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213)
213
로또는 대가가 클 거 같아서 시도해 본 적 없었다. 아니, 굳이 알고 싶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내 인생이 이미 로또 맞은 셈이었으니까.’
나는 혹시나 해서 자막에게 물어봤다.
‘로또 당첨되는 코인은 얼마야? 그에 따른 대가는?’
[대상을 지목해 주십시오.>아, 그랬지. 미안합니다, 자막님. 깜박했네요.
‘나!’
자막이 곧 떠올랐다.
[셀럽 마공자: 마공자가 로또에 당첨되기 위해서는 10,757코인이 필요합니다.> [대가를 알기 위해 코인 50개가 소모됩니다.>코인은 의외로 적었다. 하지만 그다음은 아니었다.
[대가로 13년 동안 사지가 마비됩니다.>저, 저기요. 대가가 엄청나잖아요.
‘이, 이걸 누가 해.’
무심코 로또 당첨 쓰면, 13년이 날아가네. 아니, 자막님. 양심 있으신가요. 13년이면 지금 내 나이보다 많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유산규 씨는 자신이 찍은 사진을 보며 말했다.
“어휴, 밤이 깊었네. 이제 퇴근하렴.”
“네! 수고하셨습니다.”
드디어 오늘 스케줄의 마무리였다.
나는 블랙탄 강아지의 턱을 살짝 긁으며 인사했다.
“안녕. 좋은 주인 만났으면 좋겠다.”
강아지는 꼬리를 붕붕 흔들었다. 나는 손을 흔들면서 컨테이너 밖으로 나갔다.
덕수 씨는 나를 차에 태우면서 말했다.
“배고프지는 않습니까?”
“아, 조금 늦었네요.”
“아까 마적 학생이 연락 왔습니다. 언제 오느냐고 하더군요.”
“늦는다고 코코아 톡 보내줘야겠네요.”
“이미 보냈습니다. 먼저 자겠다는군요.”
집에 애가 있으니까, 일을 좀 일찍 끝냈어야 했는데…….
‘마적 녀석은 왜 한국 오자마자 내 침대에 붙는 거지.’
뭐, 침대가 넓어서 한 사람 더 재우는 건 문제가 아니긴 했다. 하지만 그놈은 본채에 자기 침실이 있었다.
‘이제 자는데 누가 때릴 사람도 없는데 말이야.’
커다란 게 옆에서 철썩 붙어 자는 이유가 뭘까. 예전이야 혼자가 싫을 수도 있지만…….
‘영국에서 내내 혼자 잤을 텐데?’
안 불편한가?
나는 고개를 저었다. 뭐, 더우면 에어컨을 더 틀면 되겠지.
“마적 학생이 전해달랍니다.”
“뭐요? 뭐 먹고 싶대요?”
“붕어빵이 먹고 싶답니다.”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여름인데, 붕어빵이라니요.”
“아주머니께서 구워주시겠답니다.”
“그, 그걸 집에서 구울 수 있어요?”
“틀을 사셨답니다.”
그, 그게 가능한가.
‘안산댁이 너무 고생하나 싶은데…….’
하지만 아주머니께건 눈을 빛내셨다. 뭔가 실컷 먹을 상대가 오니, 도전 의식이 불타오르시는 모양이었다.
‘하긴, 남으면 별채에서 일하시는 분들과 나눠 먹어도 되니까.’
아주머니 만들고 싶은 거 다 만드시길.
‘그러고 보니 한식 조리 자격증에 도전하신다고 하셨지.’
암을 이겨내신 후에 취미생활을 이것저것 즐기고 계셨다.
나는 웃으면서 덕수 씨에게 말했다.
“이모 붕어빵도 맛있을 거 같지만요, 적이 녀석은 시판 붕어빵을 먹고 싶을지도 몰라요.”
“그렇죠. 검색해 보겠습니다.”
“죄송해요. 번거롭게 해서요.”
덕수 씨는 따듯한 눈으로 나를 보았다. 물론, 모르는 사람이 보면 무서운 눈빛이었다.
“공자가 그렇게 생각하면 섭섭합니다. 우리 사이에 왜 그런 걸 생각합니까.”
엥?
“우리 사이니까, 이런 생각을 하죠?”
귀찮은 건 귀찮은 거라고요.
내가 눈을 깜박이니까 덕수 씨가 고개를 저었다.
“착합니다. 공자.”
“음, 별로 안 착한 거 아시잖아요.”
“정말 착합니다.”
