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219)
219
촬영차 몇 번 왔지만, 오랜만이긴 했다. 나는 눈을 깜박였다. 파란 한강과 그 뒤에 아파트가 세포 단위로 스며드는 기분이었다.
그게 어떤 기분인지 설명은 힘들지만 말이다.
하지만 여기 오면 다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을까.
‘저거 얼마일까?’
뭐랄까. 지금의 나는 살 수 있을 거 같긴 한데…….
‘보통 월급으로 가능한가?’
직장에서 들숨과 날숨으로 먼지만 먹으며 몇 년 일하면 가능하지?
나는 한강 변의 아파트를 둘러보았다.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비싸 보이긴 했다.
덕수 씨가 말했다.
“공자, 배고픕니까?”
“네?”
나는 눈을 깜박였다.
“계속 매점 방향을 봐서요.”
아, 덕수 씨. 제가 보는 건 매점이 아니라 아파트입니다.
나는 방긋 웃었다.
“아니요! 간식까지 먹고 늘어져 있었는걸요!”
“다행입니다.”
덕수 씨는 찬합을 보여주며 말했다.
“제가 도시락 싸 왔습니다. 공자에게 라면을 먹이고 싶지 않아서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아이에게 인스턴트는 좋지 않지.
“그래도 가끔은 괜찮습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전 선생님 도시락이 더 좋아요.”
집에서 만든 도시락이라니. 그 귀한 걸 안 먹고 왜 라면을 먹어요.
‘게다가 전 라면 질렸습니다.’
전생에 물리도록 먹어서 그런가. 집밥 실컷 먹는 이번 생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그것도 보통 밥이 아니잖아.’
정성으로 차려준 음식의 소중함을 저는 잘 압니다. 그건 돈으로도 부족한 거예요.
‘매번 정성스럽게 한다는 건, 진짜 종교의 영역처럼 숭고한 거예요.’
나는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누구랑 먹어요?”
“네?”
“선생님과 소풍 온 것도 좋지만요. 그냥 나오진 않았을 거 같아서요.”
덕수 씨는 씩 웃었다. 그리고는 자전거 도로를 바라보았다.
‘아!’
척 봐도 알았다. 나는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다. 저 멀리서 여신 같은 어머니께서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오셨다.
그런데 기분 탓일까?
‘뭔가 빠른데?’
어머니의 머리카락이 나풀나풀 휘날렸다. 얼굴만 보면 청순하기 그지없지만, 속도는 그렇지 않았다.
‘뭐, 자전거도 빠를 수는 있는데…….’
잘 모르지만 경주용 자전거는 종류도 많고, 비싼 건 승용차 저리 가라 할 정도라고 들었는데…….
‘어머니 타고 있는 건 경주용은 아닌 거 같은데?’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튼, 엄마는 자전거를 그림처럼 세웠다.
엄마가 자전거 안전모를 벗으면서 머리를 허공에 터셨다. 엄마의 머리카락이 햇살에 부서졌다.
‘역시 멋지십니다.’
나는 깡충깡충 뛰면서 엄마에게 뛰어갔다. 엄마는 자전거를 옆에 두고, 팔딱이는 나를 바로 안아 들었다.
“엄마!”
“우리 공자! 이게 얼마 만이야!”
나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삼 일 만이요!”
“어머나.”
엄마는 나를 꽉 안으며 말했다.
“진짜, 내가 무슨 영화를 누리겠다고 우리 공자를 삼 일이나 못 봤지?”
“바쁘셨잖아요.”
“그렇지. 그래도 공자야. 엄마는 공자 자는 모습은 꼭꼭 확인해.”
아이고, 어머니.
“전 언제나 건강해요. 그렇게 확인 안 하셔도 돼요. 빨리 주무셔야죠. 가뜩이나 바쁜데요.”
“집에 오는데 공자 얼굴은 봐야지. 우리 공자 얼굴 확인하지 않으면, 엄마 잠도 안 올걸?”
음, 뭐 수면제 그런 걸까.
나는 방긋 웃으면서 말했다.
“그럼 깨워주세요. 공자도 자는 거보단 엄마 보는 게 더 좋아요.”
“어떻게 그래. 우리 공자 키 커야 하는데.”
그, 그건 그런가.
“내 아들, 얼굴 좀 보자.”
엄마는 나를 고쳐 안고 빤히 바라보았다. 나는 활짝 웃으며 엄마 뺨에 뽀뽀했다.
“내 아들, 예쁘기도 하지.”
“헤헤.”
엄마는 나를 꽉 안았다가 겨우 놓아줬다.
“공자야. 오늘 소풍 가자고 불렀어.”
엄마는 자전거를 보여주며 말했다.
“타렴.”
아아, 어머니.
나는 영롱한 자전거의 자태를 확인했다.
