. 공자 네가 홍보해 준 덕분에, 봉사 인력이 모자라진 않아.”
직원은 단호하게 말했다.
“공자 네가 봉사 활동을 하려는 마음은 아름답지만, 사실 강아지 홍보 사진 한 장이라도 더 찍어주는 게 더 도움이 된단다.”
아.
‘맞는 말이다.’
하긴, 그 시간에 내가 사진이라도 한 장 더 찍어서 인터넷에 올리는 게 낫긴 하지.
‘적재적소라는 게 이런 거긴 하지.’
직원은 작은 강아지 한 마리를 안겨줬다.
“우리가 이번에 개 농장에서 데려온 아이란다. 보다시피 블랙탄이야.”
아, 귀여워.
곰 같은 강아지가 품에서 꼬물거렸다. 머리를 쓰다듬어 주니 꼬리가 프로펠러처럼 움직였다.
“건강하네요. 사람도 좋아하고요.”
“새끼는 건강해. 어미는 얘들 낳고 죽었지만.”
아, 이런.
나는 강아지를 계속 쓰다듬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작은 털 뭉치는, 까만 눈을 반짝이며 꼬리를 흔들었다.
“우리가 키워서 사람을 더 좋아해.”
강아지가 내 얼굴을 핥았다. 털 뭉치의 체온이 뜨거웠다. 나는 강아지를 꼭 안았다.
‘진짜 좋은 주인 만났으면 좋겠다.’
아마 직원들도 이 강아지가 꼭 가족을 찾았으면 해서 나에게 맡겼을 것이다.
직원이 카메라를 들며 말했다.
“자, 자연스럽게 찍을게!”
직원은 데세랄 카메라로 나와 강아지를 찍었다.
‘저 카메라도 우리가 지원해 준 거지.’
강아지 홍보는 사진이 중요했다. 나는 정적으로 움직이며, 강아지의 귀여운 모습이 잘 보이게 하려고 노력했다.
한 열댓 장 찍었을 때였다. 직원이 한숨을 쉬었다.
“하아.”
다른 강아지를 품에 안은 덕수 씨가 말했다.
“뭔가 문제 있습니까?”
“그, 제가요.”
직원은 덕수 씨에게 카메라 사진을 보여줬다. 나는 블랙탄 강아지를 쓰다듬으며 사진을 보고, 진심으로 놀랐다.
‘이, 이런.’
귀여운 강아지와 내가……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마치 다른 사람을 찍은 것 같았다.
‘이, 이게 가능한가?’
뭐 초점이 안 맞으면 그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건 그것도 아니었다.
‘묘, 묘하게 이상해.’
구도와 색감이 문제인가?
직원은 땀을 닦으며 말했다.
“그, 그게요. 나도 이러고 싶지 않은데, 제가 이래 봬도 미대 출신이거든요. 무려 조소과예요.”
아니, 그런데 어떻게 이런 사진을?
“이상하게 사진만 이래요. 나도 환장하겠더라고요. 그… 경호원분이 찍으실래요?”
“저, 저도 사진은 잘…….”
덕수 씨는 강아지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나마 스마트폰 카메라는 공자를 많이 찍어서 나아졌습니다. 하지만 이런 카메라로는 공포 영화가 나올 겁니다.”
직원이 눈을 깜박였다. 블랙탄은 내 품에서 정신없이 꼬물거렸다.
“그, 그럼 어쩌죠?”
두 남자가 어쩔 줄 몰라 했다. 나는 블랙탄을 바라보았다.
‘사진 구리게 찍히면, 이 녀석 가족 만나기 힘들겠지?’
나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뭐, 어쩔 수 없었다.
‘코인 사용! 유산규 씨, 사진 잘 찍게 해줘! 대가에 따른 코인도 알려줘!’
[대가를 알기 위해 코인 25개가 소모됩니다.> [미대 졸업생: 유산규가 사진을 잘 찍기 위해서는 10,757코인이 필요합니다.> [대가로 2시간 뒤, 2시간 동안 강아지가 마공자를 유난히 좋아합니다.>‘코인은 별로 안 드네.’
나는 유산규 씨를 바라보았다. 무슨 문제가 있기에 사진만 못 찍는지 희한했다.
‘하지만 그래도 미대 출신이란 건 무시 못 하지.’
덕분에 코인은 별로 안 들었다.
‘그런데 대가는 뭐지?’
지금도 아니고, 2시간 뒤라고?
‘그때쯤에 나는 집에 있을 텐데?’
우리 집에는 강아지가 없었다. 그럼 상관없는 거 아닌가?
‘뭐, 대가가 없으면 나야 좋지.’
나는 바로 속으로 말했다.
‘실행!’
[실행되었습니다.>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릅니다.> [3초 뒤, 언급한 대가가 실행됩니다.>두 사람은 아직도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있었다. 나는 블랙탄 강아지를 다시 안으며 말했다.
“한 번만 더 찍어봐요. 정 안 되면 스마트폰으로 바꾸죠!”
“그, 그럴까?”
유산규 씨는 데세랄 카메라를 다시 들었다. 나는 강아지를 잘 보여주면서 다시 사진을 찍었다.
찰칵-
유산규 씨가 몸을 움찔했다.
“어?”
“왜 그러십니까?”
“아니요. 제가 이 버튼을 잘못 눌렀는데요. 갑자기 엄청나게 잘 찍히는데요?”
음, 무슨 버튼이지.
“뭔가 화사한데? 뭐지?”
“확실히 잘 찍혔군요. 강아지도 귀엽고, 공자도 예쁩니다.”
“제 인생 사진인데요? 집에 걸어둘까?”
유산규 씨는 다시 카메라를 들었다.
“아, 일단 더 찍겠습니다. 다른 강아지도 많고 공자는 바쁘니까요. 공자 빨리 집에 가서 자게 해야죠.”
음. 굉장히 체계적인 분이시네.
유산규 씨는 열심히 사진을 찍으셨다. 나는 강아지를 바꿔가며 홍보 사진에 충실했다.
그렇게 백여 장을 찍었을 때, 촬영은 끝났다.
나는 처음 사진을 찍었던 블랙탄의 이마를 살짝 긁어줬다. 사람 손을 유난히 좋아하는 녀석은 아직도 꼬리를 붕붕 흔들었다.
“공자야. 오늘 고맙다. 아, 희한하네. 나 갑자기 사진을 잘 찍네.”
코인 썼습니다.
“나 사진 못 찍는다고 구박받는 게 일상인데.”
“좋은 일 하셔서 복을 받으셨나 봐요.”
“그, 그런가? 귀신이 곡할 일인데, 진짜 하늘이 상을 줬나 보다. 그런데 이것도 좋지만, 나는 로또 번호가 더 좋은데…….”
음, 그건 모든 직장인의 꿈이잖아요. 로또 한 장으로 은퇴하는 거요.
‘음, 그러고 보면 로또…….’
나는 곰곰이 생각해 봤다.
‘이거, 코인으로 되려나.’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