아니, 주변 사람들마저 안 믿네. 이러다가 내가 길 가다 침이라도 뱉으면 기절하겠어.
‘물론 파파라치 때문에 그런 짓 못 하지만…….’
아니, 애초에 한 적도 없지만 말이야. 굳이 거리에 침을 뱉을 이유가 있나?
덕수 씨는 백미러로 나를 보며 말했다.
“공자 데려다주면 제가 사 오겠습니다.”
“같이 가요!”
“공자는 자야죠.”
아.
‘좀 늦긴 했구나.’
시계를 보니 벌써 9시였다. 밤 10시면 잠드는 착한 어린이 생활을 해서 그런가. 좀 졸렸다.
나는 눈을 감았다. 기다렸다는 듯 눈꺼풀이 무겁게 내려왔다.
나는 무릎담요를 끌어 올렸다. 이러지 않으면 덕수 씨가 긴 팔로 담요 올리느라 고생할 것이다.
잠든 건 3초였다. 눈을 뜨니 이미 집이었다.
* * *
나는 하품을 하면서 밴 밖으로 나왔다. 덕수 씨는 나를 내려주고 다시 차에 올랐다.
“잘 씻고 자야 합니다.”
“선생님, 공자 어린아이 아니에요.”
“압니다. 어두운 침실에서 바닥 조심하시고요.”
아이고야.
‘맨땅에 넘어져 봤자지.’
애 너무 귀하게 키우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뭐 저러시는 이유는 있지만 말이야.’
건강하고 체력은 제법 있는데, 아직도 몸 컨트롤이 헛도는 느낌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맨땅에 넘어지기를 잘했다.
‘몇 년 전에 침대에 머리 부딪친 이후로, 걱정되셨지.’
아니, 애들이 그러면서 크는 거죠.
나는 그때를 떠올리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정말 별거 아니었는데, 그때 지구 최후의 날인 줄 알았다.
‘그냥 혹이 난 거뿐인데 말이야.’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응급실로 나를 매달고 뛰어가던 덕수 씨가 잊히지 않았다.
물론 그 뒤에 엄마와 덕수 씨, 누나를 불러다 놓고 잔소리를 했다.
‘별거 아닌 거로 이러면 내가 응석받이가 된다고 했지.’
그때 셋의 표정을 잊지 못했다.
‘뭔가 꾹 참고 있는 거 같았는데…….’
나는 진지했다고.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이미 지나간 일이었다.
나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여름밤의 공기가 제법 시원했다.
‘그러고 보니 밤이 오랜만인데 말이야…….’
나는 별채가 아닌, 다른 방향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이왕 나온 김에 산책 좀 하고 싶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요즘 덕수 씨와 경호원까지 함께 다녀서 그런가. 혼자 있는 게 굉장히 신선했다.
나는 심호흡을 했다.
‘역시, 사람은 가끔은 혼자 있어야 해.’
뭐 같이 있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24시간 붙어 있는 건 다른 얘기였다.
‘다른 곳도 아니고, 마당이면 혼자 다녀도 되겠지.’
어떤 스토커가 성진 그룹 저택까지 와.
‘그러고 보면 스토커들도 집에 있는 나를 건드리지 못했지.’
나는 저택의 담장을 바라보았다. 솔직히 엄청 높았다.
‘뭐, 물리적인 건 그렇다 쳐도. 제일 중요한 건 저거지.’
내 발걸음에 따라 감시 카메라가 불을 반짝이며 움직였다.
‘저렇게 대놓고 움직이는 애들도 있지만…….’
나는 고개를 들어서 나뭇가지를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솔방울로 위장한 카메라가 한 대 있었다.
‘원래 부자들은 다 이런가.’
하긴 재벌은 이래야 할 거 같기도 하고.
‘뭐, 설마 내가 성진 그룹 자택에서 어딘가 다치진 않겠지.’
나는 고개를 저으며 살짝 뛰어봤다. 서늘한 공기가 안으로 들어오자 미소가 저절로 지어졌다.
‘덕수 씨한테 마당에서 산책한다고 미리 톡 보내놔야겠다.’
얼굴과 다르게 굉장히 꼼꼼해서 내가 방에 들어온 것도 다 확인할 것이다.
‘괜히 걱정시킬 이유는 없지.’
나는 간단히 톡을 보내고 다시 걸어갔다.
공기가 시원했다. 발에 밟히는 잔디가 푹신했다.
