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220)
220
나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가만있어 보자. 엄마가 저렇게 동요할 일이, 뭐지?’
우리 엄마는 아름다운 만큼 강한 심장을 가지고 계셨다. 가끔 누가 돌을 던져서 힘들 때도 있긴 하지만, 진짜 웬만한 거로는 파동도 생기지 않았다.
‘그런 엄마가 이럴 정도라고?’
도대체 그 일이 뭐지?
순간 젓가락을 쥔 손이 부르르 떨렸다. 넌지시 생각했던 큰일 중 몇 가지가 떠올랐다.
나는 그중에 제일 있을 법한 걸 풀었다.
‘서, 설마. 연애?’
하긴. 우리 엄마는 늘 아름답고 넓은 마음을 가지고 계시지. 충분히 다른 분과 예쁜 사랑을 할, 할 수…….
‘누구 마음대로!’
머리와 심장이 따로 놀았다. 나는 젓가락을 조심스럽게 놓으며 말했다.
“엄마.”
“응, 공자야.”
“어떤 새, 놈, 아닌 분이신가요?”
누가 우리 엄마를 노리는 것인가. 그것도 늘 있던 스쳐 지나가는 추파가 아니라, 이렇게 동요하실 정도라고?
다리가 벌벌 떨렸다. 나는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다스렸다.
‘침착해야 해.’
충분히 가능한 일이잖아. 매번 각오하는 일이기도 했다.
나는 떨리는 눈으로 엄마를 바라보았다. 엄마는 한참 있다가 고개를 저었다.
“공자야. 엄마는 아직 연애 생각 없는데?”
순간, 안도의 한숨이 터졌다.
피유-
나는 다시 심호흡했다. 놀래서인지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렇군요. 엄마, 제가 늘 말하지만요. 연애는 자유롭게 하세요. 하지만 결혼은 재고에 삼고에 사고까지 하셔야 해요.”
“공자야. 엄마는 정말 생각 없어.”
“진짜 괜찮은 분 아니면, 안 돼요. 제 눈에 흙이 들어와도요.”
아니, 흙이 들어와도 이상한 놈이면 씻어내고 반대할 것입니다.
‘누가 감히. 콱 그냥!’
상상만 해도 화가 났다. 나는 타오르는 마음을 애써 진정시켰다.
엄마는 내 귀를 막으며 덕수 씨에게 말했다.
“저 누구 데려오면 난리 날 거 같네요.”
“그럴 거 같습니다. 솔직히 그 전에 의논 부탁드립니다. 이런 건 아이에게 자연재해와 비슷한 스트레스를 준다고 하더군요.”
“애초에 생각도 없는데요.”
엄마는 막았던 손을 내리며 말했다.
“공자야. 그런 일은 아니야.”
그렇군.
나는 안심하며 방긋 웃었다.
“그럼 무슨 일인데요?”
엄마는 내 입에 김밥을 넣어줬다.
“그 일만 아니면 상관없는 거니?”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어머나?”
엄마는 웃으면서 나를 꽉 안았다. 그리고는 내 볼에 뽀뽀를 세 번 하고 놓아줬다.
“공자야. 사모님께서 엄마에게 부탁하더라. 신이 도와달라고.”
어라.
‘그 잘생겼지만 뭔가 이상한 후계자?’
나는 달밤에 봤던 마신을 떠올렸다. 뭔가 조금 묘한 사람이었다.
“만난 적 있니?”
“네. 정원에서 만났어요.”
“어머, 어쩌다가?”
“하얀 개에게 깔려 있는데 갑자기 나타났어요.”
솔직하게 말하니까 좀 이상했다. 나는 서둘러 설명을 덧붙였다.
“산책하고 있는데, 개가 좋다고 엉겨 붙었어요. 쓰다듬고 있는데 쑥 튀어나왔어요.”
뭔가 말할수록 더 이상하긴 했다.
하지만 엄마는 쿨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하긴 공자는 누구나 좋아하니까, 개가 갑자기 달라붙어서 꼬리 흔들 수도 있지.”
이, 이렇게 넘어가는 건가. 마신보다는 개에 집중하시는군요.
“공자가 동물에게 인기 많죠.”
“네. 그중에 제일 인기 많은 동물은 인간이지만요.”