‘대여라고 쓰여 있군요.’
어머니께서 머리를 휘날리며 타고 온 자전거는 2인용이었다.
‘이거, 속도가 잘 나는 건 아닐 텐데?’
어떻게 그 스피드로 오신 거지? 그것도 혼자 타고 오셨으면서?
나는 밝게 웃으며 말했다.
“뒤에 타면 되나요?”
“그럼. 아, 우리 공자 머리 묶어야지.”
엄마는 자신의 머리는 대충 묶고 내 머리는 양 갈래로 꼼꼼하게 묶어줬다. 머리 방울에 인형과 과일 모양이 달린 거 같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
덕수 씨가 헬멧을 건네줬다. 그리고는 내 팔과 무릎에 보호대까지 해줬다.
‘어, 엄마는 그냥 달랑 헬멧 하나뿐인데, 나는 중무장이네.’
이게 바로 엄마의 사랑인 걸까.
‘가끔 생각하지만, 사랑과 과보호는 종이 한 장 차이 같아.’
덕수 씨는 나를 달랑 들어서 자전거 뒤에 태워줬다. 공주님 저리 가야 하는 에스코트였다.
‘늘 생각하지만, 버릇 나빠지기 딱 좋은 환경이야.’
가끔 우리 집은 내가 설탕으로 만들어진 것처럼 대했다.
나는 엄마 뒤에 타서 페달에 다리를 올렸다. 엄마는 뒤를 보다가 놀라셨다.
“어머나, 세상에! 공자야! 너 거기에 다리가 닿니?”
“네! 엄마 저 키 커요!”
“세상에 처음 봤을 때는 내 팔뚝만 했는데!”
에이, 설마요. 그거보다는 컸을 거 같은데요.
‘뭐, 비유가 그렇다는 거겠지.’
나는 방긋 웃었다.
“제가 반에서 제일 커요.”
“나도 그랬는데. 역시 날 닮았구나.”
음… 그건 아닌 거 같지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럼, 공자야. 가자! 선생님. 부탁드려요.”
“네, 다녀오십시오.”
덕수 씨는 손을 흔들면서 우리를 배웅했다. 엄마는 능숙하게 페달을 밟았다. 나는 그걸 따라가면서 느꼈다.
‘빠, 빨라.’
아니, 이게 이렇게 빠르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엄마는 앞에서 외쳤다.
“공자야.”
“네!”
“등 뒤에서 바람을 느껴보렴!”
저, 저기요. 어머니. 왜 이렇게 만화 같은 말씀을 하십니까. 어제 뭐 보셨나요.
‘그래도 어머니 명령이면 제가 뭘 못 할까요.’
바람이 아닌 태풍이라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방긋 웃으며 열심히 다리를 굴렀다. 그리고는 고개를 들었다.
엄마의 어깨 사이로 바람이 느껴졌다. 나는 웃으면서 눈을 감았다.
지하철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가 아이 이름을 외쳤고, 그 틈으로 바람이 휙 스쳤다.
나는 숨을 내쉬었다. 이제 실감이 났다.
‘나, 지금 엄마 뒤에서 달리고 있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있었다. 순간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나는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봤다. 사람이 별로 없었다.
‘평소에는 부끄러워서 못 할 테지만…….’
엄마 뒤에 탄 아들은 용기가 백 배인 법이었다.
나는 양팔을 살짝 들었다. 팔뚝 사이로 바람이 숭숭 불었다.
‘와, 이거 신나!’
괜히 영화에서 이걸 하는 게 아니구나!
팔이 날개가 된 거 같았다. 슬쩍 흔드니까, 진짜 파닥거리는 거 같았다.
나는 까르륵 웃으면서 바람을 느끼다가, 다른 사람을 위해 바로 접었다.
바람이 계속 볼을 쳤다. 엄마의 등은 좁지만 굉장히 넓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엄마는 항상 내게 날개를 달아주네.’
내가 어쩌다가 이렇게 행운을 바구니째 받았을까.
나는 엄마의 등을 빤히 바라보았다.
가끔 드는 생각이 있었다.
‘나는 굉장히 행복한데, 엄마도 그럴까?’
여태 코인 쓰면서 노력하긴 했다. 누나와 화해한 것이 나아진 삶의 증거였다.
‘그래도 더 행복해졌으면 합니다.’
바람은 여전히 불었다.
‘엄마도 쉬는 날 귀할 텐데, 이런 거 안 해줘도 되는데…….’
집에서 얼굴만 봐도 좋았다.
‘하지만 나를 위해 놀아주시는 거겠지.’
나는 환호성을 질렀다.
“캬아!”
안 봐도 알았다. 내가 즐거워하는 거 보시면 행복해하시겠지.
나는 열심히 페달을 밟았다. 엄마는 정말 빠르게 앞으로 나가셨다.