‘생각해 보면 마당 잘 안 나오지.’
별채 주변은 달리기하느라 자주 뛰긴 했다. 하지만 본채와 이어진 곳은 잘 가지 않았다.
‘건물에 들어서는 건 칩이 있어야 해서 어차피 못 가지만…….’
그 할머니는 내가 마당에 있는 걸 금지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내가 마적이 엄마 만날까 봐 피했지.’
이제 그분도 없으니까, 산책 정도는 해도 될까.
‘음, 그러다 할머니 만나려나.’
그 히틀러 할머니는 여전히 나를 검은 머리 짐승으로 여기긴 했다.
‘뭐, 그래도 나는 그렇게 싫어하지는 않던데…….’
그러고 보니 초등학교 입학할 때 통 크게 외국 신탁예금을 들어줬다. 물론 건물 하나도 덤이었다.
‘나를 좋아하시는 거 같아.’
뭐랄까, 나름대로라서 문제겠지만.
‘나는 뭐든 상관없는데…….’
그런데 그 정도면 애정을 표현하신 거 맞지 않을까.
‘그냥 그분은 내가 성진 그룹에 발만 안 걸치면 되는 거 같기도 하고…….’
나는 본채를 살짝 올려다봤다. 여전히 이곳은 성 같아 보였다.
‘아니면, 뭔가 바라시는 게 있는 걸까.’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바람이 머리를 흐트러트렸다. 묶어놓은 게 아무래도 풀린 모양이었다. 내가 다시 묶을까 하다 고개를 저었다.
‘긴 머리한 지 오래됐지만, 이건 진짜 못 하겠단 말이야.’
머리 묶어주겠다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런가.
나는 그냥 머리를 털며 앞으로 걸어갔다. 별거 아닌 산책인데 굉장히 신났다.
‘그러고 보면 마공자가 된 이후로 처음이긴 하네.’
나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별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옛날에는 이 하늘 자주 봤었는데…….’
아르바이트 끝나고 나를 맞이하는 건, 항상 이 하늘이었다. 반지하 방으로 걸어가는 길목에서 유일한 낙이었다.
‘뭐, 너무 더워서 담벼락에서 잔 적도 있었지.’
사람이 너무 더우면 뇌가 맛이 갈 수 있다는 걸 그때 알았다.
‘오랜만에 산책해서인가, 자꾸 전생이 생각나네.’
그동안 온갖 관심 속에서 사느라 바쁘긴 했지.
나는 잠시 서서 팔짱을 꼈다.
‘이한조 인생, 폈군.’
전생에 내가 원하는 건 집 한 채와 연기였다.
‘소소하게는 반려동물도 바랐긴 했지.’
그러고 보면 전생에 바랐던 것 중 유일하게 없는 건, 반려동물뿐이었다.
‘내가 강아지 좋아하는 걸 안 어머니께서 안타까워하셨지.’
아무래도 별채라서 그것만은 안 되는 모양이었다.
나는 본채를 힐끔 바라보았다.
‘나도 언제까지 여기 살지는 않을 텐데…….’
언젠가 밖에서 살게 되면 반려동물 한 마리만 키울까.
‘물론 준비됐을 때 데려와야겠지만…….’
나는 오늘 안고 사진 찍었던 블랙탄을 떠올렸다.
‘개는 귀여워.’
작은 개도, 큰 개도 다 좋았다.
오랜만에 강아지 생각을 해서일까.
멍-
어디선가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
‘옆집에서 개 키우나.’
그런데 옆집이 있긴 했나?
‘생각해 보면 나 이 동네 지리를 잘 모르지.’
항상 승용차를 타고 다녔으니까 말이야.
‘그래도 신기하네. 이 동네에서 개 짖는 소리라니.’
항상 조용해서 귀뚜라미 소리밖에 안 들리는 곳이었는데 말이야.
나는 팔짱을 끼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멍멍-
기분 탓인가.
‘왠지 가까워지는 거 같은데?’
나는 더 귀를 기울였다. 뭔가 이상했다. 이제는 뭔가가 후다닥 달려오는 소리마저 들렸다.
‘그, 그럴 리가 없는데?’
이 집에 개 없잖아.
나는 고개를 저었다. 과로는 안 했지만, 사춘기가 다가와서 그런가. 예민해진 모양이었다. 사춘기에 이런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그만하고 들어가자.’
그렇게 생각하고 돌아설 때였다.
컹컹-
갑자기 눈앞이 하얀 것으로 뒤덮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