엄마는 내 얼굴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 공자 얼굴만 보면, 살짝 걱정도 돼요. 이렇게 생겨서 험한 세상 어떻게 살죠?”
“동의합니다.”
“경호원을 늘려도 영 안심이 되지 않는다니까요.”
아, 경호원.
나는 김밥과 튀김들을 예쁜 접시에 나눠 담았다. 그리고는 물과 함께 경호원들에게 건네줬다.
경호원들은 말없이 내 머리를 한번 쓰다듬었다. 하지만 음식은 먹지 않았다.
‘부드러운 거절이라니까.’
평화로운 한강변이지만, 경호원들은 주위를 경계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음, 경호원이라고 다 슈트를 입는 건 아니지만…….’
경호하느라 눈빛이 매서워서 그런가. 평범한 티셔츠를 입은 채 저러니까, 위화감이 장난 아니었다.
나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엄마는 방긋 웃으면서 말했다.
“공자야. 그래도 이러면 안 돼. 저분들은 경호하는 게 일이시잖니.”
“네. 안 드시네요.”
“혹시 음식이 잘못될 수도 있으니까요. 같은 음식을 먹으면 같은 병이 날 테니까요.”
아, 그래서구나.
“우리만 먹기 좀 그렇네요.”
“공자야. 하지만 배려가 폐가 될 수도 있는 거야. 착하지만, 그런 건 착한 게 아니에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잘못했어요.”
“그래. 그래. 다시는 그러지 마.”
같이 먹었으면 좋겠는데, 그게 다가 아니구나.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달라진 위치에 아직도 적응이 힘들었다.
엄마는 내 머리를 넘겨주며 말했다.
“공자야. 신이 어때?”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이상해요.”
“그, 그렇지.”
엄마는 물을 마셨다.
“신이는 결벽증이야. 사람 피부에 손을 못 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살기 피곤하겠네요. 악수도 못 하니까요.”
“악수는 돼.”
엥?
“악수만 돼. 그렇지만 포옹 같은 건 안 될 거야.”
무슨 차이지?
“처음에는 물론 악수도 안 됐어. 애완동물 키우고 나아져서 겨우 그건 되는 걸걸?”
그렇구나. 차도가 있어서 다행이네.
“그래도 고생이 많네요. 그런 아픔이 있는지 몰랐어요.”
천상천하 유아독존 같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말이야.
나는 내가 만났던 마신을 떠올렸다.
‘생각해 보면 잘생겼었지.’
배우 안 해줘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또 뭐가 있더라?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름에 대해서 묘한 동질감이…….’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적응이 되었다고 하지만, 가끔은 낯선 이름이었다.
“신이는 나쁜 아이는 아니야. 아니다. 나쁜 아이인가?”
무슨 말이 저렇지?
“나쁘다기보다는 버릇이 없지. 아니, 있나?”
저기요. 어머니.
“잘생기긴 했지.”
나는 엄마를 보며 말했다.
“엄마랑 닮았어요.”
“아하. 좀 그렇지. 어렸을 때는 진짜 더 닮아 있었어. 사모님께서 일부러 머리 길러서 묶기도 했었어. 그러면 진짜 내 어릴 적 같더라.”
어라.
‘할머니가 마신 형의 머리를 일부러 길렀다고?’
딸처럼 보이게?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거 뭔가 좀 이상했다.
하, 할머니 설마.
‘엄마를 그냥 좋아하는 게 아니라, 진짜 좋아하는 건가?’
아끼는 손자에게 일부러 닮은 모습을 시킬 정도로?
‘뭔가 별거 아닌데, 엄청난 걸 안 느낌이다.’
와, 할머니. 그렇게 보긴 했는데 더 진심이었어.
“엄마. 할머니께서 저 신이 형이랑 친하게 지내도 좋대요.”
“어, 그. 그래? 무슨 짓이지? 우리 공자에게 왜 신이처럼 무서운 아이를?”
엄마는 갑자기 나를 확 안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니, 내 새끼를 호랑이 입에다 넣으려고 하네?”
음, 신이 형 맹수구나.
‘성격이 부드러워 보이진 않았지.’
엄마는 나에게 신신당부했다.
“공자야. 신이는 피하렴. 물 거야.”
“그, 정도예요?”
입질도 합니까?