* * *
그림 같은 돗자리에는 5단 찬합이 있었다. 나는 물을 마시면서 눈을 깜박였다.
‘이게 다 뭐지.’
여러 종류의 김밥과 주먹밥, 꼬치와 계란국까지. 아주 화려했다.
엄마가 손을 닦으면서 말했다.
“이렇게 많이 준비하신 거예요?”
“안산댁 아주머님과 같이했습니다.”
“간단해도 되는데요.”
“즐기면서 했습니다.”
나는 김밥을 들고 말했다.
“엄마, 아-요.”
“공자, 고마워!”
엄마는 소고기김밥을 한가득 넣었다. 나는 이번에는 치즈김밥을 덕수 씨에게 건넸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덕수 씨는 우물우물 잘도 삼켰다. 엄마는 새우김밥을 내 입에 쏙 넣어줬고, 나는 까르륵 웃으면서 받아먹었다.
‘맛있다.’
이거 새우 직접 튀기신 거겠지?
‘너무 정성스럽다니까.’
입맛이 너무 상향 조정되어서 걱정이었다.
‘나중에 독립하면, 음식 어떡하지.’
나는 조용히 내 손을 내려다봤다.
‘이런 음식 먹다가 내가 만든 개발새발 음식 먹으면, 한동안 괴롭겠다.’
엄마는 내 입에 새우튀김 조각을 물려줬다.
“공자, 무슨 생각 하니?”
음, 사실대로 말하면 안 되겠지.
“이모 손이랑 선생님 손을 공동구매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들고 가면 맛집으로 대성할 텐데.
내가 생각해도 참 아이다운 생각이었다.
엄마와 선생님은 각자 고개를 돌리며 웃으셨다. 나는 환한 햇살 아래에서 음식을 다시 오물오물 씹었다.
‘행복이 따로 없다.’
이래서 한강, 한강 하는구나.
나는 돌아서서 아파트를 바라보았다. 이걸 보면 드는 생각은 딱 하나였다.
‘한강을 메우면 아파트 가격 반절은 떨어질까.’
엄마가 나를 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공자. 저쪽에 있는 아파트 가지고 싶니?”
와.
‘우리 엄마, 어떻게 알았지?’
엄마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공자 저거 가지고 싶으면, 엄마가 사줄게.”
나는 눈을 깜박였다. 순간 광채가 나오는 줄 알았다.
‘엄마가 오늘따라 거대해 보여.’
나는 조용히 엄마 손을 잡았다.
“엄마. 저거 비싸요.”
“저게 뭐가 비싸.”
“가격이 더 높아졌을지도 몰라요.”
엄마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100억 넘니?”
순간 나는 비틀거렸다.
“그, 그렇지는 않을 거 같아요.”
“그런데 왜 고민을 하니. 공자야, 사줄까?”
나는 순간 고개를 끄덕일 걸, 필사적으로 참았다.
“아니에요.”
잘 모르지만 제가 한강뷰 아파트 구매하면, 그날로 대중에게 엄청난 질타를 받을 것입니다.
‘큽, 그나마 지금 사면 저렴한데…….’
나는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서 마음을 숨겼다. 엄마는 내 옆에서 웃으며 말했다.
“엄마는 공자가 원하는 거 다 사줄 수 있는데…….”
늘 생각하지만, 버릇 나빠지기 딱 좋은 환경이었다.
“저는 엄마면 충분해요.”
엄마는 나를 덥석 끌어안았다.
“내 예쁜 아들. 착하기도 하지.”
“그런데, 엄마. 공자에게 함부로 사주려고 하지 마세요. 그거 안 좋아요.”
나는 덕수 씨를 바라보았다.
“그렇죠, 선생님?”
“그렇긴 합니다. 교육에 좋진 않죠.”
“하지만…… 그거라도 해주고 싶어요.”
엄마는 내 입에 김밥을 물려주며 말했다.
“공자랑 항상 함께 있어 주지 못하니까요.”
으음, 어머니. 마음은 잘 알겠습니다만.
‘그렇다고 사달라는 거 다 사주면 그게 더 악순환 아닌가.’
새삼 인생 2회차여서 다행이었다.
나는 엄마 품에 파고들면서 말했다.
“엄마는 항상 저랑 있었는데요.”
왜 떨어져 있었던 거로 생각하십니까.
엄마는 내 뺨을 쓸었다.
“공자야. 엄마는 바쁘잖아. 며칠 나갔다 있을 때도 있고.”
그렇긴 합니다만…….
내가 몇 번이나 괜찮다고 말했던 거 같은데…….
‘왜 갑자기 이런 걸 신경 쓰는 거지?’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엄마, 무슨 일 있어요?”
엄마의 손길이 멈칫했다. 나는 그제야 알았다.
‘무슨 일 진짜 있구나.’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