“물리적으로는 안 물어. 하지만 다른 방법으로는 충분히 물릴 수 있어. 성격이 좋지는 않거든. 아주 이빨이 날카로워.”
그, 그렇구나.
“우리 공자 같은 콩떡이는 가면 씹힐 수도 있어요. 웬만하면 피하렴.”
나는 다시 마신을 떠올렸다. 뭐랄까. 재수 없긴 했지만…….
‘약간 헐렁해 보이던데?’
맹수는 맞는 거 같긴 하지만, 왜일까.
‘혈기 왕성한 맹수는 아닌 거 같아.’
뭔가 닮은 게 있었는데…….
마신이 어땠는지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엄마가 물었다.
“공자야. 엄마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을게.”
“네!”
“성진 그룹 관심 있니?”
나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
“없어요!”
“성진 그룹 안에 들어가고 싶니?”
“아니요!”
“그쪽 구성원이 되고 싶어?”
“싫어요!”
엄마는 내 뺨에 뽀뽀했다.
“우리 공자, 확실하네.”
“왜 갑자기 그런 걸 물으세요?”
“사모님은 주고받는 게 확실한 사람이거든.”
엄마는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내가 신이를 도왔으면, 아마 공자를 성진 그룹 안으로 들여보내 줬을 거야.”
와.
‘진짜 싫다.’
엄마 말이 뭔지 알 거 같았다.
‘핏줄 이은 거처럼 대우해 준다, 이거지.’
아이고. 할머니.
“공자는 그런 거 바라지 않아요.”
“그러면 한강 변 아파트 수십 채 살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순간 살짝 끌렸다.
‘아니, 아니야.’
나는 고개를 단호하게 저었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는 법이죠. 수십 채의 한강변 아파트를 제물로, 마공자의 삶이 사라질걸요?”
할머니를 생각하면 그러고도 남았다.
“저는 배우 마공자로 충분해요.”
성진 그룹은 오히려 족쇄입니다.
‘내가 왜 자선 재단을 세웠는데!’
까임 방지권을 얻기 위해서 얼마나 고생했는데, 왜 성진 그룹에 끼어야 하죠?
“저는 그쪽이랑 멀어지고 싶어요.”
진심입니다. 어머니.
엄마는 눈을 깜박였다. 그리고는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 그렇구나.”
“그러니까, 그런 이유로는 신이 형 안 도와도 돼요, 엄마.”
나는 간곡하게 부탁했다.
“할머니의 주고받음은 너무 차가워요. 그런 이유라면 하지 마세요.”
엄마는 조금 웃었다.
“그렇지.”
“정도껏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뭐, 사람 관계가 다 주고받기일 수도 있지만 너무 그러면 좀…….
“공자야. 그러면 그들은 너를 계속 안 좋게 생각할지도 몰라.”
“그러라고 하세요.”
나는 엄마 품에 안기며 말했다.
“공자는 엄마 아들이랑 마리 누나 동생으로 충분해요.”
엄마는 한참 말이 없었다. 그냥 내 등을 토닥여주면서 한강을 바라보았다.
나는 조용히 기다렸다.
작은 아이가 아장아장 뛰어갔다. 그 뒤로 아빠가 잡으러 달려왔다.
긴 침묵은, 엄마의 목소리로 깨어졌다.
“신이는 교통사고로 엄마를 잃었어.”
음, 첫째 며느리가 없는지는 알았는데…… 사고로 돌아가셨구나.
“신이를 보호하려고 꽉 안고 있었다고 했어. 그래서 신이는 무사했지.”
매우 슬픈 사연이었다.
“그 뒤로 신이는 다른 사람과 접촉을 못 했어. 몸의 상처는 사라졌지만, 정신적인 트라우마는 남아 있겠지.”
나는 다시 마신을 떠올렸다. 위풍당당한 사람에게 어울리지 않는 과거였다.
“신이는 천재야. 뭐든 잘하지. 괜히 사모님이 껌벅 죽는 게 아니란다.”
굉장히 재능있는 아이구나.
“이제 19살이지. 신이, 일 년 전부터 대학생이란다.”
엥?
“18살 때부터 대학 갔어요?”
“응. 조기진학했어.”
진짜 머리 천재인가 보다.
“그러고 보니까, 옛날에 부탁한 적 있었네? 고모 아들 하면 안 되냐고.”
오